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분석] 디자인을 대비할 때 확대나 회전을 해도 될까? – 전기 담요 디자인 분쟁 사례로 알아본 디자인 유사성 판단 기준 (특허법원 2021허6467 판결)
디자인의 미적 가치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동일한 디자인이라도 어느 방향에서 보는지, 혹은 특정 부분을 확대하여 보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심미감을 줄 수 있다. 특히 접거나 펼치는 등 형태의 변화가 자유로운 제품의 경우, 특정 상태에서는 상이해 보이던 두 디자인이 특정 부분을 확대하거나 회전시켜보면 유사성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디자인의 유사 여부는 어떠한 방식으로 판단해야 하는가?
전기 담요 디자인과 관련된 분쟁 사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에 해당 사례를 통해 디자인 유사 여부 판단 시 확대나 회전과 같은 동적인 대비 방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사건의 개요
X는 2018년 3월 5일, '침구용 원단'에 대한 디자인(이하 '이 사건 등록디자인')을 출원하여 같은 해 7월 31일 디자인권을 등록했다. 이후 2020년 8월 13일, A가 X로부터 해당 디자인권을 이전받았다. A는 B가 자신의 디자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경고장을 발송했고, 이에 B는 2020년 8월 24일, 이 사건 등록디자인이 무효 사유를 가진다며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다.
# 양측의 대립하는 주장
1. 심판 청구인 B의 논리
B는 이 사건 등록디자인이 출원일 이전인 2015년 10월경부터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공개된 선행디자인1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선행디자인1은 등록디자인의 이전 권리자인 X가 판매하던 제품으로,
와 같이 별 문양이 음각과 양각 형태로 구성되고 윤곽선이 뚜렷하게 배열된 점 등 지배적인 특징이 등록디자인과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이는 디자인보호법 제33조 제1항에 해당하므로, 그 등록이 무효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보호법 [시행 2024. 8. 7.] [법률 제20200호, 2024. 2. 6., 타법개정] 제33조(디자인등록의 요건) ① 공업상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디자인에 대하여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다. 1. 디자인등록출원 전에 국내 또는 국외에서 공지(公知)되었거나 공연(公然)히 실시된 디자인 2. 디자인등록출원 전에 국내 또는 국외에서 반포된 간행물에 게재되었거나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공중(公衆)이 이용할 수 있게 된 디자인 3. 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는 디자인과 유사한 디자인 ② 디자인등록출원 전에 그 디자인이 속하는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따라 쉽게 창작할 수 있는 디자인(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디자인은 제외한다)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없다. 1. 제1항제1호ㆍ제2호에 해당하는 디자인 또는 이들의 결합 2. 국내 또는 국외에서 널리 알려진 형상ㆍ모양ㆍ색채 또는 이들의 결합 ③ 디자인등록출원한 디자인이 그 출원을 한 후에 제52조, 제56조 또는 제90조제3항에 따라 디자인공보에 게재된 다른 디자인등록출원(그 디자인등록출원일 전에 출원된 것으로 한정한다)의 출원서의 기재사항 및 출원서에 첨부된 도면ㆍ사진 또는 견본에 표현된 디자인의 일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우에 그 디자인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없다. 다만, 그 디자인등록출원의 출원인과 다른 디자인등록출원의 출원인이 같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이 사건 등록디자인 | 선행디자인1 | |
사시도 | ![]() | ![]() |
2. 피청구인 A의 반론
이에 맞서 A는, 자사의 등록디자인이 선행디자인1과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창작물이라고 항변했다. 이전 권리자는 오랜 기간 별 모양을 모티프로 삼아 그 형태와 구성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으며,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선행디자인1에서 형태와 구성을 창작적으로 변형시킨 결과물이다. 결과적으로 두 디자인은 소비자에게 상이한 심미감을 전달한다고 주장했다.
# 특허심판원의 판단(특허심판원 2021. 11. 30. 2020당2551 심결)
특허심판원은 두 디자인이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B의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물품은 ‘침구용원단’이고, 공지디자인 1은 ‘전기담요’로 서로 다르지만,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공지디자인 1의 커버를 구성하는 물품으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양 물품은 그 용도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물품에 해당한다.
-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공지디자인 1은, ① 테두리가 다른 색으로 채색된 흰색 별로 구성되어 있고, 그 크기가 대·중·소 형태로 구성된 점, ② 테두리를 강조하는 형태의 별로 구성된 점, ③ 단색으로 채색된 별로 구성된 점 등에서 유사점이 있다. 그러나, 다음 도표와 같은 차이점이 존재하고, 이는 지배적 특징에 해당하므로, 양 디자인은 서로 유사하지 않다.
이 사건 등록디자인 | 선행디자인 3 | |
구성단위의 차이점 | ![]() 의 5개의 형태 | ![]() 의 4개의 형태 |
구성단위의 결합 | 일정한 패턴을 형성함 | 불규칙적으로 구성됨 |
구성단위 내 구성된 별의 개수 | 단색 흰색 별이 3종류, 검은색 테두리 흰색 별이 2종류로 구성 | 단색 검은색 별이 2종류, 검은색 테두리 청색별이 1종류 |
기타 | 별의 테두리 및 색상을 다르게 형성한 점, 별의 크기 및 여백을 다르게 형성한 점 |
이에 B는 이 심결에 불복하여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했다.
# 특허법원의 판결: (특허법원 2022. 6. 22. 선고 2021허6467 판결)
특허법원은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뒤집고, 이 사건 등록디자인이 선행디자인1과 유사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의 판단 논리는 다음과 같다.
1. 디자인 유사 판단 법리
특허법원은 디자인 유사 여부를 판단하는 여러 기준을 제시했다.
- 디자인의 유사 여부는 이를 구성하는 각 요소를 분리하여 개별적으로 대비할 것이 아니라 그 외관을 전체적으로 대비 관찰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이한 심미감을 느끼게 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므로 그 지배적인 특징이 유사하다면 세부적인 점에 다소 차이가 있을지라도 유사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5후1097 판결 등 참조).
- 대비되는 디자인의 대상 물품이 그 기능 내지 속성상 사용에 의하여 당연히 형태의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에 그 디자인의 유사 여부는 형태의 변화 전후에 따라 서로 같은 상태에서 각각 대비한 다음 이를 전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10. 8. 선고 97후3586 판결,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23738 판결 등 참조)
- 보는 방향에 따라 느껴지는 미감이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할 경우에는 그 미감이 같게 느껴지는 방향으로 두고 이를 대비하여 유사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7후4830 판결,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후2209 판결 등 참조).
- 디자인을 이루는 구성 요소에는 형상과 모양 뿐 아니라 색채도 포함되지만 대비되는 두 디자인이 형상과 모양에서 동일하고 색채의 구성에 있어서도 바탕색으로 된 부분과 채색되어 있는 부분의 위치와 면적 등 기본적인 채색 구도가 동일하다면, 그 두 디자인의 채색된 부분의 구체적인 색채가 다른 색으로 선택되었다는 점 만으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는 사람이 느끼는 심미감에 차이가 생긴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7. 10. 26. 2005마977 결정 참조).
- 디자인의 유사 판단에 있어 대비 대상이 되는 디자인의 공개 정도는 통상의 디자이너가 그것을 보고 용이하게 디자인을 창작할 수 있을 정도로 표현되어 있으면 충분하고 반드시 육면도나 참고사시도 등으로 그 형상과 모양의 모든 것이 기재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자료의 표현이 부족하더라도 이를 경험칙에 의하여 보충하여 그 디자인의 요지 파악이 가능하다면 그 대비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06. 7. 28. 선고 2003후1956 판결 등 참조).
2. 특허법원의 대비 방법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특허법원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두 디자인을 대비했다.
- 침구용 원단이나 담요는 사용할 때 접거나 펴는 등 형태의 변화가 쉽게 일어나는 것이므로 두 디자인의 유사 여부는 형태의 변화 전후에 따라 서로 같은 상태에서 대비한 다음 전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두 디자인의 각 구성단위를 추출하여 대비하되,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표면도에서 구성단위가 포함되어 있으면서 선행디자인 1에 대응되는 것으로 보이는 일부분만을 확대 및 회전(180도)하고, 선행디자인 1은 시계방향으로 약 45도 가량 회전하여 전체적인 미감을 대비하기로 한다(하단 도표 참조).
이 사건 등록디자인 | 선행디자인1 | |
구성단위 | ![]() | ![]() |
3. 최종 판단: 유사성 인정 및 무효 사유 존재
-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은 각 구성단위 안에 배열된 별의 종류, 상대적인 크기, 개수, 색채의 구성, 기본적인 채색 구도가 거의 유사하고, 각 구성단위 안에 별들이 배열된 순서와 상대적 위치가 거의 동일하여 전체적인 심미감이 유사하다.
- 구성단위에 포함된 일부 문양의 채색에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관찰자가 두 디자인을 보면서 느끼는 전체적인 심미감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이다.
- 따라서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선행디자인 1과 유사하여 디자인보호법 제33조 제1항에 해당하므로 디자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
특허법원 2022. 6. 22. 선고 2021허6467 판결 판시요지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구성단위(반복되는 기본패턴)가 상하 및 좌우로 연속 반복되는 도면인 반면, 선행디자인 1은 전기담요가 접힌 상태의 실물사진이다. 두 디자인의 대상 물품이라고 볼 수 있는 침구용 원단이나 담요는 그 기능 내지 속성상 사용할 때 접거나 펴는 등 형태의 변화가 쉽게 일어나는 것이므로 두 디자인의 유사 여부는 형태의 변화 전후에 따라 서로 같은 상태에서 대비한 다음 전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선행디자인 1은 접혀진 상태의 사진으로 전면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전기담요 외피에 구현된 평면의 직물지 디자인으로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마찬가지로 구성단위가 상하 및 좌우로 연속 반복되고, 보는 방향에 따라서 느껴지는 미감이 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두 디자인의 각 구성단위를 추출하여 대비하되,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표면도에서 구성단위가 포함되어 있으면서 선행디자인 1에 대응되는 것으로 보이는 일부분만을 확대 및 회전(180도)하고, 선행디자인 1은 시계방향으로 약 45도 가량 회전하여 전체적인 미감을 대비하기로 한다. 두 디자인은 각 구성단위 안에 배열된 별의 종류, 상대적인 크기, 개수, 색채의 구성, 기본적인 채색 구도가 거의 유사하고, 각 구성단위 안에 별들이 배열된 순서와 상대적 위치가 거의 동일하여 전체적인 심미감이 유사하다. 한편, 차이점의 경우 검은색 테두리별은 각 구성단위 안에 배열된 별 중 가장 크기가 큰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두 디자인 모두 비교적 두꺼운 검은색 테두리를 사용하여 별의 윤곽을 강조하고 있는 점, 위 검은색 테두리별을 포함한 심미감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성단위(반복되는 기본패턴)가 유사한 점에 비추어 보면, 구성단위에 포함된 일부 문양의 채색에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관찰자가 두 디자인을 보면서 느끼는 전체적인 심미감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1은 유사한 디자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그 출원일 전에 국내에서 공지된 선행디자인 1과 유사하여 디자인보호법 제33조 제1항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 없이 그 디자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 이와 결론을 달리한 이 사건 심결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
# 결론
본 판례는 디자인의 유사성을 판단할 때 정적인 상태에서의 비교에만 머무르지 않음을 명확히 한다. 특히 관찰 각도나 상태에 따라 인상이 달라질 수 있는 디자인의 경우, 확대, 축소, 회전 등 동적인 조작을 통해 두 디자인이 가장 유사하게 보이는 상태를 기준으로 유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중요한 원칙을 재확인시켜 준다. 이는 디자인 권리 범위를 해석하고 침해 여부를 가리는 데 있어 핵심적인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