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판력이 발생하는 범위: 판결 주문의 판단에 포함된 것
1. 기판력의 일반적 범위(주문)
기판력은 주문에 포함된 것에 한하여 미친다(제216조 제1항).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주문이 주된 관심사이며, 법원도 소송물의 판단에 집중하여 심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문은 판결의 결론부분인바, 소송판결의 경우에는 소송요건의 흠에 관한 판단에만, 본안판결의 경우에는 소송물인 권리관계의 존재ㆍ부존재에 관한 판단에만 기판력이 발생한다. 다만 주문 자체에서 기판력의 범위 및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어려울 때는 이유를 참작하여 기판력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 예컨대 소송판결의 경우 이유 중에 나타난 소송요건의 흠을 참작하여야 기판력의 내용이 결정되는 것이다.
2. 기판력의 구체적 범위(소송물)
가. 청구의 취지가 다른 경우
어느 소송물이론에 의하건 이 경우에는 소송물이 다름이 원칙이다. 따라서 전소의 기판력은 후소에 미치지 않는다. 판례는 원고가 농지에 관한 적법한 양도담보권자라는 전제에서 농지인도청구를 인용한 전소의 확정판결과 전소의 피고가 원고가 되어 전소 원고가 이 사건 농지부분에 대하여 양도담보권자가 될 수 없다 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한 후소와는 그 소송물이 상이하므로 기판력에 저촉하지 아니하고(대법원 1979. 2. 13. 선고 78다58 전원합의체판결), 1필의 토지의 일부를 특정하여 매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가 다시 을을 상대로 그 전체 토지 중 일정 지분을 매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소를 제기한 경우 전소와 후소는 그 각 청구취지를 달리하여 소송물이 동일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전소의 기판력은 후소에 미칠 수 없다(대법원 1995. 4. 25. 선고 94다17956 전원합의체 판결)고 판시하였다.
다만 청구취지가 상이하여도 소송물이 동일하다고 본 경우가 있는데, 판례는 말소등기에 갈음하여 허용되는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과 무효등기의 말소청구권은 어느 것이나 진정한 소유자의 등기명의를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그 목적이 동일하고, 두 청구권 모두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으로서 그 법적 근거와 성질이 동일하므로, 비록 전자는 이전등기, 후자는 말소등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소송물은 실질상 동일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에서 패소확정판결을 받았다면 그 기판력은 그 후 제기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에도 미친다(대법원 2001. 9. 20. 선고 99다37894 전원합의체 판결)고 판시함으로써 양 소의 관계를 동일관계로 파악하고 있다.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의 변론종결후의 승계인(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0다24856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소송의 승소확정판결에 기하여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된 후 순차 제3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 및 근저당권설정등기 등이 마쳐졌는데 위 말소된 등기의 명의자가 현재의 등기명의인을 상대로 진정한 등기명의의 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와 근저당권자 등을 상대로 그 근저당권설정등기 등의 말소등기청구 등을 하는 경우 현재의 등기명의인 및 근저당권자 등은 모두 위 확정된 전 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후의 승계인으로서 위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그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소송물인 진정한 등기명의의 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 및 위 확정된 전소의 말소등기청구권의 존재여부를 선결문제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 등의 말소등기청구에 모두 미친다. |
나. 청구취지는 같고 청구원인을 이루는 실체법상의 권리만이 다른 경우
예컨대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인바, 판례에 따르면 이 경우에도 소송물이 다르므로 전소의 기판력은 후소에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신소송물 이론에 의할 때 이는 공격방어방법의 복수에 불과하므로 전소의 기판력은 후소에 미친다.
다. 청구취지는 같고 청구원인을 이루는 사실관계가 다른 경우
예컨대 어음금 청구와 원인채권 청구의 경우인바, 이분지설이나 판례는 상이한 소송물로 본다. 그러나 일분지설은 동일 소송물로 보지만 어음금 청구의 소 이후 원인채권 이행청구의 소는 기판력의 시적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허용된다고 한다.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과 관련하여 판례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사건에 있어서 등기원인을 달리하는 경우에는 그것이 단순히 공격ㆍ방어방법의 차이에 불과한 것이 아니고 등기원인별로 별개의 소송물로 인정된다. 따라서 부동산의 처분에 관한 사무를 위임하면서 그 위임사무 처리를 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주기로 한 약정은 매매와는 서로 다른 법률관계임이 분명하고, 그와 같은 약정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과 매매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별개의 소송물이므로, 비록 매매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인낙하는 인낙조서가 준재심소송에서 취소되고 그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고 하여도 그 기판력은 위와 같은 약정으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존부에 미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4다49922 판결).”고 판시하였다.
라. 공격방법이 다른 경우
예컨대 말소등기청구에서 다른 무효원인, 부당이득반환청구에서 무효ㆍ취소ㆍ해제 주장의 경우인바, 이때에는 일분지설이나 판례 모두 동일소송물로 본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말소등기 청구사건의 소송물은 당해 등기의 말소등기청구권이고, 그 동일성 식별의 표준이 되는 청구원인, 즉 말소등기청구권의 발생원인은 당해 '등기원인의 무효'라 할 것이며, 등기원인의 무효를 뒷받침하는 개개의 사유는 독립된 공격방어방법에 불과하여 별개의 청구원인을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등기말소청구 사건에서 전소와 다른 무효 사유를 주장하는 것은 전소의 기판력에 저촉된다(대법원 1999. 9. 17. 선고 97다54024 판결).”고 판시하였고, “부당이득반환청구 또는 목적물반환청구에서 법률상의 원인 없는 사유로서 계약의 무효ㆍ취소ㆍ불성립ㆍ해제 등을 주장하는 것은 공격방법에 지나지 않으므로 그 중 어느 사유를 주장하여 패소한 경우에는 다른 사유에 의한 후소는 전소의 기판력에 저촉된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2000다5978 판결).”고 판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