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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의 보호
<AI 핵심 요약>
그동안 인격권으로만 보호받던 저명인의 명성과 식별표지는 이제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을 통해 명확한 '재산적 이익'으로 보호받게 되었으며, 무단 사용 시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1. 과거의 한계: 인격권 중심의 보호
2. 판례의 변화: '성과물 무단사용' 인정
3. 입법적 해결: 부정경쟁방지법 '타'목 신설 판례의 해석상 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최근 부정경쟁방지법이 개정되었습니다.
4. 퍼블리시티권 보호 체계 비교
5. 남겨진 과제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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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법률위키는 저자의 허락을 받아 『지식재산권법』(제6판)의 원문을 수록하였습니다. 본 저서의 전체 목차와 체계적인 분류는 [지식재산권법] 목차 및 전체 가이드: 정상조·박준석 공저 (제6판) 페이지에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 법원은 기본적으로 저명인의 명성을 인격권의 보호대상으로 보고 그 침해에 대한 위자료나 금지청구를 인정해왔다. 저명인의 성명과 초상에는 그 사람의 명성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저명인의 명성에 편승하기 위해서 허락 없이 저명인의 성명과 초상을 사용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경우에 경제현실은 명성이라고 하는 재산적 가치를 도용한 경우가 많지만, 우리 법원은 명성이 담겨있는 성명과 초상이 인격권의 보호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고 그 무단이용에 대한 정신적 손해로서 위자료의 지급과 침해금지를 명한다.307) 초상이나 성명에 대한 인격권을 직접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성문법 규정은 없지만, 저명인의 허락 없이 초상이나 성명을 이용함으로써 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고 그러한 침해행위를 방치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행복추구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법한 것이다. 따라서, 타인의 성명이나 초상을 허락없이 이용하는 행위는 위법한 것으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될 수 있고, 이와 같이 불법행위의 법리에 의해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는 인격권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성명이나 초상에 관한 인격권의 침해가 발생한 경우 그에 대한 손해 배상으로 위자료를 인정하고 그러한 위자료의 지급만으로는 만족적이고 효율적인 구제를 받을 수 없는 초상권의 속성상 그 침해의 정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도 인정되고 있다.308)
| 307) 서울지방법원 1993. 7. 8. 선고 92가단57989 판결,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1997. 8. 7. 선고 97가합8022 판결, 서울고등법원 1990. 5. 4. 선고 89나36528 판결. 308) 대법원 1996. 4. 12. 선고 93다40614, 40621 판결. |
초상이나 성명이 퍼블리시티권이라고 하는 재산권의 보호대상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서, 우리 법원은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309) 그 주된 이유는 물권 또는 물권에 유사한 재산권은 성문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는 한 그 성립요건, 이전 또는 상속 가능 여부, 보호대상, 존속기간, 침해 시 구제수단 등 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310) 그러나, 재산권에 관한 성문법 규정이 없어도 재산적 가치를 가진 이익을 불법행위의 법리에 의해서 보호할 수 있음을 물론이고 그러한 불법행위 법리에 의해서 판례상 재산권이 인정될 수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유명한 연예인 등의 초상과 성명은 재산으로 거래의 대상이 되어 왔고 그 무단이용 시 법원이 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도 위자료산정과는 달리 모델료 등의 재산적 손해배상액 산정의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그 권리 이전이나 상속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거래 현실은 인격권의 개념으로는 설명하기도 어렵고 손해액 산정에 있어서도 위자료 산정의 불합리한 측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명인의 초상이나 성명 또는 목소리나 이미지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산적 권리로서의 퍼블리시티권이라는 개념을 인정한 하급심판결이 가끔 나오고 있다.311)
| 309) 서울고등법원 2015. 1. 30.선고 2014나2006129 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14. 7. 24. 선고 2013가합32048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8. 28. 선고 2013카합552431 판결 등. 310) 서울고등법원 2002. 4. 16. 선고 2000나42061 판결. 311) 서울고등법원 2005. 6. 22. 선고 2005나9168 판결. |
우리 판례의 대부분은 성문법에 명백히 요건과 권리 내용 등에 관한 규정이 없는 한 재산권으로서의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재산권의 보호와 불법행위 법리에 의한 재산적 가치의 보호를 명확히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영업비밀의 보호가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그 영업비밀에 관한 재산권을 부여해준 것과 마찬가지인 것처럼, 저명인의 성명과 초상에 관한 재산적 가치가 불법행위의 법리에 의해서 보호된다면 성명과 초상에 관한 재산권을 인정하는 것과 거의 마찬가지일 것이다. ‘퍼블리시티’라고 하는 용어를 사용하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저명인의 성명과 초상을 허락없이 이용하는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의 위반에 해당한다면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저명인의 성명, 초상, 목소리, 이미지 등에 포함되어 있는 명성을 무단이용하는 행위가 우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의 투자 노력의 성과물 무단사용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네이버가 연예인들의 성명을 이용한 키워드 검색 광고서비스를 제공하자 소녀시대를 비롯한 56명의 연예인들이 퍼블리시티권의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를 주장하면서 제기한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성명은 인격권으로 보호할 수 있으므로 별도로 퍼블리시티권이라고 하는 재산권을 인정할 필요도 없고 인정할 법적 근거도 없다고 단정한 후, 키워드 검색광고는 포털사이트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사업방식이므로 네이버가 연예인의 성명을 이용한 키워드 검색광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에서 규정한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312) 이 사안에서는 법원이 기본적으로 연예인의 성명이 검색어로 사용된다고 해서 연예인들의 사회적 평가와 명성 등의 인격적 이익이나 재산적 이익이 침해된 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부정경쟁행위의 성립도 부인한 것으로 보인다.
| 312) 서울고법 2015.1.30, 2014나2006129 판결. |
키워드 검색광고와 달리 화보집의 제작 판매는 저명인의 명성에 들어있는 재산적 가치를 부정차용한 것으로 보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무단으로 BTS의 사진을 수록한 화보집을 제작해서 판매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BTS 소속 엔터테인먼트기업의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쌓은 명성·신용·고객흡인력을 무단으로 이용한 것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엔터테인먼트기업은 BTS 구성원들을 선발하여 전속계약을 체결한 후 훈련을 통해 구성원들의 능력을 향상시켰고, 그들의 활동을 기획하고 음원, 영상 등의 콘텐츠를 제작·유통시키기 위한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해서, BTS의 명성·신용·고객흡인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는데, 연예인의 이름과 사진 등을 상품이나 광고 등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예인이나 소속사의 허락을 받거나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산업분야의 상거래 관행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허락없이 무단으로 BTS의 사진을 수록한 화보집을 제작해서 판매한 것은 부정경쟁방지법 카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313) 연예인의 퍼블리시티와 같은 재산적 가치가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서 보호될 수 있음을 확인한 대법원결정이다. 다만, 연예인의 명성과 고객 흡인력 또는 퍼블리시티라고 하는 재산이 누구에게 귀속되는 것인지에 관한 아무런 검토없이 당연히 소속사의 재산인 것처럼 전제하고 판단한 것은 다소 아쉽고 향후 검토해봐야 할 쟁점으로 남는다.
| 313) 대법원 2020. 3. 26.자 2019마6525 결정. |
저명인의 명성과 신용을 허락없이 차용한 경우에 관한 부정경쟁방지법의 해석 및 적용에 관한 대법원의 해석은 상당히 많은 변화를 보여왔다. 박상민의 외모를 모방하여 명성을 무단사용한 경우에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표지 또는 출처표시의 혼동을 초래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소극적인 입장에서부터 저명 연예인의 성명과 초상을 허락없이 이용하여 화보집을 만든 행위가 성과물 무단사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적극적인 입장으로 변화해왔다. 저명인의 입장에서 보면 때로는 자신의 성명이나 초상을 인격권의 보호대상으로 보고 민법상 불법행위를 청구원인으로 주장할 수도 있고 때로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물로 보고 부정경쟁행위를 주장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저명인의 고객흡인력 내지 재산적 가치를 가진 명성과 신용을 법적으로 보호함에 있어서 기존의 판례에는 여전히 어색하고 불합리한 측면이 숨겨져 있었다. 인격권으로 보호하는데에는 저명인의 명성과 신용이 가진 재산적 가치를 설명하거나 배상받는데 어려움이 있고, 저명인의 성명과 초상이 혁신과 창작의 성과물 그 자체라고 보기에도 다소 부정경쟁행위의 상당한 확대해석이 아닌가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혼란스럽고 부적절한 판례의 해석론을 입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최근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은 제2조 제1호 타목에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하나로 신설하게 되었다. 이제 부정경쟁방지법은 저명인의 성명과 초상과 같은 식별표지의 무단사용을 부정경쟁행위로 취급함으로서 명성과 신용의 재산적 가치를 정면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우리 부정경쟁방지법에서 ‘타인’의 개념이 개인 뿐만아니라 기업과 법인을 포함하는 영업주체를 포괄적으로 표시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식별표지의 주체도 저명 연예인이나 개인에 한정하지 않고 소속사를 비롯한 기업도 포함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또한 저명인의 식별표지는 인격권과 달리 양도하거나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저명인의 식별표지 즉 퍼블리시티의 보호에 관하여는 이미 많은 미국판례가 축적되어 있어서 우리 부정경쟁방지법의 해석에 참고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출처: 정상조, 박준석,『지식재산권법』 (제6판, 홍문사, 2024년) 제5장 부정경쟁방지법 Ⅳ. 퍼블리시티권 2. 명성의 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