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의 하자 - 판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Ⅰ. 서설
내용 및 절차상 흠이 있는 판결이라도 원칙적으로는 유효하고 다만 위법하여 상소·재심으로 취소를 구할 수 있을 뿐이다. 다만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판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바, 이는 법적 안정성이라는 기판력의 취지에 비추어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Ⅱ. 판결의 부존재(비판결)
1. 의의
판결의 외관을 갖추지 못하였거나 대외적으로 선고의 절차로써 발표하지 아니하여 판결이 성립조차 하지 못한 것을 가리킨다.
2. 효력의 부존재 및 후속절차
판결의 효력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판결절차가 완결되지 못한 경우이므로 당사자는 당해 심급의 법원에 기일지정신청을 하여 절차를 속행하도록 하여야 하지, 상소할 것이 아니다.
3. 구체적 예
① 직무상 권한 없는 자의 판결은 판결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예컨대 검사, 경찰관, 집행관, 사법연수생 등 법관 아닌 자의 판결이 그러하다. ② 선고하지 아니한 판결 역시 판결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예컨대 판결초고, 판결선고조서가 없는 경우, 선고조서에 재판장의 기명날인이 없는 경우 이에 해당한다.
Ⅲ. 판결의 무효
1. 의의
판결의 외관은 갖추었으나 그 내용상 중대한 흠이 있어 판결의 내용상 효력을 발생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좁은 의미의 판결의 무효는 이러한 무효의 판결만을 가리킨다.
2. 효력 및 후속절차
무효인 판결은 판결의 내용상 효력인 기판력·집행력·형성력 등만을 발생하지 못하고, 외관의 성립에 따른 효력 즉 당해 심급의 완결, 기속력 및 형식적 확정력은 발생한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무효인 판결에 대한 상소는 부적법하다고 하나, 이러한 외관의 제거를 위한 상소를 허용함이 바람직하다. 다만 상소기간의 도과로 형식적 확정력이 발생한 후에는 상소할 수 없는바, 판례에 따르면 이는 재심의 대상도 되지 아니하므로 신소를 제기하면 될 것이고, 이는 전소의 기판력이 발생하지 않아 당연히 허용된다.
3. 구체적 예
① 재판권 없이 선고된 판결(치외법권자에 대한 판결), ② 사망자 등 실재하지 않는 자가 당사자가 된 판결, 당사자적격 없는 자가 받은 판결, ③ 존재할 수 없는 법률관계의 형성을 목적으로 한 판결(예컨대 부부 중 일방이 사망하여 혼인이 종료한 상태에서 내린 이혼판결)은 무효이다. ④ 소송계속 없이 선고된 판결(예컨대 소취하 후에 한 판결), 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 주위적 청구나 예비적 반소 등에 대한 판결도 무효이고, ⑤ 법률이 인정하지 않는 법률효과를 긍정한 판결(예컨대 노예계약을 인정한 판결, 살점 1파운드의 인도를 명하는 판결)도 무효이다. ⑥ 판결내용이 불명확한 경우 그 부분에 한하여 일부무효가 되고, ⑦ 판결을 묵시적인 해제조건부로 선고하였는데 그 조건이 성취된 경우(예컨대 이혼판결을 선고하였는데 확정되기 전에 당사자 일방이 사망한 경우)도 후발적으로 무효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