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소심의 심판범위(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
[조문] 제415조, 제431조
1. 의의 및 취지
항소법원은 당사자의 불복신청범위 내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수 있을 뿐이므로, 설사 제1심판결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당사자가 신청한 불복의 한도를 넘어 불이익(협의) 또는 이익(광의)으로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제415조). 이 원칙은 처분권주의가 항소심 등에서 발현된 것으로 법원에게는 심판범위를 정하는 역할을, 당사자에게는 상소권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상고심(제425조), 항고심(제443조), 재심(제455조)에도 준용된다.
2. 원칙
가. 이익변경의 금지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한 불복의 한도를 넘어서 이익이 되게 재판을 할 수 없다. 판례는 재산상의 손해배상청구와 위자료청구는 소송물이 동일하지 않은 별개의 청구이므로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지 않은 원고에 대하여 제1심판결보다 많은 위자료의 지급을 명할 수 없고(대법원 1989. 6. 27. 선고 89다카5406 판결), 이전등기말소청구와 금원청구를 모두 기각한 제1심판결에 대하여 원고가 말소청구 부분에 관하여만 항소하였을 뿐 항소취지를 확장한 바 없다면 금원청구 부분까지 심리판단하여 그것이 이유 있다고 원고에게 유리하게 판단할 수 없다(대법원 1994. 12. 23. 선고 94다44644 판결)고 판시하였다.
나. 불이익변경의 금지
(1) 의의
상대방으로부터 항소ㆍ부대항소가 있으면 심판범위가 확대되므로 확대된 범위 내에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지만, 상대방이 항소ㆍ부대항소를 하지 않는 한 법원은 불복한 당사자에게 제1심보다 더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없다. 따라서 항소인의 최악의 위험은 항소기각 판결이다.
(2) 불이익의 판단기준
불이익 변경 여부는 기판력의 범위가 그 기준이 되며 공동소송의 경우 원ㆍ피고별로 각각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4다8197, 8203 판결), 소송물별로 판단하여야 하며 별개의 소송물을 합산한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9다12399 판결). 따라서 판결 이유의 변경에는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① 상계의 항변은 이유 중의 판단이지만 기판력이 생기기 때문에 불이익변경의 문제가 발생하고, ② 동시이행의 판결에 있어서는 원고가 그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아니하고는 판결에 따른 집행을 할 수 없어 비록 피고의 반대급부이행청구에 관하여 기판력이 생기지 아니하더라도 반대급부의 내용이 원고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경우에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반한다(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4다8197, 8203 판결).
다. 구체적 예
(1) 일부인용판결에 대한 항소
일부인용판결에 대하여 ① 원고만이 항소한 경우, 항소법원은 청구전부에 대하여 이유 없는 것으로 판단되어도 단지 항소를 기각할 뿐이고, 기왕의 원고 승소부분까지 취소하여 청구 전부를 기각할 수 없다. ② 피고만이 항소한 경우 피고의 패소 부분을 넘어서 피고에게 불리한 판결을 할 수 없고 단지 항소를 기각할 뿐이다. ③ 이는 질적일부인용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바, 상환이행판결에 대하여 원고만이 항소한 경우에 원고의 청구가 이유가 없더라도 청구기각을 할 수 없고 항소기각을 할 뿐이다. 판례에 따르면 ⅰ) 금전채무불이행의 경우에 발생하는 법정 지연손해금채권은 원본채권과는 별개의 소송물로서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각 소송물별로 원금과 지연손해금 부분을 각각 따로 비교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피고만이 항소하였고 지연손해금이 제1심보다 줄었지만 원본은 늘어난 경우 항소심은 원본 부분은 기각하고 지연손해금은 줄어든 만큼 항소인용하여야 하고(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다40160 판결), ⅱ) 1일 이자율이 2/10,000임에도 원심이 1.6/10,000을 적용한 것은 위법하나, 피고들만이 상고한 이 사건에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상 상고인인 피고들에게 불이익한 판결을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7다84697 판결).
(2) 주위적 청구 기각, 예비적 청구인용 판결에 대한 항소
① 원고만이 항소한 경우 예비적 청구는 심판범위가 아니므로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이유 없다고 판단하더라도 항소기각의 판결을 하여야 한다. ② 반면 피고만이 항소한 경우 주위적 청구의 인용이 가능한가에 대하여 적극설은 예비적 청구를 한 원고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면 부대항소로 의제하여 주위적 청구의 인용이 가능하다고 보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의하여 주위적 청구의 인용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소극설이 타당하다. 판례 역시 "원고로부터 부대항소가 없는 한 항소심의 심판대상으로 되는 것은 예비적 청구에 국한되는 것(대법원 1995. 1. 24. 선고 94다29065 판결)"이라고 판시하여 소극설의 입장이다. (자세한 내용은 '예비적 병합' 참조)
(3) 피고의 상계항변에 의한 청구기각 판결에 대한 항소
상계항변은 판결이유 중의 판단임에도 예외적으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문제된다. ① 제1심에서 피고의 항변을 인정하여 청구기각판결을 한 것에 대하여 원고만이 항소한 경우, 항소심은 원고가 주장한 소구채권이 부존재한다는 것으로 이유를 바꾸어 항소기각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항소한 원고에게 상계에 제공된 피고의 반대채권소멸의 이익마저 잃게 되어 제1심판결보다 더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② 반면 피고만이 항소한 경우, 항소심이 제1심이 인정했던 자동채권을 부정하여 피고의 상계항변을 배척하는 것은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다18911 판결). 다만, 원고의 소구채권이 존재하지 않아 상계에 대하여 심리할 필요가 없다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것은 항소인인 피고에게 불리한 판단이 아닐 것이므로 허용된다. 판례 역시 "원심은 원고의 청구원인사실을 모두 인정한 다음 피고의 상계항변을 받아들여 상계 후 잔존하는 원고의 나머지 청구부분만을 일부 인용하였는데, 이 경우 피고들로서는 원심판결 이유 중 원고의 소구채권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피고의 상계항변이 받아들여진 부분에 관하여도 상고를 제기할 수 있고, 상고심에서 원고의 소구채권 자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 더 나아가 피고의 상계항변의 당부를 따져볼 필요도 없이 원고 청구가 배척될 것이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그 전부에 대하여 파기를 면치 못한다(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다34666 판결)."고 판시하여 같은 입장이다.
(4) 적법하나 이유 없는 소각하 판결에 대한 항소
(가) 문제점
소송요건 흠결로 부적법 각하한 제1심 판결에 대하여 원고가 항소하여 항소심 심리 결과 소송요건은 갖추어 소는 적법하지만 청구가 이유 없는 경우 항소심의 조치가 문제이다.
(나) 학설
항소기각설은 소각하 판결을 하는 것보다는 청구기각판결을 하는 것이 원고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항소기각 판결을 하자는 견해이다. 환송설은 원고의 심급의 이익을 고려하여 필수적 환송 규정인 제418조에 따라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제1심으로 환송하여 청구기각의 본안판결을 받게 하자는 견해이다. 청구기각설은 항소기각은 잘못된 제1심의 소각하판결을 확정시키는 문제가 있고, 환송하는 것은 소송경제에 반하므로 제418조 단서(항소심의 경우, 상고심은 제437조 제1호) 요건이 갖추어지면 항소심이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청구기각을 하자는 견해이다. 절충설은 제1심에서 본안심리가 이루어졌거나 당사자의 동의가 있으면 제418조 단서에 따라 항소심에서 제1심 판결을 취소하여 청구기각 판결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동조 본문에 따라 제1심으로 환송하여 제1심에서 청구기각 판결을 하자는 견해이다.
(다) 판례 및 검토
대법원은 소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소를 각하한 제1심에 대하여 원고만이 항소한 사건에서, "제1심의 청구가 이유 없는 경우라 한다면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따라 제1심판결을 유지하고 항소를 기각하여야 한다(대법원 1983. 12. 27. 선고 82누491 판결)."고 판시하여 항소기각설의 입장이다. 또한 상고심에서도 마찬가지로 “확정판결의 기판력을 이유로 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데도 소가 부적법하다고 각하한 원심판결에 대하여 원고만이 상고한 경우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상 원고에게 더 불리한 청구기각의 판결을 선고할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4. 9. 9. 선고 94다8037 판결)고 판시하였다. 생각건대,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을 관철하여 원고에게 불리하지 않은 항소기각설이 타당하다.
3. 예외
가. 처분권주의가 적용되지 않는 절차
(1) 직권탐지주의에 의하는 절차
(2) 직권조사사항
소송요건의 흠, 판결절차의 법령위배가 있고 그것이 당사자가 포기할 수 없는 성질인 경우 등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항소심이 원고들이 불복하지 않은 청구에 대하여도 확인의 이익의 유무를 조사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각하한 조치는 정당하고,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대법원 1995. 7. 25. 선고 95다14817 판결).
(3) 형식적 형성의 소
성질상 비송사건에 속하는 경계확정소송, 공유물분할청구소송 등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예컨대 제1심 판결에서 정한 경계선이 부당한 경우 항소심에서 항소인에게 불리하여도 법원 스스로 정당하다고 판단되는 경계를 정할 수 있다.
(4) 소송비용과 가집행 재판
소송비용과 가집행선고는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사항으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소송비용 부담 비율의 변경 및 가집행선고가 붙지 아니한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만이 항소한 항소심에서 항소를 기각하면서 가집행선고를 붙이는 것이 허용된다.
나. 합일확정이 필요한 경우
(1) 예비적ㆍ선택적 공동소송
예컨대 원고가 甲을 주위적 피고, 乙을 예비적 피고로 하여 제기한 예비적 공동소송에서, 甲 승소, 乙 패소의 제1심 판결에 대하여 乙만이 항소를 제기하였다 하더라도 항소심에서는 乙 승소의 판결을 내면서 항소하지 않은 甲에게 불리한 패소 판결이 나올 수 있다.
(2) 독립당사자참가소송
예컨대 원고, 피고 甲, 참가인 乙의 3면 소송에서 甲 승소, 乙 패소의 제1심 판결에 대하여 乙만이 항소를 제기하였다 하더라도 항소심에서는 乙 승소의 판결을 내면서 항소하지 않은 甲에게 불리한 패소 판결이 나올 수 있다.
다. 항소심에서의 상계주장(제415조 단서)
예컨대 원고의 1,000만 원의 대여금 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전부변제 항변을 함에 제1심은 700만 원의 일부변제를 인정하여 원고의 청구 중 300만 원만 인용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금 3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제1심 판결이 있자 원고는 항소를 제기한 경우, 항소심에서 피고의 상계항변이 인정되면 항소법원은 원고에게 불리하게 300만 원 승소 부분마저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할 수 있다. 이는 상계항변에 기판력이 미치고 또한 상계항변으로 인하여 상대방의 채권도 동일한 범위에서 소멸하므로 상계자에게 불이익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라. 부적법한 일부판결
선택적ㆍ예비적 병합 등과 같이 일부판결이 허용되지 않음에도 일부판결을 한 경우 항소로 다툴 수밖에 없고, 항소심에 의하여 전부판결을 하게 됨에 따라 원판결보다 불리하게 변경될 수 있다.
마. 상고심의 파기환송 후의 환송법원의 판단
환송 후 항소심의 소송절차는 환송 전 항소심의 속행이므로 당사자는 청구의 확장 등 그 심급에서 허용되는 모든 소송행위를 할 수 있고, 이러한 이유로 환송 전의 판결보다 상고인에게 불리한 결과가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대법원 1991. 11. 22. 선고 91다18132 판결).
4. 위반의 효과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을 위반하면 처분권주의 위반으로 법령위반의 상고 이유가 된다(제423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