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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포괄적 공정이용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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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심 요약>

공정이용은 저작권자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조화시키기 위한 포괄적 허용 규정으로, 특히 현대의 AI 학습이나 데이터 분석과 관련하여 '변형적·비표현적 이용'에 해당할 경우 그 정당성이 폭넓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1. 공정이용의 개요 및 판단 기준 (제35조의3)

  • 도입 배경: 인터넷 시대의 다양한 저작물 이용에 대응하기 위해 2011년 미국식 포괄적 공정이용 조항을 도입했습니다.
  • 성립 요건: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아야 합니다. (3단계 테스트)
  • 판단 4요소:
    1. 이용의 목적 및 성격: 영리성 여부도 중요하나,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변형적 이용인지가 핵심입니다.
    2.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문예적 저작물인지, 사실/기능적 저작물인지, 공표 여부 등을 고려합니다.
    3. 이용된 분량 및 중요성: 이용한 부분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질적 중요성을 따집니다.
    4. 시장 및 가치에 미치는 영향: 원저작물의 현재 또는 잠재적 시장 수요를 대체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2. 주요 개념 및 최신 법리

  •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 원저작물과 다른 새로운 목적이나 가치를 부여하는 이용입니다. (예: 썸네일 이미지, 패러디, 구글 도서 검색 등)
  • 비표현적 이용(Non-expressive Use): 저작물의 '표현'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패턴 분석 등 '정보'로서만 이용하는 것입니다. AI 학습이 대표적이며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공익적 가치: 이용이 사회 전체의 이익(교육, 연구, 정보 접근성 등)에 기여할 경우 공정이용 인정 가능성이 커집니다.

3. 인공지능(AI) 및 데이터 마이닝(TDM) 이슈

  • AI 학습과 공정이용: AI가 저작물을 학습하는 것은 '비표현적/변형적 이용'으로 보아 공정이용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으나, 향후 인간의 창작 시장을 대체할 가능성 때문에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 외국 입법례: * 일본: 2018년 개정을 통해 '비표현적 이용'을 명시적 제한 사유로 추가했습니다.
    • 유럽/독일: 비영리 과학 연구 목적의 텍스트 및 데이터 분석(TDM) 예외를 도입했습니다.
  • 국내 현황: 우리나라는 명시적인 TDM 면책 조항이 아직 없으며, 공정이용 조항의 추상성으로 인해 AI 산업에서의 법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입니다.

* 본 법률위키는 저자의 허락을 받아 『지식재산권법』(제6판)의 원문을 수록하였습니다. 본 저서의 전체 목차와 체계적인 분류는 [지식재산권법] 목차 및 전체 가이드: 정상조·박준석 공저 (제6판) 페이지에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최신판례: 공정이용 규정 신설 전 행위에 공정이용 법리 적용 여부에 관한 대법원 2024년 7월 11일 선고 2021다216872, 216889 판결, 공정이용 판단 기준에 관한 대법원 2024년 7월 11일 선고 2021다272001 판결,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복제권 침해 여부를 판단한 대법원 2024년 4월 16일 선고 2023도17354 판결, 컴퓨터프로그램 관련 저작재산권 침해의 고의를 부정한 원심을 수긍한 대법원 2024년 8월 23일 선고 2024도3533 판결.

 

가. 개요

2011. 12. 2. 개정된 저작권법은 오랫동안 한국에서 필요성이 거론되어 온 미국식 포괄적 공정이용조항을 도입하였다(저작권법 제35조의3). 새로 도입된 포괄적 공정이용조항은 미국 연방저작권법 제107조423)의 내용과 상당히 흡사하다. 동 조항에서는 우리 저작권법상 개별적으로 인정되는 저작권제한조항, 즉 저작재산권의 제한을 규정한 제2장 제4절 제2관의 제23조부터 제35조의2까지 그리고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에 관한 제5장의2에 별도로 정한 제한조항인 제101조의3부터 제101조의5까지의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도 공정이용이 성립할 수 있는 여지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423) 17 U.S.C. §107 (Fair use); 제106조(저작자의 독점적 권리)의 규정에 불구하고, 비평, 주석, 뉴스보도, (수업 을 위한 다수의 복제를 포함하여) 교육, 학술, 혹은 연구와 같은 목적으로 서적이나 음반을 복제하거나 혹은 제 106조에 정해진 일체의 다른 수단에 의하여 이용하는 것을 포함하여 저작물의 공정이용은 저작권의 침해행위 가 아니다. 특정한 사안에서 저작물을 포함한 이용행위가 공정이용인지 여부는 아래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① 당해 이용이 영리적 성격의 이용인지 아니면 비영리적 교육 목적인지를 포함하여, 저작물이용의 목적 및 성격 ② 저작물의 성격 ③ 이용된 부분이 특정한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양과 질 ④ 이러한 이용이 저작물의 잠 재적 시장 또는 가치에 대하여 미치는 영향

저작권법이 포괄적 공정이용조항을 도입한 배경을 보면, 지난 30여 년간 저작권의 보호가 강화되어 온 반면에 저작물 이용자들의 지위는 취약하다고 하는 문제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424) 특히, 기존의 개별적인 저작권제한으로는 인터넷 시대의 저작물 창작과 이용의 활성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하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우리 대법원도 “저작물의 공정이용은 저작권자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라고 하는 대립되는 이해의 조정 위에서 성립”한다고 전제하면서, 기존의 개별적인 저작재산권 제한사유만으로는 널리 공정이용의 법리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을 솔직하게 시인한 바 있다.425)

424) 법률 제11110호, 2011. 12. 2. 저작권법 일부개정, 2012. 3. 15. 시행. 
425) 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1도5835 판결.

제35조의3에 의한 공정이용이 인정되려면 첫째,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여야 한다(법 제35조의3 제1항). 이것은 베른협약 제9조 제2항의 3단계 기준(three step test)을 확인한 것이다. 둘째, ① 이용의 목적 및 성격 ②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③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④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4가지 요소를 고려하여야 한다(같은 조 제2항). 4가지 요소에 대해서 차례대로 살펴본다.

 

나. 이용의 목적 및 성격

공정이용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첫 번째 요소는 이용 목적과 성격이다. 기존의 공정한 인용 및 신설된 공정이용에 관한 국내 사례를 보면 주로 ① 상업적 목적 내지 영리 목적을 위한 것인지 여부를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업적 목적이 있다고 해서 항상 공정이용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고, ② 저작물의 본래 목적이나 가치와는 다른 새로운 목적이나 가치를 추가하는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에 해당되는지, ③ 원저작물의 표현적 가치가 아니라 데이터 또는 정보로서의 비표현적 가치를 이용한 것인지, ④ 사회적으로 공익적 가치가 있는지 등을 중요한 요소로서 고려해볼 수 있다.

(A) 상업적 목적

상업적 목적은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가능성을 약화시킨다. 대법원은 대학입시용 문제집에 대학본고사 문제를 전부 인용게재해서 판매한 사안에서, “영리적인 교육목적을 위한 이용은 비영리적 교육목적을 위한 이용의 경우에 비하여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범위가 상당히 좁아진다”라고 판시했다.426) 상업적 목적이 공정이용의 인정에 부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지만 상업적 목적이 언제나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427) 공정이용에 관한 규정을 도입하기 위해서 저작권법이 개정된 경위를 보면, 이용의 상업성 또는 영리성이 절대적으로 부정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점은 더욱 명백해진다. 다시 말해서, 2011년 개정된 저작권법이 처음으로 포괄적인 공정이용에 관한 규정을 두게 되었지만, 2016년에 다시 개정된 저작권법은 공정이용의 ‘영리성 또는 비영리성’이라는 문구를 삭제함으로써 영리성 또는 상업성이 공정이용을 부인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될 수 없음을 확인해주고 있다.428)

426) 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도2227 판결. 
427) 이지호, 빅데이터의 데이터마이닝과 저작권법상 일시적 복제,『지식재산연구』, 제8권 제4호(2013), 113면. 미 국 판례도 상업적 목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정이용의 성립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Warner Brothers Entertainment Inc. v. RDR Books, 575 F.Supp. 2d 513, 545면 (2008); Paramount Pictures Corp. v. Carol Publishing Group, 11 F. Supp. 2d 329, 334면 (S.D.N.Y 1998). 
428) 법률 제14083호, 2016. 3. 22 일부개정, 2016. 9. 23 시행.

판례도 저작물 이용의 상업성 여부가 절대적인 기준으로 될 수는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예컨대, 검색 서비스의 제공을 위해서 사진 이미지를 수집하고 썸네일(thumbnail) 이미지로 만들어서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제공한 사안(‘썸네일 사건’)에서, 우리 대법원은 썸네일 이미지가 사진의 예술적 또는 심미적 가치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의 인터넷 위치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검색의 편의를 도모한다고 하는 공익적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한 썸네일 이미지의 제공이 상업적 목적을 위한 것이지만 ‘공정한 인용’으로 인정한 바 있다.429) 썸네일 이미지에 관한 대법원 판결은 ‘공정한 인용’의 판단기준을 다룬 것이지만 그대로 공정이용의 판단기준으로도 타당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429) 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7793 판결.

공정이용에 관한 일반조항이 도입된 이후 그에 관한 판단기준을 제시한 국내판례가 많지 않지만, 이용목적의 영리성과 저작물의 시장과 가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명백한 경우에는 공정이용이 부인되었다.430) 다른 한편, 공정이용이 인정된 사례가 부인된 사례보다 많지 않지만, 비평 등의 비영리적 목적이 명백한 경우에는 공정이용이 인정된 바 있다.431) 이용목적의 영리성이 직접적인 경우부터 간접적인 경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 걸쳐 있을 수 있는데, 우리 판례는 그에 관한 상세한 논의나 분석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용목적의 영리성은 인정 하면서도 변형적 이용이라거나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면 서 공정이용을 인정한 사례는 아직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의료기기제조업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의 신청 과정에서 타인의 저작물을 임상시험자료로 복제하 여 제출한 사안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용자에게 영리적인 동기나 목적이 있다 는 이유만으로 공정이용을 부인할 수는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면서, 변형적 이용과 저작물 시장에의 경미한 영향 등의 다른 요소를 근거로 공정이용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432) 비록 하급심 판결이지만 공정이용에 관한 해석론은 기존 의 ‘공정한 인용’에 관한 판례와 커다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임상시험자료로 타 인의 저작물을 복제해서 제출한 것이 ‘공정한 인용’에 해당하는지 다투어진 사안에 서, 우리 대법원은 임상시험자료용으로 복제한 것도 궁극적으로는 제품 판매로 인 한 이익추구라고 하는 영리적 목적을 가진다고 하는 점 등을 들면서 공정한 인용으 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433) 공정한 인용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고려해보면, 공정이용에 관한 일반 조항은 영리성을 비롯한 저작물이용의 외연을 넓힐 것으 로 예상된다.

430) 자신의 웹사이트에 타인의 저작물을 업로드해서 회원들에게 1건당 450원에 다운로드받게 한 경우(서울중앙지 방법원 2013. 5. 24. 선고 2013노232 판결), 학습자료를 제공하는 사기업이 자신의 웹사이트에 타인의 저작물 을 업로드하고 전시, 배포한 경우(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10. 15. 선고 2018노1678), 온라인 교육사업을 영위 하는 기업이 이용기간 만료 후에도 타기업의 교재를 이용한 동영상을 계속하여 유료로 수강생들에게 제공한 경 우(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2. 12. 선고 2012가합541175 판결), 주류 도매업을 영위하는 회사가 원고가 작성 한 인터넷 기사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시한 경우(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2. 11. 선고 2013다36100 판결), 기 업의 홈페이지와 웹진에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그림 5점을 게시한 경우(광주지방법원 2016. 9. 2. 선고 2015가단513058 판결).
431) 채식주의에 관한 블로그에 타인이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사진의 썸네일을 게재한 경우(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6. 25. 선고 2015가소308746 판결), 기자 채용 필기시험 문제의 수준을 비판하면서 인터넷 게시판에 저작권 보유 방송사의 필기시험 문제 가운데 논술문제 및 객관식 문제 3문항을 게시한 경우(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8. 14. 선고 2018고정2866), 식생활에 관한 비평적 기사 작성을 위하여 원고가 컷당 30만원에 판매하고 있는 사 진을 원고의 동의 없이 게재한 경우(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11. 26. 선고 2015나33407 판결)에 담당 법원은 공정이용의 성립을 인정한 바 있다. 
432) 서울중앙지법 2017. 6. 15. 선고 2016가합534984 판결. 
433) 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1도5835 판결.

비교법적 검토의 차원에서 공정이용에 관한 300건 가량의 미국사례를 보면 거 의 대부분 상업적 목적을 언급하면서도 실제로 상업적 목적이 절대적인 요소가 아 니라 다른 요소와 함께 상대적 가치를 가진 요소에 불과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 사례를 보면 ‘변형적 이용’은 상업적 목적만큼 빈번히 등장하진 않지만, 변형적 이용에 해당된다고 인정되면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훨씬 더 높 다.434) 상업적 목적은 공정이용을 부인하는데 있어서 저작권자에게 유리한 요소인 반면에, 변형적 이용은 저작물 이용자의 생산적 이용을 정당화하는 요소로서 그 중요성이 인정되고 있다.

434) 공정이용 여부를 판단한 사례 가운데 84%의 사례에서 상업적 목적을 언급하고 있는데 반해서, 38% 사례에서 는 변형적 이용에 관한 아무런 언급이나 분석도 없다: Barton Beebe, An Empirical Study of U.S. Copyright Fair Use Opinions, 1978-2005, 156 U. Pa. L. Rev. 549 (2008), pp. 598-605.

(B) 변형적 이용

저작물의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은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가능성을 높여준다. 변형적 이용이라고 함은 번역이나 개작 등의 변형과는 다른 개념이고,435) 원저작물의 목적이나 가치와 다른 새로운 목적이나 가치를 추가하는 것을 의미한다.436) 우리 저작권법상 ‘공정한 인용’으로 인정되는 비판, 비평, 보도, 교육, 연구 등의 목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이 모두 변형적 이용의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435) Authors Guild, Inc. v. Hathitrust 755 F.3d 8, 95 (2nd Cir. 2014). 
436) Pierre N. Leval, Toward a Fair Use Standard, 103 Harv. L. Rev. 1105 (1990) at 1111.

‘변형적 이용’은 공정이용에 관한 미국판례에서 빈번하게 등장하고 가장 중요한 요소로 취급되고 있다. 공정이용의 법리가 오래전부터 발달해온 미국에서도 그 판단기준의 추상성과 불확실성이 문제되어 왔는데, 이용목적에 관한 판단을 보다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그 이용목적이 저작권법의 기능적 목적 즉 사상과 창작의 촉진을 통해서 사회 전체의 이익에 기여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80년대 공정이용의 판단기준이 법원마다 들쑥날쑥하고 불확실한 점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던 Leval 판사는 원저작물의 목적이나 가치와 다른 새로운 목적이나 가치를 추구하는 변형적 이용을 통해서 사회 전체의 이익에 기여하는 저작물이용은 공정이용으로 정당화된다고 하는 ‘변형적 이용’의 기준을 제안하는 논문437)을 발표했다.

437) Pierre N. Leval, Toward a Fair Use Standard, 103 Harv. L. Rev. 1105 (1990) at 1111.

1994년 음악표절이 문제된 사안에서 미국연방대법원은 Leval 판사의 논문을 인용하면서 ‘변형적 이용’이 공정이용의 판단에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명확히 했다. 미국연방대법원은 타인의 음악적 표현 일부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그 이용이 원저작물의 시장을 단순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풍자나 조롱과 같은 패러디(parody)로서의 새로운 목적이나 가치를 부여했다면 공정이용에 해당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438)

438) Campbell v. Acuff-Rose Music, Inc., 510 U.S. 569 (1994).

미국연방항소법원으로 자리를 옮긴 Leval 판사는 ‘저자조합(Authors Guild)’이 구글의 도서검색(Google Books)서비스의 저작권침해를 주장하면서 제기한 소송439) 에서 다시금 공정이용의 판단기준을 명확히 해야 하는 숙명적인 기회를 갖게 되었다. 구글은 검색엔진의 효율성을 높이고 미래의 인공지능 서비스 강화를 위해서 하바드, 스탠포드, 옥스포드 대학 등의 도서관에 보관된 2,500만권의 장서를 스캔해 서 그 디지털 사본을 대학도서관과 구글의 서버에 저장한 후, 저작권이 살아있는 저작물의 경우에는 이용자가 찾고자 하는 검색어가 포함된 문장이나 단락조각 (snippet)을 검색결과로 제시해서 도서검색을 도와주고440) 시대별 단어사용빈도/경 향(Ngram)조사441)를 가능하게 하는 구글도서검색서비스를 제공했다. 항소법원은 구글도서검색서비스가 도서관 속의 어문저작물이 본래 갖고 있는 문학적, 학술적 가치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색인으로서의 데이터 가치를 이용하는 것으로 변형적 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도서관 속에서 잠자고 있는 도서의 검색과 활 용에 기여함으로써, 구글도서검색서비스는 원저작물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 려 그 가치를 증가시켰고 사회 전체의 이익 증대에도 기여한 점이 변형적 이용으로 인정될 수 있는 배경으로 되었다.

439) Authors Guild v. Google, Inc., 804 F.3d 202 (2d Cir. 2015).
440) https://books.google.com/. 
441) 구글의 Ngram은 1500년부터 2008년 사이에 출판된 도서문헌으로 구글에 저장된 영어, 중국어, 불어, 독일어, 희랍어, 이태리어, 러시안, 스페인어 문헌에서 일정한 단어 또는 어구 등이 어느 정도의 빈도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도표임. https://books.google.com/ngrams (2017. 9. 25. 방문).

우리 저작권법은 2011년 12월 2일에 비로소 미국 저작권법의 공정이용과 유 사한 포괄적 공정이용 규정을 도입했다. 그 이전까지 우리 법원은 주로 ‘공정한 인 용’이라고 하는 저작권 제한을 확대해석함으로써 공정이용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해 석론을 도출해 왔다. 예컨대, 대법원은 소위 썸네일(thumbnail) 이미지의 저작권침 해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인터넷기업이 사진작품의 심미적이고 예술적인 가치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이미지검색결과로 나온 이미지의 위치정보를 제 공하는 ‘검색편의’의 새로운 가치와 공익적 측면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바로 이러한 새로운 가치와 공익적 측면을 근거로 썸네일의 제공이 공정한 인용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442) “Be The Reds!”라고 하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티셔츠를 입고 촬영한 사진을 홍보에 이용하는 것이 그 디자인의 ‘공정한 인용’에 해당되는지 다투어진 사안에서, 대법원은 이용목적과 분량 및 시장에 미치는 효과 를 종합적으로 볼 때 공정한 인용으로 볼 수 없다고 부정적인 판단을 내렸다. 그러 나 대법원은 “저작물을 단순히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그와 별개의 목적이나 성격”을 갖는 경우에 사진 속에 타인의 디자인 저작물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공정 한 인용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하는 해석론을 확인한 바 있다.443)

442) 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7793판결. 
443) 대법원 2014. 8. 26. 선고 2012도10777 판결.

기존의 ‘공정한 인용’에 관한 판례와 논의는 향후 제기될 ‘공정이용’의 인정여 부에 관한 논의에 많이 원용될 것이다.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하더라도 새로운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공정한 인용’을 인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보는 판례의 확립된 해석론은 앞으로 공정이용의 인정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변형적 이용’의 범주를 넓게 채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 ‘변형적 이용’은 저작권자에게 미치는 손해에 비해서 훨씬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이용형태라는 점에서 공정이용으로 허용하는 것이 저작권법 목적에 부합된다. 변형적 이용으로 저작권법의 목적인 문화 및 관련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이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변형적 이용이라는 요소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인정한 국내 사례가 아직 드물지만,444)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따른 저작물의 변형적 이용이 증가하면서 공정이용 여부를 둘러싼 논의도 많아질 것이다. 예컨대 인공지능 기술로 문자인식, 음성인식, 개체인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인공지능이 어문저작물, 사진저작물 등 다량의 저작물을 복제해서 분석하고 학습한 경우에, 인공지능에 의한 저작물 이용은 그 저작물의 문학적·예술적 가치를 감상하거나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의 문자나 음성 데이터의 디지털 패턴 인식(pattern recognition)445)과 같은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서 이용하는 것이라면 변형적 이용으로 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444) 서울중앙지법 2017. 6. 15. 선고 2016가합534984 판결.
445) 패턴 인식이란 컴퓨터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데이터에서 규칙성을 자동으로 발견하는 것이며, 이러한 규칙성을 사용하여 다양한 데이터를 각각 다른 범주로 분류할 수 있게 된다.

(C) 비표현적 이용

비표현적 이용(nonexpressive uses)이란 저작물의 표현 그 차제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데이터 또는 정보와 같은 비표현적 가치를 이용한 것을 의미한다. 저작권법은 사상과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만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표현적 가치가 없거나 기능적 가치만을 가지는 데이터 또는 정보만을 이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상 저작권의 침해로 볼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비표현적 이용은 공정이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긍정적인 요소가 된다.

공정이용이 인정된 국내외 사례 가운데 이미지 검색이나 정보검색과 같은 변형적 이용은 비표현적 이용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비표현적 이용은 인간이 볼 수 없는 컴퓨터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446) 비표현적 가치만을 이용하는 것은 공정이용에 해당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앞에서 예시한 바와 같이 인공지능에 의한 문자인식, 음성인식, 개체인식 서비스도 모두 저작물의 표현 그 자체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저작물의 문자, 음성, 얼굴의 디지털 패턴과 같은 비표현적 가치만을 추출하고 이용한 것 이라면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446) Levendowski Amanda, How Copyright Law Can Fix Artificial Intelligence's Implicit Bias Problem, 93 Wash. L. Rev. 579 (2018).

비표현적 이용이 공정이용으로 허용될 것인지 여부를 둘러싼 해석론상 불명확 성을 피하기 위해서 그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는 입법적 해결책도 검토해볼 필 요도 있다. 최근 일본은 비표현적 이용이 저작권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는 점 을 명확히 규정하기 위해서 저작권법을 개정한 바 있다. 일본의 저작권법은 공정이 용에 관한 일반조항은 없고 저작권제한 사유를 열거하고 있을 뿐인데, 최근 2018 년도 개정으로 비표현적 이용을 새로운 저작권제한 사유로 추가했다. 다시 말해서, 일본의 개정 저작권법은 “저작물에 표현된 사상이나 감정의 향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용”을 명시적인 저작권제한 사유의 하나로 추가해서 열거하고 있다.447) 다시 말해서,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와 이용양태에 비추어 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 게 해하지 않는 한 해당 저작물에 표현된 사상 또는 감정을 스스로 향유하거나 또 는 타인에게 향유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용 즉 비표현이용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

447) 日本 著作権法 第三十条の四 (著作物に表現された思想又は感情の享受を目的としない利用).

일본의 개정 저작권법의 내용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비표현이용의 예로 ① 저작물의 녹음, 녹화, 기타 이용에 관련된 기술의 개발 또는 실용화를 위한 시험용으로 제공하는 경우 및 ② 다수의 저작물 기타 대량의 정보에서 해당 정보를 구성하는 언어, 소리, 영상 기타 요소에 관련된 정보를 추출, 비교, 분류 기타의 해 석을 하는 소위 정보해석에 제공하는 경우, ③ 사람의 지각에 의한 인식을 수반하 지 않고 컴퓨터에 의한 정보처리과정에 있어서의 이용등에 제공하는 경우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개정 저작권법은 저작물의 표현에 대한 사람의 지각에 의한 인식을 동반하지 않고 해당 저작물을 컴퓨터에 의한 정보 처리 과정에서 이용하는 행위가 저작권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는 중요한 예외를 명확히 규정한 것이 다. 다만,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의 경우에는, 컴퓨터에 의한 실행과 같이 해당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와 해당 이용의 양태에 비춰 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 게 된다면 비표현적 이용도 저작권침해로 된다. 요컨대, 일본 개정 저작권법 하에 서는 문자인식, 음성인식, 영상인식 등의 인공지능에 의한 학습용 저작물의 비표현 적 이용이 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공정하고 적법한 이용에 해당된다는 점이 명확해졌다.448)

448) http://www.mext.go.jp/b_menu/houan/an/detail/1401718.htm (2018. 4. 19. 방문).

유럽연합도 인공지능에 의한 데이터분석을 위한 예외를 명시적으로 규정한 지침을 검토하고 있고 독일은 2017년에 이미 저작권법을 개정해서 아주 제한된 범위의 텍스트 및 데이터분석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저작권제한사유를 도입한 바 있다. 독일연방저작권법에 새로이 도입된 “텍스트 및 데이터분석(Text and data mining )” 449)의 예외에 의하면, 비영리 목적의 과학적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다량의 저작물의 복제 및 자동분석 그리고 공동연구진에의 제공이 허용된다.

449) 텍스트분석은 텍스트를 분석하는 것임에 비해서 데이터분석(data mining)은 데이터에 존재하는 일련의 경향이 나 반복되는 패턴을 찾아내는 분석이라고 하는 차이점이 있다.

일본과 유럽에서의 입법적 대응은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기술에 의한 데이터의 학습, 분석, 활용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이러한 입법례는 우리 저작권법도 개정할 필요가 있는지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D) 공익적 가치

공정이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공익(public interest)’이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본래 저작권법은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450) 공정이용은 그러한 법목적의 달성을 위한 효율적인 균형추로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은 변형적 이용이 공정이용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 또한, ‘공익’은 공정이용의 네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함에 있어서 최종적인 판단기준이 될 수도 있다.

450) 저작권법 제1조(목적). 미국 연방헌법 제1조 제8항 제8목 (Article I, Section 8, Clause 8, of the United States Constitution)도 학문과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 저작권법 등을 제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판례를 보면 특정 저작물 이용이 공익에 기여하는 경우에 공정이용에 해당된다고 인정한 사례가 많다. 예컨대, 구글도서검색서비스가 공정이용에 해당되는지 검토하면서, 미국연방뉴욕남부지방법원은 그러한 서비스가 저작권자의 이익을 크게 해하지 않고 이용자들로 하여금 수천만권의 책을 검색할 수 있게 도와주고 도서관에서 사장되거나 잊혀져버린 책들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상당한 공익을 제공하기 때문에 공정이용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451) 구글봇(Googlebot)이 인터넷상 공개된 저작물을 허락없이 크롤하고 캐싱해서 이용자들의 검색결과로 제공한 사안에서, 네바다지방법원도 구글의 캐싱 및 검색기술이 이용자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저작권자의 시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므로 공정이용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452) 미국과 유럽의 대학도서관들이 연합해서 설립한 디지털도서관(HathiTrust Digital Library)을 비롯한 다수의 공정이용 사안에서, 항소법원은 이용목적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할 때 공익에 이바지하는지 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453)

451) Authors Guild v. Google, Inc., 954 F. Supp. 2d 282 (S.D.N.Y. 2013) at 293. 
452) Field v. Google Inc., 412 F.Supp.2d 1106 (D. Nev., 2006)
453) Haochen Sun, Copyright Law as an Engine of Public Interest Protection, 16 Nw. J. Tech. & Intell. Prop. 123 (2019) at 138-139.

공익이라고 하는 개념은 변형적 이용을 비롯한 공정이용이 허용되어야 하는 가장 설득력있는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여부 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고려할 수 있다. 우리 대법원도 이미지 검색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서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사진의 썸네일 이미지를 만들 어 검색결과로 보여준 사안에서, 썸네일 이미지의 사용은 이용자들에게 보다 완결 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공익적 측면이 강한 점을 인정하면서 공정한 인용에 해당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454) 공정한 인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공익을 고려한 대법원 판례는 공정이용 규정의 해석에 있어서도 그대로 준용할 수 있을 것이다.

454) 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7793 판결.

 

다.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는 공정이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또 다른 한 가지 요소에 해당된다.455) 문학이나 예술 작품과 같은 문예저작물에 대한 저작권보호가 사실저작물이나 기능저작물에 대한 저작권보호와 다르기 때문이다. 이용대상 저작물이 예술저작물로서의 성격이 분명하면 사실저작물이나 기능저작물로서의 성격이 많은 경우보다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여지도 줄어들 것이다.456)

455) 저작권법 제35조의3 제2항 제2호. 
456) 이지호, 빅데이터의 데이터마이닝과 저작권법상 일시적 복제,  지식재산연구, 제8권 제4호(2013), 113면.

저작물의 성격 가운데 저작물의 공표 여부는 공정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저작권법은 상당수의 저작권 제한이 공표된 저작물만을 대 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457) 공정이용에 관한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저작 물의 공표여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정이용에 관한 국내 사례 가 운데, 앨범과 앨범박스를 제조·판매하는 사람이 홍보중인 자신의 앨범에 미공표된 웨딩사진 약 30매를 게재한 사안에서 저작자 내지 초상권자의 공표의사가 중요하 기 때문에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된 바 있다.458)

457) 이에 대한 예외로는 저작권법 제23조(재판절차), 제25조(시사보도), 제35조(미술저작물 등의 원본소유자의 전 시 등)의 규정에 국한된다.
458) 서울북부지방법원 2015. 10. 28. 선고 2015노581 판결.

공정이용에 관한 법리를 발전시켜 온 미국 판례를 보더라도, 미공표 저작물이 라는 성격이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공정이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에 해당된다.459) 인공지능에 의한 저작물의 수집 및 학습에 있어서 스파이더(spider) 등 로봇이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크롤링 방식으로 수집하고 이용한 저작물은 공표된 저작물에 해당된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인터넷 사이트가 제시한 복제금지의 약관이나 로봇배제표준을 규정한 robots.txt 코드를 갖고 있는 경우에, 그 사이트의 저작물이 미공표 저작물에 해당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공정이용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미공표 저작물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저작물로 취급할 것인지는 문제된다.

459) Harper & Row, Publishers, Inc. v. Nation Enters, 471 U.S. 539, 554면 (1985).

 

라. 이용의 분량 및 중요성

이용분량 및 이용부분의 중요성은 공정이용 여부를 판단하는 데 고려해야 할 또 다른 한 가지 요소에 해당된다.460) 타인의 저작물을 많이 복제하면 할수록 그 저작물의 시장 및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공정이용으로 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460) 저작권법 제35조의3 제2항 제3호.

앞에서 살펴본 구글도서(Google Books)나 이미지검색 사례에서와 같이 투입단계와 산출단계의 이용분량이 다른 경우가 많다. 즉 투입단계에서는 저작물 전체를 복제·저장하지만 산출단계에서는 문구나 단락 정도의 텍스트 또는 저해상도의 조그만 이미지만을 제공한 경우에는, 국내외 법원들이 모두 투입단계의 이용분량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공정이용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461) 디지털도서관에서처럼 투입단계에서는 저작물 전체를 복제하고 저장했지만 산출단계에서 이용분량을 통제하기 위한 기술적·정책적 노력을 기울인 경우 공정이용에 해당된다고 본 사례도 있다.

461) 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7793판결. 특히 미국의 구글도서검색서비스의 경우 사전이나 요리책과 같이 일 부만 읽어보더라도 이용자의 수요가 충족되는 저작물에 대해서는 검색결과 엿보기용 단락도 제공하지 않았다: Authors Guild v. Google, Inc., 804 F.3d 202 (2d Cir. 2015).

하티트러스트 디지털 도서관(HathiTrust Digital Library)462)는 미국의 대학 도서관들이 연합하여 1,700만권 이상의 도서를 디지털화하여 소장하고 있는 비영리조합인데, 도서 전문(全文)을 디지털화해서 도서관 이용자들이 이미지 및 텍스트 전체를 접근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이에 저자조합(Authors Guild, Inc.)이 저작권침해를 주장하여 발생한 사안에서, 미국연방항소법원은 문구 검색, 음성 변환(text-to-speech), 장애인에 의한 이용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이 출력할 수 없도록 기술적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디지털도서관의 디지털화 및 전문제공 서비스는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463)

462) https://www.hathitrust.org/
463) Authors Guild, Inc. v. HathiTrust, 755 F. 3d 87 (2d Cir. 2014).

검색 서비스의 경우에도 산출단계 즉 검색결과로 캐시(cache) 사본 전체를 제공하면 공정이용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시된 외국 사례가 있다. Google 뉴스 서비 스가 검색 속도의 향상을 위해서 인터넷 사이트의 뉴스콘텐츠를 로컬 서버에 캐시 사본으로 저장한 다음 이용자들의 뉴스검색요청에 대해서 해당 뉴스사이트의 링크 를 제공하는 대신 로컬 서버에 저장된 캐시 사본을 제공한 사안에서, 벨기에 법원 은 해당 뉴스사이트의 데이터베이스권을 침해하였다고 판시했다.464) 또한, 콘텐츠 자체의 요약이나 전달을 목적으로 한 서비스라면 산출단계의 이용분량도 많고 시 장대체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공정이용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예컨대, 미국 사례 가운데 10만여 개의 웹사이트를 모니터하면서 새로운 뉴스가 나올 때마 다 고객회원들에게 속보형식의 통지를 전송해주는 서비스가 뉴스저작권의 침해에 해당되는지 문제된 사안에서, 뉴욕남부지방법원은 뉴스속보서비스가 뉴스의 자동 검색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뉴스속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데 그 주안점이 있다 고 보고 저작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465)

464) Philippe Laurent, “Copiepresse SCRL & alii v. Google Inc. – In its decision of 5 May 2011, the Brussels Court of Appeal confirms the prohibitory injunction order banning Google News and Google’s “in cache” function,” Computer Law & Security Review Volume 27, Issue 5, September 2011, pp. 542-545. 차준영· 공병훈, “검색엔진의 캐싱(caching)과 뉴스 저작권에 관한 연구”, 계간 저작권 통권 제97호(2012), 211면. 
465) Associated Press v. Meltwater U.S. Holdings, Inc., 931 F. Supp. 2d 537 (S.D.N.Y. 2013).

인공지능에 의한 학습용 저작물의 이용에 있어서 투입단계와 산출단계의 저작 물 이용분량이 서로 다를 수 있어서, 공정이용의 판단에 있어서 이용분량이라고 하 는 요소가 어려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일본은 투입단계의 이용분량이 많더라도 산출단계의 이용분량이 경미할 때에는 공정이용에 해당될 수 있음을 명백히 규정 하기 위해서 저작권법을 개정한 바 있다. 일본의 개정 저작권법은 컴퓨터에 의한 정보처리 및 그 결과의 제공에 수반되는 경미한 이용 등이 저작권의 침해에 해당되 지 않는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466) 개정법에 따르면, 컴퓨터를 이용한 정보처 리에 의한 새로운 지식 또는 정보를 창출함으로써 저작물이용의 촉진에 이바지하 는 정보검색서비스라거나 정보해석서비스는 타인의 공개된 저작물의 이용용도 및 분량에 비추어 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소위 경미한 이용으로서 적법한 이용에 해당된다. 개정법이 경미한 이용으로 예시한 바를 보면, 검색에 의 해 요구하는 정보 즉 검색 정보가 기록된 저작물의 제호, 저작자명, 인터넷상 소재 정보 등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경미한 이용은 저작권침해로 되지 않는다. 또한, 개 정법 해설에서 경미한 이용의 또 다른 예로, 대량의 논문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생 의 논문과 대조하고 도용이 없는지 점검하고 도용한 곳의 일부분을 표시하는 논문 표절검증과 같은 “정보 해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 하는 것은 저작권의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467)

466) 著作権法の一部を改正する法律 第四十七条の五.
467) 著作権法の一部を改正する法律の概要(http://www.mext.go.jp/b_menu/houan/kakutei/detail/icsFiles/afieldfile /2018/05/21/1405213_01.pdf, 2018. 6. 5. 방문).

 

마.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또는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공정이용 여부를 판단하는 데 고려해야 할 한 가지 요소에 해당된다.468) 저작물의 이용이 시장에서 그 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그 저작물의 시장가치를 훼손하게 되고 공정이용으로 허용하기 어려워진다.469) 공정이용의 판단에 고려할 요소로서 앞에서 살펴본 이용목적, 저작물 성격, 이용분량도 모두 저작물의 시장과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할 수 있는 요소들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시장과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470) 국내 사례는 충분치 못해서 말하기 어렵지만, 300건 가량의 미국 사례를 분석해보면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이용목적과 함께 공정이용의 판단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확인되고 있다.471)

468) 저작권법 제35조의3 제2항 제4호. 
469) 최승재, 저작권법 제35조의3의 적용을 위한 공정이용 판단기준에 대한 소고 - 미국법원의 공정이용에 대한 판례동향과 시사점 -,  강원법학, 제57권(2019), 64-65면.
470) Harper & Row, Publishers, Inc. v. Nation Enters, 471 U.S. 539, 566면 (1985). 
471) 공정이용에 관한 297건의 판결문 가운데 81.5%의 판결문에서 이용목적이 최종적인 결론과 일치하는데,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83.8%의 판결문에서 공정이용에 관한 최종 판단과 일치했다: Barton Beebe, An Empirical Study of U.S. Copyright Fair Use Opinions, 1978-2005, 156 U. Pa. L. Rev. 549 (2008), p. 584.

인공지능의 활용이 많아지면서 특정 학습용 저작물이 자연인 인간의 감상용인지 아니면 로봇의 분석용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상당수의 데이터 또는 저작물이 인간뿐만 아니라 로봇에 의해서도 소비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개념과 범위가 바뀌고 있다. 이러한 시장변화를 고려해볼 때, 특정 웹사이트가 로봇에 의한 크롤링 또는 캐싱을 금지하는지에 따라서 그 웹사이트상의 데이터 내지 저작물의 잠재적 시장에 관한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 웹사이트 보유자가 크롤링 또는 캐싱을 금지하는 것은 자신의 웹사이트가 인간 소비자뿐만 아니라 로봇도 잠재적 고객으로 여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해석하면, 크롤링이나 캐싱을 금지하지 않는 사이트에 공개된 저작물을 학습데이터로 이용하는 것은 변형적 이용으로 공정이용에 해당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사례 가운데 구글이 검색서비스의 제공을 위해서 다른 웹사이트의 저작물을 캐싱하여 로컬서버에 저장함으로써 저작권침해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네바다연방지방법원은 구글이 특정 사이트의 캐싱금지를 알게 된 이후 즉시 캐싱한 저작물을 삭제한 사실이 공정이용을 인정하는 데 긍정적인 요소가 되었다고 설명했다.472)

472) Field v. Google Inc., 412 F.Supp.2d 1106 (D. Nev., 2006).

인간은 저작물의 표현 그 자체를 감상하거나 소비하는데 반해서, 인공지능에 의한 학습용 저작물의 이용은 그 저작물의 사실정보 내지 수학적 데이터를 대상으로 한 소위 ‘비표현적 이용(non-expressive use)’에 해당된다. 저작물의 시장과 가치는 그 작품의 표 현을 토대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에 의한 비표현적 이용은 저작물의 시장과 가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이해되고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에 의한 학습데 이터 이용의 이러한 비표현적 이용으로서의 성격은 공정이용을 허용하는 긍정적인 요소 로 보여진다. 인공지능에 의한 학습용 저작물의 분석이 비표현적 이용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그 결과 제공하는 정보검색, 문자인식, 음성인식 등의 산출물도 비표현적 사실 내지 정보에 불과하기 때문에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번역기계, 창작로봇 등에 의한 비표현적 이용은 조금 다른 측면을 갖고 있다. 인공지능에 의한 번역이나 창작은 인간에 의한 번역이나 창작과는 전혀 다르지만 그 결과물은 인간 소비자들에게 일정한 사상과 감정을 전달하는 표현적 기능을 갖 고 있어서 비록 인공지능에 의하여 인공지능 과정을 거쳐 창출된 것이라 하더라도 일정 부분 저작물로서의 가치를 갖는다. 이와 같이 저작물을 생산하는 소위 표현적 인공지능은 그 학습용 저작물과 전혀 다른 저작물을 생산하기 때문에 학습데이터 로 삼은 저작물의 현재 시장이나 가치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잠재 적 시장이나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473) 표현적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표 현에 있어서까지 인간과 경쟁하고 점차 인간의 창의적 직업군을 대체해 나가기 때 문이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활동 범위의 확대로 인해서, 이제 인공지능에 의한 학 습용 저작물의 이용이 비표현적 이용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저작물의 시장이나 가치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게 되었다.474)

473) Benjamin Sobel, Artificial Intelligence’s Fair Use Crisis, 41 Colum. J.L. & Arts 45 (2017), p. 78. 
474) James Grimmelmann, Copyright For Literate Robots, 101 Iowa L. Rev. 657 (2016), p.667.

인공지능에 의한 학습용 저작물의 분석이 늘면서 인공지능도 저작물의 소비자 (robot readers)로 등장하게 되었다. 인공지능 소비자가 급증하면서 저작물의 가치 도 변화하고 있다. 즉, 저작물의 가치가 인간이 읽을 수 있는 표현의 심미적 가치 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서의 수학 적, 통계적 가치도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475) 이러한 저작물의 가치변화 는 학습데이터가 별도의 시장으로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476) 인간이 아니라 인 공지능을 소비자로 생각하는 학습데이터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현상은 네 이버, 구글, 페이스북의 약관에서 저작물 이용에 관한 규정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예컨대, 페이스북의 약관에 의하면 사진 및 비디오와 같은 지식재산권 콘텐츠 에 대하여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에 비배타적(non-exclusive)이고 양도가능하며 서브라이센스(sublicense)할 수 있고 로열티를 부과하지 않는 전세계적인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있다. 인터넷기업들이 채택한 이용약관의 콘텐츠 라이선스 관련 규정은 사진, 비디오, 이메일, 문자 메시지 등의 콘텐츠가 인공지능을 소비자로 생각하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학습데이터 자체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공지능에 의한 학습데이터의 이용이 공정이용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향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477)

475) Benjamin Sobel, Op. cit., p. 56. 
476) Benjamin Sobel. Op. cit., p.76.
477) Benjamin Sobel, Op. cit., p.77.

 

바. 판단기준의 추상성과 불명확성

앞에서 공정이용 여부의 판단에 고려해야 할 네 가지 요소에 대해서 상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며 법원에 의한 판단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478) 우리 법원은 대체적으로 공정이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네 가지 요소가 긍정적인지 또는 부정적인 것인지 개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론을 내리고 있다. 공정이용에 관한 사례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원의 종합적인 고려만으로 어느 요소가 보다 중요한 요소인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정이용의 추상성과 불명확성은 저작물 이용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478) Barton Beebe, An Empirical Study of U.S. Copyright Fair Use Opinions, 1978-2005, 156 U. Pa. L. Rev. 549 (2008), p. 575.

공정이용 여부가 문제된 최근 하급심 사례를 보면 네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출처표시가 결여되어 있다고 하는 요소까지 뭉뚱그려 공정이용의 성립을 부인한 사례도 있다.479) 또한 형사사건에서는 공정이용에 관한 네 가지 요소를 언급함과 동시에 저작권침해에 관한 피고의 인식이 미약했다고 하는 사정까지 함께 뭉뚱그려 무죄로 판시한 사례도 있다.480) 어떠한 요소 때문에 공정이용이 인정될 수 있는지 파악하기도 어렵지만, 무죄의 근거가 공정이용에 해당되기 때문인지 아니면 피고에게 고의가 없기 때문인지 불명확하다.

479) 침해영상물과 관련하여 광고료를 받거나 유료로 판매한 영리적 이용일 뿐만 아니라 저작물의 출처표시를 의도 적으로 삭제한 경우(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 17. 선고 2015가합513706 판결) 및 캘리그라피 공방을 운영하 면서 타인의 캘리그라피 저작물 7점을 별도의 출처표시 없이 자기 고유의 작품인 것처럼 전시하고 강의한 경우 (청주지방법원 2015. 2. 12. 선고 2014고정232판결)에 공정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되었다.
480) 변리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지적재산권보호에 관한 글을 게시하면서 타인의 사진저작물 1점을 목차 여백에 무 단 삽입한 사안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8. 11. 선고 2016고정382 판결은 애매모호하게 저작권침해를 부 인하였다. 또한 논문의 복제 및 제출이 문제된 사안에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6. 8. 18. 선고 2016고정 432 판결은 담당 공무원의 편의를 위한 것에 불과하고 복제권 내지 배포권이 중대하게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 다는 점 그리고 저작권 침해에 관한 피고인들의 인식 역시 미약하였다고 판단하면서 저작권침해의 죄의 성립을 부인했다.

공정이용 여부가 형사처벌의 책임까지 부담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임을 고려해볼 때 우리 저작권법의 공정이용 규정의 추상성과 불명확성은 저작물의 이용 활성화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저작권 침해가 모두 형사처벌 의 대상으로 규정되어 있는 만큼,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서 저작권침해죄의 구 성요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공정이용 여부의 판단기준이 명확히 규정되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일본은 최근 비표현적 이용 등을 위한 구체적 저작권제한 사유를 추가적으로 신설하기 위한 저작권법 개정을 하면서, 그 개정 취지에서 저작 권침해죄라고 하는 형벌 법규의 명확성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서 요구된다고 전제하고, 저작권법상 형벌 조항이 적용될 것인지 여부의 판단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제한 규정의 명확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481)

481) 著作権法の一部を改正する法律(平成30年改正)について(解説), 7-8면 (https://www.bunka.go.jp/seisaku/ chosakuken/hokaisei/h30_hokaisei/pdf/r1406693_11.pdf).

우리 저작권법은 영미법계의 공정이용에 관한 일반조항을 받아들였지만, 대륙 법계 법해석에 익숙한 우리 법조계는 여전히 공정이용 조항을 ‘공정한 인용’과 같 은 구체적 저작권제한조항의 보충적 규정으로 보고 있고, 우리 법원도 구체적 저작 권제한 사유를 살펴보고 그에 대한 결론을 거의 그대로 공정이용에 관한 결론으로 설시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우리 법원도 공정이용으로 인 한 사회적 이익과 저작권자에 미치는 불이익을 비교형량해서 판단하는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482)

482) 일본의 개정 저작권법에 관한 전게 해설 “著作権法の一部を改正する法律(平成30年改正)について”에서도 일 본과 미국의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 정보분석을 위한 공정이용

공정이용에 관한 기존의 판례에도 불구하고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에 의한 학 습용 저작물의 이용을 비롯한 새로운 유형의 저작물이용이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은 어렵고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 저작권자들은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 업체들을 상대로 미국과 독일 및 우리나라를 비롯한 10여개국에서 60여건의 소송 을 제기한 바 있다. Meta Anthropic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캘리포니아 북부지 방법원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원저작물을 토큰으로 분해하고 각 토큰 사이의 통계적 패턴 과 수학적 가중치를 파악하여 새로운 텍스트를 생성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그리고 고도로 변형적 이용에 해당하기 때문에 적법한 공정이용으로 허용된다고 판시했다.483)

483) Bartz et al. v. Anthropic PBC, No. 3:24-cv-05417 (N.D. Cal. June 23, 2025). Richard Kadrey, et. al. v. Meta Platforms, Inc., 3:23-cv-03417, (N.D. Cal. Jun 25, 2025)

유럽연합에서 도입된 ‘텍스트 및 데이터 분석 (Text and data mining: TDM)’의 예외에 관한 법원의 해석도 볼 수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데이터학습에 자주 이용되는 데이터셋의 구축이 TDM의 예외에 해당되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함부르크 지방법원은 LAION의 데이터셋 구축과정에서 일어난 이미지 복제는 TDM 예외로서 허용된다고 판시했다.484) 독일은 유럽의회보다 먼저 2017년에 저작권법을 개정하여 대학, 연구기관 또는 과학연구를 수행하는 기타 기관이 과학적 연구목적으로 TDM을 수행하기 위하여 저작물을 복제하는 것이 저작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는 별도의 저작권제한485) 사유를 도입했다. 함부르크 지방법원은 LAION이 기존 이미지 설명과 이미지 내용을 비교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이미지를 다운로드받은 것은 비상업적 연구 기관이 수행하는 과학 연구 목적의 TDM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484) Robert Kneschke v. LAION e.V., Case No. 310 O 227/23 (Hamburg District Court, 27 September 24). 
485) Gesetz über Urheberrecht und verwandte Schutzrechte § 60d (Text und Data Mining für Zwecke der wissenschaftlichen Forschung).

2022년에 발의된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은 공정이용에 관한 조항과 별도로 인공지능에 의한 정보분석에 관한 면책조항을 두고자 했다. 전부개정안은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화 분석기술을 통해 다수의 저작물을 포함한 대량의 정보를 분석(규칙, 구조, 경향, 상관관계 등의 정보를 추출하는 것)하여 추가적인 정보 또는 가치를 생성하기 위한 것으로 저작물에 표현된 사상이나 감정을 향유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필요한 한도 안에서 저작물을 복제ㆍ전송할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486) 인공지능에 의한 ‘데이터마이닝’ 및 데이터의 패턴분석은 앞에서 살펴본 변형적 이용이고 비표현적 이용에 해당되는 한도에서 공정이용으로 본다는 것이다. 다만, 이 면책조항은 “적법하게 접근한 저작물”에 대해서만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무엇이 접근권한의 의미와 범위를 둘러싸고 다툼이 예상되고 있다. 야놀자 사건에서 정보통신망법의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대법원이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했지만, 로봇배제표준이나 로봇접근금지의 약관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봇크롤링의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한 경우에는 면책조항이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도 해석이 요구될 것이다. 데이터보호와 활용의 합리적인 균형을 이룰 수 있는 해석론이 요구된다. 전부개정안의 인공지능에 의한 정보분석의 면책조항은 기존의 공정이용 법리를 인공지능기술에 부합되게 표현을 구체화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전부개정안이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위하여 저작권 계약 자유 원칙을 상당히 수정하기 위하여 신설하는 조항들도 포함하고 있어서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되었다.

486) 저작권법 전부개정법률안 (의안번호 7440, 2021. 1. 15. 발의) 제43조.

우리나라에서는 TDM의 예외도 도입되지 못했고 공정이용에 관한 국내 사례도 많지 않은 실정이어서, 생성형 인공지능에 의한 저작물이용이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공정이용의 판단기준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하기 때문에, 우리 법원은 통상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화산업 및 인공지능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공정이용의 추상성과 불명확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법이 공정한 이용의 기준과 범위에 대해서 보다 명확한 신호등을 제공함으 로써 관련 투자와 기술혁신 및 콘텐츠생산과 이용을 원활하게 할 필요가 있다. 따 라서 공정이용에 관한 일반조항이 있지만, 인공지능에 의한 학습데이터의 이용과 같은 변형적·비표현적 이용이 저작권자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지 않는 한 저작 권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는 구체적 저작권제한 사유를 추가로 열거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고 하는 입법론이 설득력을 갖는다.

 

*출처: 정상조, 박준석,『지식재산권법』 (제6판, 홍문사, 2024년) 제3장 저작권법 Ⅵ. 저작권의 제한 18. 포괄적 공정이용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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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작성일시: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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