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 정당화요소를 결여한 경우의 효과
(1) 문제점
주관적 정당화요소는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됨에 의하여 발생한 행위반가치를 상쇄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주관적 정당화요소의 존재유무는 불법을 구성하고 있는 행위반가치의 존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결과 학설에 따라서는 주관적 정당화요소가 결하였을 경우 해당 범죄행위의 불법이 기수, 미수, 또는 위법성조각 등의 상이한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이하에서는 주관적 정당화요소를 결여한 경우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알아본다.
(2) 과실범
(가) 학설
① 검토불필요설(다수설) : 이 학설에 따르면 고의범과는 달리 주관적 정당화요소는 필요하지 않다. 과실의 (기수의)결과반가치가 객관적 정당화사정에 의하여 상쇄될 경우 과실미수의 상황이 되는데, 과실미수는 이미 형법상 불가벌이므로 주관적 정당화요소의 존재는 더 이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② 검토필요설 : 이 학설은 과실범에 있어서도 행위반가치와 결과반가치가 모두 상쇄되어야 불법의 배제가 인정되므로 주관적 정당화요소가 객관적 주의의무위반이라는 과실범의 행위반가치를 상쇄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취한다. 다만 이 견해도 고의범에서와 마찬가지로 ㉠ 정당화상황인식요구설, ㉡ 정당화의사요구설, ㉢ 정당화상황의 인식ㆍ정당화의사요구설로 나뉜다.
(나) 구체적 사례에의 적용
① 가령 경찰관 甲이 격렬하게 저항하는 강도 현행범인 乙을 제압하기 위해 경고사격을 한다는 것이 그만 실수로 부상을 입힌 경우 어느 학설에 의하든 甲에게는 주관적 정당화요소로서 방위의사가 있으므로 정당방위가 성립한다.
② 가령 甲이 아무런 생각 없이 숲속을 향하여 돌을 던졌는데 그 돌이 甲을 살해하려고 숲속에 숨어서 총을 겨누고 있던 乙에게 명중하여 乙이 부상을 입은 경우 ① 검토불필요설에 의하면 甲은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이고 ② 검토필요설에 의할 때는 ㉠ 乙에 의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라는 객관적 정당화상황으로 인하여 甲의 행위는 과실치상죄의 불능미수가 될 것이지만, 과실범의 미수를 처벌할 수 없으므로 불가벌이 된다는 견해와 ㉡ 정당화상황의 인식ㆍ정당화의사요구설 등에 의할 때는 甲은 객관적 정당화상황을 인식한 바 없으므로 주관적 정당화요소가 결여되어 과실치상죄의 죄책을 져야 한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다) 결론
불법의 실질을 결과반가치와 행위반가치의 이원론의 입장에서 파악할 때 과실범에서 결과반가치가 상쇄되어 미수범의 구조를 가짐으로써 이미 불가벌이 되는 경우에는 잔존하는 행위반가치는 별다른 의미를 가질 수 없다고 본다면 검토불필요설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3) 고의범
(가) 학설의 대립
A. 기수범설
① 행위반가치ㆍ결과반가치 이원론의 입장 : 이에 따르면 주관적 정당화요소가 없으므로 행위반가치(고의)가 존재하며, 구성요건적 결과까지 발생하였으므로 객관적 정당화상황이 존재한다고 하여 결과반가치가 부정되지 않는다. 또한 침해행위가 과실행위이거나 미수에 그친 때에는 과실범의 미수 또는 미수범의 미수에 해당하게 되어 처벌의 부당한 흠결이 생긴다.
그러나 이 학설에 대해서는 주관적 정당화요소가 고의의 행위반가치를 상쇄시킨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객관적 정당화상황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결과반가치가 상쇄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논리적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② 주관적ㆍ일원론적 인적 불법론(행위반가치 일원론) : 행위반가치만이 불법의 실질이므로 위의 사례에서는 행위반가치를 제거할 수 있는 주관적 정당화요소(방위의사)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행위반가치가 제거되 지 않기 때문에 고의불법이 인정되므로 甲의 행위는 상해죄가 된다.
이에 대해서는 ㉠ 객관적 정당화사정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결과반가치가 부정되어야 하고, 이 점은 불법단계에서 고려되어야 하며 ㉡ 객관적 정당화사정이 존재함에도 그것이 행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못하며 ㉢ 객관적 정당화사정이 존재한다는 사정이 행위자의 입장에서 우연적인 사정에 속한다고 해서 객관적 법질서의 관점에서까지 우연으로 돌려버릴 수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B. (불능)미수범설
불능미수범설은 행위자가 객관적 정당화상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구성요건적 결과를 실현한 경우에는 행위반가치만 남지만, 기수범의 결과반가치는 탈락하기 때문에 불법구조상 미수와 유사하고, 특히 불법의 내용이 객관적 결과실현보다는 법의 요구에 반한 행위자의 의사에 중점이 있다는 점에서 불능미수를 유추적용 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다수설).
이에 대해서는 ① 행위반가치ㆍ결과반가치 이원론의 입장을 취하면서도 기수범설을 주장하는 견해로부터 이미 기수로 발생한 결과를 미수로 처리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② 또한 행위자에게 유리하게 고려할 수 있는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반드시 불법단계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③ 위법성조각사유의 객관적 요건과 주관적 요건이 모두 충족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구성요건적 행위의 위법성 판단에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수 없다는 비판과 아울러 ④ 발생된 결과가 과실행위로 인한 경우에는 처벌의 흠결이 생길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C. 무죄설(위법성조각설)
무죄설에 의하면 결과반가치 일원론의 입장에서는 주관적 정당화요소는 위법성조각사유의 구성요소가 아니므로 행위자가 존재하는 객관적 정당화사유를 인식하지 못한 경우에도 결과반가치가 상쇄되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나 이 학설은 ① 불법(위법성)의 판단을 오직 결과반가치의 여부에 의해서만 결정하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 할 것이고 ② 그에 따라서 주관적 정당화상황이 존재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법적으로 구별하지 않음으로써 행위자를 지나치게 관대하게 취급하는 문제점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위의 불능미수범설에 대한 ②③의 비판도 무죄설에 대하여 그대로 적용이 가능하다.
(나) 결론
불능미수범설은 행위반가치 일원론의 입장에 선 기수범설과 결과반가치 일원론의 입장에 선 위법성조각설의 중간입장에서 불법구성요건해당성의 평가를 적절히 하고 있기 때문에 불능미수범설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