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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인격권
<AI 핵심 요약>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의 인격을 보호하는 양도 불가능한 일신전속적 권리(공표·성명표시·동일성유지권)이며, 공동저작물은 전원 합의를 원칙으로 하되 사후에도 저작자의 명예를 보호하는 형태로 존속됩니다. 1. 저작인격권의 개념과 특성
2. 저작인격권의 세 가지 내용
3. 공동저작물의 저작인격권 행사
4. 동일성유지권의 제한과 한계
5. 사후 보호 및 침해 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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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법률위키는 저자의 허락을 받아 『지식재산권법』(제6판)의 원문을 수록하였습니다. 본 저서의 전체 목차와 체계적인 분류는 [지식재산권법] 목차 및 전체 가이드: 정상조·박준석 공저 (제6판) 페이지에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가. 저작인격권의 개념
저작자는 저작재산권(저작권법 제16조 내지 제22조의 규정에 의한 권리)과 저작인격권(저작권법 제11조 내지 제13조의 규정에 의한 권리)을 가진다. 우리 저작권법은 독일 등의 대륙법계 저작권법의 영향을 받아서 저작자가 자신의 인격의 표현에 해당되는 저작물에 대해서 인격권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저작인격권(moral rights)을 부여해 주고 있다. 영미법계의 저작권법은 전통적으로 저작권을 저작자의 창작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로 보기 때문에 저작인격권을 저작자의 본질적인 권리로 보지 않고 있다.
저작인격권의 내용은 입법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인격권으로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의 세 가지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공표권이라 함은 저작자가 저작물을 공표하거나 공표하지 아니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고 성명표시권은 저작자가 저작물의 원작품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에 있어서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할 권리를 말하며 동일성유지권은 저작자가 그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의미한다.
저작인격권은 저작자 일신에 전속하는 일신전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저작권법 제14조), 저작인격권은 양도의 대상으로 될 수 없다. 따라서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재산권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한 후에도 저작인격권은 양도되지 않고 여전히 저작자에게 남아있게 된다. 저작권의 양도와 더불어 저작인격권의 보유자와 저작재산권의 보유자가 달라짐에 따라서 양자 간 의견의 차이로 인해서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271) 일신전속적인 성질로 인해서, 저작인격권은 저작권신탁계약에 의하여 수탁자에게 이전될 수 없고, 따라서 저작권법 제105조에 의하여 신탁관리될 수 있는 권리는 저작재산권에 한정된다.272) 또한 저작인격권은 일신전속적인 권리로서 이를 양도할 수 없는 것이므로 비록 그 권한 행사에 있어서는 이를 대리하거나 위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저작인격권의 본질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고 따라서 실질적으로 저작인격권의 양도나 포기에 해당되는 포괄적 위임은 인정될 수 없다.273)
| 271)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다31309 판결. 272) 서울고등법원 1996. 7. 12. 선고 95나41279 판결. 273) 대법원 1995. 10. 2.자 94마2217 결정. |
나. 공동저작자의 저작인격권
공동저작물의 저작인격권은 저작자 전원의 합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행사할 수 없다(저작권법 제15조). 민법상 공유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공유자는 공유물 전부를 지분의 비율로 사용·수익할 수 있고 그 관리에 관한 사항은 공유지분의 과반수로써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왜 공동저작자는 전원의 합의에 의해서만 저작인격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공동저작물의 불가분성으로 인해서 민법상 공유에 관한 특칙이 규정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가? 민법 제278조는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에 대해서도 민법상 공동소유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저작인격권은 그 명칭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재산권의 일종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민법상 공유규정이 준용될 수 없는 것이다. 공동저작물 을 그 성질상 분할해서 공표하거나 이용허락을 할 수도 없고 공동저작물 전체의 공표나 이용허락 여부를 과반수의 의결로 정한다면 필연적으로 찬성하지 아니한 공동저작자들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되기 때문에 저작권법은 공동저작자 전원 의 합의에 의해서만 저작인격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작인격권은 저작자 일신에 전속되는 것이고 단독으로 보유하고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인데,274) 자신의 저작인격권 행사가 동일한 공동저작물에 관한 타인(즉 다른 공동저작자)의 저작인격권의 침해로 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공동저작자들의 동의, 즉 전원의 합의에 의해서만 저작인격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결과로 되고, 저작권법은 저작인격권의 그러한 속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명시적인 규정을 두었을 뿐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저작권법이 저작인격권은 공동저작자 전원의 합의에 의해서만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민법상 공유규정에 대한 특칙이 아니라 저작인격권의 속성상 당연한 공동저작자 간의 관계를 확인적으로 규정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저작물을 출판 등의 방법으로 공표할 것인지 여부 또는 출판하는 경우에 저작물의 내용이나 표현에 약간의 변경을 가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에는 저작인격권을 보유한 공동저작자 전원의 합의에 의해서 저작인격권(즉 이 경우에는 저작권법 제11조의 공표권과 제13조의 동일성유지권)을 행사함으로써만 비로소 타인의 저작인격권의 침해를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즉 저작물에 자신의 실명이나 이명을 표시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서는 타인의 성명표시권을 침해할 위험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공동저작자 전원의 합의에 의해서만 성명표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저작권법의 규정은 공동저작물 전체의 저자표시, 즉 공동저작자 전원의 성명을 표시하는 경우에 관한 성명표시권의 행사방법을 규정한 것으로 해석되고, 공동저작자 1인이 자신의 성명을 실명이나 이명으로 표시할 것인지 아니면 전혀 표시하지 아니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단독으로 결정하고 단독으로 그 성명표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 274) 공동저작자 각자가 저작인격권침해를 이유로 단독으로 자신의 정신적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1999. 5. 25. 선고 98다41216 판결도 동일한 논리적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보인다. |
공동저작물의 경우에 각 공동저작자의 인격이 저작물 전체에 미치기 때문에 저작자 전원의 합의에 의해서만 그 저작인격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한 것이고, 따라서 공동저작자가 아닌 저작권자의 합의는 필요하지 않다. 예컨대 저작물에 관한 저작권의 일부 지분이 양도되어 저작자와 지분양수인이 공동으로 보유하게 된 경우에도 지분양수인은 저작인격권까지 양도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저작자의 인격권 행사에 합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것이다. 또한 공동저작자 가운데 사망한 저작자가 있으면 당해 사망저작자의 인격권은 사망과 동시에 소멸하고 그 유족은 오직 재산권만을 상속받는 것이므로 저작권을 상속받은 유족도 생존한 공동저작자의 인격권 행사에 합의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다만 저작권법은 사망한 저작자의 인격적 이익을 제한적으로 보호해 주고 있기 때문에 예컨대 미공표저작물을 출판하는 것이 사망한 공동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판단되거나 사망한 공동저작자의 성명을 삭제한 채로 저작물을 발행하는 경우와 같이 명예훼손에 해당될 수 있는 경우에는 사망한 공동저작자의 유족은 침해금지 및 명예회복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저작권법 제128조).
공동저작자 전원의 합의를 요하는 저작인격권의 행사라고 함은 저작인격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예컨대 미공표저작물을 공표하거나 저작자 성명을 달리 표시하거나 또는 저작물에 변경을 가하는 경우 등이 그것 이다. 다른 한편 저작인격권으로부터 파생되는 청구권은 합의에 의하지 않고 자유롭게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저작인격권의 보호에 충실한 것이고 그러한 파생적 청구권의 행사에 의해서 다른 공동저작자의 인격을 침해할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 에 본래의 원칙으로 되돌아가서 파생적인 청구권의 단독보유 및 단독행사가 가능한 것이다. 저작권법 제129조는 인격권의 침해의 경우에 다른 공동저작자의 동의 없이도 자유롭게 침해정지의 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법에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지만, 마찬가지의 논리에 따라서 인격권 침해의 경우에 각 공동저작자가 다른 공동저작자의 동의 없이 자유롭게 정신적 손해의 배상청구 및 형사고소를 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275)
| 275) 위 98다41216 판결. |
저작인격권의 행사에는 공동저작자 전원의 합의가 요구되지만, 각 저작자는 신의에 반하여 합의의 성립을 방해할 수 없다. 저작인격권의 행사는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 입각한 것이기 때문에 무엇이 신의에 반하여 합의의 성립을 방해한 것에 해당되는 것인가의 판단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저 작재산권의 행사에 있어서는 재산적 가치의 객관적 판단이 중요시되는 데 반해서, 저작인격권의 행사에 있어서는 저작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보다 중요시되기 때문에 저작재산권의 행사에 있어서 요구되는 저작권자들의 신의보다는 저작인격권의 행사에서 요구되는 저작자들의 신의판단에 저작자들의 주관적인 판단이 보다 존중될 필요는 있다고 생각된다. 예컨대 공동저작물이 제작 완료된 단계에서 그 출판과 배포를 금지하고자 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된 사례 가 있는데276) 그 사실관계를 자세히 알 수 없으나 미공표저작물의 출판과 배포에 반대하는 경우와 공표에는 합의가 이루어져 있으나 출판과 배포의 시기나 방법 등에만 반대하는 경우는 각각 인격권의 행사 또는 재산권의 행사에 해당되어 그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신의에 반하는지 여부도 다소 상이한 기준에 따라서 판단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저작자 전원의 합의가 성립되지 아니하면 저작인격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공동저작자 가운데 신의에 반해서 합의의 성립을 저지한 자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그를 상대로 해서 소송을 제기하여 합의에 반대하는 것이 신의에 반한다는 판결이나 합의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판결이 내려지면 그 판결에 따라서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민사집행법 제263조) 저작인격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공동저작자로서는 신의에 반해서 합의의 성립을 저지한 자에 대해서, 신의에 반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함으로 인해서 발생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 276) 서울민사지방법원 1995. 4. 28. 선고 94가합50354 판결. |
다. 공표권
(A) 공표의 개념
공표권(公表權)은 성명표시권 및 동일성유지권과 함께 저작인격권의 일종으로서, 저작자가 저작물을 공표하거나 공표하지 아니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때 공표(公表)란 ‘저작물을 공연, 공중송신 또는 전시 그 밖의 방법으로 공중에게 공개하는 경우와 저작물을 발행하는 경우’를 말한다(저작권법 제2조 25호). 여기서 다시 공중(公衆)이란 ‘불특정 다수인(특정 다수인을 포함한다)’을 말하며(같은 조 32호), ‘발행(發行)’이란 ‘저작물 또는 음반을 공중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복제·배포하는 것’을 말한다(같은 조 제24호). 따라서 출판사에 의해서 인쇄 및 복제된 서적이 시중에 출고되기 전 상태라면 그 서적이 일반 대중에 공개 가능한 상태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그 서적이 ‘발행’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277)
| 277)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도18230 판결. |
공표는 저작권법에서 저작권의 존속기간(저작권법 제39조 내지 제44조) 또는 저작권의 제한(저작권법 제25조)이나 법정허락(저작권법 제50조 내지 제52조) 등의 기산점 또는 적용 여부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공표권은 적극적으로 공표할 권리뿐만 아니라 소극적으로 공표하지 아니할 권리도 포함하는데, 일단 공표한 자신의 저작물을 회수할 권리도 포함하는지 문제된다. 공표권을 인정한 취지가 저작물이 저작자의 인격이 화체된 것이므로 저작자에게 자신의 저작물이 제3자에게 전달되고 보이도록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이므로 일단 자신의 저작물을 공표했더라도 상황의 변화로 인해서 그 저작물이 자신의 사상이나 감정을 더 이상 반영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 저작물을 배포과정에서 회수할 수 있는 권리도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공표권 제도의 취지에 부합된다.
공표는 일반 공중에 저작물을 공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다수인에게 공개된 경우에도 제한된 다수인에게 공개된 경우278)라고 보아서 공표되지 아니한 것으로 본 사례가 있다. 토플시험문제의 공표 여부에 관한 사건에서 토플시험의 응시생들에게 문제지의 소지, 유출을 허용하지 아니하고서 그대로 회수함으로써 시험문제들 이 공중에게 공개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고 시험이 시행된 후에 원고 자체의 판단에 따라 재사용 여부나 공개 여부, 공개시기 등을 별도로 결정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 아래에서 제한된 범위의 응시생들이 토플시험을 치르는 행위만으로는 이를 공표라 할 수 없다고 판시된 바 있다.279) 그러나 다수의 응시생들을 제한된 범위의 응시생이라고 보아서 공표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저작권자의 보호는 공표권에 의해서가 아니라 복제 권 및 배포권 등의 저작재산권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과연 공표권을 보호할 실익이 무엇이었는지도 의문이다.
| 278) 이때는 해석상 공중의 개념에 관해 특정 다수인을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 279) 서울고등법원 1995. 5. 4. 선고 93나47372 판결. |
(B) 저작권의 양도와 저작물의 공표
저작자가 제3자에게 저작재산권을 양도하더라도 저작인격권의 일신전속성으 로 인해서 공표권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작권을 양도받은 자가 저작물을 상업화하기 위해서는 그 저작물의 공표를 수반하는 행위를 하게 되는데 저작권을 양도한 저작자가 여전히 가지고 있는 공표권을 근거로 해서 그 공표에 동의를 하지 않는다면 제3자가 양도받은 저작재산권은 그 가치를 잃어 버리게 된다. 따라서 저작권법 제11조 2항은 저작자가 공표되지 아니한 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을 양도한 경우에 그 양수인에게 저작물의 공표를 동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저작권자가 제3자에게 이용허락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그 저작물이용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공표행위에 동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법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저작자가 일단 저작물의 공표에 동의하였거나 동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상 비록 그 저작물이 완전히 공표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동의를 철회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280) 저작자가 그 저작물의 공표에 동의한 것으로 추정되어 저작물의 복제 또는 생산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그 동의를 철회하는 것은 저작권 양수인의 신뢰에 반하여 손해를 가하는 것으로서 공표권의 남용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그 공표동의를 철회할 수 없다고 본 대법원 판결은 타당하다. 그러나 저작자가 저작권 양도 또는 이용허락에 따라서 저작물의 공표에 동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서 언제나 그 동의를 철회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 280) 대법원 2000. 6. 13.자 99마7466 결정. |
(C) 저작자 사후의 공표
공표권은 저작인격권이기 때문에 일신전속성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저작자 의 사후에도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도의 저작인격권침해행위는 금지된다. 따라서 저작자의 사후에는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하지 아니하는 공표는 허용된다고 볼 수 있는데 저작자에 해당되는 편지발신인이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는 인물이고 그 저작자의 사후 10여 년이 경과한 후에 동 저작자를 소재로 한 소설에서 편지를 공개한 것은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도의 저작인격권침해행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된 바 있다.281)
| 281) 서울지방법원 1995. 6. 23. 선고 94카합9230 판결. |
특정의 실제인물을 모델로 하여 창작된 소위 모델소설에 있어서 모델이 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는 명예훼손 또는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그 소설의 출판금지를 구할 수 있고 그 모델이 된 사람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도 그 유족이 명예훼손 또는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그 금지를 구할 수 있다. 인간은 적어도 사후에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시키는 왜곡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신뢰하고 그러한 기대 하에 살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살아있는 동안 헌법상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에서 개인의 명예가 훼손되거나 인격권이 침해되었다는 이유로 그 출판금지를 구하는 경우에는 헌법상 예술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그 침해의 태양 및 정도를 고려하여 개인의 명예가 중대하게 훼손된 경우에만 이를 인정하여야 한다.282)
| 282) 위 94카합9230 판결. |
라. 성명표시권
(A) 개념
성명표시권(姓名表示權, right of paternity)이라고 함은 저작인격권의 일종으로, 저작자가 저작물의 원작품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에 있어서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할 권리를 말한다(저작권법 제12조). 저작자의 실명이나 이명을 표시하는 것은 저작물의 내용에 대하여 책임의 귀속을 명백히 함과 동시에 저작물에 대하여 주어지는 사회적 평가를 저작자에게 귀속시키기 위한 것이다.283)
| 283) 대법원 2000. 4. 21. 선고 97후860, 877, 884 판결. |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저작자의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는 때에는 저작자가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한 바에 따라 이를 표시하여야 한다. 예컨대 교과서에 수필을 게재하면서 저작자의 성명을 허락 없이 바꾸어 가명을 사용한 것은 교육 목적상 필요한 범위의 수정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성명표시권의 침해로 되고284) 저작자가 아님을 알면서 저작자로 표시하는 것은 성명표시권의 침해일 뿐만 아니라 저작권법 제137조에 규정된 소위 부정발행죄를 구성하는 행위에도 해당된다.285) 여기에서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표시하는 부정발행죄는 저작자 아닌자와 실제의 저작자가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일반공중의 신뢰가 손상된다고 하는 측면에서 그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다.286)
| 284) 대법원 1989. 10. 24. 선고 88다카29269 판결. 285) 대법원 1992. 12. 8. 선고 92도2296 판결에서는 교정 등 단순작업에 종사한 사람들을 ‘엮은 사람’이라고 표시한 행위가 부정발행죄에 해당된다고 판시되었다. 286)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6도16031 판결. |
저작권법은 성명표시권의 보호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저작자가 실명으로 등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저작권법 제53조). 공동저작물의 경우에는 공동저작자 모두 자신의 성명을 저작물에 표시할 권리를 가진다.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작품이나 그 복제물에 그 성명을 표시할 권리를 가질 뿐이기 때문에 저작물의 원작품이나 그 복제물이 아닌 전혀 별개의 물품, 예컨대 저작물을 홍보하기 위한 신문광고문이나 선전 팸플릿에 저작물의 저자표시를 하지 않았다거나 공동저자 중 다른 저자의 약력만을 소개했다고 해서 성명표시권의 침해로 되는 것은 아니다.287)
| 287) 대법원 1989. 1. 17. 선고 87도2604 판결. |
(B) 성명표시권의 한계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저작자가 성명을 표시한 바에 따라 그대로 저작자 의 성명을 표시해야 한다. 다만 저작물의 성질이나 이용형태 등에 비추어 성명표시가 곤란한 경우에는 저작자의 성명을 표시하지 아니할 수도 있다(저작권법 제12조 2항 단서). 영화나 연극에서의 배경음악이나 호텔 또는 백화점에서의 배경음악으로 이용하는 경우라거나 광고와 같이 시간과 공간이 제약된 경우에는 부득이하게 성명표시가 곤란하다고 볼 수 있는 한도에서 저작자의 성명 표시 없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288) 인터넷과 관련해서 저작자의 성명표시권이 문제되는 경우를 보면, 소위 Linking이나 Framing의 경우에 타인의 웹사이트 내용물을 자신의 웹사이트에 불러오는 과정에서 타인의 웹사이트 등에 있었던 광고나 영업주체의 표시 가 빠지게 되면 성명표시권이나 동일성유지권의 침해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서 판단이 달라지겠지만, 인터넷의 장점이고 속성이기도 한 링크의 중요성을 고려해 볼 때 부득이하게 성명표시를 생략하거나 사소한 변경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저작권의 제한’ 중 ‘인터넷 링크’ 부분 참조). 우리 판례 가운데, MP3 파일 다운로드, 미리듣기, 가사보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악 사이트가 가사보기 서비스에서 작곡자의 성명을 잘못 표시한 것은 저작자의 성명표시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된 바 있다.289) 또한, 교육 목적상 필요한 저작물의 게재라고 하더라도 저작자의 성명 을 생략하거나 변경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입증되지 못한다면 성명표시권침해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290)
| 288) 서울중앙지방법원 2003. 8. 29. 선고 2002가합76269 판결. 289) 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0다57497 판결. 290) 대법원 1989. 10. 24. 선고 88다카29269 판결. |
(C) 저작인접권자의 권리
한편 저작인접권자인 실연자의 경우 2006. 12. 저작권법 전면개정 이전에는 실연자에게 성명표시권이나 동일성유지권이 부여되지 않았었다. 그런 구법 하에서도 업계의 관행과 묵시적 합의를 근거로 가수의 성명표시권을 인정함으로써 유사한 결과를 이끌어 낸 사례가 있어서 주목된다. 즉, 가수가 음반회사를 상대로 하여 음반에 가수의 성명을 표시해 줄 것을 요구하며 제기한 가처분신청사건에서 서울민사지방법원은 “가수는 음악저작물을 음성으로 표현하여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는 사람으로서 음반을 출반할 경우에는 다른 약정이 없는 한 실제로 노래를 부른 가수의 이름을 표시하는 것이 음반업계의 관행이라고 할 것이고 특히 대중가요에 있어서는 일반 대중이 어떤 노래를 그 가수의 이름과 함께 기억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할 것이므로 가수와 음반업자 사이에 명시적인 약정이 없었다고 해도 음반 출판 시 가수의 성명을 표시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291)
| 291) 서울민사지방법원 1995. 1. 18.자 94카합9052 결정. |
마. 동일성유지권
(A) 동일성유지권의 의의
동일성유지권(同一性維持權, right of integrity)은 저작인격권의 하나로서 저작자가 그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말한다(저작권법 제13조). 동일성유지권은 저작자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는 바,292) 특히 대법원은 저작인격권이 일신전속적인 권리로서 이를 양도할 수 없는 것이므로 비록 그 권한 행사에 있어서는 이를 대리하거나 위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저작인격권의 본질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고, 따라서 실질적으로 저작인격권의 양도나 포기에 해당되는 포괄적 위임은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함으로써293) 저작인격권을 엄격하게 보호해주는 해석론을 펼치고 있다.
| 292) 서울고등법원 1994. 9. 27. 선고 92나35846 판결. 293) 대법원 1995. 10. 2.자 94마2217 결정. |
동일성유지권의 침해가 인정된 사례를 보면, 교과서에 수필을 게재하면서 저작자의 허락 없이 내용에 수정을 가하는 것은 교육 목적상 필요한 범위의 수정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시된 바 있고294) 저작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무단으로 내용을 변경하는 것은 저작인격권의 침해로 된다고 판시된 바 있다.295) 또한 극장용 영화를 텔레비전으로 방영하면서 방영시간의 제한 때문에 일부 내용을 삭제·재편집하는 것이라거나296) 저작자와의 사이에 일정 시간 분량의 강연을 하기로 계약하고 그에 따른 녹화를 한 후 상당 분량을 삭제하고 나머지 부분만 방송한 것은297)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시된 바 있다.
| 294) 위 88다카29269 판결. 295) 대법원 1962. 10. 29.자 62마12 결정. 296) 서울고등법원 2001. 8. 23. 선고 2000나36738 판결. 297) 서울고등법원 1994. 9. 27. 선고 92나35846 판결. |
미술작품을 구입한 사람이 그 미술작품을 소각폐기한 것이 동일성유지권의 침해에 해당되는지 아니면 소유권자로서의 권능을 행사한 정당한 행위인지 문제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저작권법의 해석상 대가를 지급하고 저작물 원본에 대한 소유권을 양도받은 소유권자가 저작물 원본을 소각폐기 등의 처분행위를 하는 것은 소유 권의 정당한 행사로 판단되고 저작권법상 동일성유지권을 근거로 그러한 소유권의 행사를 제한할 수 없을 것이다. 참고로, 미국의 연방저작권법은 1990년 시각적예술에 대한 저작인격권을 인정하기 위해서 개정된 바 있는데 시각적예술작품 가운데 사회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저명한 작품(a work of ‘recognized stature’)”의 경우에는 저작자의 동의없는 폐기행위도 동일성유지권의 침해로 본다고 하는 규정 을 두게 되었다.298) 이와 같이 저명한 작품 등의 폐기행위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는 우리 저작권법의 해석에 있어서는 폐기행위를 변경이나 왜곡 등 전통적인 동일성변경과 동일시하기는 어렵다. 다만, 우리 대법원은 미술작품의 폐기처분이 동일성유지권의 침해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저작자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한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절충적인 해결을 도모한 사례가 있다.299) 그러나 모든 저작자에게 저작권법상의 저작인격권 이외에 작품 폐기에 반대할 수 있는 인격적 법익을 인정하는 것은 예술작품의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는 불합리하고 무모한 소유권제한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에 관해서 문화예술진흥법은 특별법의 성격을 갖는 규정을 두고 있다.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는 일정한 건축물의 건축주에게 건축비용 중 일부로 미술작품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같은법 시행령 제15조는 설치된 미술작품이 철거·훼손된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하여금 해당 건축주에게 원상회복 조치를 요구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진흥법상 미술품 설치의무에 따라 설치한 작품이 아니라면 소유권자가 미술품을 폐기 또는 훼손했다고 해서 소유권자에게 동일성유지권의 침해로 인한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고 일반화해서 말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300) 문화예술진흥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면 소유권자에게 조각품을 원상 그대로 관리해야 할 추가적 의무를 부과할 아무런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 298) 17 USC 106A(a)(3)(B). 299)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다204587 판결 (도라산역 벽화 사건). 300) 서울고등법원 2018나2075222 판결은 용인시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에게 문화예술진흥법상 미술품설치의무를 부담하는 건물주와 유사한 책임을 부과했다. |
(B) 부득이한 변경
학교 교육목적을 위한 저작권제한에 관한 저작권법 제25조의 규정에 의하여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 학교 교육목적상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의 표현의 변경이라거나 건축물의 증축·개축 또는 그 밖의 변형 그리고 그 밖의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의 변경의 경우에는 본질적인 내용의 변경을 가하지 않는 한 동일성유지권의 침해로 되지 않는다(저작권법 제13조 2항 5호).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의 경우 호환성을 획득하기 위한 변경도 실질적으로는 이런 부득이한 변경의 구체적인 예시에 해당한다(제13조 2항 4호).
예컨대, 맞춤법의 변화에 따른 사소한 수정이라거나301) 내용 전달 수준의 비디오자막 삽입302)은 동일성유지권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저작물에 거의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이므로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에 비추어 부득이한 변경으로서 동일성유지권의 침해로 되지 않는다. 또한 스포츠 경기장에서 대중가요의 일부 음표 박자를 간소화시켜서 응원곡으로 이용한 경우에 응원곡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변경에 불과하고 대중가요의 특성상 예견 및 용인되는 수준의 변경은 동일성유지권의 침해로 되지 않는다.303) 이와 같이 저작물의 이용에 부득이한 변경이 동일성유지권의 침해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당사자 간의 저작물이용허락에 의한 저작물이용의 경우뿐만 아니라 저작권법의 규정에 의한 법정허락이나 저작권제한의 규정에 의한 저작물의 이용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304)
| 301) 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7980 판결. 302) 서울고등법원 1995. 6. 8. 선고 94나33110 판결. 303) 서울고등법원 2021. 10. 21 선고 2019나 2016985 판결. 304)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권의 제한이 저작재산권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저작권제한에 관한 규정 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저작재산권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에는 저작인격권도 마찬가지의 취지로 제한될 수 있 다고 해석된다. 참고로, 미국 연방저작권법 제106(A)(a)조는 순수 미술작품의 저작자에게 부여된 저작인격권도 공정이용(fair use)의 제한을 받는다는 점을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
디지털 저작물은 아날로그 저작물보다 그 변경이 훨씬 더 용이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동일성유지권의 보호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부득이한 변경을 허용해 줄 필요성도 제기된다. 예컨대, 인터넷 검색 서비스 가운데 ‘이미지 검색 서비스’를 위한 썸네일(thumb nail) 이미지의 필요성, 썸네일 이미지의 이용 목적 및 그 형태 등을 고려해 보면, 저작자의 허락 없이 사진을 축소하여 썸네일 이미지로 변환시킨 행위는 이미지 검색 서비스에서의 이용상 부득이한 변경에 해당된다고 판시된 바 있다.305)
| 305)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 9. 23. 선고 2003가합78361 판결 |
(C) 저작자의 동의
동일성유지권 보유자의 동의가 있다면 저작물의 수정 또는 변경이 동일성유지권의 침해로 되지 않는다. 다만, 동일성유지권은 저작인격권으로 양도될 수 없는 성질의 권리이기 때문에 저작물의 수정 또는 변경에 대한 사후적 동의는 저작자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동일성유지권은 저작인격권의 일종으로서 일신전속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작재산권 양도에도 불구하고 저작자에게 남아있게 되지만, 저작권 양도를 포함하는 저작물제작위탁계약에서 저작물인 도안의 제작자에게 위탁자의 요구에 따른 도안의 수정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안제작자가 그러한 위탁자의 수정요구를 따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위탁자 측의 도안 변경에 이의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묵시적 동의를 한 것으로 보아서 위탁자가 자신의 기업목적에 따라 도안을 변경하여 사용한 것이 동일성유지권의 침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306) 또한 원저작물에 변경을 가하는 것이 아니고 원저작물과 동일성의 범위를 벗어나 전혀 별개의 저작물을 창작한 경우에는 원저작물에 대한 동일성유지권의 침해는 문제되지 않는다.307) 대법원은 한편으로는 전술한 바와 같이 동일성유지권의 포기나 양도와 유사한 포괄적 위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동일성유지권 보유자의 사후동의가 없는 가운데 이루어진 변경에 대해서도 묵시적인 동의가 있었다고 판시한 것은 동일성유지권을 통한 저작자의 인격적 이익의 보호에 관하여 일관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308)
| 306)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다31309 판결. 307) 서울민사지방법원 1991. 4. 26. 선고 90카98799 판결. 308) 특히 롯데월드의 너구리도안에 관한 계약에서 도안수정의 의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계약기간이 만료된 이후 의 수정에 대한 묵시적 동의가 있다는 해석이 어떻게 도출될 수 있는지 의문시된다. 또한 그러한 해석론은 결과적으로 장래에 향한 동일성유지권의 포기와 동일한 결과로 된다는 점에서 저작인격권이 포기나 양도는 인정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해 온 대법원의 기존 판례와도 모순된다. 예컨대 대법원 1995. 10. 2.자 94마2217 결정에서 외국인선교사들을 위한 한국어교재에 관한 저작재산권을 비롯한 모든 비영리교육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피신청인 측에 의해서 저작인격권이 행사되는 점에 대한 포괄적인 동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작인격권의 일신전 속성을 근거로 해서 신청인의 저작인격권의 침해를 인정한 것은 롯데월드 사건에서의 대법원의 해석론과는 상충된다고 보인다. 참고로 이와 유사한 사안에서 변경에 관한 묵시적 허락을 포함한 묵시적 이용허락계약 (implied license)이 체결되었다고 본 미국 사례가 있다: Foad Consulting Group, Inc. v. Musil Govan Azzalino, 270 F.3d 821 (9th Cir. 2001). |
바. 저작인격권의 존속기간
저작권법은 저작재산권의 존속기간에 관한 규정은 두고 있으나(저작권법 제39조), 저작인격권의 존속기간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다만 저작자의 사망 후에도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저작인격권의 침해로 될 행위를 금지하고 침해행위의 금지 및 명예회복의 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저작인격권이 저작자에 전속되어 있는 권리라는 점을 중시하면 저작자의 사망과 더불어 저작인격권도 소멸한다고 보아야 하겠지만 저작자 사망 후의 인격적 이익의 보호에 관한 규정들(저작권법 제14조 2항, 제128조)을 보면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의 사망 후에도 계속 보호되는 결과로 된다.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사망 후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면서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경우에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309) 저작인격권의 보호범위는 저작자의 사망 전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310) 다만 명예훼손의 개념을 엄격히 해석하게 되면,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의 사망과 동시에 소멸하는 것으로 되고 사망 후의 보호는 일반적인 인격권의 보호의 문제와 동일하게 되지만311) 그 반대로 널리 명예훼손을 인정하게 되면 사실상 저작인격권이 영원히 존속하는 결과로 될 수도 있다.
| 309) 1986년에 개정되기 이전의 저작권법은 현행법의 동일성유지권과 유사한 원상유지권을 규정하면서 저작자의 명예와 성망을 해치는 것이 원상유지권침해의 요소로 규정되어 있었으나(대법원 1969. 10. 28. 선고 65다1340 판결), 현행 저작권법은 명예훼손에 관한 요건이 저작자의 사망 이후에만 요구되는 것으로 개정된 것이다. 310) 저작자의 생존 시에는 사소한 변경이라도 저작인격권의 침해로 될 수 있겠지만, 저작자의 사망 후에 새로운 맞 춤법에 따라서 표현을 수정한 경우에도 저작자의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 한 저작권법상 인격적 이익의 침해 도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7980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1995. 6. 23. 선고 94카 합9230 판결. 311) 예컨대 서울지방법원 1995. 6. 23. 선고 94카합9230 판결에서, 편지의 수신인이 편지 자체에 대한 소유권은 취 득했다고 하더라도 편지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별다른 약정이 없는 한 여전히 저작자 인 발신인에게 있으나, 편지의 발신인이 사망하였고 편지의 내용에 발신인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내용이 전혀 없어서 그 수신인이 발신인 사후에 그 편지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 발신인도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 된다면, 편지의 수신인에 의한 발신인 사후의 편지 공표가 발신인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 다고 판시된 바 있다. |
명예훼손의 개념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작권법은 저작자 사망 후의 인격적 이익의 보호는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경우에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저작자가 자연인인 경우와 법인인 경우에 그 저작인격권의 보호기간이나 보호정도에 커다란 차이가 생기게 되는 불균형이 초래된다. 업무상 저작물의 요건이 충족되어서 법인이 저작자로 된 경우에는 법인이 해산되지 않는 한 사실상 저작인격권이 영원히 존속하는 결과로 되지만 자연인이 저작자인 경우에는 그 사망 후에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보호되기 때문에 그 보호기간 및 보호정도에 커다란 차이가 생긴다. 입법론적으로는 업무상 저작물의 경우에 법인이 저작자로 된다고 규정하는 미국식 입법론과 저작인격권을 보호하는 대륙식 입법론이 혼합되어 모순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므로, 그 어느 하나를 바꾸거나 또는 저작인격권의 존속기간에 관한 명문의 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211)
| 211) 독일 저작권법 제64조 참조. |
사. 저작인격권침해에 대한 구제
저작자는 고의 또는 과실로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자에 대해서 저작인격권의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저작권법이 저작권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에 대해서는 저작재산권의 침해에 한정해서 규정하고 있지만(저작권법 제125 조), 그러한 규정은 저작재산권 침해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 관한 특칙을 두기 위한 규정일 뿐이고 저작인격권의 침해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음을 규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신적 손해를 금전적으로 환산하는 데에는 인격적 이익의 중요성에 관한 사회적 인식뿐만 아니라 저작인격권의 보호를 통한 저작권법의 법목적 실현이라고 하는 정책적 판단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우리 법원이 위자료를 조금씩 상향해서 인정하는 경향과 함께, 제재적 성격의 위자료의 필요성이 조금씩 제기되는 것은212) 흥미로운 변화라고 하겠다.
| 212) 이상경, 언론보도에 의한 명예훼손소송의 위자료 산정에 관한 연구, 언론중재 12권 1호 (통권42호 1992. 3.) 55면 |
저작자는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자에 대해서 손해배상에 갈음하거나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청구할 수도 있다(저작권법 제127조 저작권침해의 효과 부분 참조). 우리나라에서는 유교적 전통의 영향으로 인해서 저작자에 의한 명예회복 청구가 중시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213)
| 213) Ilhyung Lee, Culturally-Based Copyright Systems?: The U.S. and Korea in Conflict, 79 Wash. U. L.Q. 1103, 1138 (2001). |
*출처: 정상조, 박준석,『지식재산권법』 (제6판, 홍문사, 2024년) 제3장 저작권법 Ⅳ. 저작권 2. 저작인격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