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의 형벌능력 - 양벌규정에 따른 법인의 형사처벌
1. 양벌규정
각종의 행정형법에서는 행위자 이외에 법인의 종업원의 행위에 대하여 실제행위자와 그 배후에 있는 업무주(법인 또는 자연인인 개인사업주)의 양자를 처벌하는 책임형식인 양벌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이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① 법인이나 개인사업주의 공범책임을 근거로 하여 처벌하는 형태이다(ex. 근로기준법 제115조 제2항). 업무주가 사전 또는 사후에 직접행위자의 위반행위를 알고도 방치 또는 방관하거나 교사한 경우이다.
② 법인이나 업무주의 과실책임을 근거로 법인의 면책규정을 명문화한 형태이다(ex. 선원법 제148조 제1항 단서, 하천법 제97조 단서). 이 때 법인이 종업원의 업무집행에 대한 선임감독을 태만히 하지 않았음을 증명할 경우 법인의 책임을 면제한다.
③ 아무런 면책사유도 규정하지 않는 경우로서 대부분의 양벌규정이 취하고 있는 형태이다. 즉 “…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이나 개인에 대하여도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라고 규정하는 유형이다.
2. 문제점
각종의 행정형법에서는 행위자 이외에 법인의 종업원의 행위에 대하여 행위자와 사업주(법인과 대표기관)의 양자를 처벌하는 책임형식인 양벌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양벌규정에 의하면 법인의 범죄능력여부와 관계없이 법인에게 형벌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에 대하여 법인의 범죄능력을 긍정하는 경우에는 형벌능력은 당연히 인정되는 것으로 이론상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법인의 범죄능력을 부정하는 견해에 따르면 법인의 범죄능력을 부정하면서도 법인의 형벌능력을 인정하게 되므로 이에 대한 명확한 이론적 근거가 문제될 수밖에 없다.
3. 학설
가. 긍정설
이에 대해서는 법인의 범죄능력을 인정하는 입장에서 논리필연적으로 법인의 형벌능력이 긍정된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으며, 반면에 법인의 범죄능력을 부정하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윤리적 색체가 약하고 행정목적 달성을 위한 기술적 합목적적 요소가 강조되는 행정형법에 있어서는 법인의 범죄능력은 부정되어도 형벌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무방하다는 견해가 존재한다(다수설).
나. 부정설(범죄능력 부정설 입장에서의 부정설)
법인은 범죄능력이 없으므로 그 논리적 귀결로서 형벌능력도 없다는 견해이다. 따라서 양벌규정에 의하여 법인에게 부과되는 벌금형은 행정법상의 제재인 과태료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견해이다.
4. 판례 - 범죄능력 부정설 입장에서의 긍정설
우리 대법원은 『법인은 그 기관인 자연인을 통하여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인이 법인의 기관으로서 범죄행위를 한 경우에도 행위자인 자연인이 그 범죄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고, 다만 법률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특별히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만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법률효과가 귀속되는 법인에 대하여도 벌금형을 과할 수 있을 뿐』이라 하여 법인의 범죄능력을 부정하면서도 수형능력은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94. 2. 8. 선고 93도1483 판결, 대법원 1984. 10. 10. 선고 82도259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법인의 범죄능력을 부정하더라도 위 양벌규정에 의하여 법인에게 벌금형을 과할 수 있다.
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도2324 판결 중기관리법 제36조의 규정취지는 각 본조의 위반행위를 중기소유자인 법인이나 개인이 직접 하지 않은 경우에도 그 행위자와 중기소유자 쌍방을 모두 처벌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이 양벌규정에 의하여 중기소유자가 아닌 행위자도 중기소유자에 대한 각 본조의 벌칙규정의 적용대상이 된다. ➲ 위의 판례는 “회사 소유 중기의 관리를 사원이 담당하고 있다면 그 관리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대표이사는 위 법 위반행위의 행위자라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
5. 결론
① 범죄능력 긍정설을 취하면서 형벌능력을 인정하는 견해는 법인의 범죄능력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이론적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으며, ② 또한 범죄능력 부정설의 입장에서 형벌능력을 인정하는 견해는 법인의 범죄능력은 부정하면서 형벌능력은 인정하므로 범죄체계상 모순을 범하고 있어서 타당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논리적 일관성의 입장을 유지하는 부정설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