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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권의 이론적 근거
<AI 핵심 요약>
지식재산권은 창작자의 노동에 대한 '당연한 권리(자연권)'라는 측면과 사회 발전을 위한 '장려 도구(공리주의)'라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현대 법체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정 기간만 독점권을 부여하는 공리주의적 관점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1. 두 가지 철학적 근거: 로크 vs 벤담
2. 국가별 입법 모델의 차이
3. '영구적 권리'를 둘러싼 법적 논쟁
4. 현대 지식재산권의 본질과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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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법률위키는 저자의 허락을 받아 『지식재산권법』(제6판)의 원문을 수록하였습니다. 본 저서의 전체 목차와 체계적인 분류는 [지식재산권법] 목차 및 전체 가이드: 정상조·박준석 공저 (제6판) 페이지에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지식재산권은 발명과 창작의 결과물을 배타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재산권이다. 발명이나 창작을 한 자에게 재산권을 부여하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 발명과 창작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발명이나 창작이라고 하는 노동에 대한 당연한 권리로 재산권이 부여되고 보호되어야 한다고 하는 견해도 있다. 벤덤(Jeremy Bentham)의 공리주의(utilitarianism)에 의하면, 지식재산권이 발명이나 창작의 촉진이라고 하는 목적을 위한 실용적 도구라고 볼 수 있고, 지식재산권은 발명이나 창작의 촉진에 필요한 한도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부여된 권리인 것이다. 이에 반해서 로크(John Locke)의 자연권론에 의하면, 노동의 결과물에 대한 소유권이 자연권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것처럼, 지식재산권도 발명이나 창작이라고 하는 노동에 대해서 자연권처럼 당연히 부여되는 재산권인 것이다. 로크는 네덜란드 망명생활을 마치고 1688년에 메리 2세(Mary II)와 함께 영국으로 귀국해서 ‘통치론(Two Treaties of Government)’을 출판해서 명예혁명을 정당화하는 이론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그의 자연권론은 영국에서 진행되고 있던 ‘사유화(enclosure)’운동을 정당화해주는 명쾌한 재산권이론이 되기도 했다.
프랑스는 1789년 대혁명으로 구체제의 특권을 폐지하고 근대적인 지재법을 제정하는데 자연권론의 영향을 받았다. 1791년에 제정된 프랑스 특허법은 제1조에서 “모든 새로운 발견은 그 저자의 재산”이라고 하면서, 발명가가 자신의 발견을 향유할 수 있도록 일정한 기간 동안 재산권을 부여한다고 규정했다. 1793년에 제정된 프랑스 저작권법은 저작권이라고 하는 용어 대신에 ‘저자의 권리(droit d’auteur)’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저작자에게 재산권 뿐만아니라 인격권(moral rights)도 함께 부여했다. 특히 저작자와 작품 사이의 인격적이고 신성한 관계가 프랑스의 ‘문예재산권(文藝財産權, a literary and artistic property)’을 정당화해주는 충분한 근거가 되었다. 프랑스 의회는 저작권이 창작의 촉진과 같은 사회적 기여를 위한 도구라는 공리주의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인권선언과 같은 차원에서 저자에게 창작의 산물에 대한 자연권으로서의 권리가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33)
| 33) Jane C. Ginsburg, A Tale of Two Copyrights: Literary Property in Revolutionary France and America, 64 Tul. L. Rev. 991 (1990), p.992. |
로크의 통치론과 자연권론은 미국의 독립선언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독립선언 및 독립전쟁을 승리로 마치고 제정한 미국헌법은 공리주의에 입각한 지식재산권 근거조항을 두고 있다. 1787년 미국헌법을 제정하기 위해서 모인 ‘제헌회의(制憲會議, Constitutional Convention)’ 대의원들은 그 당시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던 산업혁명과 특허제도의 영향을 잘 알고 있었고 회의일정 가운데 어느 하루는 델러웨어강 (Delaware River)에서 미국 최초의 증기선 시운전을 보기 위해서 휴회하기도 했다. 미국헌법의 제헌회의 대의원들은 연방과 주정부의 권한을 정교하게 나누는데 합의했고, 연방의회가 연방차원의 특허법과 저작권법 등을 제정할 수 있는 입법권을 가진다고 하는 지재권 근거조항을 도입했다. 미국헌법은 연방의회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제한된 기간 동안 저자와 발명자들에게 저작물과 발명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법률을 제정할 권한을 갖는다고 규정한 것이다.34) 다시 말해서 미국헌법에 의하면, 연방의회가 제정하는 특허법이나 저작권법 등의 지식재산권법은 발명과 창작의 촉진이라고 하는 목적을 위한 것이고 그러한 목적을 위한 필요한 한도 내에서 제한된 권리를 부여하기 위한 법이다. 전통적인 소유권과 달리 지식재산권은 실용적이고 공리주의적인 근거에 입각해서 만들어진 권리라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다.
| 34) US Constitution, Article I, §8, cl. 8. |
자연권론은 소유권처럼 지식재산권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저자의 인격권을 설명하는데 명쾌한 논리가 될 수 있다. 소유권과 지식재산권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지식재산권이 어떠한 기능을 수행하는지에 대한 설명으로는 자연권론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식재산권은 소유권과 달리 일정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일정한 요건하에서 제한된 기간 동안만 부여된 배타적 권리일 뿐이고, 그 권리도 법목적의 실현을 위해서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인정된다. 지식재산권은 발명과 창작을 촉진하기 위해서 부여된 권리로서 과학·기술·문화·예술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식재산권의 이러한 기능과 목적은 미국헌법의 지식재산권 근거조항 뿐만아니라 우리나라 특허법과 저작권법의 목적조항에서 명백히 확인되고 있다. 우리나라 특허법은 제1조에서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저작권법은 제1조에서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이 영구적인 자연권인가 아니면 실정법상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제한된 권리인가에 대해서는 영국과 미국의 법원에서도 상반된 주장들이 치열하게 제기되었다. 1710년 앤여왕의 저작권법이 제정된 이후 영국 하급심 법원이 보통법상의 영구적인 저작권을 인정한 바 있지만35) 최종적으로 영국상원 상고심은 ‘출판된 작품’의 경우에는 영구적인 자연권이 인정될 수 없고 앤여왕 저작권법에 따라 14년의 존속기간으로 제한된 저작권이 인정될 뿐이라고 판시했다. 출판업자들은 과실수를 재배한 농민이 그 과실을 사용, 수익, 처분할 수 있는 자연권을 갖는 것처럼, 창작을 한 저작자도 자신의 작품을 지배할 수 있는 영구적인 권리(perpetual right)를 갖는다고 주장하면서, 출판업자들의 출판권도 상속 가능한 영구적인 권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Donaldson v. Becket 사건에서, 영국상원 상고심은 저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출판한 이후에는 보통법상의 권리는 소멸하고 저작권법상의 제한된 권리만을 가질 뿐이라고 판시했다.36) 영국상원 대법관들의 다수의견에 의하면, 저작자가 저작권법에 따라서 출판과 인세수입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지위를 갖는 것은 다른 한편 지식 확산에 따른 사회적 이익과 균형을 갖춰야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공기나 물처럼 자유로운 이용대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수의견은 보통법상의 영구적 저작권이 인정된다면 모든 지식과 학문이 대형 출판업자들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출판업자들의 이익을 위해서 마음대로 도서가격을 인상하게 되어 소비자들은 노예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함으로써 저작권의 존속기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국의회는 저작권법 제정을 통해서 저작자의 이익과 보다 넓은 사회적 이익 사이의 보다 적절한 균형을 실현하기 위해서 자연권을 제한한 것이다.
| 35) Millar v Taylor, 4 Burr. 2303, 98 ER 201 (1769). 36) Donaldson v Becket, 4 Burr. 2408, 98 Eng. Rep. 257 (1774). |
19세기에 미국연방대법원도 ‘영구적’인 보통법상의 저작권의 존재 여부에 관하여 유사한 판단을 내린 바 있다.37) 다시 말해서, 보통법상의 저작권은 주법원에 의해서 일기장이나 서신과 같이 출판되지 아니한 작품에 대해서 인정될 여지는 있지만, 연방의회가 제정해서 그 당시 시행중인 연방저작권법에 의해서 인정된 저작권은 출판요건, 등록요건, 납본요건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만 인정되는 권리인 것이다.
| 37) Wheaton v. Peters, 33 U.S. (8 Pet.) 591 (Supreme Court, 1834). |
자연권론이 흥미로운 이론이고 현실적으로도 법정에서 출판업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서 저작자의 자연권을 활용했었다. 1710년에 제정된 최초의 근대적인 저작권법은 15세기 이후 출판업자에게 부여되었 출판특권을 폐지하고 저작자의 권리를 정면으로 인정하지만, 출판업자의 주장과 달리 저작권은 학문과 지식의 진흥을 위해서 일정한 요건하에 제한된 기간 동안 인정된 실정법상의 권리로 탄생한 것이다. 1624년에 제정된 근대적인 특허법도 중세말부터 길드나 기술자에게 부여했던 판매특권을 폐지하고 일정한 요건하에 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정도의 기간과 범위로 제한된 특허권만을 인정한 것이다.
공리주의는 지식재산권법의 제정을 정당화하는 이론적 근거에 그치지 않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실적인 분쟁의 해결과 법해석에 있어서도 보다 합리적인 논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이 자연권이라거나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고 실정법이 그 법목적에 부합되는 일정한 성립요건하에서만 발생하고 그 법목적에 부합되는 권리범위 내에서만 인정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출처: 정상조, 박준석,『지식재산권법』 (제6판, 홍문사, 2024년) 제1장 총론 Ⅱ. 지식재산권의 기능 1. 지식재산권의 이론적 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