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험이익
1. 개념과 정의
피보험이익에 관한 법적 정의 규정을 우리 상법 보험편 규정이나 보험업법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피보험이익은 보험의 유효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핵심적 개념이고, 보험자가 담보하는 위험에 대해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보험자가 받게 될 경제적 이익을 의미하는 것이 통설이다. 이는 보험자가 보험 목적과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포함한다.
상법 제668조(보험계약의 목적) 보험계약은 금전으로 산정할 수 있는 이익에 한하여 보험계약의 목적으로 할 수 있다. |
2. 피보험이익의 개념 지표
피보험이익은 손해보험 계약의 특유 요소이고, 우리 상법상 ‘보험계약의 목적’에 해당한다. 우리 상법상 피보험이익에 관한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피보험이익을 ‘보험계약의 목적’이라는 제목으로 당연히 인정하고 있으며, 이는 보험사고의 대상인 ‘보험목적’과 구별된다. 피보험이익이 보험계약에서 매우 핵심적 요소를 차지하는 것은 만약 피보험이익이 없이 널리 보험계약을 유효하게 인정하게 되면 보험계약이 도박화될 뿐 아니라 손해보험의 특성상 이득금지의 원칙에 반하여 보험계약을 통하여 손해 이상의 이익을 볼 수 있는 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적 이유로 피보험이익은 적법하고 경제적 이익을 포함해야 하며, 보험사고 발생 시 확정 가능한 금전 이익에 한정된다(적법성과 확정성). 피보험이익이 확정되지 않으면 손해도 확정할 수 없으므로, 보험계약 체결 시 존재하거나 사고 발생 시 확정 가능해야 한다(대법원 1989. 8. 7. 선고 87다카929 결정).
예컨대, 대법원은 이동통신회사인 甲 주식회사가 폰세이프 부가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을 피보험자로 하여 乙 보험회사와 체결한 보험계약에서 보험금 산정기준이 되는 ‘출고가’의 해석과 피보험이익의 산정이 문제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위 보험계약의 피보험이익은 결국 피보험자인 고객이 단말기를 도난당하거나 분실하였을 경우 이를 새로 구입하는데 소요되는 비용 상당액, 즉 출고가 상당액이라고 보았다(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6다224428, 224435 판결).
피보험이익은 이득금지의 원칙에 입각한 손해보험계약의 특유한 요소로서 피보험이익이 없는 손해보험계약은 당연무효이다.
3. 피보험이익의 요건
(1) 적법할 것
피보험이익은 적법한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절도․도박 등에 의하여 얻을 이익과 같은 것은 피보험이익이 될 수 없다. 예컨대, 통신회사가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16강에 드는 경우 신규고객에게 10만 원씩을 돌려주는 행사”를 하면서, 이를 위해서 “월드컵에서 16강에 드는 것”을 보험사고로 하여 신규고객 1인당 10만 원씩의 보험금을 받기로 하는 보험계약은 피보험이익이 도박적인 성격을 가져 적법하지 않으므로 허용되기 어렵다.
(2) 금전으로 산정할 수 있을 것
피보험이익은 금전으로 산정할 수 있는 이익이어야 한다(제668조). 즉 피보험자가 갖는 경제적 이해관계이어야 한다. 건물의 소유자가 그 건물에 대하여 갖는 이해관계와 같은 적극적인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물건보험), 타인의 물건을 보관하는 자가 그 물건이 훼손되지 않음으로 인하여 갖는 이해관계와 같은 소극적 이해관계( 책임보험)도 피보험이익이 될 수 있다.
(3) 확정되었거나 확정될 수 있을 것
피보험이익은 보험계약 성립 당시에 이미 확정되어 있거나, 아니면 적어도 보험사고의 발생 시까지는 확정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보험사고 발생 시까지 피보험이익이 확정되지 않으면 보험사고로 얼마나 손실이 발생하였는지도 확정될 수 없고, 그렇다면 보험금도 확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4. 보험가액과 보험금액
피보험이익을 금전으로 평가한 금액을 ‘보험가액’이라 한다. 이러한 보험가액은 피보험이익을 금전 평가한 금액일 뿐 보험금의 지급 대상이 되는 그 자체는 아니므로, 보험자가 지급하기로 한 최고한도의 보험금을 의미하는 ‘보험금액’과 구별된다. 보험가액과 보험금액의 관계에서 초과보험(보험금액>보험가액), 중복보험(총 보험금액>총 보험가액), 일부보험(보험금액<보험가액)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다.
(1) 초과보험
상법 제669조(초과보험) ① 보험금액이 보험계약의 목적의 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한 때에는 보험자 또는 보험계약자는 보험료와 보험금액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료의 감액은 장래에 대하여서만 그 효력이 있다. ② 제1항의 가액은 계약당시의 가액에 의하여 정한다. ③ 보험가액이 보험기간 중에 현저하게 감소된 때에도 제1항과 같다. ④ 제1항의 경우에 계약이 보험계약자의 사기로 인하여 체결된 때에는 그 계약은 무효로 한다. 그러나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때까지의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다. |
초과보험은 보험금액이 보험가액을 초과하는 경우이다. 즉, 실제 피보험이익에 대한 금전 평가액을 상회하는 수준의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므로 피보험자가 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우리 상법은 초과보험의 경우에 우선 보험자와 보험계약자 쌍방 보험료 및 보험금액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되, 사기로 인한 초과보험의 경우 무효로 보고 있다(상법 제669조). 논리적으로 생각해봐도 보험가액을 상회하는 보험금액의 경우 보험가액이 없는 것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피보험이익이 없다고 보아야 하므로 보험계약을 무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상법 제669조 소정의 초과보험계약이라는 사유를 들어 사고 발생 당시의 보험가액을 한도로 한 보험금지급의무의 제한을 주장하는 경우 그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보험자가 부담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4. 23. 선고 99다8599 판결).
(2) 일부보험
상법 제674조(일부보험) 보험가액의 일부를 보험에 붙인 경우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의 보험가액에 대한 비율에 따라 보상할 책임을 진다. 그러나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있는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의 한도내에서 그 손해를 보상할 책임을 진다. |
일부보험은 보험금액이 보험가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이다. 즉 실제 피보험이익에 대한 금전 평가액을 하회하는 수준에서 보험금이 지급될 뿐이므로 피보험자가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우리 상법은 일부 보험에 대하여 보험금액의 보험가액에 대한 비율에 따라 보험자가 보상할 책임을 지도록 정하고 있다(상법 제674조). 이는 비례보상주의를 채택한 것이다.
(3) 중복보험
상법 제672조(중복보험) ① 동일한 보험계약의 목적과 동일한 사고에 관하여 수개의 보험계약이 동시에 또는 순차로 체결된 경우에 그 보험금액의 총액이 보험가액을 초과한 때에는 보험자는 각자의 보험금액의 한도에서 연대책임을 진다. 이 경우에는 각 보험자의 보상책임은 각자의 보험금액의 비율에 따른다. ② 동일한 보험계약의 목적과 동일한 사고에 관하여 수개의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는 각 보험자에 대하여 각 보험계약의 내용을 통지하여야 한다. ③ 제669조제4항의 규정은 제1항의 보험계약에 준용한다. |
이는 동일한 보험, 즉, 보험기간과 보험목적이 동일한 복수의 계약을 놓고 평가할 때 그 복수의 보계약에 따른 보험금액 총액이 보험가액을 초과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는 당연히 피보험자가 보험가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이익을 볼 수 있게 된다. 우리 상법은 이러한 경우에 보험자가 각자의 보험금액까지는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면서 보상책임은 각자의 보험금액의 비율에 따르도록 하였다(상법 제672조 제1항). 이는 비례책임주의와 연대책임주의를 혼합한 것이다. 반면, 사기적 중복보험에 대해서는 초과보험과 마찬가지로 보험계약을 무효로 한다(상법 제672조 제4항).
이때 사기로 인하여 체결된 중복보험계약이란 보험계약자가 보험가액을 넘어 위법하게 재산적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중복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 통지의무의 해태로 인한 사기의 중복보험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보험자가 통지의무가 있는 보험계약자 등이 통지의무를 이행하였다면 보험자가 그 청약을 거절하였거나 다른 조건으로 승낙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당한 사유 없이 위법하게 재산상의 이익을 얻을 의사로 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입증하여야 할 것이고, 단지 통지의무를 게을리 하였다는 사유만으로 사기로 인한 중복보험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0. 1. 28. 선고 99다50712 판결). 자세한 것은 중복보험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