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기일의 사실심리절차 - 증거조사
1. 증거조사의 의의와 주체, 기능
사실심리절차는 증거조사에 의하여 시작된다. 즉, 증거조사는 재판장의 쟁점정리(제287조) 등의 절차가 끝난 후에 실시한다(제290조). 증거조사란 법원이 피고사건의 사실인정과 형의 양정에 관한 심증을 얻기 위하여 인증ㆍ서증ㆍ물증 등 각종의 증거방법을 조사하여 그 내용을 감지하는 소송행위를 말한다.
형사소송법은, 종전에는 ‘증거조사는 피고인에 대한 신문이 종료한 뒤에 하여야 한다(제290조)’고 규정하여 사실심리절차를 피고인신문로부터 개시하였으나, 피고인을 심리의 객체로 취급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신문의 순서를 증거조사 종료 후로 규정하고 있다(제296조의2).
이러한 증거조사의 주체는 법원이다. 증거조사는 피고사건에 대한 법원의 심증을 얻고, 당사자에 대하여는 증거의 내용을 알게 하여 공격ㆍ방어의 기회를 갖게 하는 기능을 갖는다.
2. 증거조사의 순서
증거조사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증거조사와 직권에 의한 증거조사가 있다. 당사자주의가 강화된 형사소송법에서는 전자가 원칙으로 되어 있다.
증거조사는 검사가 신청한 증거를 먼저 조사한 후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신청한 증거를 조사하고, 법원은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신청한 증거의 조가가 끝난 후에 직권으로 결정한 증거를 조사한다(제291조의2 제1항, 제2항). 다만, 법원은 직권이나 검사ㆍ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신청에 따라 증거조사의 순서를 변경할 수 있다(동조 제3항).
3. 당사자(검사, 피고인/변호인)의 신청에 의한 증거조사의 절차
가. 증거조사의 신청
1) 신청권자
검사ㆍ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서류나 물건을 증거로 제출할 수 있고, 증인ㆍ감정인ㆍ통역인 또는 번역인의 신문을 청구할 수 있다(제294조 제1항). 법원은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고의로 증거를 뒤늦게 신청함으로써 공판의 완결을 지연하는 것으로 인정할 때에는 직권 또는 상대방의 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이를 각하할 수 있다(동조 제2항).
2) 신청의 시기와 순서
증거조사를 하는 시기에는 제한이 없다. 원칙적으로 재판장의 쟁점정리 등의 절차가 끝난 후에 신청하는 것이지만 공판기일 전의 증거신청도 허용된다(제273조). 다만 법원은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고의로 증거를 뒤늦게 신청함으로써 공판의 완결을 지연하는 것으로 인정할 때에는 직권 또는 상대방의 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이를 각하할 수 있다(동조 제2항). 증거신청은 검사가 먼저 한 후에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한다(규칙 제133조). 검사에게 거증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3) 신청의 방식
증거조사를 신청함에 있어서는 신청의 대상인 증거를 특정하여야 한다. 또한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증거신청을 함에 있어서는 그 증거와 증명하고자 하는 사실과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여야 한다(규칙 제132조의2 제1항). 증거신청은 요식행위가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서면 또는 구두에 의하여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서면의 제출을 명할 수 있다(규칙 제132조 제4항).
형사소송규칙은 검사ㆍ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필요한 증거를 일괄하여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규칙 제132조).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내용이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다르다고 진술할 경우,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당해 조서 중 피고인이 진술한 부분과 같게 기재되어 있는 부분과 다르게 기재되어 있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야 한다(규칙 제132조 제3항).
나. 증거결정에 관한 의견진술
1) 임의적 의견진술
법원은 증거결정을 함에 있어서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증거에 대한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규칙 제134조 제1항).
2) 필요적 의견진술
법원은 서류 또는 물건이 증거로 제출된 경우에 이에 관한 증거결정을 함에 있어서는 제출한 자로 하여금 그 서류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제시하게 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서류 또는 물건의 증거능력 유무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게 하여야 한다. 다만, 간이공판절차(제318조의3)의 규정에 의하여 동의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규칙 제134조 제2항). 이는 증거능력 없는 증거의 증거결정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으로 증거동의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간이공판절차에서는 이 절차가 필요 없다.
다. 법원의 증거결정
법원은 증거신청에 대하여 증거조사신청의 인용 또는 기각여부에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증거결정을 하여야 한다(제295조). 법원이 증거조사절차를 개시할 때에도 당사자에 대한 증거결정의 고지가 요청되기 때문에 증거조사하기로 하는 결정이 필요하다. 다만 이는 재판부가 증거능력 있는 증거들 중에서 요증사실과 관계가 있는 것만을 증거로 채택하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이를 믿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증거결정에는 신청된 증거를 조사하기로 하는 채택결정, 증거신청을 기각하는 기각결정,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하기로 하는 직권결정이 있다.
이러한 증거결정의 성질에 관하여는 자유재량설과 기속재량설이 대립하나 판례는 자유재량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판 1995.6.13. 95도826).
대법원 1995. 6. 13. 선고 95도826 판결 증거신청의 채택 여부는 법원의 재량으로서 법원이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조사하지 아니할 수 있다. |
법원의 증거결정의 기준은 아래와 같다.
증거조사 신청방식 적합 여부(규칙 제132조의2) |
- 피고인의 보조인이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여 증거신청을 한 경우 |
사건과의 관련성 여부 |
|
증거조사의 필요성 여부 |
- 요증사실에 관하여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인정하는 경우, 단, 일방의 증거만 믿고 예단을 가지거나, 증명력이 박약하다는 예단만으로 증거신청을 기각해서는 안 된다. |
라. 증거결정에 대한 불복
법원의 증거결정은 판결 전 소송절차에 관한 결정이므로 항고가 허용되지 아니하고(제403조), 재판장 또는 수명법관의 재판이 아니므로 준항고의 대상으로 되지 아니한다(제416조). 따라서 현행법상 증거결정에 대한 유일한 불복방법은 이의신청이다(제296조). 제295조의 증거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소송지휘권의 행사이므로 법령의 위반이 있는 경우에만 이의신청이 가능함을 주의하여야 한다.
4. 법원의 직권에 의한 증거조사
법원은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제295조 후단). 법원에게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일반적 의무가 있고, 피고인의 입증활동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에 이를 보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원의 직권 증거조사는, 법원의 권한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있으나, 실체진실주의와 공정한 재판의 이념에 비추어 법원의 권한임과 동시에 의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판례도 법원이 직권에 의한 증거조사를 다하지 않은 때에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74. 1. 15. 선고 73도2522 판결).
5. 증거조사결과와 피고인의 의견
재판장은 피고인에게 각 증거조사의 결과에 대한 의견을 묻고 권리를 보호함에 필요한 증거조사를 신청할 수 있음을 고지하여야 한다(제293조). 그러나 간이공판절차에서의 증거조사에서는 그러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