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정형의 동가치성
살인죄처럼 작위범 규정에서 행위의 특별한 형태를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사기죄에서는 기망행위라는 행위의 특별한 수단·방법을 구성요소로 두고 있다. 전자의 경우 행위의 형태에 제한이 없으므로 부작위범에서 역시 부작위 행위에 특별한 제한이 없다고 볼 수 있으나, 후자의 경우에는 기망행위라는 구성요소에 대응하는 부작위행위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즉 후자의 경우 부작위범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그 부작위 행위가 작위범 규정에서 요구되는 수단과 방법에 의해 행해진 것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어야 할 것인데, 이를 행위정형의 동가치성(행위태양의 동가치성)이라 한다.
업무방해죄와 같이 작위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를 부작위에 의하여 범하는 부진정 부작위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부작위를 실행행위로서의 작위와 동일시할 수 있어야 한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일부러 건축자재를 피해자의 토지 위에 쌓아 두어 공사현장을 막은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당초 자신의 공사를 위해 쌓아 두었던 건축자재를 공사 완료 후 치우지 않은 것에 불과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비록 피고인이 공사대금을 받을 목적으로 위와 같이 건축자재를 치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자신의 공사를 위하여 쌓아 두었던 건축자재를 공사 완료 후에 단순히 치우지 않은 행위가 위력으로써 피해자의 추가 공사 업무를 방해하는 업무방해죄의 실행행위로서 피해자의 업무에 대하여 하는 적극적인 방해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도1321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