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적 부합설
법정적 부합설은 행위자가 인식한 범죄사실과 실제로 발생한 범죄사실이 법률에 규정된 만큼(동일한 구성요건 만큼 또는 동일한 죄질 만큼) 일치하는 경우에는 발생한 사실에 대한 고의기수범을 인정하자는 견해이다.
예를 들어 살인죄는 '사람'을 살해한 자를 처벌하고 있으므로, 법정적 부합설은 사람에 대한 인식 여부만을 기준으로 고의를 판단한다. 따라서 구체적 사실의 착오 중 객체의 착오는 물론 방법의 착오, 즉 앞에 있는 사람이 A인 줄 알고 총을 쏘았는데 사실 B였던 경우는 물론, A를 향해 총을 쏘았으나 빗나가 B에게 명중해 사망한 경우도, A이든 B이든 결국 '사람'임을 인식한 것에는 다를 것이 없으므로, 모두 B에 대한 살인죄가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얼만큼 일치를 요하냐에 따라서 구성요건적 부합설과 죄질부합설로 다시 나뉘는바, 그 상세내용은 아래와 같다.
(1) 구성요건적 부합설
행위자가 인식한 사실과 발생한 사실이 같은 구성요건에 속하는 경우에는 고의기수를 인정한다. 구체적 사실의 착오에 있어서는 객체의 착오와 방법의 착오에 불문하고 항상 발생사실의 고의기수의 성립을 인정한다. 이에 반하여 추상적 사실의 착오에 있어서는 인식한 사실의 미수범과 발생한 사실의 과실범의 상상적 경합이 성립한다.
(2) 죄질부합설
행위자가 인식한 사실과 발생한 사실이 법정적으로 죄질이 중첩되는 한도에서 고의기수를 인정한다. 기본적 구성요건(살인)과 가중적 구성요건(존속살해) 사이에는 물론이고, 절도죄와 점유이탈물횡령죄와 같은 다른 구성요건 사이에도 가능하다. 예컨대 보통살인의 고의로 존속살해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양죄는 살인이라는 죄질이 동일하므로 죄질이 중첩되는 한도, 즉 보통살인죄의 고의기수가 인정된다. 물론 이러한 결론은 형법 제15조 제1항이 직접 적용될 경우에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 구성요건부합설과 죄질부합설의 사례별 결론
구성요건부합설 | 죄질부합설 | |
보통살인의 고의 → 존속살해의 결과 | 제15조 제1항 직접적용 → 보통살인죄 | 제15조 제1항 직접적용 → 보통살인죄 |
존속살해의 고의 → 보통살인의 결과 | 존속살해미수죄 + 과실치사죄 | 보통살인죄 |
절도의 고의 → 점유이탈물횡령의 결과 | 절도미수죄 + 과실점유이탈물횡령죄(불가벌) | 점유이탈물횡령죄 |
점유이탈물횡령의 고의 → 절도의 결과 | 점유이탈물횡령미수죄 + 과실절도죄 → 모두 불가벌 | 점유이탈물횡령죄 |
구성요건부합설은 위의 사례들을 추상적 사실의 착오라 하고, 죄질부합설은 구체적 사실의 착오로 이해한다.
이러한 법정적 부합설에 대해서는, 첫째, 고의는 추상적으로 어떤 객체의 종류에 관련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행위자가 특정한 공격대상을 목표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으며, 둘째, 고의귀속은 행위자의 계획의 실현과 관련되어야 하는데, 방법의 착오는 인식과 예견가능성을 벗어난 행위대상에 결과가 발생한 경우로서 이러한 행위대상에 대하여 기수의 고의를 귀속시키는 것은 결과반가치만을 고려한 것으로서 법치국가원리에 반한다는 비판 견해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