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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재산적 가치 도용
<AI 핵심 요약>
현대 부정경쟁방지법은 "유명 브랜드의 명성도 보호받아야 할 소중한 재산"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웃음과 비판(패러디)이라는 표현의 자유" 또한 시장 경제의 건강함을 위해 보호받아야 할 가치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1. 희석화(Dilution)의 개념과 취지
2. 희석화 보호의 문지기: '높은 수준의 저명성' 희석화 금지 규정은 상표권자에게 매우 강력한 권리를 부여하므로, 법원은 이를 인정하는 요건으로 주지성을 넘어선 높은 수준의 저명성을 요구합니다.
3. 법의 소급적용 문제
4. 희석화의 예외: '패러디(Parody)' 상표패러디는 저명상표를 풍자, 조롱, 비판하여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따른 행위로 인정됩니다.
5. 주요 사례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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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법률위키는 저자의 허락을 받아 『지식재산권법』(제6판)의 원문을 수록하였습니다. 본 저서의 전체 목차와 체계적인 분류는 [지식재산권법] 목차 및 전체 가이드: 정상조·박준석 공저 (제6판) 페이지에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의 기원을 보면 본래 수요자를 출처혼동 내지 기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출발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최근 부정경쟁행위 및 상표권의 보호범위가 넓어지면서 등록상표 내지 저명표지의 재산적 가치 자체를 보호하는 경향이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부정경쟁방지법도 출처혼동이나 품질오인을 초래하지 않지만 상표 등 표지의 재산적 가치를 도용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게 되었다. 표지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게 하는 희석화행위(다목), 조약 체약국에 등록된 상표의 대리인 등에 의한 부당한 상표선점행위(사목), 또는 도메인이름의 부당한 선점행위(아목)는 부정경쟁행위 가운데 수요자의 출처혼동이나 품질오인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저명표지 보유자가 가지고 있는 명성과 신용 등 재산적 가치 그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부정경쟁행위 유형으로 볼 수 있다.
가. 희석화 행위
(A)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에서의 희석화금지
상표법은 저명상표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등록을 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저명상표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보호해 주고 있지만(상표법 제34조 1항 11호), 상표권의 침해는 상품의 동일·유사성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상품이 동일·유사하지 않으면 등록상표의 식별력이나 명성이 침해되더라도 좁은 의미의 상표권침해로는 되지 않는다. 상표법은 상표권침해의 요건으로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될 것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상표권의 침해로 보기는 어렵겠지만 대법원은 앞의 경우와 같이 출처의 혼동을 야기하는 경우에는 널리 상품의 유사성 또는 상품과 서비스의 유사성102)을 인정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 102) 대법원 1996. 6. 11. 선고 95도1770 판결. |
다른 한편, 부정경쟁방지법은 출처의 혼동으로 인해서 저명상표 보유자의 영업상 이익이 침해된 경우에는 상품의 동일·유사성 여부에 관계없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부정경쟁방지법상 저명상표의 식별력이나 명성의 보호범위가 상표법에서의 보호범위보다 훨씬 더 넓다고 말할 수 있다. 더 나아가 2001년 2월 3일에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은 출처혼동이 없고 상호 경쟁관계가 없더라도103) 저명상표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게 하는 행위도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된다고 규정함으로써 종전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의 식별력과 명성을 보호하게 되었다.
| 103) 미국 상표법(Lanham Act) 제45조(15 U. S. C. §1127)는 출처혼동이나 경쟁관계의 입증이 필요없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
(B) 희석화금지의 취지
희석화(稀釋化, dilution)의 금지는 저명상표의 희석화가 저명상표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감소케 하는 것으로서 저명상표 보유자의 재산을 침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는 관점에서 출발한 것이다. 특히 희석화금지규정은 출처혼동이나 경쟁관계의 존부에 관계없이 저명상표 보유자를 희석화로부터 보호함으로써 저명상표에 화체된 사적인 재산의 보호강화를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출처혼동으로부터 수요자들을 보호한다고 하는 전통적인 부정경쟁방지법 목적으로부터 상당히 벗어난 것이다. 다른 한편, 부정경쟁방지법이 출처혼동이 없더라도 저명상표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게 하는 소위 희석화(dilution)를 금지하게 된 것은 저명상표 보유자의 사적 재산의 보호라는 점에서 부정경쟁방지법과 상표법이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주게 되었다.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의 관계를 설명함에 있어서 흔히 상표법의 법목적은 상표의 명성과 신용이라고 하는 사적인 이익 또는 재산의 보호를 주된 수단으로 해서 산업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인데 반해서 부정경쟁방지법의 법목적은 출처혼동의 방지를 주된 수단으로 해서 거래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104) 그러나 희석화를 금지하는 규정을 통해서 부정경쟁방지법은 수요자 보호라거나 공정한 거래질서 유지와 마찬가지로 상표의 명성과 신용이라고 하는 사익의 보호를 똑같은 비중으로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저명상표의 보호에 관한 한 부정경쟁방지법은 상표법과 그 보호요건에 있어서의 차이가 있을 뿐이고, 그 법목적에 있어서는 동일하거나 극히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다.
| 104) 상표법 제1조 및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조. 송영식 등 공저, 전게서, pp. 354. |
(C) 희석화금지의 대상: 저명상표
희석화금지에 관한 법리는 기본적으로 상표의 식별력과 명성을 보호할 필요성으로부터 발전되어 온 법리이기 때문에 출처의 혼동이나 경쟁관계가 없더라도 보호할 필요가 있을 만큼 식별력과 명성이 강하고 확고한 경우에 한해서만 희석화가 인정될 수 있다.105) 따라서 희석화금지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상표가 주지성의 정도를 넘어서 희석화로부터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한 저명성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106) 뿐만 아니라 희석화금지규정에서 요구되는 저명성은 상표법상 부등록사유에서 규정된 상표의 저명성과 비교하더라도 ‘수요자들에게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과의 혼동’(상표법 제34조 1항 11호)을 요건으로 한 부등록사유에서의 상표의 저명성보다는 높은 수준의 저명성이 요구된다. 상표법상의 부등록사유에서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과의 혼동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에는 출처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범위 내의 수요자와 지역적 범위 내에서만 저명하면 족한 것이지만 희석화금지규정에서 요구되는 저명성은 출처혼동이나 경쟁관계의 존재 여부에 관계없이 널리 보호해 줄 만큼의 높은 수준의 저명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의 어려움은 어느 정도의 저명성을 갖추어야 희석화금지의 보호대상으로 되는가 하는 저명성 판단기준에 남아 있다.
| 105) J. Thomas McCarthy, McCarthy on Trademarks and Unfair Competition, Third Edition, §24-138. 106) 서울고등법원 2003. 1. 22.자 2002라293 결정(Korea First Bank 사건). 대법원 2005. 5. 27.자 2003마323 결정은 서울고등법원 2002라293 결정에 대한 재항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4도651 판결,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4다49180 판결 |
희석화금지규정에 있어서 상표의 저명성은 상표권자에게 아주 넓고 강한 보호를 해 주기 위한 요건일 뿐만 아니라 희석화 개념이 기존의 출처혼동이나 상품의 동일·유사성(즉 경쟁관계)에 입각한 부정경쟁행위나 상표권침해 유형을 대체하지 못하도록 막아 주고 상표권의 남용을 방지하는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요건이기도 하다.107) 희석화금지규정에서 저명성의 요건을 없애거나 아주 낮은 수준으로 해석한다면 상품의 동일·유사성이나 출처의 혼동이라는 요건을 입증할 필요도 없이 기존의 상표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인정되어 온 구제수단과 아주 유사한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저명성의 요건을 완화해서 해석하면 희석화금지규정의 남용으로 인해서 부당한 경쟁제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것이다.108) 따라서 어느 상표가 예컨대 코카콜라(COCA-COLA)처럼 전국적으로 모든 수요자들에게 저명한 상표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법원으로서는 희석화금지규정이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저명성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서 의심하는 시각으로 신청인이나 원고가 그러한 높은 수준의 저명성을 입증했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109) 높은 수준의 저명성이 입증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여전히 기존의 상표권침해나 부정경쟁행위의 유형에 해당되는 한도에서 상표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하의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저명성에 대한 높은 수준의 판단기준을 적용하고 상표권자에게 엄격한 입증책임을 부과한다고 해서 상표권의 과소보호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후술하는 바와 같이 희석화의 개념 또는 식별력의 약화나 명성의 손상의 판단기준이 아주 애매모호하고 전세계적으로 불확정적인 개념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저명성의 판단기준을 더욱 높고 엄격하게 책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107) Avery Dennison Corp. v. Sumpton, 189 F.3d 868, 875 (9th Cir. 1999). 108) Handler, Are the State Antidilution Laws Compatible with the National Protection of Trademarks?, 75 Trademark Rep. 269 (1985). 109) David S. Welkowitz, Trademark Dilution: Federal, State, and International Law (BNA, 2002), pp. 178-179. |
기존의 우리 대법원 판례를 보면 주지성과 저명성을 구별하면서 그 저명성의 판단기준으로 여러 가지 요소를 열거하고 그러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예컨대 상표의 사용, 공급, 영업활동의 기간, 방법, 태양 및 거래범위 등과 그 거래실정 또는 사회통념상 객관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느냐의 여부 등을 일 응의 기준으로 삼아서 당해 상표의 저명성 여부를 판단한다고 한다.110) 희석화금지 규정에서 요구되는 저명성의 판단도 동일한 요소들을 고려하되 그 수준을 높게 책정해서 판단하면 족한 것인가? 상표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요구되는 기존의 저 명성 요건은 지정상품의 동일·유사성 또는 출처의 혼동을 전제로 한 상표 보호의 요건인데 반해서, 희석화금지규정에서 요구되는 저명성 요건은 그러한 전제조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표 보호의 요건이기 때문에 저명성 판단 시 고려해야 할 요소와 입증 정도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참고로, 미국 연방상표법도 희석화금지규정에서 요구되는 저명성 여부의 판단에 고려할 수 있는 요소 들을 별도로 열거해서 규정하고 있는데 ① 상표의 광고와 홍보의 기간, 정도 및 지리적 범위 ② 상표와 함께 제공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판매량 및 판매의 지리적 범위 ③ 상표의 실제 인식 정도 ④ 상표의 등록 여부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 는 것이다.111)
| 110) 대법원 2000. 5. 12. 선고 98다49142 판결. 111) 15 U.S.C. §1125(c)(2)(A). |
(D) 식별력의 약화 또는 명성의 손상
상표의 저명성 여부에 관한 엄격한 관문을 통과하게 되면 희석화 자체의 존부에 관 한 판단이 남게 된다. 희석화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겠지만, 크게 식별력의 약화 (blurring)와 명성의 손상(tarnishment)의 두 가지를 들 수 있다.112) 다만 우리 부정경쟁방지법은 상표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어서 마치 식별력의 약화는 배제하고 있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113) 그러나 희석화금지규정의 취지가 저명상표의 식별력과 명성이 상표권자의 재산에 해당된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그러한 식별력과 명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부정경쟁방지법이 규정하고 있는 ‘식별력의 손상’에는 식별력의 약화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저명상표의 식별력 약화가 가장 전형적인 형태의 상표손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의 희석화금지규정은 저명상표의 명성의 손상뿐만 아니라 식별력의 약화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후술하고 있는 바와 같이 희석화의 판단기준에 있어서 구체적인 손해(actual harm) 또는 희석화의 결과가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희석화의 가능성(likelihood of dilution)만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는데, 우리 부정경쟁방지법은 손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희석화의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희석화라고 하는 구체적인 손상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112) 15 U.S.C. §1127 참고. 113) 대한민국 국회,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중 개정법률안 심사보고서(2001. 1.), 4면은 식별력의 약화 또는 희석화의 개념의 애매모호성을 이유로 그 성문화 여부에 관한 논란이 있었음을 잘 보여 주고 있다. |
i) 식별력의 약화 부정경쟁방지법은 식별력의 손상이 명성의 손상과 마찬가지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구체적으로 무엇이 식별력의 손상에 해당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우리 부정경쟁방지법에서의 식별력의 손상 또는 영미법에서의 식별력의 약화(blurring)는 아주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개념인데 굳이 설명하자면 ‘상품이나 서비스를 식별하게 하고 그 출처를 표시하는 저명상표의 힘이나 기능이 감소하는 것’114)이라거나 ‘비경쟁적 상품에 사용됨으로써 일반 대중에게 단일한 출처표시로 인식될 수 있는 식별력이 사라져가는 것’115)을 의미하는 것이다. 식별력의 약화는 지나치게 넓게 인정할 경우에 상표권의 과잉보호에 의해서 자유로운 경쟁이나 상업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기 때문에116) 더욱 판단의 어려움이 수반되고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 114) “Dilution by blurring” is association arising from the similarity between a mark or trade name and a famous mark that impairs the distinctiveness of the famous mark. (‘약화에 의한 희석화’는 저명한 표장의 식별력을 약화시키는, 표장 또는 상호와 저명한 표장 사이의 유사성으로부터 발생하는 연상이다.): 미국 연방상 표법(Lanham Act) 제45조(15 U.S.C. §1127(c)(2)(B). 115) Frank I. Schechter, The Rational Basis of Trademark Protection, 40 Harv. L. Rev. 813 (1927) recited from David S. Welkowitz, op. cit., p. 229. 116) 서울고등법원 2003. 1. 22.자 2002라293 결정; Bean, Inc. v. Drake Publishers, Inc., 811 F.2d 26 (1987). |
저명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가 사용되면 수요자들은 침해상표의 출처가 저명상표의 출처와 동일하거나 후원관계에 있다고 혼동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전혀 상이하거나 경쟁관계가 없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사용되면 그러한 출처혼동은 없더라도 저명상표와 침해상표의 출처가 어떠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거나 상상을 하는 수요자들의 ‘연관성 인식(mental association)’이 생길 수 있다. 상표의 저명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출처혼동이 없어도 수요자들에게 저명상표와 침해상표 간의 상당한 연관성 인식이 생기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에 언제나 희석화가 발생한 것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연관성 인식으로 인해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한해서 희석화가 발생한 것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는 아주 어렵고도 핵심적인 문제이다. 만일 저명상표와 동일하거나 아주 유사한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언제나 식별력의 약화가 초래된다고 보면, 이는 자유로운 경쟁과 표현의 자유를 해할 위험성이 있고 희석화금지규정의 지나친 확대적용이다. 따라서 침해상표의 사용으로 인해서 수요자 간에 저명상표와의 상당한 연관성을 인식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저명상표가 그 보유자의 단일한 출처표시(unique identifier)로서의 힘 또는 고객흡인력이나 판매력(selling power)을 상실한 경우에 한해서 식별력의 약화가 인정되어야 한다.
어떠한 판단기준으로 식별력의 약화를 인정할 것인지의 문제는 희석화금지규정의 취지에 대한 시각에 따라서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고, 궁극적으로는 법정책의 구체적인 집행기관인 법원의 철학과 사실판단에 따라서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다. 우리 몇몇 하급심 판례는 구체적으로 식별력의 약화에 관한 판단기준을 언급한 바가 없어서 그 입장을 분석하기 어렵고117) 미국의 연방법원의 판례를 보면 저명상표의 판매력의 감소 또는 구체적인 경제적 손실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 식별력의 약화를 인정하는 신중론118)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 저명상표의 명성에 편승하려는 경우에 널리 식별력의 약화가능성을 근거로 희석화를 인정하는 보호론119)도 있어서 희석화의 인정범위에 관한 치열한 논쟁을 잘 반영해 주고 있다. 그러나 희석화금지규정을 두고 있는 주법(state statutes)과는 달리 연방상표법은 명시적으로 현실적인 희석화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 그 책임을 부과하고 있고 미국 연방대법원도 연방상표법의 엄격한 기준을 확인한 바 있어서120) 식별력 약화의 판단에 관한 신중론이 타당하고 지배적인 해석론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121) 더욱이 우리 부정경쟁방지법의 해석에 있어서는 그 개정법의 입법 과정에서 ‘식별력의 약화’를 희석화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잘 반영되어 있고122) 우리 경제가 저명상표의 지나친 보호강화로 얻는 이익보다 자유로운 경쟁과 상업적인 표현의 자유를 보호함으로써 얻는 사회적 이익이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식별력 약화의 인정에 엄격하고 신중한 기준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 117) 서울고등법원 2001. 12. 11. 선고 99나66719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3. 1. 22.자 2002라293 결정. 118) Ringling Bros.-Barnum & Bailey Combined Shows, Inc. v. Utah Div. of Travel Dev., 170 F.3d 449, 50 U.S.P.Q. 2d 1065 (4th Cir. 1999); Federal Express Corp. v. Federal Expresso, Inc., 201 F.3d 168 (2d Cir. 2000). 119) Nabisco, Inc. v. PF Brands, Inc., 191 F.3d 208 (2d Cir. 1999); Eli Lilly & Co. v. Natural Answers, Inc., 233 F.3d 456 (7th Cir. 2000). 120) Victor Moseley and Cathy Moseley v. V Secret Catalogue, Inc., 537 U.S. 418, 123 S.Ct. 1115, 155 L.Ed.2d 1 (2003). 121) Victor Moseley and Cathy Moseley v. V Secret Catalogue, Inc., 537 U.S. 418, 123 S.Ct. 1115, 155 L.Ed.2d 1 (2003). 122) 대한민국 국회,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중 개정법률안 심사보고서(2001. 1.). |
ii) 수요자의 주의 정도 전술한 바와 같이 식별력 약화의 판단기준 또는 고려요소로서 여러가지가 제시되고 있는데, 식별력의 약화 여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수요자들의 인식’이 문제된 수요자층의 주의(consumers' sophistication) 정도에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수요자들이 상품에 대한 판단에 신중하고 출처표시에 정확한 정보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경우에는 저명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가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식별력의 약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수요자층의 주의 정도가 식별력의 약화 여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국내 사례는 찾기 어렵지만, 미국 사례는 다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미국 사례를 소개하고 그로부터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Mead Data Central, Inc. v. Toyota Motor Sales, U.S.A., Inc.123) 사건에서 변호사들은 법률정보서비스에 관해서 많은 정보를 확보하고 있고 고액의 상품을 구입할 때에는 많은 주의를 기울여서 신중한 구매결정을 하게 되기 때문에 고액의 자동차의 표장으로 ‘Lexus’를 사용한다고 해서 거의 대부분의 미국 변호사들에게 잘 알려진 법률데이터베이스의 저명상표 ‘Lexis’와 혼동을 초래하거나 희석화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된 바 있다. 미국 사례들을 보면 수요자층의 전문지식이나 상품의 고가성으로 인해서 수요자가 상품구매 또는 출처표시의 확인에 높은 수준의 주의를 기울이는 경우에는 출처혼동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판시되고 있는데124) 이는 식별력의 약화에 관한 판단에서도 그대로 유추해 볼 수 있는 요소일 것이다.
| 123) 875 F.2d 1026 (2d Cir. 1989). 124) McGregor-Doniger Inc. v. Drizzle Inc., 599 F.2d 1126 (2d Cir. 1979); Weiss Assoc., Inc. v. HRL Assoc., Inc., 902 F.2d 1546 (Fed. Cir. 1990). |
iii) 명성의 손상 희석화는 식별력의 약화 또는 명성의 손상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명성의 손상(tarnishment)이라고 함은 저명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저급한 상품이나 음란 기타 불법적인 상품에 사용함으로써 저명상표의 명성이나 신용을 감소케 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흔한 형태의 명성 손상은 저명상표를 음란한 상품이나 성인의 쾌락을 제공하는 서비스에 사용하는 경우에 인정된다.125) 식별력의 약화에서도 표현의 자유와의 관계를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명성의 손상은 특히 판단 주체의 가치관에 따라서 그 결론이 달라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와 희석화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서 명성의 손상을 인정하는 범위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비영리적 패러디의 목적으로 저명상표를 사용한 경우에는 명성의 손상을 인정하기 어렵다.126)
| 125) Community Federal Savings & Loan Ass'n v. Orondorff, 678 F.2d 1034 (11th Cir. 1982). 126) 우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의 희석화금지규정은 명시적으로 ‘비상업적 사용’이 제외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비영 리적 패러디는 희석화금지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판시한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도 있다: L.L.Bean, Inc. v. Drake Publishers, Inc., 811 F.2d 26 (1st Cir. 1987). |
(E) 희석화금지규정의 소급적용
부정경쟁방지법의 희석화금지규정이 그 시행일 이전의 상표사용에 대해서도 소급해서 적용되는지 여부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로, 개정 이전에 이루어진 상표등록이 희석화금지규정의 도입으로 인해서 소급해서 무효로 되는지, 둘째로 상표등록이 유효한가 무효인가는 별론으로 하고 개정 이전에 등록된 상표의 지속적인 사용행위에 대해서 희석화금지규정이 소급해서 적용됨으로써 책임을 지게 되 는지의 문제가 그것이다.
상표법은 개정법 시행(즉 1998년 3월 1일) 전에 행한 상표등록출원 및 지정상품의 추가등록출원에 관한 심사 및 거절결정에 대한 심판 그리고 그러한 등록출원에 의하여 등록된 등록상표에 대한 심판 및 소송 등에 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고 규정 하고 있다.127) 다시 말해서, 상표법은 상표출원인 또는 상표권자의 기대이익의 보호 또는 법적안정성을 위해서 개정법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부정경쟁방지법의 개정 이전에 이루어진 상표등록 가운데 등록단계 희석화방지규정(상표법 제7조 1항 12호)이 신설된 개정 상표법 시행일(즉 1998년 3월 1일) 이전에 출원등록된 상표에 대해서는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나 상표가 유효하게 등록된 이후에 부정경쟁방지법의 개정에 의해서 희석화금지규정이 시행됨으로써 그러한 등록상표의 사용이 희석화금지의 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부정경쟁방지법의 소급적용의 문제로 남는다.
| 127) 상표법 부칙<1997. 8. 22.> 제 2 조, 제 3 조. |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시행일(즉 2001년 7월 1일) 이전의 상표사용행위에 대해서는 희석화금지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부정경쟁방지법은 개정법의 시행일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소급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128) 과거의 행위에 대해서 법률적인 의무나 책임을 소급해서 부과한다는 것은 법률불소급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법적안정성을 크게 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은 희석화에 대한 구제수단으로 금지청구권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청구권까지 부여해 주고 있기 때문에 소급적용은 과거에 적법했던 행위에 대해서 사후에 배상책임을 부과하는 것으로 예상치 못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법적안정성을 깨뜨리는 것이다.
| 128) 2001. 2. 3.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부칙 제2조는 법 제2조 1호 다목(희석화금지규정)에 의한 부정경쟁행위를 한 자 에 대하여는 2001년 12월 31일까지는 제18조 3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동조 동항의 벌칙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시행일 이후의 행위에는 희석화금지규정이 적용된다. 따라서 침해상표 보유자가 저명상표가 국내에 널리 인식되기 이전에 먼저 사용하기 시작한 선사용자129)라거나 침해상표가 상표법에 따라서 유효하게 등록된 것이라거나 또는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주지성의 요건을 갖추어서 그 법의 보호대상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의 시행일 이후의 침해표장의 계속적인 사용에 대해서는 희석화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130) 다만 위 시행일 이전에 등록출원 또는 등록된 상표, 특히 등록단계 희석화방지규정으로서의 부등록사유에 관한 개정 상표법의 시행일, 즉 1998년 3월 1일 이전에 등록출원되어 등록된 상표의 부정경쟁방지법 시행일 이후의 계속적인 사용행위에 대해서 희석화금지규정이 적용되는지의 문제는 그 판단이 간단하지 않다. 예컨대 1998년 3월 1일 이전에 등록출원되어 등록된 상표는 등록거절 또는 등록무효의 대상은 되지 않지만 그와 같이 유효하게 등록된 상표의 사용행위가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하에서 희석화에 해당된다고 판단되어 그에 따른 책임을 진다고 해석할 것인가 문제된다. 그러나 희석화금지규정을 근거로 해서 등록상표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사실상 등록상표권을 박탈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게 되고, 이는 상표법의 소급제한에 관한 규정과도 모순되는 결과로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생각건대 상표법은 상표 부등록사유에 관한 개정 상표법의 시행일(즉 1998년 3월 1일) 이전에 등록출원 또는 상표등록된 상표는 등록거절 또는 등록무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함으로써 등록상표권자의 기대이익과 사적 재산에 관한 법적안정성을 보호해 주고 있는데, 그와 같이 유효하게 등록된 상표의 상표법상 적법한 사용이 부정경쟁방지법의 개정에 의해서 느닷없이 금지청구의 대상으로 되고 그 결과로 사실상 그 상표권이 박탈되거나 무의미해진다면 상표법의 불소급규정131)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고, 상표법에 다른 규정이 있으면 상표법 규정에 따른다고 하는 부정경쟁방지법 규정132)에도 반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는 해석인 것이다.
| 129)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조의2. 130) 서울고등법원 2001. 12. 11. 선고 99나66719 판결. 131) 상표법 부칙<1997. 8. 22.> 제2조, 제3조. 132)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5조. |
그러나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는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의 시행일 이후의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되고 미등록 저명상표의 보유자에게 손해를 가한 사실이 입증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등록상표권의 박탈과는 달리 행위책임만을 추궁하는 손해배상청구는 허용될 수 있다고 해석된다. 다만 다수의 제3자에 의해서 저명표장과 동일·유사한 표장이 다양한 상품을 지정상품으로 해서 등록된 후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의 시행일 이전부터 사용되어 왔다면, 이미 저명표장의 희석화가 이루어져서 더 이상 희석화될 저명성이 남아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어서133)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시행일 이후의 등록상표의 사용으로 인해서 출처혼동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식별력의 약화로 인한 손해가 과연 무엇인지 입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134)
| 133) 이러한 맥락에서 Tiffany처럼 보석류의 상표로서뿐만 아니라 다수의 국내 기업들에 의해서 다른 종류의 상품 을 지정상품으로 해서 등록 및 사용된 상표의 경우에, 외국에서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이미 희석화되어 있어서 더이상 희석화금지규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시되는 경우도 있는데, 서울지법 2003. 8. 7. 선고 2003카합1488 판결은 희석화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희석화금지규정을 지나치게 확대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134) Viacome Inc. v. Ingram Enters., Inc., 141 F.3d 886 (8th Cir. 1998): David S. Welkowitz, op. cit., pp. 348, 361. |
(F) 희석화의 예외
부정경쟁방지법은 타인의 상표를 비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기타의 정당한 사유로 사용하는 것은 희석화금지의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시행령은 기타의 정당한 사유로서 타인의 저명표지를 뉴스보도에 사용하는 경우, 타인의 성명이나 상호 등이 저명해지기 이전부터 그러한 성명이나 상호 등과 동일·유사한 표지를 먼저 사용해온 선사용자가 그 표지를 부정한 목적 없이 계속 사용하는 경우, 그 밖에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어긋나지 않도록 저명표지를 사용하는 경우를 예시하고 있다.135) 이와 같이 예시된 희석화 예외는 영미법상 소위 공정사용(fair use)의 법리를 반영한 예외로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희석화의 예외 가운데 특히 패러디가 그러한 예외로서 허용되는지 여부에 관해서 국내외 논의가 많다.
| 135)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조의2 (정당한 사유). |
a) 공정한 상거래 관행과 패러디
희석화 예외의 정당한 사유로 예시된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어긋나지 아니한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무엇인지 다시 말해서, 패러디가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따른 행위로서 희석화 예외사유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우리 부정경쟁방지법 희석화금지규정의 해석상 가장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첫째, 국내외 학설은 패러디가 저작권자나 상표권자의 이익을 심각하게 해하지 아니하면서 표현의 자유에 의해서 보호되어야 하는 소위 ‘공정사용(fair use)’으로서 허용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는데136) 우리 대통령령의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따른 행위라고 함은 그러한 ‘공정사용’을 허용한다고 하는 점을 명문의 규정으로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 136) 김양수, 패러디의 지적재산권법상 문제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7), 165면. 김우성, 패러디 항변의 도그마를 넘어서, 서울대학교 법학, 제56권 제1호 (2015. 3.), 167면 이하. William McGeveran, Rethinking Trademark Fair Use, 94 Iowa L. Rev. 49 (2008). |
둘째, 희석화 규정을 도입하기 위한 부정경쟁방지법 개정법률안에 관한 국회 심사 보고서도 패러디가 정당한 사유로 허용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어서, 패러디가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따른 행위로서 허용되어야 한다고 하는 점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즉, 동 심사보고서는 “저명상표의 명성이나 식별력 손상행위에 대한 보호는 이종상품에 대한 보호 수단인 만큼 비상업적 사용이나 동호회·패러디 등 헌법상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야기되지 않도록 앞으로 시행령 개정 시에는 정당한 사유 여부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하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137)
| 137)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중개정법률안 심사보고서(2001), 3면 내지 5면. |
셋째, 패러디에 관한 저작권법상 명문의 예외규정이 없더라도 우리 저작권법상 공정한 인용 또는 미국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으로 인정되어 온 것처럼,138) 상표패러디도 우리 상표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에 명문의 근거규정이 없더라도 공정한 인용 또는 공정이용에 가장 가까운 예외사유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따른 행위로 허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저작권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으로 일정한 범위의 패러디가 공정한 인용 또는 공정이용에 해당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처럼 상표보호와 표현의 자유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는 상표패러디도 뉴스보도와 마찬가지로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따른 행위로서 허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 138) 패러디에 관한 상기 논문에 공정한 인용 또는 공정이용으로서의 패러디에 관한 학설이 잘 소개되어 있고, 국내 판례로는 서태지 컴백홈을 코미디 소재로 사용한 소위 “컴배콤” 사건 (서울지방법원 2001. 11. 1.자 2001카합 1837 결정)에서 서울민사지방법원은 저작권침해를 인정하면서도 패러디가 공정한 인용으로 성립할 수 있다고 하는 이론적 가능성을 인정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Campbell v. Acuff-Rose Music, Inc., 510 U.S. 569 (1994)로부터 다수 판례가 패러디의 공정이용 성립가능성 및 그 요건에 관해서 상세한 설시를 하고 있고 다수 논문이 그에 관한 코멘트를 하고 있다. |
b) 패러디의 개념
상표패러디는 저명상표에 의해서 형성된 고상한 이미지와 모순되거나 조화될 수 없는 제3의 의미를 결합하거나 비교하는 등의 방식으로 풍자, 조롱, 비판, 농담, 유희, 재미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뜻한다.139) 패러디가 저작권법 사례에서 먼저 등장했고 상표패러디는 저작권법상의 사례를 논의의 출발점으로 활용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저작권법상의 패러디 개념은 좁은데 반해서, 상표법 또는 희석화에서의 패러디는 보다 넓은 개념으로 인정되고 있다.140) 다시 말해서, 저작권법상 패러디에 관해서는 원작품을 비판하기 위한 소위 직접적 패러디만을 허용하고 사회풍자를 위한 소재로 패러디하는 소위 매개적 패러디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는 엄격한 견해도 많지만,141) 이와는 달리 상표패러디(trademark parody)는 그 비판의 대상이 저명상표 자체이거나 사회 전반이거나 관계없이 즉 매개적 상표패러디도 상표권침해 또는 희석화의 예외사유로 널리 허용된다고 해석되고 있다.142) 예컨대, 강아지가 평소에 씹고 놀기 위한 강아지 장난감에 Louis Vuitton의 저명상표와 유사한 디자인 및 유사한 표장을 사용한 사안에서, 미국연방법원은 사치와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에 대한 조롱과 비판을 담고 있는 소위 매개적 패러디임에도 불구하고 희석화 예외사유로 인정한 바 있다.143)
| 139) Louis Vuitton Malletier S.A. v. Haute Diggity Dog, LLC, 507 F.3d 252 (4th Cir. 2007) at 260. 140) David A. Simon, The Confusion Trap: Rethinking Parody in Trademark Law, 88 Wash. L. Rev. 1021 (2013), p. 1077. 141) 소위 “컴배콤”사건에서 서울지방법원은 “당해 저작물이 아닌 사회현실에 대한 것까지 패러디로서 허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함으로써 매개적 패러디의 성립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공정이용으로서의 패러디에 관한 판단기준을 제시한 미국연방대법원도 Campbell v. Acuff-Rose Music, Inc., 510 U.S. 569 (1994)에서 유사한 구별을 전제로 해서 엄격한 해석론을 제시하고 있다. 142) David A. Simon, Op.cit., p.1077. Charles E. Colman, Law and the Prickly Ambivalence of Post-Parodies, 163 U. PA. L. Rev. Online 11 (2014), p. 45. Sonia K. Katyal, Stealth Marketing and Antibranding: The Love That Dare Not Speak Its Name, 58 Buff. L. Rev. 795 (2010), p. 840. 143) Louis Vuitton Malletier S.A. v. Haute Diggity Dog, LLC, 507 F.3d 252 (4th Cir. 2007) at 261. |
패러디에 관한 국내 사례가 극히 드물어서 그 성립요건이 명확히 확립되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144) 외국 선례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중요 하게 취급됨을 알 수 있다. 첫째, 상표의 저명성이다. 희석화가 성립하기 위해서도 상표가 저명해야 하지만, 패러디가 성립하기 위해서도 상표가 저명해야 한다. 상표 가 저명할수록 수요자들은 본래의 저명한 상표와 패러디의 차이 및 모순을 통해서 풍자나 유희를 명확하게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저명상표와 패러디와의 유사성이다. 일단 패러디가 저명상표와 유사해야만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고, 동시에 패러디가 저명상표와 다르다는 것이 명확해서 패러디를 통한 풍자 또는 유희 등의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셋째, 저명상표 상품/서비스와 패러디 상품/서비스의 차별성이다. 수요자들이 양 상품/서비스의 품질에 있어서 명확한 차이를 잘 인식할수록 패러디의 성립가능성은 높다. 바로 저명상표와의 유사성 및 저명상표상품과의 차이점을 판단함에 있어서 패러디를 통한 수요자의 출처혼동이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문제로 등장하는데, 이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패 러디의 메시지 또는 그러한 의도이다. 무임승차의 악의(bad faith)와 혼동하기 쉽지만, 패러디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무임승차에도 불구하고 더욱 명확히 풍자, 조롱, 비판, 유희, 재미 등의 의도가 객관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지 여부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상표보호로 인한 사익보다 표현의 자유의 보호에 의한 수요자 이익이 더 중요한 경우에 패러디는 허용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145)
| 144) Louis Vuitton 가방을 패러디한 ‘마이아더백(My Other Bag)’이라고 하는 토트백은 미국연방법원에서 상표패러디로 인정받은 바 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10.4., 2016가합36473판결은 마이아더백을 쿠션화장품을 넣 는 조그만 파우치백에 인쇄해서 사용한 것은 패러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아쉬운 결론을 내렸다. 145) Natalie A. Dopson, The Federal Trademark Dilution Act and Its Effect on Parody No Laughing Matter, 5 J. Intell. Prop. L. 539 (1998), p. 570. |
c) 출처의 혼동
패러디는 저명상표를 풍자, 조롱, 비판 등을 위해서 사용한 경우에 성립한다. 패러디는 저명상표를 연상케하지만 패러디상품/서비스는 저명상표 상품/서비스와 다른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할 때에 성립하기 때문에,146) 패러디에 의해서 출처혼동이 없다고 하는 점이 중요한 판단요소가 된다. 패러디는 저명상표를 출처표시 이외의 용도로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147) 논리필연적으로 출처혼동은 없고 출처혼동 여부에 관한 판단은 불필요한 것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148)
| 146) Louis Vuitton Malletier S.A. v. Haute Diggity Dog, LLC, 507 F.3d 252, 259 (4th Cir. 2007). 147) 미국연방상표법은 “출처표시(designation of source) 이외의 사용”으로 패러디 등의 공정사용(fair use)에 해당 되는 경우에 희석화 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5 U.S.C. §1125 (c)(3)(A). 148) Stacey L. Dogan and Mark A. Lemley, Parody as Brand, 105 Trademark Rep. 1177 (2015), p. 1183. |
미국사례이지만, 예외적으로 출처혼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사용을 인정한 사례도 있고 출처혼동을 이유로 패러디의 성립을 부인한 사례도 있다. 공정사용에 관한 사례이지만, 미국연방대법원이 출처혼동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표의 공정사용이 성립될 수 있음을 인정한 바 있다.149) 정반대로 패러디임에도 불구하고 혼동 가능성을 이유로 해서 침해의 책임을 인정한 어느 미국사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설문조사 결과 과반수의 응답자가 패러디임을 알았지만 패러디 당사자가 라이선스를 받았어야 한다고 한 응답을 했다는 사실은 응답자들이 상표법의 내용을 오해하고 있어서 나온 결과일 뿐이고 그러한 결과로부터 수요자들이 출처혼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증거판단을 했기 때문이다.150)
| 149) “[S]ome possibility of consumer confusion must be compatible with fairuse,” KP Permanent Make-Up, Inc. v. Lasting Impression I, Inc., 543 U.S. 111, 121 (2004); “[N]either classic or nominative fairuse should rise and fall based on a finding of likelihood of confusion,” Century 21 Real Estate Corp. v. Lendingtree, Inc., 425 F.3d 211, 222-23 (3d Cir. 2005). 150) Stacey L. Dogan and Mark A. Lemley, Op. cit., p. 1184. |
d) 패러디 메시지
패러디는 저명상표를 연상케 하면서도 저명상표와의 차별성 또는 모순을 통해서 풍자, 조롱, 비판, 농담, 유희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여기에서 무엇이 풍자 등의 메시지에 해당되는지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서 상당한 변화와 차이가 있다. 풍자와 유희의 고전적 의미는 상대방을 비난함으로써 성취감과 우월감을 느끼는 것이었고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진리와 아름다움을 공격하는 일체의 웃음을 자제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말한 바도 있다.151) 계몽주의 시대에 오면 풍자와 유머는 부조화(incongruity)와 모순(inconsistency)을 통해서 예술적 창조와 과학적 발견을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소통과 표현이라고 보게 된다. 그 후 프로이드와 같은 심리학자 등에 의해서 풍자와 유머는 불안감과 긴장감을 풀어주고 안도감과 즐거움을 주는 것으로 이해하게 되었다.152) 미국판례를 보더라도 희석화 규정이 도입된 이후 상표패러디의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저명상표의 이상적인 이미지와 비교/차별 화를 통해서 비판, 유쾌함, 웃음 등을 전달하는 것인지 여부”가 더욱 중시되고 있다.153)
| 151) Laura E. Little, Regulating Funny: Humor and the Law, 94 Cornell L. Rev. 1235 (2009), p. 1245. 152) Ibid., p. 1249. 153) Louis Vuitton Malletier S.A. v. Haute Diggity Dog, LLC, 507 F.3d 252, 260 (4th Cir. 2007). Jordache Enters., Inc. v. Hogg Wyld, Ltd., 828 F.2d 1482, 1486 (10th Cir. 1987). |
예컨대, Jordache v. Hogg Wyld154)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어느 청바지업체가 저명상표 “Jordache”와 유사한 “Lardashe”라고 하는 표지와 함께 밝은 색상의 커다란 돼지머리 도안을 함께 청바지 뒷주머니에 새겨서 판매한 경우에 제10순회항소법원은 피고에게 출처혼동의 의도보다는 고객을 즐겁게 하려고 하는 패러디 의도가 있을 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Jordache 사건에서 피고 경쟁업체가 패러디를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고급청바지로 저명한 원고 상표가 거구의 여성들을 위한 청바지와 조화되기 어렵다고 하는 부조화(incongruities)를 강조하는 것 또는 그러한 부조화를 통해서 공유하고자 하는 유쾌함이다. 법원은 그러한 메시지를 통해서 피고가 출처혼동의 의도보다는 패러디 의도로 원고 저명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경쟁업체에 의한 패러디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패러디가 오히려 저명상표의 식별력과 명성을 강화해준다고 평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155)
| 154) Jordache Enters., Inc. v. Hogg Wyld, Ltd., 828 F.2d 1482, 1486 (10th Cir. 1987). 155) Stacey L. Dogan and Mark A. Lemley, op. cit., p.1189. Deborah Wright, Don’t Be Cruel: Scope of Parody Curtailed in Elvis Presley Enterprises Inc. v. Capece, 29 Golden Gate U. L. Rev. 683 (1999), p. 712. |
e) 상업적 패러디
희석화의 예외로서 허용되는 패러디가 비상업적인 경우에만 허용되는지 아니면 상업적인 패러디도 포함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다. 우리 부정경쟁방지법이 비상업적 사용을 정당한 사유의 하나로 예시하고 있을 뿐이므로 상업적 사용에 해당되는 정당한 사유로서 상업적 패러디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이고 외국 판례 동향에도 부합된다. 기본적으로 희석화를 금지하는 데까지 상표의 재산권 보호범위를 확대해왔지만 모든 종류의 무임승차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업적 사용이더라도 패러디로서 저명상표의 사회적 역할에 웃음과 재미를 만들어 내거나 그에 관한 비판적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러한 무임승차 이상으로 훨씬 더 값진 사회적 기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156)
| 156) Stacey L. Dogan and Mark A. Lemley, op. cit., p. 1188. |
상업적인 패러디가 허용되는지 또는 비상업적 이용에 한해서만 패러디가 허용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저작물의 패러디보다 상표의 패러디가 더 넓은 범위에서 허용되어야 한다고 하는 견해가 많다.157) 저작권법은 공정이용의 판단기준의 하나로 그 이용목적이 영리를 위한 것인지 여부를 하나의 판단기준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상 상표는 상품과 서비스의 판매와 홍보를 위해서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 본래의 속성상 상업적 사용이라는 사실만으로 상표패러디의 성립을 부인하기는 어렵다.158)
| 157) Stacey L. Dogan and Mark A. Lemley, Parody as Brand, 105 Trademark Rep. 1177 (2015). Kyle Serilla, What’s in a Name: A Parody by any Other Name Would Smell As Sweet: A Dueling Case Study and Comment, 99 J. Pat. & Trademark Off. Soc’y 460 (2017) p. 477. Anthony Pearson, Commercial Trademark Parody, the Federal Trademark Dilution Act and the First Amendment, 32 Val. U. L. Rev. 973 (1998). Anthony L. Fletcher, The Product with the Parody Trademark: What’s Wrong with Chewy Vuitton, 100 Trademark Rep. 1091 (2010). 158) Patrick Emerson, “I’m Litigatin’ It”: Infringement, Dilution, and Parody under the Lanham Act, 9 Nw. J. Tech. & Intell. Prop. 477 (2011), p. 488. |
부정경쟁방지법도 희석화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정당화사유로서 “비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이외에 “공정한 상거래관행에 어긋나지 아니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상업적 사용이라고 하는 사실만으로 패러디의 성립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해석된다. “비상업적 사용”에 해당되지 않지만 “공정한 상거래관행에 어긋나지 아니한다고 인정되는” 패러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사례159)를 보더라도 저작권 침해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는 상업적 사용이라는 사실이 패러디의 성립을 부인하게 된 판단요소의 하나로 되기도 하지만 상표 희석화 책임이 문제된 사안에서는 상업적 사용인지 여부가 거의 문제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희석화는 저명상표 보유자와 경쟁관계에 있지 않는 경우에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패러디가 상업적으로 사용되더라도 상표보유자에게 아무런 해를 가하지 않는다고 평가된다.160) 미국연방상표법에 희석화와 그 예외사유를 규정하면서 비상업적 사용과 더불어 패러디가 별도의 희석화 사유로 규정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161) 희석화 규정의 도입으로 상표권이 강화된 만큼, 저명상표의 상업적 사용에 의한 소위 “상업적 표현의 자유(commercial freedom of speech)” 도 더 널리 인정될 필요가 있다고 하는 견해가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162)
| 159) 희석화 주장에 대한 항변으로서 패러디가 인정된 사례 가운데 비상업적 사용은 54%에 불과하다: David A. Simon, The Confusion Trap: Rethinking Parody in Trademark Law, 88 Wash. L. Rev. 1021 (2013), p. 1050. 160) James Richard Banko, “Schlurppes Tonic Bubble Bath”: In Defense of Parody, 11 U. Pa. J. Int’l Bus. L. 627 (1990), p. 647. 161) Samuel M. Duncan, Protecting Nominative Fair Use Parody and Other Speech-Interests by Reforming the Lanham Act, 44 U. Mich. J.L. Reform 219 (2010), p.239-241. 162) Deborah J. Kemp, Lynn M. Forsythe, and Ida M. Jones, Parody in Trademark Law: Dumb Starbucks Makes Trademark Law Look Dumb, 14 J. Marshall Rev. Intell. Prop. L. 143 (2015), p.183. |
상업적 사용임에도 불구하고 패러디의 성립을 인정한 미국 사례를 보면, 예컨대, 피고가 이름, 향기 및 포장에서 Tommy Hilfiger 향수와 유사한 Tommy Holedigger 라고 불리는 애완동물 향수를 만들어서 판매한 사안에서, 피고의 저명상표 사용이 상업적인 사용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피고가 주장하는 패러디 메시지가 무엇인지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뉴욕 남부 지방법원은 언어유희를 통해서 제품 이미지의 심각성을 무너뜨리고 저명상표의 연상을 통해서 자유롭게 웃을 수 있다는 점이 패러디 인정에 충분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163) 또한, 저명상표 루이비똥(Louis Vuitton)을 패러디해서 애완동물용품 “Chewy Vuitton”을 판매한 경우라거나 또는 저명상표 “Jordache”를 다른 청바지 경쟁업체가 패러디해서 동일한 상품 청바지에 “Lardashe”라는 표장을 부착해서 판매한 경우 등 저명상표의 상업적 사용의 경우에도 그 저명상표를 연상시킬 뿐 출처의 혼동이 없다면 성공적인 패러디에 해당된다고 해석되고 있다.164) 흥미로운 사실은 법원이 이러한 상업적 사용으로 인해서 피고가 무임승차를 했지만 당해 저명상표의 저명성 내지 명성이 오히려 증가한다고 하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하는 점이다.165) 따라서, 미국 사례 가운데 패러디가 성공적인 경우에는 아예 희석화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도 있다.166)
| 163) Tommy Hilfiger Licensing, Inc. v. Nature Labs, LLC, 221 F.Supp.2d 410 (S.D.N.Y. 2002) at 415. 164) Louis Vuitton Malletier S.A. v. Haute Diggity Dog, LLC, 507 F.3d 252, 266 (4th Cir. 2007). 165) Julie Zando-Dennis, Not Playing Around: The Chilling Power of the Federal Trademark Dilution Act, 11 Cardozo Women’s L.J. 599 (2005), p. 619. Patrick Emerson, Op.cit., p.489. 166) World Wrestling Federation Entertainment, Inc. (WWE) v. Big Dog Holdings, Inc., 280 F. Supp. 2d 413 (W.D. Pa. 2003) 등 미국 사례, David A. Simon, Op. cit., p. 1053에서 재인용. |
*출처: 정상조, 박준석,『지식재산권법』 (제6판, 홍문사, 2024년) 제5장 부정경쟁방지법 Ⅱ. 부정경쟁행위 5. 표지의 재산적 가치 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