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결적 법률관계'의 기판력 발생 여부
(1) 기판력 발생 여부
소송물의 존부를 이유 있게 하는 선결적 법률관계에 대한 판단의 경우에는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 예컨대 이자청구에서 원본채권의 존부에 관한 판단이 있어도 기판력은 이자채권의 존부에만 미치고 원본채권에 대하여는 미치지 않는다. 판례도 "부동산에 관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라는 이유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청구기각의 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소송물로 주장된 말소등기청구권이나 이전등기청구권의 존부에만 미치는 것이지 그 기본이 된 소유권 자체의 존부에는 미치지 아니하며(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다11847 판결)",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청구권을 소송물로 하는 소송은 소유권 자체의 확정이 아니라 건물철거청구권 및 토지인도청구권의 존부만을 목적으로 할 따름이므로 그 소송에서 부동산의 권리귀속에 관한 판단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기판력은 판결주문에 표시된 건물철거청구권 및 토지인도청구권에 국한되고 판결이유 중의 부동산 권리귀속에 관한 판단 부분까지는 미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10다58889 판결)"고 판시하였다. 단, 중간확인의 소(제264조)를 통해 기판력 있는 판단을 받을 수 있다.
(2) 후소에 대한 구속력 인정 여부 및 근거
위와 같은 경우에도 판결의 모순·저촉을 방지할 필요성은 있으므로 전소 판결이유 중의 판단에도 구속력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견해들이 주장되고 있다.
ⅰ) 판결이유 중의 판단이라도 소송에서 중요한 쟁점이 되어 당사자가 주장·입증하고 법원도 실질적 심리를 한 경우에는 그 쟁점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구속력을 인정하는 쟁점효 이론과 ⅱ) 기판력을 확장하여 전소의 판결이 그 목적에 비추어 후소에서 확정하려는 법률효과와 의미관련이 있거나(의미관련론), 전소와 후소의 경제적 가치가 같은 경우(경제적가치동일성설)에는 이유 중의 판단이라도 기판력을 인정하자는 견해 등도 있고, ⅲ) 판결의 효력이 아닌 신의칙에 의하여 판결이유 중의 판단에 구속력을 인정하는 신의칙설(이시윤)도 있다.
(3) 판례의 입장 및 검토
대법원은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다른 민사사건 등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받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므로, 합리적인 이유설시 없이 이를 배척할 수 없고, 특히 전후 두개의 민사소송이 당사자가 같고 분쟁의 기초가 된 사실도 같으나 다만 소송물이 달라 기판력에 저촉되지 아니한 결과 새로운 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대법원 1995. 6. 29. 선고 94다47292 판결)."고 판시하여 증명력설을 취하고 있다. 다만 이는 법적효력이 아니고 사실적 효력이다. 또한 "원고가 매매계약의 무효 또는 해제를 이유로 전소를 제기한 상태에서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의 이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는 것만으로 원고에게 이중의 이득을 얻으려고 하는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또 피고에게 원고가 향후 이 사건 소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4다55698 판결)."고 판시하여 신의칙에 위반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소제기에 대하여 설시한 적도 있다. 생각건대, 주문 중심의 우리 법체계와 중간 확인의 소를 인정한 취지를 고려할 때 증명력설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