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주의의 예외
1. 직권탐지주의
가. 의의 및 구별개념
당사자 아닌 법원이 사실과 증거를 수집․조사하여 재판의 기초로 삼는 입장을 말한다. 사실과 증거의 수집·제출 책임을 당사자에게 지우는 변론주의와 대립되는 개념이다.
나. 내용
(1) 사실의 직권탐지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는 사실이라도 법원은 직권으로 사실자료를 수집하여 판결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판례는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아무런 제한 없이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기록상 현출되어 있는 사항에 관하여서만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하고 이를 기초로 하여 판단할 수 있을 따름이다(대법원 1994. 4. 26. 선고 92누17402 판결)."고 판시하여 직권탐지의무는 기록에 나타난 사실자료에 한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한도에서만 주장책임이 배제된다.
(2) 자백의 구속력 배제
당사자가 주요사실에 대하여 자백하더라도 이는 증거자료로서 참작할 수 있을 뿐이고, 법원은 이에 구속되지 않으므로 자백 내용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3) 직권증거조사(주관적 증명책임의 배제)
법원은 직권탐지한 사실에 대하여 당사자의 증거신청 여부 또는 증거제출 여부와 관계없이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한다. 변론주의의 보충적인 직권증거조사(제292조)와 다른 점이다. 그러나 직권증거조사라고 하여 당사자의 증거 제출을 막는 것은 아니다.
(4)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시기의 무제한
당사자의 공격방어방법은 참조자료에 불과하고, 재판의 기초자료가 이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므로 당사자의 소송자료의 제출이 늦더라도 법원은 이를 이유로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의 각하(제149조), 변론종결 후의 공격방어방법의 제출 불허(제285조)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
(5) 처분권주의의 제한
당사자가 청구의 포기·인낙 또는 화해를 통하여 임의로 법률관계를 확정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처분권주의가 제한된다. 그러나 소취하의 자유는 인정된다.
다. 적용범위
(1) 일반적 대상
일반적으로 공익적 요소가 크며 객관적인 진실발견이 우선시되는 사항이 대상이 된다.
(2) 민사소송에서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되는 사항
민사소송은 원칙적으로 변론주의가 적용되나 소송요건 중에서 공익성이 강한 재심사유의 존재, 법관의 영역에 있는 경험법칙·외국법규·관습법 등은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되는 사항이다.
(3) 가사소송, 행정소송, 선거소송, 헌법재판, 비송사건, 특허심판사건
판결의 효력이 제3자에게 확장되거나 당사자의 처분이 허용되지 않는 소송물이 그 대상이 되는 절차에서는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된다. 또한 비송사건과 특허심판사건은 객관적인 진실발견이 중시되므로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된다. 가사소송과 관련하여 판례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은 가족관계등록부상의 부 또는 모와 자 사이에 친생자 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하는 소송으로서 친족법상 중대한 영향을 미침은 물론이고 공익에도 관련된다. 그리하여 가사소송법 제17조는 이러한 소송에 대하여 직권주의를 채용하고 있으므로, 법원은 당사자의 입증이 충분하지 못할 때에는 가능한 한 직권으로라도 필요한 사실조사 및 증거조사를 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므4198 판결).
(4) 회사관계소송
직권탐지주의에 의한다는 명문의 규정이 없어 견해가 대립한다. 원고 승소시 그 판결의 효력이 제3자에게 미치므로 직권탐지주의를 적용하자는 견해도 있으나, 회사관계소송에서는 소의 제기를 공고하고(상법 제187조 등), 판결의 효력을 받는 제3자의 참가가 보장되어 있으며, 원고패소의 효력은 상대적 효력밖에 없으므로 변론주의가 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
2. 직권조사사항
가. 의의 및 구별개념
당사자의 신청이나 이의에 관계없이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여 판단하여야 할 사항을 말한다. 이에 반해 항변사항은 변론주의가 적용되어 피고의 주장이나 항변을 기다려서 비로소 조사하게 되는 사항을 말한다. 그리고 법원이 사실과 증거를 수집․조사하는 직권탐지사항과도 다르다. 판례도 기판력의 저촉여부와 같은 권리보호요건의 존부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나 이는 소위 직권탐지사항과 달라서 그 요건 유무의 근거가 되는 구체적인 사실에 관하여 사실심의 변론종결 당시까지 당사자의 주장이 없는 한 법원은 이를 고려할 수 없고, 또 다툼이 있는 사실에 관하여는 당사자의 입증을 기다려서 판단함이 원칙이라 할 것이다(대법원 1981. 6. 23. 선고 81다124 판결)고 판시하였다. (직권조사사항 : 사실주장과 증명은 당사자가, 판단은 직권으로.)
나. 적용범위
(1) 소송요건․·상소요건·상고심의 심리불속행사유
소송․·상소요건은 항변사항(예컨대 소·상소취하계약, 중재계약, 소송비용담보제공의 존재 등)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직권조사사항에 해당한다. 상고심의 심리불속행사유 또한 직권조사사항에 해당한다.
(2) 법률의 적용
절차적 강행법규의 준수, 실체법의 해석적용은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에 해당한다.
(3) 실체법적인 요소 등
판례는 소송계속의 유무(대법원 1982. 1. 26. 선고 81다849 판결), 당사자의 확정(대법원 2011. 3. 10. 선고 2010다99040 판결), 위자료의 액수, 과실상계(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다51120,51137,51144,51151 판결), 신의칙 또는 권리남용의 위반 여부, 도급계약 해제시 손익상계(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37296 판결) 등을 직권조사사항으로 보고 있다.
다. 구체적 내용
(1) 조사의 개시
직권조사사항에 대하여는 당사자가 다투지 않더라도 의문이 있을 경우에 법원이 직권으로 이를 심리할 수 있다.
(2) 자료수집방법
직권조사설, 직권탐지주의·직권조사·변론주의의 3원설, 직권탐지주의·변론주의의 2원설이 대립하나 직권탐지주의 절차로 변모될 위험이 있으므로 직권조사설이 타당하다(자세한 내용은 전술한 소송요건의 조사방법 부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