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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기타의 성과물 무단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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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심 요약>

성과물 무단사용 조항은 "타인의 노력을 훔치지 말라"는 도덕적 원칙과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라"는 경제적 원칙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단순히 '무임승차'라는 이유만으로 제재하기보다, 해당 행위가 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부정한 수단'인지 엄격히 따져야 합니다.

1. 일반조항의 정의와 도입 배경

  • 정의: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물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사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 도입 목적: 기술 발전과 시장 변화로 인해 기존의 상표법, 저작권법, 혹은 부정경쟁방지법의 개별 조항(자~타목)만으로는 다 포괄할 수 없는 신종 무임승차 행위를 규제하기 위함입니다.
  • 역사적 계기: 포털 사이트 광고 가로채기 사건, 방송 드라마 이미지 무단 도용 사건 등에 대한 대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을 입법적으로 수용하여 2013년에 신설되었습니다.

2. 일반조항의 핵심 원칙: '보충성'

이 조항은 개별 규정이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을 채워주는 '보충적 조항'입니다. 따라서 적용 시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 신중론: 저작권이나 디자인권의 보호 요건(창작성 등)을 갖추지 못했거나 보호 기간(예: 상품 형태 3년)이 지난 것을 일반조항으로 다시 보호하게 되면, 기존 지식재산권 체계의 법 정책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 법적 안정성: 시장 참여자들이 "이 행위는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니 괜찮다"고 판단했는데, 갑자기 일반조항으로 제재를 가하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되어 산업 전체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3. 주요 판례와 논란의 지점

법원은 사안에 따라 상반된 시각을 보이기도 하여 해석상의 혼란이 존재합니다.

  • 인정 사례 (JTBC 당선자 예측조사 사건): 지상파 3사가 막대한 비용을 들인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 공개한 행위는 시간적 중요성을 가진 '성과물'을 부정하게 사용한 것으로 보아 위법성을 인정했습니다.
  • 비판 사례 (눈알가방/골프장 이미지 사건): 에르메스 백이나 골프 코스 이미지를 일반조항으로 보호한 것에 대해서는, 이미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거나 다른 법령으로 보호되지 않는 것까지 과도하게 보호하여 후발 주자의 자유로운 경쟁을 막았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4. 위법성 판단 기준: '공정한 상거래 관행'

모든 무임승차가 부정경쟁행위는 아닙니다. 단순한 모방을 넘어 '창조적 모방'이나 사회적으로 유익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우는 허용되어야 합니다.

  • 위법성 인정 기준: 1. 계약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경우 2. 부정한 수단(해킹 등)으로 정보를 취득한 경우 3. 규제하지 않을 시 창작 의욕이 현저히 위축될 것으로 보이는 경우

* 본 법률위키는 저자의 허락을 받아 『지식재산권법』(제6판)의 원문을 수록하였습니다. 본 저서의 전체 목차와 체계적인 분류는 [지식재산권법] 목차 및 전체 가이드: 정상조·박준석 공저 (제6판) 페이지에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출처혼동이나 품질오인 여부에 관계없이 타인의 투자나 노력의 성과물을 무단사용하는 행위(파목)를 포괄적으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195) 부정경쟁방지법은 한편으로는 출처혼동이나 품질오인을 방지함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두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출처혼동이나 품질오인과 관계없이 상품형태, 아이디어, 데이터, 퍼블리시티와 같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에 의하여 만들어진 무형자산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다시말해서 부정경쟁방지법은 ‘상품형태 모방’(자목), ‘아이디어 부정사용’(차목), ‘데이터 부정사용’(카목), ‘퍼블리시티 부정사용’(타목)이 상표권이나 저작권의 침해에 해당하지 않고 출처혼동이나 품질오인의 우려가 없더라도 타인의 투자나 노력에 의하여 만들어진 무형자산을 부정차용하는 행위로 위법성이 크다고 보아 부정경쟁행위로 나열하여 규정한 것이다. 부정경쟁방지법이 성과물 무단사용에 관한 규정을 둔 것은 상품형태, 아이디어, 데이터, 퍼블리시티 이외에 기타의 성과물 무단사용을 부정경쟁행위로 규제하기 위하여 마련한 보충적 일반조항이다.

195) 성과물 부정차용에 관한 부정경쟁행위는 2013. 7. 30. 부정경쟁방지법을 일부개정한 법률 제11963호 에 의하여 신설됨.

 

가.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일반조항

성과물 무단사용에 관한 부정경쟁방지법 규정은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보충적 일반조항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종전까지 부정경쟁방지법은 출처혼동이나 품질오인을 일으키는 행위 또는 희석화처럼 저명표지의 재산적 가치를 침해하는 행위 등은 부정경쟁행위로 보고 구제수단을 부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기술이 발전하고 시장이 변화하면서 경쟁업자의 투자나 노력에 무임 편승하는 훨씬 더 다양한 부정경쟁행위가 나타날 수 있다. 타인의 투자나 노력의 결과물을 무단사용하는 것을 부정경쟁행위로 제시한 부정경쟁방지법 규정은 기술발전과 시장변화에 따라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부정경쟁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일반조항으로 도입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부정경쟁방지법 성과물 무단사용에 관한 파목 규정은 그 앞에서 타목까지 열거한 부정경쟁행위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기술발전과 시장변화로 인하여 새로운 부정차용행위가 등장하고 그러한 부정차용에 대한 구제수단을 부여해주지 않는다면 관련 시장에서 바람직한 투자와 노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그러한 부정차용행위에 대한 구제수단을 부여하기 위한 일반조항인 것이다.

부정경쟁방지법상 일반조항이라고 볼 수 있는 투자·노력의 성과물 무단사용행위 규정은 2010년 대법원이 확인한 새로운 유형의 불법행위를 입법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 도입되었다는 점에서 입법사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규정이다. 다시 말해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접속한 인터넷 사용자들의 모니터에서 프로그램을 이용한 광고행위를 함으로써 그 포털사이트의 광고이익을 가로채감으로써 포털사이트 광고프로그램업자와의 사이에 발생한 분쟁에서, 대법원은 광고프로그램업자의 행위가 그 포털사이트의 투자나 노력의 결과 형성된 신용과 고객흡인력을 무단사용하는 불법행위에 해당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196) 대법원은 타인의 투자나 노력의 결과물을 무단사용하는 행위가 ‘넓은 의미의 부정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된다는 점을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그 불법행위에 대한 구제수단으로 일정한 요건 하에 금지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196) 대법원 2010. 8. 25. 자 2008마1541 결정.

대법원은 포털사이트의 신용과 고객흡인력을 무단사용하는 행위가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획기적인 판결을 내린 후 방송 드라마에 나오는 의상, 소품, 모습, 배경 등을 부정차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동일한 법리를 적용했다. “HELLO KITTY” 캐릭터 제품을 제조·판매하면서 방송드라마 “겨울연가”, “황진이”, “대장금”, “주몽”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의상, 소품, 모습, 배경 등으로 꾸민 캐릭터 제품을 제조·판매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방송사 등의 상당한 노력과 투자로 만들어진 드라마의 명성과 고객흡인력을 무단으로 이용하여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침해한 것으로 보고, 그러한 부정차용행위는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판시했다.197)

197)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20044 판결.

부정경쟁방지법은 이미 다양한 유형의 부정경쟁행위를 열거해서 규정하고 있고 그와 같이 열거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보충적으로 적용하기 위하여 대법원 판례를 반영한 일반조항을 신설하게 된 것이다.198)

198) 법률 제11963호, 2013. 7. 30., 일부개정, 시행 2014. 1. 31.

 

나. 일반조항의 보충성

성과물 무단사용에 관한 법조항은 보충적 일반조항으로서의 신중한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199) 기존의 지식재산권 관련 법제도 내에서는 예상할 수 없고 미처 포섭할 수 없었던 유형의 행위를 규제해야 할 예외적이고 특별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성과물 무단사용에 관한 조항이 보충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내지 타목에서 열거된 부정경쟁행위의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는 행위에 대하여 지나치게 넓은 범위에서 성과물 무단사용으로 보고 규제 한다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내지 타목의 규정은 존재의미를 잃게 되고 경쟁사업자들은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또한 저작권법이나 디자인보호법 등의 보호대상(subject matter)에 해당하지만 그 보호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존속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물 무단사용으로 보고 규제한다면 저작권법이나 디자인보호법 등의 법정책이 왜곡되고 관련 산업의 경쟁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199) 나종갑,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은 사냥허가 (hunting license)인가?, 지식재산연구 제15권 제4호 (2020. 12), 149-190면. 문선영, 부정경쟁방지법상 ‘기타 성과 등 무단사용행위’에 대한 비판적 고찰, The Journal of Law & IP 제12권 제1호, 125-174면.

하급심 판결이지만, 안경테 디자인의 모방이 문제된 사례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디자인보호법에 따른 등록 요건을 갖추지 아니하고 부정경쟁방지법상 주지성 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자신의 상품을 제작한 때로부터 3년이 지나 타인에 대 하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도 없는 사람에 대 하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현행법의 파목)의 보충적 일반조항을 적용 해서는 곤란하다고 판시했다.200)

200)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8. 29.자 2014카합80386 결정(확정).

성과물 무단사용에 관한 일반조항의 보충성을 무시하고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 한다면 법적안정성을 깨뜨리고 잠재적 투자와 혁신의 노력을 오히려 위축시킬 수 있다. 하급심 판결이지만, 직방앱이 네이버부동산 및 매경부동산의 매물정보를 무단이용한 것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 문제된 사안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직방에 의한 매물정보의 무단이용이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 행위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해석한다면, 자신의 행위가 기존의 다른 법률 조항에서 금지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시장 참여자에게 불측의 제재를 가하는 것이 되어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성과물 무단사용'에 관한 일반조항은 매우 예외적으로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201)

20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2. 29.자 2017카합81043 결정.

부정경쟁방지법 성과물 무단사용에 관한 일반조항을 도입한 배경이 된 대법원 판결은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구제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신중한 판단을 요구한 바 있다. 대법원은 성과물 무단사용과 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구제수단으로 금지청구권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① 손해배상만으로는 만족적인 구제가 어렵고 ② 침해금지로 인해서 보호되는 피해자의 이익과 그로 인한 가해자의 불이익을 비교해서 피해자의 이익이 더 큰 경우에 한정해서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202) 부정경쟁방지법은 대법원판례를 반영해서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일반조항을 신설하면서 금지청구권의 요건에 관해서는 아무런 개정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그 결과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은 대법원이 제시한 금지청구권의 성립요건에 관한 기준은 무시한 채 성과물 무단사용행위가 언제나 금지청구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규정하게 되었다.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일반조항은 대법원 판례에서와는 달리 아주 날카로운 양날의 칼과 같은 규정이 되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부정경쟁방지법의 집행에 의해서 투자나 노력의 결과를 보호하고 촉진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다른한편으로 과도하게 넓은 범위에서 부정경쟁행위를 인정하고 별다른 제한 없이 침해금지청구도 받아들이게 되면 오히려 바람직한 투자나 노력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이 아무런 제한 없이 침해금지청구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일반조항의 적용에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성이 더 큰 것이다.

202) 대법원 2010. 8. 25. 자 2008마1541 결정.

성과물 무단사용에 관한 일반조항은 도입된지 10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우리 법원의 판례는 성과물 무단사용에 관한 일반조항의 보충성에 관한 상반된 결론을 보여주고 있어서 상당히 혼란스러운 실정이다. 예컨대 영업외관 또는 트레이드 드레스의 모방이 성과물 무단사용에 해당되는지에 관하여 상반된 하급심 판결을 볼 수 있다. 일식 식당의 주방장이 상호와 내부 인테리어를 모방해서 새로운 식당과 홈페이지를 운영한 사안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주지성 요건 등 기존의 부정경쟁행위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투자·노력의 성과물 무단사용에 관한 일반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추가적으로 보호필요성이 있음을 입증한 경우에 제한적으로만 허용되어야 한다고 하는 신중론을 유지한 바 있다.203) 이와는 달리, 단팥방 빵집의 종업원이 창업자 빵집의 인테리어와 매대 배치 방식은 물론 빵 모양까지 거의 비슷하게 만들어 새로운 단팥빵집을 개점하고 더 나아가 가맹점을 모집한 사안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인테리어 등의 매장 이미지는 창업자가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서 만든 성과물로서 보호가치가 있다고 보고 무단사용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204) 단팥방 주인의 투자와 노력의 성과물이 소비자들에 잘 알려진 트레이드 드레스에 해당한다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영업표지로 보호 받을 수 있을 것이다.205) 단팥방 사건이 있은 후, 영업방법이나 영업장소의 전체적 외관을 모방하여 출처의 혼동을 초래하는 행위가 영업표지모방에 의한 부정경쟁행 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부정경쟁방지법이 개정된 바 있다.206) 그러나, 단팥방 주인이 만들어낸 성과물이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표지로 보호받기 어려운 것이라면, 경쟁업체의 자유로운 경쟁을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부정 경쟁방지법이 법목적에서 제시한 “건전한 거래질서”에 부합되는 해석일 것이다. 성 과물 무단사용에 관한 규정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적용한다면 관련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투자와 혁신 노력을 위축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203) 퓨전일식 모모코(MoMoKo)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8. 28. 선고 2013가합552431 판결(확정).  
204) 서울고등법원 2016. 5. 12. 선고 2015나2044777 판결 (대법원 2016. 9. 21. 선고 2016다229058 판결은 심 리불속행으로 상고기각). 
205) 특허법원 2017. 8. 17 선고 2017나1568 판결.  
206) 법률 제15580호, 2018. 4. 17., 일부개정, 시행 2018. 7. 18.

 

다. 투자·노력의 성과물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서 보호해야 할 성과물인지 여부는 투자 또는 노력의 결과물이 갖게 된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결과물에 화체된 고객흡인력, 해당 사업 분야에서 결과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판단할 수 있다.207) 하급심 사례지만 ‘당선자 예측조사 결과’는 그러한 성과물에 해당한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지상파 3사는 24억원을 투입해서 전화조사 및 출구조사를 통해 ‘당선자 예측조사 결과’를 만들었는데, JTBC 종편 방송사가 지상파 3사의 허락없이 그 결과를 미리 입수해서 지상파보다 일찍 방송으로 공개한 사안에서, 서울 중앙지방법원은 원고들이 생산한 ‘당선자 예측조사 결과’는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든 성과물로 부정경쟁방지법 카목의 보호대상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208) ‘당선자 예측조사 결과’는 투표가 종료된 때로부터 개표 결과 당선이 확정되기 이전까지 시간적 중요성을 가진 데이터인데, 그 데이터는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지만 JTBC가 약속을 깨고 허락없이 그 데이터를 미리 공개한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물 무단사용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미국 부정차용(misappropriation)법 리209)의 보호대상으로 인정된 바 있는 핫뉴스(hot news)와 마찬가지로 ‘당선자 예측조사 결과’는 시간적 중요성을 갖춘 데이터로서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만들어진 성과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무임승차를 부정경쟁행위로 본 것은 타당한 것이다.

207)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7다217847 판결.  
208)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8. 21. 선고 2014가합43866 판결.  
209) International News Service v. Associated Press, 248 U.S. 215 (Supreme Court, 1918).

무엇이 성과물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은 일반조항의 보충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기본적으로 대법원은 투자·노력의 성과물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그 성과물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공공영역(公共領域, public domain)에 속하지 않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210) 원고가 보호받고자 하는 성과물이 상품이나 영업의 출처나 형태 등과 같이 구체적으로 나열된 부정경쟁행위 유형의 보호대상에 해당되지만 그 보호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는 경쟁업자도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한다고 보고 성과물 무단사용의 일반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조항의 보충성에 부합되는 신중론에 해당할 것이다.

210)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6다276467 판결.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20다220607 판결.

대법원은 기본적으로 공공영역과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해야 할 성과물을 구별하면서도 구체적인 사안에 있어서는 공공영역에 속하는 것까지 보호해주는 과잉보호 내지 해석상 오류를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골프장들을 무단 촬영한 후 그 사진 등을 토대로 3D 컴퓨터 그래픽 등을 이용하여 스크린골프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판매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골프장 회사가 골프코스에 대하여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없더라도 투자·노력 성과물의 무단사용에 대한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211) 대법원은 골프장의 지형, 경관, 조경요소, 설치물 등이 결합된 골프장의 종합적인 ‘이미지’는 골프장 회사의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물로 보호대상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골프장의 지형, 경관, 조경요소, 설치물 등으로 만들어진 이미지가 골프코스 설계도에 따라서 만들어진 건축저작물과 어떤 점에서 다른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고, 건축저작물의 사진촬영이 저작권침해의 예외로서 허용된다면 공공영역에 속하는 골프장 이미지 이용에 대하여 무단사용의 법리를 잘못 적용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저작권침해를 주장할 수 없는 자에게 부정경쟁방지법상의 구제수단을 부여해주는 잘못된 은혜를 베푼 것은 아닌지 등의 의문이 제기된다.

211)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6다276467 판결.

성과물 또는 공공영역에 관한 잘못된 해석은 ‘눈알가방’ 사건에서 다시 되풀이되었다. 눈알가방 사건에서 에르메스 백의 상품형태는 출처표시로 보호받을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출시된지 이미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상품형태를 투자·노력의 성과물로 보호한 대법원판결212)은 상품형태의 과잉보호에 해당하고, 그러한 과잉보호로 인하여 출처표시 및 상품형태의 보호에 관한 부정경쟁행위 유형은 그 존재의미를 잃게된다. 저작물이나 디자인 또는 발명으로 현행법상 명백히 보호되는 것이 아니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소위 공공영역 (public domain)에 속한다고 볼 때에만 비로소 헌법상 보장된 ‘영업의 자유’가 확보될 수 있고 부정경쟁방지법이 추구하는 ‘건전한 거래질서’를 달성할 수 있다. 눈알 가방 사건에서 대법원은 성과물 무단사용에 관한 일반조항의 ‘보충성’을 무시하고 선발주자의 성과물을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후발주자의 창의와 자유를 희생시킨 결과를 초래했다.

212)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7다217847 판결.

경쟁적인 시장환경에서 모든 무임승차 행위를 법적으로 규제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그러한 규제로 인해서 사회전체가 치러야 할 비용이 더 큰 경우도 많다. 미국의 부정차용(misappropriation)의 법리에 대해서도 많은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213) 특히 제7순회연방항소법원판사를 역임한 저명한 법경제학자 Richard Posner교수는 “무임승차(free-riding)”라는 개념이 너무나 광범위하고 애매모호하 기 때문에 무임승차를 규제하기 위한 부정차용의 법리 가운데 상당부분은 폐기처분해야 한다고 하는 날카로운 비판을 한 바 있다.214) 미국 사례이지만, 농구를 비롯한 각종 운동경기의 실시간 점수 및 운동선수 관련 통계자료를215) 허락없이 이용하는 것이 부정차용(misappropriation)에 해당하는지를 둘러싸고 제1심과 항소심 의 상반된 해석이 논란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미국농구협회(NBA)는 농구경기를 주최하고 방송사업자들은 NBA와의 계약으로 중계료를 지급하면서 농구경기를 중계했다. 이동통신사업자가 계약체결도 없이 휴대폰을 통해서 농구경기 점수와 선수 관련 통계자료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해서 NBA의 성과물을 부정차용한 것인지 문제 된 사안에서, 연방지방법원은 이동통신사업자의 서비스가 부정차용에 해당한다고 본 반면에, 항소법원은 운동경기 정보가 저작권의 보호대상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휴대폰으로 운동경기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으로 유익하고 적법한 행위라고 판시했다.216)

213) Michael E. Kenneally, Misappropriation and the Morality of Free-Riding, 18 Stan. Tech. L. Rev. 289 (2015), pp. 327-328.  
214) Richard A. Posner, Essay: Misappropriation: A Dirge, 40 Hous. L. Rev. 621 (2003), p. 625.  
215) 예컨대, 특정 프로농구선수의 실적이라거나 농구공을 골에 집어넣는 확률 등과 같이 프로운동경기 애호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다양한 통계자료가 있다.  
216) The 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 v. Motorola, Inc., 105 F.3d 841 (2d Cir. 1997).

흥미로운 사실은 국내에서도 하급심 가운데 무임승차가 ‘창조적 모방’에 해당 하는 경우에는 부정경쟁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하는 해석론을 펼친 사례가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매치-3-게임” 등의 게임규칙을 무단이용하는 것이 저작권침해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되는지 문제된 사안에서, 서울고등법원은 단순 모방 또는 직접적 모방과 달리 새로운 게임을 제공하는 창조적 모방 또는 예속적 모방의 경우에는 무임승차라고 해서 언제나 부정경쟁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217) 저작물이나 특허발명과 같은 창작이나 혁신의 성과물을 무단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유로운 경쟁 내지 제2의 창작과 혁신을 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공정한 경쟁질서에 해당된다고 보는 신중론을 택한 것이다.

217) 서울고등법원 2017. 1. 12. 선고 2015나2063761 판결.

 

라. 공정한 상거래 관행/경쟁질서

성과물 무단사용이 언제나 부정경쟁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성과물 무단사용이 불법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행위의 위법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정경쟁방지법은 성과물 무단사용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 경우에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과물 차용의 위법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우리 부정경쟁방지법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지 여부를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인지는 시장상황, 기술수준, 소비자인식 등과 같이 구체적 사안에 따라서 달라지는 극히 추상적인 기준이다.

타인의 성과물에 대한 개량이나 보완의 노력없이 그대로 이용하는 단순모방(dead copy)의 경우에는 성과물 자체가 법적으로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성과물 차용 그 자체로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소개한 ‘눈알가방’ 사건에서처럼 타인의 성과물을 차용하되 패러디 또는 창작적인 노력과 투자를 한 창조적 모방의 경우에는 위법성을 인정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위법성을 인정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무엇인지 검토하기 위해서, 독일 부정경쟁방지법의 일반조항에서 행위의 위법성 즉 ‘불공정성’218)을 인정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본 다양한 선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성과물 차용이 계약상 의무나 신의칙에 반하여 이루어진 경우, 부정한 수단에 의해 타인의 성과물을 파악하여 차용한 경우, 기타 정보를 취득한 양태로 모방한 경우, 또는 성과물 차용이 부정경쟁행위로 규제되지 않는다면 인센티브의 부족으로 투자와 혁신의 노력이 위축된다고 볼만한 기타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219)

218) Gesetz gegen den unlauteren Wettbewerb (UWG), Section 3a.  
219) 박성호, 지적재산법의 비침해행위와 일반불법행위, 정보법학 제15권 제1호 (2011), 192-231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물이더라도 저작권, 디자인권, 특허권 등의 지식재산권에 의한 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는 성과물이라면 그 성과물을 차용해서 경쟁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성과물 차용이 위법하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부정경쟁행위로 규제하는 것은 예외적으로 인정할 수 있을 뿐이고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한다. 자유로운 경쟁과 시장 참여의 평등한 기회는 부정경쟁방지법을 비롯한 대한민국 법질서의 기본원칙이다. 따라서, 성과물 차용의 위법성은 엄격하고 명확한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성과물 무단사용의 일반조항의 적용은 신중해야 한다.220)

220) 서울고등법원 2019.9.26. 선고 2018나2052021 판결.

 

*출처: 정상조, 박준석,『지식재산권법』 (제6판, 홍문사, 2024년) 제5장 부정경쟁방지법 Ⅱ. 부정경쟁행위 10. 기타의 성과물 무단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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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작성일시: 2026년 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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