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물의 성립 요건
가. 창작성
창작성이란 그 저작물이 기존의 다른 저작물을 베끼지 않았다는 것 또는 저작물의 작성이 개인적인 정신활동의 결과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비록 시간적으로 먼저 작성된 A의 작품과 나중에 작성된 B의 작품이 서로 완전히 동일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B가 A의 작품을 보고 베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저작한 것이라면 B의 작품 역시 저작물로 성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허법이나 실용신안법의 보호를 받기 위한 요건 중 하나인 ‘신규성’과 구분되고[1], 기존의 작품보다 문학·학술 또는 예술적으로 진보되어 있을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허의 또 다른 요건인 ‘진보성’과도 구별되는 개념이다.
대법원 1995. 11. 14. 선고 94도2238 판결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이기 위해서는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이어야 하므로(개정 전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그 요건으로서 창작성이 요구되나 여기서 말하는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할 뿐이어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단지 저작물에 그 저작자 나름대로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되어 있고 다른 저작자의 기존의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이면 충분하다”고 하여, 창작성을 ‘독자적 작성’의 의미로 해석하였다.
반면에 그 후에 나온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도965 판결은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기 위해서 필요한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하므로,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즉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표현을 담고 있는 것은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위 두 판례를 비교하여 보면 대법원 2005. 1. 27. 판결은 단순히 저작자가 독자적으로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는 창작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그에 덧붙여 최소한의 ‘창조적 개성’이 반영되어 있을 것을 요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두 판례는 언뜻 보기에 배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법원 2005. 1. 27. 판결이 전원합의체 판결은 아니기 때문에 앞의 판례를 폐기하거나 변경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 1995. 11. 14. 판결은 어문저작물을 다룬 판례인바, 어문저작물의 경우 특성상 독자적인 작성이 있으면 당연히 최소한도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반면 대법원 2005. 1. 27. 판결은 기능적 저작물을 다룬 판례인바, 위 판례에서는 기능적 저작물의 경우 그 표현하고자 하는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이 속하는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규격 또는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의 이해의 편의성 등에 의하여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독자적 작성과 별도로 최소한도의 창조적 개성을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를 요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법원 2005. 1. 27 판결은 대법원 1995. 11. 14. 판결을 보충하거나 보완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
저작물은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것이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상 또는 감정은 반드시 학문적이거나 철학적, 심리학적인 개념으로 좁게 해석할 것이 아니라, 단순한 ‘생각이나 기분’ 정도까지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새겨야 한다.
따라서 주관적 요소인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 그 자체만이 표현된 것은 저작물이라고 할 수 없다. 예를들어 단순히 사실을 나열한 것(식당의 메뉴판, 역 구내에 게시되어 잇는 열차시간표 및 요금표 등), 데이터를 나열한 것(주가나 경기 스코어, 기온이나 강수량 등), 역사적 사실을 표현한 것 등은 저작물이 될 수 없는 것이다.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7. 26. 선고 2018노3426 판결은, 영어교육 기업의 홍보자료에 기재된 문구의 저작물성이 문제로 된 사건에서 “(원고의 홍보자료는) 한국에서 영어학습에 대한 수요가 증가되었다는 사실과 그 원인이 되는 사회적 변화[3]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들은 영어학습의 수요가 증가하게 된 배경사실이나 사회 환경의 변화를 전형적이고 통상적인 문구들로 기술한 것에 불과하고, 동일한 주제를 두고 누구나 비슷하게 연상하거나 표현할 수 있는 것이므로 저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발현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1. 다만 실무에서는 ‘원고의 저작물 이전에 그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체제를 갖춘 저작물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을 창작성 판단의 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기도 하다(서울민사지방법원 1995. 4. 7. 선고 94가합63879 판결). 그러나 이는 창작성 판단의 보충적인 기준으로 적용되는 것일 뿐, 저작물의 성립요건으로서 신규성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2. 다만, 요소의 선택 및 배열에 창작성이 인정되어 편집저작물로 보호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위에서는 단순히 사실 그 자체를 집적해놓았다는 것을 전제로 이는 저작물로 보호될 수 없다는 내용을 기재한 것이다.
3. 문제가 된 문구는 “영상 컨텐츠 또는 영어를 접하는 실상황이 증가, … 최신 인기 해외 드라마(일명 미드)를 온라인/케이블 TV로 더빙없이 소비하는 경향, … 해외 여행 경험, 내한 외국인 수가 늘면서 네이티브와의 대화 상황도 증가함, …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기기 사용량 급증, … 콘텐츠 소비의 주요 수단이 TV, PC에서 벗어나 모바일로 급격히 이동중”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