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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혁신과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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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심 요약>

지식재산권법과 공정거래법은 '혁신'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진 동반자이지만, 시대 상황(경제 위기, 독점 폐해 등)에 따라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춰왔습니다. 현재는 거대 플랫폼 기업의 등장으로 인해 다시금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시점입니다.

1. 지식재산권법과 공정거래법의 관계

  • 공통의 목적: 두 법은 방법론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소비자 후생 증대기술 혁신 촉진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추구하는 상호보완적 관계입니다.
  • 방법론의 차이와 긴장:
    • 지식재산권법: 배타적 권리(단기적 독점)를 부여하여 혁신을 유인함.
    • 공정거래법: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여 혁신을 유도함.
  • 동태적 경쟁(Schumpeterian Competition): 지식재산권은 단기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고착화하는 '정태적 경쟁'을 제한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파괴적 혁신을 통해 시장 질서를 바꾸는 '동태적 경쟁'을 활성화합니다.

2. 역사적 규제 태도의 변천

지식재산권 행사가 공정거래법 위반인지에 대한 판단은 시대적 배경에 따라 크게 요동쳤습니다.

시대주요 특징규제 태도
20세기 초셔먼법(Sherman Act) 제정 초기지재권 행사는 독점규제법 적용 대상이 아닌 적법한 권리로 간주함.
대공황기 ~ 1970년대시장 독점 폐해 강조규제 강화. 특히 70년대 미 법무부의 '9개 금지 사항(Nine No-No's)'을 통해 지재권 라이선스 남용을 엄격히 규제함.
1980년대 ~ 20세기 말일본·독일의 급부상, 신자유주의친특허(Pro-Patent) 정책. '9개 금지 사항' 폐기, 미국연방특허법원(CAFC) 설립 등 지재권 보호 강화 및 공정거래법 적용 완화.

3. 1980년대 정책 전환의 배경

  • 경제적 위기: 일본 전자제품의 시장 점령으로 미국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자, 기술 혁신을 위해 지재권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습니다.
  • 법리적 변화: 특허의 유효성 추정을 중시하고, 단순한 라이선스 거절만으로는 특허권 남용으로 보지 않는 등 권리자의 재량을 넓혀주었습니다.

4. 21세기 새로운 도전

  • 플랫폼 및 테크 기업의 독과점: 오늘날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대형 테크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특허뿐만 아니라 저작권의 행사와 남용이 경쟁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습니다.

* 본 법률위키는 저자의 허락을 받아 『지식재산권법』(제6판)의 원문을 수록하였습니다. 본 저서의 전체 목차와 체계적인 분류는 [지식재산권법] 목차 및 전체 가이드: 정상조·박준석 공저 (제6판) 페이지에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지식재산권법은 발명과 창작을 유인·장려하기 위하여 그 결과물을 배타적으로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배타적 권리가 미치는 범위 내에서는 경쟁업자의 경쟁을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식재산권이 단기적으로는 경쟁제한을 초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후생(consumer welfare)의 증대 및 동태적인 경쟁(dynamic competition)의 촉진에 기여한다. 현재 시장의 가격이나 점유율만을 기준으로 보면 지적재산권의 활용으로 정태적인 경쟁(static competition)이 제한될 수 있지만, 지적재산권 보유자의 제품과 공정에 관한 혁신으로 장기적으로 기존 시장의 질서를 바꾸고 또 다른 기술혁신에 의한 역동적인 경쟁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동적 경쟁 또는 동태적 경쟁을 슘페터(Schumpeterian) 경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른 한편 나라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공정거래법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소비자후생의 증대를 도모하고 기업들의 경쟁적인 혁신을 기대한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질서는 기업들에게 연구개발 투자 및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의 유인(incentive)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후생의 증대 및 동태적인 기술혁신의 촉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소위 보이지 않는 손이 효율적으로 작동되는 동태적 시장을 확보하고 소비자후생을 증대시킨다고 하는 목적에 있어서, 지식재산권법과 공정거래법은 동일한 목적을 추구하는 상호보완적인 법제도라고 볼 수 있다.84) 다만, 지식재산권법은 특허권 등의 배타적 권리의 부여 및 단기적이지만 적법한 경쟁제한을 통해서 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데 반해서, 공정거래법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촉진을 통해서 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이와 같이 지식재산권법과 공정거래법은 방법론상의 차이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양 법제도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긴장과 갈등이 생길 수 있고, 양법의 갈등이나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로 대두된다. 

84) 미국 법무부 및 연방통상위원회 Antitrust Guidelines for the Licensing of Intellectual Property도 동일한 시각에 입각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특허권의 행사가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에 있어서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85) 영국에서 18세기 중엽에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특허권의 취득과 특허소송을 비롯한 특허활동이 증가했고 18세기 말에 유럽과 미국에서도 근대적인 특허법이 제정되었고 19세기말까지 지재권의 중요성과 역할이 명확했었다. 19세기 말 미국의 스탠다드 오일(Standard Oil) 석유회사와 같은 대기업들의 시장 독점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1890년에 독점규제를 위한 셔먼법(Sherman Act)이 제정되었다. 셔먼법의 제정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초까지 지재권의 행사는 셔먼법의 적용범위 밖에 있는 적법한 행위로 간주되었다. 지재권보유 기업이 라이선스를 거절할 수 있는 지위를 갖고 있다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때 어떤 계약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지재권의 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셔먼법의 적용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고 있었다. 

85) John DeQ. Briggs, Intellectual Property and Antitrust: Two Scorpions in a Bottle, 10 Sedona Conf. J. 65 (2009). 

1929년의 주가 대폭락 이후 대공황이 시작되면서 특허권 보유기업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기 위한 도구로 특허권을 이용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의 위반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86) 그러나, 특허권의 정당한 행사와 특허권의 범위를 벗어난 경우를 어떻게 구별할지 쉽지 않고, 어떠한 경우에 특허권의 행사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특허권의 행사로 정태적인 경쟁 뿐만아니라 동태적인 경쟁까지 차단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이 개입해야 하겠지만 동태적인 경쟁은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지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 미래의 기술혁신을 위축시킨다고 볼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의 적용의 강화추세는 70년대 초에 독점규제를 담당하고 있는 법무부 공정거래실(DOJ Antitrust Division)이 발표한 소위 ‘9개 금지 사항(nine No-No’s)’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9개 금지 사항은 특허권자에 의한 끼워팔기라거나 특허제품의 재판매가격유지와 같이 법무부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당연위법(per se rules)이라고 볼 만한 라이선스 유형을 뜻한다. ‘9개 금지 사항’에 관한 법무부의 시각은 지재권이 근본적으로 자유로운 경쟁질서에 모순된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86) Carbice Corp. v. Am. Patents Dev. Corp., 283 U.S. 27 (Supreme Court, 1931), p.34.

‘9개 금지 사항’과 같은 당연위법의 기준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고, 70년대 말 일본과 독일의 급부상에 대응하기 위해서 독점규제정책도 수정되어야 한다는 정치경제적 요구에 직면하게 되었다. 특히 일본의 전자제품들이 미국의 가정을 점령하고 소니(Sony)의 ‘워크맨(Walkman)’과 같은 일본 제품들이 젊은이들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80년대부터는 미국의 기술혁신과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권을 강화하고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완화하는 정책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81년에 취임한 레이건(Ronald Reagan) 미국 대통령의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정책 그리고 시카고학파(Chicago School)의 주장은 행정 뿐만아니라 입법과 사법에까지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1982년에 탄생한 ‘미국연방특허법원(CAFC)’87)은 특허권은 유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 법규정88)을 중시하면서 특허의 무효를 주장하는 자에게 “명확하고 설득력있는(clear and convincing)” 증거를 제시할 것으로 요구함으로써 무효율을 대폭 낮췄다. 1986년에는 법무부도 ‘9개 금지 사항’을 폐기하고, 기술 간의 경쟁을 제한하거나 특정 기술을 배제하는 라이선스이거나 또는 특허와 무관한 제품의 가격을 조작하기 위한 라이선스인 경우에 한해서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신중론을 채택하게 되었다. 1988년에 개정된 특허법은 특허권자가 라이선스를 거절했다는 이유만으로 특허권남용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89)

87) U.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
88) 35 U.S.C. § 282.
89) 35 U.S.C. § 271(d).

20세기 말 컴퓨터와 디지털기술 그리고 인터넷과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경쟁질서는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소위 플랫폼기업 또는 테크기업등의 시장독과점이 상당한 정도에 이르게 되면서 특허권뿐만 아니라 저작권의 행사 또는 남용이 경쟁질서를 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출처: 정상조, 박준석,『지식재산권법』 (제6판, 홍문사, 2024년) 제1장 총론  Ⅳ. 경쟁질서로서의 지식재산권 1. 혁신과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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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작성일시: 2026년 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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