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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권의 효력
<AI 핵심 요약>
특허법은 '자연인 발명자' 보호를 근간으로 하되, 기업·대학 내 직무발명을 활성화하기 위해 권리 승계와 정당한 보상 사이의 합리적 균형을 법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1. 발명자주의와 새로운 도전 (AI 발명)
2. 직무발명의 개념과 귀속
3. 권리 승계 절차와 의무
4. 정당한 보상의 원칙
5. 직무발명 활성화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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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법률위키는 저자의 허락을 받아 『지식재산권법』(제6판)의 원문을 수록하였습니다. 본 저서의 전체 목차와 체계적인 분류는 [지식재산권법] 목차 및 전체 가이드: 정상조·박준석 공저 (제6판) 페이지에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가. 권리의 내용
특허발명은 원래 발명자에게 속하는 것이므로 당해 발명을 한 자는 자유로이 자신의 발명을 이용할 수 있다. 특허법은 기술발전의 촉진이라고 하는 법목적을 위해서 발명자 또는 그로부터 권리를 양수한 자에게 특허발명을 배타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권리인 특허권을 부여한 것이다. 특허권은 특허권자가 특허발명을 독점·배타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고 하는 적극적 효력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 타인이 허락 없이 동일한 발명을 실시하는 것을 물리칠 수 있는 소극적 효력도 가진다. 이러한 특허권은 무효심판에 의해서 무효로 확정되지 않는 한 유효한 권리로 인정된다.274) 이러한 무효심판제도는 특허결정이라고 하는 행정행위가 일단 행해진 경우에 당연무효가 아닌 한 취소 등의 심판에 의하지 않고서는 그 효력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하는 행정법 일반이론이 적용된 결과라고 볼 수도 있지만, 행정구제절차에 있어서 소위 행정심판전치주의가 사라진 오늘날 특허법에서만 무효심판이 강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 274) 권리범위확인심판 및 가처분에서 약간의 예외가 인정되고 있다. |
특허권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특허권자는 특허발명을 업으로서 실시할 권리, 즉 물건의 발명의 경우에는 그 물건을 생산·사용·양도·대여·수입 또는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양도 또는 대여를 위한 전시를 포함한다)을 할 권리를 가지고, 방법의 발명의 경우에는 그 방법을 사용하는 권리,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의 경우에는 생산한 물건을 사용·양도·대여·수입 또는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위와 같이 전시를 포함한다)을 할 권리를 독점한다(특허법 제94조, 제2조 3호). 다만 특허권은 국내적으로만 배타적 권리를 가지는 속지적 권리이므로, 수출행위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나. 권리의 범위
(A) 특허발명의 보호범위
특허권의 범위 또는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는 청구범위에 기재된 사항에 의하여 정하여진다(특허법 제97조).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는 특허권자가 자신의 특허발명을 실시할 수 있는 적극적 효력의 범위임과 동시에 제3자에 의한 특허권침해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 소극적 효력의 범위이기도 한 것이다. 특허법 제97조가 정한 바와 같이 특허권의 보호범위는 발명자가 특허출원 시에 자신이 특허명세서에 기재한 발명의 목적·구성 및 효과에 한정되고 이에 기재되지 않은 기술적 사상에는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청구범위에 기재된 사항은 문언 그 자체에 엄격히 한정하면 일반 공중에게 유리하지만 발명자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고 반대로 폭넓게 해석하면 특허권자의 권리범위는 넓어지지만 일반 공중이 예측하지 못한 특허권침해의 책임을 지게 되고 부당하게 경쟁질서를 해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특허권의 보호범위의 확정, 즉 청구범위의 해석은 특허법의 법목적 실현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다.
청구범위의 해석은 특허권침해의 혐의를 받는 물건이나 방법(침해혐의물)이 특허발명의 보호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권리범위확인심판이나 특허권침해소송 등에서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 기본적으로 침해혐의물이 청구범위 또는 특정 청구항(Claim)의 구성요소와 일치하면 권리범위 내에 속하는 것이고, 특허권침해는 성립한다고 말할 수 있다. 청구항이 2개 이상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구성 요소 전부가 일치해야 한다는 점에서 특허권의 보호범위 또는 청구범위의 해석은 구성 요소완비의 원칙 또는 전구성요소비교의 원칙(all elements rule)으로부터 출발한다.
(B) 해석방법론
청구범위의 해석에 대해서는 흔히 유럽식 중심한정주의(Central definition)와 미국식 주변한정주의(Peripheral definition)가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중심한정주의는 청구범위의 기재가 권리의 중심 또는 기술적 요부만을 기재한 것으로 보고 그와 균등하다고 볼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특허권의 효력이 미친다고 해석하는 방법이다. 본래 미국에서도 1870년 특허법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명세서 및 도면에 상세한 발명을 기재하고 특허청구항은 예시하는 방식으로 출원서류를 작성해 왔고, 따라서 청구범위의 해석에 있어서도 명세서에 기재된 기술적 요부를 중심으로 그와 동일하거나 균등하다고 볼 수 있는 범위를 찾아내는 중심한정주의의 해석론이 지배하고 있었다고 한다.275) 그러나 미국에서는 1870년의 특허법이 제정된 이후에 특허 청구항의 기재가 명확하게 특허발명을 반영하도록 엄격히 요구되어서 특허청구항 (claims)의 중요성이 증가하게 되었고, 청구범위의 해석에 있어서도 미국 연방법원은 청구항으로 표현된 청구범위의 문언이 특허발명의 주변 또는 외연을 확정해 준 것이라고 보아 그 문언에 엄격하게 해석하는 방법을 채택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주변한정주의는 명세서에 구체적이고 명료한 청구항을 기재하도록 한 청구항기재 방식의 결과 채택된 해석방법론인 것이다. 그러나 앞서의 중심한정주의에 입각하더라도 청구범위의 문언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고 주변한정주의에 입각하더라도 특허발명의 적절한 보호를 위해서 소위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을 발전시켜 왔고 그 결과 청구범위의 문언과 사실상 균등하다고 볼 수 있는 범위로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를 넓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에 와서는 양자의 해석방법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중심한정주의 또는 주변한정주의가 아니고, 청구범위의 문언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특허권의 충실한 보호와 일반 공중의 예측가능성을 동시에 충족시켜줌으로써 특허법의 법목적 실현에 가장 충실하고 효율적인 것인가의 문제이다.
| 275) Chisum on Patents (Matthew Bender, 2000), at 8.06 & 18.04. |
(C) 청구범위
특허법 제97조는 특허발명의 보호범위가 ‘청구범위에 적혀 있는 사항’에 의하여 정해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보호범위의 해석은 일단 청구범위에 기재된 사항 즉 문언적 기재사항으로부터 출발한다. 청구범위는 특허출원인이 자신의 발명을 과장하지도 축소하지도 않고 자신의 발명을 그대로 명확하고 간결하게 문언으로 기재한 것이므로, 그러한 청구범위에 기재된 사항이 특허발명의 보호범위가 됨으로써 특허권자도 적절히 보호되고 일반 공중도 예측가능성을 가지고 기술의 이용 또는 개발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청구범위는 간결하게 기재하도록 요구되고 있기 때문에 청구범위의 문언만으로는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를 명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따라서 청구범위의 기재만으로 특허발명의 기술적 구성을 알 수 없거나 알 수는 있더라도 그 기술적 범위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명세서에 기재된 ‘발명의 설명’ 등 다른 기재사항도 참작해서 해석하게 된다. 그러나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는 청구범위에 기재된 사항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고 명세서의 다른 기재에 의한 확대 또는 제한 해석은 허용되지 않는다.276) 발명의 설명은 청구범위의 해석에 참작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에 발명의 설명에 의해서 청구범위에 청구항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은 사항을 특허발명의 보호범위에 포함할 수는 없고277) 마찬가지로 발명의 설명에 의해서 청구범위를 제한해서 해석할 수도 없다.278)
| 276) 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5후1188 판결. 277) 대법원 1992. 6. 23. 선고 91후1809 판결. 278) 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후776 판결 및 대법원 2006. 6. 9. 선고 2004후509 판결. 그 외에도 청구범위에서 수용성·비수용성의 구별 없이 반응매질을 기재하고 있는 경우에,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기재된 실시례에서 수용성 매질을 반응매질로 하는 방법만을 기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청구범위를 수용성매질을 반응매질로 하는 기술적 범위에 한정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93. 10. 12. 선고 91후1908 판결이 있다. |
(D) 발명의 설명
특허법은 기본적으로 발명자가 자신의 특허발명을 일반 공중에 공개하는 대신 발명자에게 특허권을 부여함으로써 그 법목적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발명의 설명은 그러한 특허발명의 공개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출원서류에 관한 설명 참조). 발명의 설명의 중요성을 감안해서 특허법은 발명의 설명이 결여된 경우에 특허권의 등록무효사유로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문제되는 것은 청구범위에 기재된 청구항이더라도 그에 대한 발명의 설명이 기재되어 있지 않으면 특허발명의 보호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것인지 여부의 문제이다. 발명의 설명의 결여가 무효심판사유로 규정되어 있지만, 무효심판에 의해서 등록무효가 확정되기 이전에는 특허권은 유효한 것이기 때문에 청구항의 기재가 있는 한 그 청구항의 범위 내에서 특허발명의 보호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무효심판에 의해서 등록무효가 확정되기 이전에도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공지·공용기술에 해당되는 범위 내에서는 특허권의 권리범위를 인정하지 않는 법원의 해석론을 고려해 볼 때,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특허에 무효심판사유가 있는 경우에 무효심판에 의해서 무효로 되기 이전에도 청구범위를 해석함에 있어서 무효심판사유를 고려해서 청구범위를 일부 제한하거나 모두 부인함으로써 사실상 특허권이 일부 또는 전부 무효로 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여부의 문제인 것이다.
권리범위확인심판에 대한 상고사건에서 대법원은 특허발명의 일부가 공지·공용의 기술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특허발명 전부가 공지·공용기술에 해당되는 경우에도 그 권리범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279) 이러한 대법원 판례는 무효심판에 의해서 특허발명이 무효로 되기 이전에도 청구범위의 해석에 의해서 공지·공용기술에 해당되는 범위 내에서는 권리를 인정하지 아니함으로써 사실상 공지·공용기술에 해당되는 범위 내에서 무효로 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뿐만 아니라 특허권침해소송에서도 마찬가지의 청구범위 해석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여부의 문제인데, 청구범위의 해석은 권리범위확인심판과 특허권침해소송에서 다르게 이루어져야 할 이유가 없고 공지·공용기술에 해당되는 범위 내에서 청구범위를 인정할 수 없고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특허권의 침해도 인정할 수 없다고 해석된다. 그리고 마찬가지의 논리에 입각해서 발명의 설명에 의해서 뒷받침되지 않는 청구항은 특허발명의 보호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그러한 해석이 특허법의 법목적 실현에 보다 충실하고 효율적인 해석이 될 것이다.
| 279) 대법원 1983. 7. 26. 선고 81후56 전원합의체 판결 |
다. 권리의 소진
특허제품이 정당하게 생산·판매된 경우에 그 양수인 등에 의한 특허제품의 재판매는 특허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거래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특허권자가 특허품을 타인에게 양도한 경우와 같이 특허권의 정당한 행사가 있으면 그 특허권은 이미 소진되어 당해 특허제품의 후속적인 양도나 기타의 처분에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소진원칙(消盡原則, exhaustion doctrine)이라고 한다. 이러한 소진이론은 특허권에 한정된 개념은 아니고 상표법의 진정상품의 병행수입(parallel imports)의 정당화의 논거로도 사용되고 있으며,280) 저작권법의 배포권과 관련하여 최초판매원칙(first sale doctrine)으로281) 인정되고 있다.
| 280) 대법원 2002. 9. 24. 선고 99다42322 판결 및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도17524 판결. 281) 저작권법 제20조. 다만 저작권법의 경우에는 배포권에 한정되어 소진되고, 그 외의 전시권, 공연권 등은 소진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
특허발명이 구현된 제품의 병행수입의 경우에도 특허권소진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수입국과 수출국의 특허권자가 동일인이거나 지분보유관계에 비추어 동일인이라고 볼 수 있고 수입국의 특허권자에 의한 국내생산이 없는 경우에는, 수출국과 수입국의 양국 시장에 동일하거나 동일하게 취급될 특허권자에 의해서 동일한 특허제품이 생산되어 유통되는 것이기 때문에 특허권자는 특허제품의 판매로 그에 관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한 바 있고 그 이후의 재판매 또는 수입을 금지할 수 없다고 보더라도 특허권자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부당히 감축하는 바가 전혀 없고 가격경쟁의 촉진 및 거래의 안전성 확보를 통해서 소비자 후생은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에 특허권자는 제3자에 의한 병행수입을 금지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282)
| 282)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1982. 7. 30. 선고 81가합466 판결. |
발명에는 ‘물건의 발명’과 ‘방법의 발명’이 있고, 물건발명의 특허권이 소진될 수 있다는 점은 상표권이나 저작권과 다를 바 없다. 우리 대법원도 물건발명의 경우에는 그 특허권자 등이 자신의 특허발명이 구현된 물건을 적법하게 양도한 경우에 양도된 당해 제품에 대해서는 특허권의 목적을 달성하였고 소진했으므로 양수인이나 그 이후 제3자에 의한 제품의 사용, 양도 또는 대여에 대해서 더 이상 특허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283) 그러나, 물건발명의 경우와 달리 방법발명의 경우에는 특허권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지 여부에 대해서 국내하급심 판례가 다소 모순된 해석론을 제시해 왔다.284) 미국 연방대법원은 오래 전부터 특허의 ‘핵심적 특징(essential features)’을 구현한 제품이 무엇인지 검토함으로써 방법발명에서의 특허권소진 여부를 판단해왔고, 우리 대법원은 비교적 최근에 방법발명에 대한 특허권의 소진에 관한 상세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게 되었다.
| 283)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 284) 서울지법 동부지원 1981. 7. 30. 선고 81가합466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0. 5. 2. 선고 99나59391 판결 및 서 울중앙지방법원 2008. 1. 31. 선고 2006가합58313 판결. |
미국에서 특허권 소진 이론은 명문의 규정이 아닌 미국 판례에 의하여 형성되어 왔다. 판례에 따르면 특허물품이 적법하게 조건 없이 일단 판매된 경우 당해 상품에 관한 특허권자의 모든 권리는 즉시 소멸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일찍이 1852년 Bloomer v. Mcquewan 판결285)을 통하여 이러한 입장을 선언하였고 불과 몇 년 뒤 연방대법원은 Bloomer v. Millinger 판결286)에서도 같은 원칙을 밝혔다.
| 285) 55 U.S. 539 (1852). 286) 68 U.S. 340 (1863). |
1873년 Adams v. Burke 판결287)에서는 반경 10마일 이내에서만 판매하도록 정한 지역적 제한이 특허권자에 의하여 설정되어 있었음에도 이에 반한 실시허락권자의 판매행위로부터 물품을 구입한 구매자라도 특허권침해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함으로써 특허권 소진 원칙이 더욱 강화되었다. 특히 이 원칙을 확실하게 확립한 기념비적인 판결이 1942년 연방대법원의 United States v. Univis Lens Co. 판결288)이다. 이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특허권 소진 원칙의 이론적 근거를 명확히 선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품 자체가 특허대상일 때 그 상품이 판매된 경우뿐만 아니라 상품은 특허대상이 아니지만 그 상품이 당해 특허의 ‘핵심적 특징(essential features)’을 구현한 경우에도 역시 특허권 소진 원칙이 적용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앞서 Adams v. Burke 판결이나 위 United States v. Univis Lens Co. 판결의 사안은 모두 양도나 실시허락 계약상으로 특허권자가 가한 제한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특허권소진 이론이 적용되었다.
| 287) 84 U.S. 453 (1873). 288) 316 U.S. 241 (1942). |
어쨌든 Univis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이 도입한 이른바 ‘핵심적 특징’의 기준은 이후 하급법원들의 판결에서도 받아들여져 가령 결합발명(combination invention) 내지 방법발명의 경우 특허권 소진 원칙이 어떻게 적용될지에 관하여서도 응용되었다. Cyrix v. Intel 판결289)뿐 아니라 Quanta v. LG 사건의 1심인 연방지방법원의 약식결정290) 등이 그 좋은 예이다.291) 이에 따라 결합발명(combination invention)의 경우 특허권 소진 원칙은 특허권자가 그 결합발명의 부품을 아무런 조건 없이 판매하였고 그 부품이 당해 결합상품을 구성하기 위하여 쓰이는 것 이외에는 현실에서 다른 용도를 가지지 않은 경우라면 그 판매행위로서 결합발명의 특허권이 소진된다는 원칙으로 구체화되었다.
| 289) Cyrix Corp. v. Intel Corp. 846 F.Supp. 522 (E.D. Tex 1994), aff'd without op., 42 F.3d 1411 (Fed. Cir. 1994). 여기서 법원은 특허대상이 아닌 장치를 판매한 경우에도 특허권 소진이 일어날 수 있는데, 그러려면 그 장치가 특허권을 실시한 장치의 구성요소 이외로는 사용용도가 없을 뿐 아니라 그 구성요소가 합리적인 범위의 비침해적 용도를 가지고 있지 않음을 각각 침해자 측이 입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290) LG Elecs., Inc. v. Asustek Computer, Inc., 65 U.S.P.Q.2d 1589 (N.D. Cal. 2002). 291) 이는 John W. Osborne, ‘A Coherent View of Patent Exhaustion: A Standard Based on Patentable Distinctiveness,’ 20 Santa Clara Computer & High Tech. L.J. 651 (2004) 참조. |
특허권의 소진 이론과 관련하여 가장 근래에 내려진 연방대법원 판결은 2008년에 내린 Quanta Computer, Inc. v. LG Electronics, Inc. 판결292)이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서 LG는 PC와 주변기기 간의 효율적 데이터 전송을 위한 표준 기술인 이른바 PCI(Peripheral Component Interconnection)기술의 특허권자였다. LG는 인텔사에 대하여 그 특허에 관한 실시허락을 부여하였고, 인텔은 PCI 기술 구현의 핵심부품인 컴퓨터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칩셋을 제조한 다음 대만의 컴퓨터제조업체인 Quanta 사를 비롯한 제3자들에게 판매하였다. 그런데 인텔과 제3자 사이의 판매계약에는 위와 같이 제조한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칩셋을 제3자가 다른 회사의 주변기기와 결합하여 컴퓨터에 장착하고자 할 때에는 LG의 허락을 직접 득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었는데, 이 조항은 LG가 인텔에게 PCI기술 실시허락을 부여하며 인텔에게 장차 제3자와의 판매계약에 반드시 삽입할 것을 요구한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컴퓨터제조업체인 Quanta 사가 인텔로부터 구입한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칩셋을 LG의 허락 없이 다른 회사의 주변기기와 결합하여 컴퓨터에 장착하는 방법으로 PCI기술을 구현한 다음 미국에 판매하였다.
| 292) Quanta Computer, Inc. v. LG Electronics, Inc., 553 U.S. 617, 128 S.Ct. 2109 (2008). 이에 관해서는 박준 석, “Quanta v. LG 판결이 한국에서 가진 의미에 대한 소고”, 서울대 법학(서울대 법학연구소, 2008. 9.), 444 면 이하 참조. |
인텔과 체결한 판매계약에 삽입된 조항 때문에 Quanta사가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칩셋을 제3자의 주변기기와 결합하여 PCI기술을 구현하는 경우까지는 적법한 판매계약의 효력이 미치지 않으며 이런 행위는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칩셋과 주변 기기와의 결합을 통하여 구현되는 방법특허인 PCI 기술 특허를 침해한 것이라는 것이 LG 측의 주장이었다. 연방특허항소법원(CAFC)은 LG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Quanta사가 인텔로부터 구입한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칩셋과 제3자로부터 구입한 다른 주변기기를 결합한 행위는 LG가 가진 PCI 기술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LG가 인텔에 이미 제조를 허락한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칩셋이 본래부터 다른 주변기기와 결합하여 컴퓨터에 장착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부품으로 이미 LG의 방법특허인 PCI 기술의 핵심적 특징(essential feature)을 실질적으로 구현(substantially embodied) 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칩을 타인에게 판매하면서도 여전히 LG로 하여금 컴퓨터에 결합, 장착될 때에는 다시 방법특허에 기한 허락권을 가지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연방대법원은 연방특허항소법원의 해석은 지나치게 특허권자의 보호에 치중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당해 특허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향후 기술발전에 대하여 과도한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항소법원의 판단을 파기하였다.
결국 특허권자가 자신의 특허발명의 핵심적 특징을 이루는 부품을 타인에게 적법하게 판매하는 이상 그 특허가 물건의 발명이든 방법의 발명이든 특허권이 소진된다는 것이 위 판결의 입장이다. 그에 따라, 종전까지 방법의 발명에는 특허권 소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론에 터 잡아 실질적으로 물건의 발명임에도 방법의 발명으로 포장하는 특허권자의 편법이 차단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연방대법원은 이미 2006년 eBay Inc. v. MercExchange, L.L.C. 판결293)을 통하여 연방특허항소법원이 특허침해가 인정되면 사실상 기계적으로 금지 가처분을 부여하던 관행에 제동을 걸었었고 2007년 KSR v. Teleflex 판결294)을 통하여서는 연방특허항소법원이 TSM 테스트를 통하여 지나치게 특허의 진보성 요건을 완화한 입장을 수정한 바 있다. 다시 한 번 2008년 Quanta Computer, Inc. v. LG Electronics, Inc.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특허권자의 보호에 지나치게 치중한 연방특허항소법원의 관행 에 반대한 것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 293) 547 U.S. 388 (2006). 294) 550 U.S. 398, 127 S.Ct. 1727 (2007) |
우리나라에서는 방법발명의 경우에 특허권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지에 관한 하급심판례가 명확하지 못했으나, 2019년 대법원이 방법발명에 관한 특허권이 소진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특허권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지 여부의 판단기준을 명확히 제시했다.295) 방법발명에 대한 특허권자가 통상실시허락을 받은 자로부 터 해당 방법의 발명을 구현한 제품 즉 ‘특허발명 실시장비’를 양수하여 이용한 제3자에게 특허권 침해를 이유로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방법발명에 대한 특허권자 등이 우리나라에서 그 특허방법의 사용에 쓰이는 물건을 적법하게 양도한 경우로서 그 물건이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것이라면, 방법발명의 특허권은 이미 목적을 달성하여 소진되었으므로, 양수인 등이 그 물건을 이용하여 방법 발명을 실시하는 행위에 대하여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어떤 물건이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그 물건의 본래 용도가 방법발명의 실시뿐이고 다른 용도는 없는지 여부, 그 물건에 방법발명의 특유한 해결수단이 기초하고 있는 기술사상의 핵심에 해당하는 구성요소가 모두 포함되었는지 여부, 그 물건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공정이 방법발명의 전체 공정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특허권 소진의 대상이 되는 물건이 문제된 방법발명의 핵심 적 특징(essential feature)을 실질적으로 구현(substantially embodied)한 것인지 여부 를 판단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대법원은 앞에서 살펴본 미국 연방 대법원 판례를 반영하고 우리 특허법 제127조의 간접침해에 있어 ‘다른 용도가 없는지 여부’296) 판단기준을 원용했다.
| 295)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7다289903 판결. 296)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후3356 판결. |
*출처: 정상조, 박준석,『지식재산권법』 (제6판, 홍문사, 2024년) 제2장 특허법 Ⅵ. 특허권 3. 특허권의 효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