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형법과 위임입법의 허용과 한계
법률주의는 구성요건의 일부를 명령, 조례 등 하위법률에 위임하는 백지형법과 위임입법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즉 백지형법으로서 일정한 법률이 처벌근거만을 규정하고 구성요건 또는 형벌에 관한 세부사항을 명령 또는 조례 등 하위법규에 위임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허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때에도 구체적ㆍ개별적 위임의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고 포괄적ㆍ일반적 위임은 금지된다.
여기서 하위법규에의 위임의 요건으로는 ① 위임할 내용을 미리 법률로써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입법기술상의 부득이한 사정이나 긴급한 사정이 존재하고, ② 백지형법 자체만으로도 처벌대상인 행위의 대강을 일반인이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③ 형벌을 위임함에 있어서는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범위를 명확히 정하여 위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위법규로 위힘이 허용되는 경우는 ① 게임산업진흥법상 게임머니 및 이와 유사한 것(대법원 2009.4.23.선고 2008도11017 판결), 건설폐기물의 종류(대법원 2009.1.30.선고 2008도8607 판결), 석유사업법상 유사석유제품의 개념(헌법재판소 2001.12.20.자 2001헌가6 결정),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서 금지하는 환각물질을 ‘흥분ㆍ환각 또는 마취의 작용을 일으키는 유해화학물질(대법원 2000.10.27.선고 2000도4187 판결) 등 사회적 여건이나 기술발달로 법에 규정해서는 탄력적이고 효율적인 대처가 어려운 경우, ② 공선법에서 설치가 허용되는 간판의 규격(대법원 2005.1.13.선고 2004도7360 판결), 식품위생법상 과대광고 등의 범위(대법원 2002.11.26.선고 2002도2998 판결),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서 풍속영업의 내용(헌법재판소 1996.2.29.자 94헌마13 결정) 등 입법기술상의 한계로 규율대상 등을 일일이 나열하여 규정하기 어려운 경우, ③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구체적인 공기업의 지정(대법원 2013.6.13.선고 2013도1685 판결),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상 구성요건 중 하나인 ‘회계처리기준’(대법원 2006.1.13.선고 2005도7474 판결),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유해매체물 확정(헌법재판소 2000.6.29.자 99헌가16 결정), 수질환경보전법상 오염물질의 배출허용기준(대법원 1992.12.8.선고 92도407 판결) 등은 전문적ㆍ기술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로, 이 경우, 법률의 위임은 성문법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
다만, 법률의 시행령은 모법인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규정한 개인의 권리ㆍ의무에 관한 내용을 변경ㆍ보충하거나 법률에서 규정하지 아니한 새로운 내용을 규정할 수 없고, 특히 법률의 시행령이 형사처벌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면서 법률의 명시적인 위임 범위를 벗어나 처벌의 대상을 확장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므로, 그러한 시행령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이다(대법원 2017.2.16.선고 2015도16014 전원합의체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