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의 사유
1. 개설
제451조 제1항은 11가지의 재심사유를 열거하고 있는바, 제1호 내지 제3호, 제11호(중대한 절차위반)는 절대적 상고이유와 같아 판결내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불문하나, 제4호 내지 제10호(중대한 판결기초의 잘못)는 판결주문에 영향을 미친 경우여야 한다.
2. 제451조의 제1항의 재심사유
가. 판결법원 구성의 위법(제1호)
법률에 따라 판결법원을 구성하지 아니한 때에는 재심사유가 되는바, 이는 제424조 제1항 제1호의 규정과 같다. 따라서 ⅰ) 2인의 판사가 합의부를 구성한 때, ⅱ) 판결은 기본이 되는 변론에 관여한 법관이 하여야 한다는 제204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기본인 변론에 관여하지 않은 법관이 판결한 때, ⅲ) 법관이 바뀌었으나 제204조 제2항의 변론갱신절차를 거치지 않은 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덧붙여 ⅳ) 대법원에서 판례를 변경하면서 전원합의체에서 하지 않고 소부(少部)에서 재판한 경우(대법원 2000. 5. 12. 선고 99재다524 판결)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ⅰ) 심리불속행판결을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에서 결정한 경우(대법원 1997. 6. 13. 선고 97재다94 판결), ⅱ) 하급심이 대법원 판례와 다른 견해를 취한 경우(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31307 판결) 등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재판에 관여할 수 없는 법관의 관여(제2호)
법률상 그 재판에 관여할 수 없는 법관이 관여한 때에는 재심사유가 되는바, 이 역시 제424조 제1항 제2호의 규정과 같다. 따라서 ⅰ) 제41조의 제척사유 또는 제43조의 기피의 재판이 있는 법관이 판결한 때, ⅱ) 파기환송된 원판결에 관여한 법관이 제436조 제3항에 위반하여 다시 판결한 때 등이다. 그러나 ⅰ) 1차 재심사건에 관여한 법관이 2차 재심사건에 관여한 경우, ⅱ) 재심대상인 원재판에 관여한 법관이 재심사건의 재판에 관여한 경우(대법원 2000. 8. 18. 선고 2000재다87 판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 대리권의 흠(제3호)
(1) 적용
ⅰ) 법정대리권ㆍ소송대리권ㆍ대표권이 없는 때, ⅱ) 대리인의 소송행위에 대한 특별한 권한의 수여에 흠이 있는 때, ⅲ) 무능력자가 법정대리인 없이 스스로 소송행위를 한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를 재심사유로 삼은 것은 당사자권의 보장을 위한 것이다.
(2) 유추
ⅰ) 성명모용소송(대법원 1964. 11. 17. 선고 64다328 판결), ⅱ) 소송계속 중 당사자 사망을 간과하고 판결선고한 경우(대법원 1995. 5. 23. 선고 94다28444 전원합의체 판결), ⅲ) 귀책사유 없이 변론기일에 불출석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판결선고한 경우(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재다344 판결), ⅳ) 공시송달로 사건이 진행되어 변론기회 없이 판결이 선고된 경우(대법원 1997. 5. 30. 선고 95다21365 판결), ⅴ) 대표이사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사항에 관하여 그 결의 없이 제소전화해를 한 때와 같이 특별수권이 없는 경우(대법원 1980. 12. 9. 선고 80도584 판결), ⅵ) 비법인사단의 대표자가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총유물의 처분에 관한 소송행위를 한 경우(대법원 1999. 10. 22. 선고 98다46600 판결) 등은 재심사유에 해당한다.
특히 송달과 관련하여 문제되는바, ⅰ) 법원이 참칭대표자에게 소송서류 등을 송달하고 그 참칭대표자가 송달받은 경우(대법원 1994. 1. 11. 선고 92다47632 판결), ⅱ) 우체국 집배원의 배달 착오로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송달받지 못하여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못함으로써 상고가 기각된 경우(대법원 1998. 12. 11. 선고 97재다445 판결), ⅲ) 인지보정명령이 송달받을 권한이 없는 자에게 잘못 송달된 결과 상고장이 각하된 경우(대법원 1982. 11. 24. 선고 81사6 판결) 등은 제3호의 재심사유에 해당한다. 그러나 ⅳ) 피고의 주소를 허위로 적어 제소함으로써 참칭피고에게 판결정본이 송달된 경우에는 그 송달은 무효이므로 판결은 항소대상이 되는 것이지 재심사유가 되지 않는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재다259 판결, 다수설은 재심사유가 된다고 함).
(3) 추인의 효과
제60조 및 제97조에 따라 대리권의 흠결을 추인한 때에는 재심사유가 되지 않는다(제451조 제1항 제3호 단서).
(4) 대리권 흠결 당사자의 상대방의 재심사유 주장 여부
대리권 흠결은 제3호의 재심사유에 해당한다. 다만 대리권 흠결이 있는 쪽의 상대방이 대리권 흠결을 주장하면서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견해가 대립하나 판례는 상대방이 이를 재심사유로 삼기 위하여는 그러한 사유를 주장함으로써 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는 입장임은 전술하였다 (‘소송계속 중 당사자 사망’ 참조)
라. 법관의 직무상의 범죄(제4호)
예컨대 당해 사건과 관련하여 수뢰죄, 공문서위조죄 등을 범한 경우이다. 그러나 재심대상 판결이 재심대상 본안사건의 기록을 검토함이 없이 재심청구를 기각하였다고 하더라도 제4호의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00. 8. 18. 선고 2000재다87 판결).
마. 형사상 처벌받을 행위로 인한 자백 또는 공격방어방법의 제출방해(제5호)
'형사상 처벌'을 받을 '다른 사람'의 행위로 '말미암아' 자백을 하였거나 판결에 영향을 미칠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에 방해를 받은 때에는 재심사유가 된다.
① '형사상 처벌받을 행위'란 특별형법 위반행위도 포함하나 경범죄처벌법위반행위나 질서벌은 포함하지 않는다. 방해행위 자체로 처벌받은 경우뿐만 아니라 관련행위로 처벌받은 경우도 포함한다.
② '다른 사람'이란 상대방 당사자 또는 상대방 당사자와 동일시할 수 있는 제3자(예컨대 근친자, 대리인 등)를 의미한다.
③ ⅰ) 그 범죄행위, ⅱ) 자백이나 공격방어방법의 제출방해, ⅲ) 불리한 판결 사이에는 인과관계를 요한다. 범죄행위가 판결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 범죄행위로 인하여 실체법상의 어떤 효과발생을 저지하거나 또는 법관의 사실인정을 그르치게 되는 경우 등에 불과한 경우는 포함하지 않는다(대법원 1982. 10. 12. 선고 82다카664 판결). 따라서 원고들이 주장하는 내용과 같이 서증에 대한 감정결과가 불리하게 나오자 그것으로 인하여 패소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화해를 하게 된 경우와 같이 그 형사상 처벌받을 타인의 행위가 당사자가 화해에 이르게 된 간접적인 원인밖에 되지 않았다고 보이는 경우까지 준재심사유가 된다고 볼 수는 없고(대법원 1979. 5. 15. 선고 78다1094 판결), 문제된 채권양도인인 소외 甲이 채무자인 피고에게 배달된 내용증명우편(채권양도통지)을 피고가 읽기도 전에 찢어버린 행위는 그로 인하여 채권양도통지의 효력발생이 저지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양도가 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법원이 사실인정을 잘못하게 되었다면 이는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82. 10. 12. 선고 82다카664 판결).
④ '공격방어방법'은 주장이나 항변뿐 아니라 증거방법도 포함하므로,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문서의 손괴나 증인의 감금 등 증명방해가 이에 해당된다. 또한 원고가 공시송달로 판결편취한 경우도 이에 포함되는바, 이 경우에는 제11호도 적용되므로 본호 후단의 재심사유와 제11호의 재심사유가 병존한다. 그러나 자백간주에 의한 판결편취의 경우에는 본호 후단은 물론 제11호의 재심사유에도 해당하지 않고 항소의 대상이 될 뿐이라는 것이 판례이다.
바. 문서의 위조ㆍ변조(제6호)
'판결의 증거가 된 문서', '그 밖의 물건'이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인 때에는 재심사유가 된다. '판결의 증거가 된 문서'란 판결에서 채택되어 주문의 근거가 된 사실인정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자료로 제공되어 법원이 그 위조문서 등을 참작하지 않았더라면 당해 판결과는 다른 판결을 하였을 개연성이 있는 문서(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15470 판결)만을 가리키고, 단지 법관의 심증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추측이 있을 뿐 사실인정의 자료로 채택되지 않은 문서는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1968. 5. 21. 선고 68다245,246 판결). 공문서ㆍ사문서를 불문하며 위조ㆍ변조에는 허위공문서작성이나 공정증서원본부실기재도 해당되고 다만 당사자의 거짓 주장이 기재된 데에 불과한 경우(무형위조, 대법원 1974. 6. 25. 선고 73다2008 판결), 당사자의 허위 주장이 기재된 변론조서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사. 증인 등의 허위진술(제7호)
증인ㆍ감정인ㆍ통역인의 거짓 진술 또는 당사자신문에 따른 당사자나 법정대리인의 거짓 진술이 판결의 증거가 된 때에는 재심사유가 된다. 이 때 거짓 진술이 판결의 증거가 된 때란 그 허위진술이 판결 주문의 근거가 된 사실을 인정하는 증거로 채택되어 판결서에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경우를 말하므로, 증인의 진술이 증거로 채택되어 사실인정의 자료가 되지 않았다면, 그 진술이 허위이고 법관의 심증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더라도 재심사유가 되지 않는다(대법원 2001. 5. 8. 선고 2001다11581 판결). 따라서 판결이유에서 가정적ㆍ부가적으로 인용되거나 주요사실의 인정과 무관한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아가 그 거짓 진술이 없었더라도 다른 증거에 의하여 같은 주문이 나왔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역시 제외된다. 다만 그 진술이 없었다면 판결의 주문이 달라졌을 개연성으로 족하고 확실성까지는 요하지 않으며, 이 경우에 있어서 사실인정의 자료로 제공되었다 함은 그 허위 진술이 직접적인 증거가 된 때뿐만 아니라 대비증거로 사용되어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2001. 6. 15. 선고 2000두2952 판결).
아. 판결의 기초된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뒤에 변경된 경우(제8호)
판결의 기초가 된 경우란 재심대상판결을 함에 있어 법원이 구속된 경우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단지 판단사실을 원용하여 사실인정을 한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다. 예컨대 유죄의 형사판결을 증거로 채택하여 판결하였는데 뒤에 그 유죄의 형사판결이 변경되거나 무죄확정된 경우(대법원 1983. 4. 26. 선고 83사2 판결), 제권판결로 어음금청구를 기각하였는데 나중에 취소된 경우(대법원 1991. 11. 12. 선고 91다25727 판결) 등이다. 그 밖의 재판에는 가사심판, 가압류ㆍ가처분결정, 비송재판도 포함된다. 행정처분의 변경은 재판기관에 의한 것인지 또는 행정관청에 의한 것인지는 불문하나 재심대상판결의 확정 후에 있은 것으로서 그 변경 자체가 확정적ㆍ소급적인 것이어야 한다. 재판 또는 행정처분의 변경이어야 하므로 행정처분이 애초부터 무효인 경우(대법원 1977. 9. 28. 선고 77다1116 판결), 법령ㆍ판례의 변경(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다카2088 판결), 법규의 위헌판단은 포함되지 않는다.
자. 판단누락(제9호)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판단을 누락'한 때에는 재심사유가 된다. ①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이란 당사자가 소송상 제출한 공격방어방법으로서 주문에 영향을 미친 사항을 말하는바, 직권조사사항은 당사자가 법원에 그 조사를 촉구한 경우에 한하여 이에 해당한다. ② 판단을 누락한 때란 위의 사항에 대하여 판결 이유 중에 표시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판결주문에 영향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따라서 이를 표시하였다면 ⅰ) 그 판단에 이르는 이유가 소상하게 설시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 당사자의 주장을 배척하는 근거를 일일이 개별적으로 설명하지 아니한 경우, ⅱ) 판단이 잘못된 경우, ⅲ) 법리오해라는 주장을 판단하지 아니한 경우는 판단유탈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0. 7. 6. 선고 2000재다193,209 판결). 나아가 ⅳ) 주문의 누락인 재판누락은 추가판결(제212조)의 대상이 될 뿐이므로 제9호의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ⅴ) 소각하 판결을 하면서 본안판단을 하지 아니한 경우(대법원 1997. 6. 27. 선고 97후235 판결), ⅵ) 심리불속행 사유에 해당하여 상고기각 판결을 하면서 이유기재를 생략하는 경우(대법원 1997. 5. 7. 선고 96재다479 판결), ⅶ) 실제로 판단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주장이 배척될 경우임이 분명한 때(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재다218 판결) 등은 재심사유로 볼 수 없다. 그러나 ⅰ) 항소제기기간 내에 항소장을 제출하였음에도 제1심 재판장이 항소장각하명령을 한 경우(대법원 2002. 12. 9. 자 2001재마14 결정), ⅱ) 적법한 기간 내에 상고이유서가 제출되었음에도 그 제출이 없다는 이유로 상고를 기각한 경우(대법원 1998. 3. 13. 선고 98재다53 판결), ⅲ) 적법한 기간 내에 제출된 재항고이유서에 사건번호가 잘못 기재되어 있었던 관계로 재항고이유서가 기록에 편철되지 아니하여 재항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항고를 기각한 경우(대법원 2000. 1. 7. 자 99재마4 결정) 등은 재심사유에 해당한다.
차. 판결 효력의 저촉(제10호)
'재심을 제기할 판결'이 '전에 선고한 확정판결'에 '어긋나는' 때에는 재심사유가 된다. ① 재심대상판결이 있기 전에 선고한 판결에 어긋나는 경우여야 하므로 재심대상판결 이후의 판결과 저촉되는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② 전에 선고된 판결은 확정되어 기판력 등의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서 본안에 대한 판결이어야 하는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 화해조서 및 청구포기ㆍ인낙조서(제220조), 조정조서, 외국의 판결(제217조) 등도 이에 포함된다. 따라서 양 소가 모두 청구기각 판결일 때는 서로 어긋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재다353 판결). ③ 이전의 확정판결과 재심대상판결이 서로 저촉된다 함은, 그 전제로서 이전판결과 재심대상판결의 당사자가 서로 같고, 사건의 내용이 같아 이전판결의 효력이 재심대상판결의 당사자에게 직접 미칠 것을 요하며, 나아가 이전판결의 기판력과 재심대상판결의 기판력이 어긋나는 경우를 의미한다.
카. 공시송달에 의한 판결편취(제11호)
당사자가 상대방의 '주소 또는 거소를 알고 있었음에도 있는 곳을 잘 모른다고 하거나' '주소나 거소를 거짓으로 하여 소를 제기한 때'에는 재심사유가 된다. 이 규정에 대하여 다수설은 전단의 사유를 공시송달에 의한 판결편취로, 후단의 사유를 자백간주에 의한 판결편취로 해석한다. 이 견해는 자백간주에 의한 판결편취도 공시송달에 의한 판결편취와 마찬가지로 제5호의 사유와 제11호의 사유가 병존하는 것으로 보고, 다만 제5호의 경우 유죄의 확정판결을 요하므로 제11호의 사유를 내세우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고 한다. 그러나 판례는 "종국판결의 기판력은 판결의 형식적 확정을 전제로 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공시송달의 방법에 의하여 송달된 것이 아니고 허위로 표시한 주소로 송달하여 상대방 아닌 다른 사람이 그 소송서류를 받아 의제자백의 형식으로 판결이 선고되고 다른 사람이 판결정본을 수령하였을 때에는 상대방은 아직도 판결정본을 받지 않은 상태에 있는 것으로서 위 사위 판결은 확정 판결이 아니어서 기판력이 없다(대법원 1978. 5. 9. 선고 75다634 전원합의체 판결)."고 판시하였는바, 이에 따르면 자백간주에 의한 판결편취가 있었던 경우에는 판결의 확정이 없어 재심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곧바로 항소할 수 있고, 따라서 제11호는 전단이나 후단 모두 공시송달에 의한 판결편취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본다.
3. 제2항의 소송법적 효과
가. 문제점
제4호 내지 제7호는 범죄 또는 위법행위의 가벌적 행위를 규정하였는바, 제2항은 이 경우에 재심사유 외에 '유죄의 판결이나 과태료부과의 재판이 확정된 때 또는 증거부족 외의 이유로 유죄의 확정판결이나 과태료부과의 확정재판을 할 수 없을 때'에 한하여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증거확실성의 원칙).[1] 따라서 재심사유 외에 유죄확정판결 등이 필요한데, 다만 제2항의 유죄확정판결 등이 적법요건인지 재심사유인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한다.
나. 학설
적법요건설은 가벌적 행위만이 재심사유가 되고 유죄확정판결 등은 재심의 소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재심의 적법요건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합체설은 가벌적 행위와 합쳐서 재심사유가 된다고 본다. (재심원고가 유죄의 확정판결의 존재를 주장하였지만 실제로는 부존재한 경우, 적법요건설에 의하면 재심의 소를 부적법 각하하여야 하고, 합체설에 의하면 청구기각하여야 한다)
다. 판례
대법원은 "제451조 제1항 제4호 내지 제7호 소정의 재심사유에 관하여 같은 법조 제2항의 요건이 불비되어 있는 때에는 재심의 소 자체가 부적법한 것이 되므로 재심사유 자체에 대하여 그 유무의 판단에 나아갈 것도 없이 각하되어야 하는 것이고 반면에 위 제2항 소정의 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당해 요건사실 즉 그 판결들이나 처분 등에 관한 판단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그 당부를 따질 것 없이 재심의 소는 적법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아야 하나, 나아가 위 4호 내지 7호 소정의 재심사유의 존부에 대해서는 위에서 본 판결이나 처분내용에 밝혀진 판단에 구애받음이 없이 독자적으로 심리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제2항 소정의 적법요건 해당사실은 같은 제1항 제4호 내지 7호 소정의 재심의 소를 제기한 당사자가 증명해야 한다(대법원 1989. 10. 24. 선고 88다카29658 판결)."고 판시하여 적법요건설의 입장이다.
라. 검토
유죄확정판결 등을 재심사유로 보아 그 존재가 인정되지 않을 때 청구기각판결을 하는 경우 판결의 부당성이 분명할 때 재심을 인정하려는 제451조 제2항의 취지에도 반하므로 적법요건설이 타당하다. 한편 유죄확정판결 등에 대한 증명책임은 재심원고가 부담하며, 재심원고는 이를 변론종결시까지만 제출하면 된다. 반면 재심사유의 존부에 관하여는 당사자의 처분권을 인정할 수 없고, 재심법원은 직권으로 당사자가 주장하는 재심사유 해당사실의 존부에 관한 자료를 탐지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고, 따라서 재심사유에 대하여는 당사자의 자백이 허용되지 아니하며 의제자백의 규정도 적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2. 7. 24. 선고 91다45691 판결).[2]
1. 제2항 후단의 '증거부족 외의 이유로 유죄의 확정판결이나 과태료부과의 확정재판을 할 수 없을 때'라 함은, 범인의 사망ㆍ심신장애, 사면, 공소시효의 완성, 기소유예 처분 등을 말하고, 소재불명으로 인한 기소중지,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 등은 포함하지 않는다. 증거부족 등의 사유가 없었다면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았을 수 있었는지 여부는 재심법원이 독자적으로 증명에 의한 인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대법원 1965. 6. 15. 선고 64다1885 판결).
2. 주의할 것은 재심사유의 존부에 대하여는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되지만, 재심에 대한 본안심판은 민사소송의 일반원칙에 따라 변론주의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문제를 달리하여 乙이 재심의 소를 제기하면서 위조 사유와 유죄확정판결의 존재는 주장하였지만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한 증명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법원의 조치를 생각해 보자. 적법요건설에 의하면 유죄확정판결의 존재는 직권조사사항이므로 법원은 자료를 수집할 필요 없이 소각하 판결을 선고할 수 있다. 합체설에 의하면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되므로 재심원고의 자료 제출 여부와 상관없이 법원이 직접 자료를 수집하여야 한다. 따라서 증명자료 불제출로 인하여 소각하 판결을 선고하여서는 아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