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출된 위험의 구체적 실현'이 있을 때 객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견해
1. 의의
이 견해에 따르면, 행위자에 의하여 창출되거나 증대된 위험은 구성요건적 결과에서도 사실상 구체적인 결과로 실현되었을 경우에만 객관적 결과귀속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척도가 갖추어지지 않은 경우, 즉 위험창출행위가 있었으나 구성요건적 결과가 그 위험의 구체적 실현에 해당되지 않은 경우에는 객관적 결과귀속이 부정된다.
따라서 구체적인 위험실현이 결여된 행위자의 구성요건적 행위는 기수의 결과반가치가 탈락되어 미수가 될 뿐이다.
과실범에서 위험실현이 결여된 경우 과실미수가 되어 그 행위는 불가벌이 된다.
2. '위험실현'의 구체적 기준
가. 창출된 위험의 상당한 실현의 원칙
1) 의의
행위자에 의한 위험의 창출이 있었을지라도 그 구성요건적 결과가 그 위험의 상당한 실현이 아니라 예견할 수 없었던 인과과정을 통해 야기된 것이라면 객관적 귀속은 부정되고, 단지 미수만이 고려된다. 예컨대 살인미수행위의 피해자를 병원으로 호송하던 중 다리붕괴사고로 피해자가 사망한 비유형적 인과관계의 사례에 있어서 사망의 결과는 살해행위에 의하여 창출된 위험의 상당한 실현이 아니라 다리붕괴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살해행위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되지만 객관적 귀속은 부정된다.
반면에 甲이 乙을 죽이려고 총을 쏘았는데, 乙이 결국 甲이 쏜 총에 맞아 죽었을 경우 이는 사망의 결과에 상당할 정도로(또는 결정적으로) 실현된 것이므로 객관적 귀속이 인정되어 甲에게는 살인죄의 죄책이 인정된다.
또한 결과발생에 2개 이상의 인과과정이 관여하였을 경우 결과가 제1의 실행행위에 의해 창출된 위험의 상당한 실현일 때에만 그 실행행위는 연이은 인과과정의 위험을 법적으로 중요한 정도로 증가시킨 것이 되어 객관적 귀속이 인정될 수 있다. 예컨대 행위자가 피해자를 익사시킬 목적으로 다리에서 떠밀었던 바, 피해자가 교각에 머리를 부딪쳐 뇌진탕으로 사망한 경우 인과과정의 상위에도 불구하고 사망의 위험은 제1의 실행행위와 애당초 상당한 정도로 연관된 것이므로 객관적 귀속이 인정된다.
2) 비유형적 인과관계의 해결에 대한 학설의 정리
① 선행행위에 의해 창출된 위험이 방해받지 않고 실현된 경우 : 후행하는 다른 요소가 개입되었더라도 선행행위에 의해 설정된 위험이 방해받지 않고 실현되었다면 결과는 선행행위에 귀속된다. 예컨대 甲의 살해행위로 인하여(위험창출 인정) 치명상을 입고 죽어가는 A를 발견한 乙이 그를 인적이 없는 장소로 옮겨놓아 A가 사망하였으나 설사 A가 즉시 구조 받은 경우라고 할지라도 상처가 너무 깊어서 A는 어차피 사망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 甲의 살해행위에 의하여 창출된 최초위험은 방해받지 않고 끝내 실현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창출된 위험의 상당한 실현’이 인정되어서 A의 사망은 甲의 살해행위에 객관적으로 귀속된다.
② 후행하는 다른 요소의 개입이 추가적 위험요소를 창출한 경우 : 후행하는 다른 요소의 개입이 전혀 예견 불가능한 것일 때에는 객관적 귀속이 부정된다. 후행하는 다른 요소의 개입이 선행행위에 의해서는 창출되지 않았던 추가적 위험요소를 창출하고 이러한 추가적 위험이 결과로 실현된 경우에는 위의 경우와는 달리 평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甲이 피해자에게 살인의 고의로 총상을 입혔으나 이를 비관하여 피해자가 자살하거나 병원에 가는 길에 구급차가 테러범들의 폭탄테러에 의하여 폭파되는 바람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이러한 다른 요소의 개입은 예견불가능 한 것으로서 甲의 살해행위 이외의 추가적 위험요소(피해자 자신의 자살에 의한 사망의 위험, 폭탄테러에 의한 사망의 위험)를 창출하여 그대로 결과로 상당한 정도로 실현된 것이므로 이 경우에는 甲의 살해행위에 대한 객관적 귀속은 배제된다.
나. 법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한 위험실현의 원칙 - 위험증대의 경우
허용된 위험을 초과한 행위가 구체적인 형태로 결과에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거나 또는 결과에 대해 인과관계는 있지만 결과발생의 위험은 이 초과행위에 의해 증가된 것이 아닐 때에는 객관적 귀속은 부정된다. 즉 법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한 위험을 실현하였거나 법익침해의 위험을 강화한 경우에만 객관적 귀속이 인정된다. 예컨대 익사직전에 있는 甲에게 던져줄 구명대를 은닉함으로써 제때에 구조하지 못하여 甲이 익사한 경우처럼 기왕 발생한 위험한 결과의 방지를 방해함으로써 위험을 강화시킨 경우 객관적 귀속이 인정된다.
따라서 허용되지 않는 위험이 행위자에 의하여 창출된 것이 아니라 제3의 원인에 의하여 창출된 위험강화의 경우에도 행위자가 이미 다른 원인에 의하여 창출된 위험을 강화시켰을 경우에는 위험실현에 의한 객관적 귀속이 인정된다. 다시 한번 예를 들어 보면 甲과 乙이 산행을 하다가 乙이 독사에게 물렸으나 甲이 가지고 있던 해독제를 폐기하여 결국 乙이 사망한 경우 甲의 행위는 위험강화가 인정되어 발생한 결과는 甲에게 객관적으로 귀속된다.
다. 가설적 인과과정
행위자의 행위가 없었더라도 예비적 원인으로 인하여 동일한 법익침해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던 경우에도 현실적으로 결과를 발생시킨 행위에 대하여 결과귀속은 인정된다. 법익보호의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도 법익보호의 필요성은 인정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불길 속에서 소사직전의 피해자를 甲이 사살한 경우에도 甲의 사살행위에 대하여 객관적 귀속은 인정된다.
라. 합법적 대체행위
*참고사례 종합병원의 수술주관의사와 마취담당의사인 피고인들은 할로테인이라는 마취제를 사용하여 피해자를 전신마취한 후 피해자에 대해 난소종양절제수술을 하였다. 통상 할로테인을 사용하여 개복수술을 할 때에는 마취제에의 적응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사전에 환자에 대해 혈청의 생화학적 반응에 의한 간기능검사를 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정확성이 떨어지는 소변에 의한 간검사 결과만을 믿고 수술을 하였다. 피해자는 수술 후 22일 만에 급성 전격성간염이 진단되어 간부전으로 사망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에게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였다. 이 사례에서 의사들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사이에는 인과관계 및 객관적 귀속이 인정될 수 있을까? 관련하여, 아래의 위험증대설에 의하면 행위자가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사망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위험은 현저하게 증가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위 사례의 경우 객관적 귀속이 긍정된다. 상당위험증대설에 의하는 경우에도 혈청에 의한 간기능검사를 하지 않음으로써 행위객체에 대하여 상당한 정도로 위험을 증대시켰다고 볼 수 있으므로 객관적 귀속이 인정된다. 무죄추정설 역시 사례에서 피고인인 의사들이 종합적인 간기능검사를 하였더라면 간기능손상을 발견함으로써 할로테인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았을 확실성에 가까운 개연성은 일반적으로 인정된다 할 것이므로 객관적 귀속이 인정된다. 그러나 만약 종합적 간기능검사로도 밝혀낼 수 없는 간기능손상으로 피해자가 사망하였을 경우에는 객관적 귀속은 부정된다. 다만 대법원은 의사들의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일지라도 혈청에 의한 간기능검사를 시행하지 않거나 이를 확인하지 않은 피고인들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간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하려면 피고인들이 수술 전에 피해자에 대한 간기능검사를 하였더라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임이 입증되어야 할 것인데도(수술 전에 피해자에 대하여 혈청에 의한 간기능검사를 하였더라면 피해자의 간기능에 이상이 있었다는 검사결과가 나왔으리라는 점이 증명되어야 할 것이다) 원심은 피해자가 수술 당시에 이미 간손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거 없이 인정함으로써 채증법칙위반 및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을 저지른 것이다(대판 1990.12.11, 90도694) 라고 판시하고 있다. 즉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무죄추정설의 입장을 취하기는 하나, 이 사건에 있어서만은 과실행위와 결과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
1) 합법적 대체행위이론 또는 주의의무위반관련성이론의 의의
행위자가 금지된 행위, 즉 주의의무위반을 함으로써 구성요건적 결과를 야기하였으나 합법적 행위를 하였더라도 마찬가지로 동일한 결과가 발생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수 있는 경우 이를 객관적으로 귀속시킬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바꾸어 말한다면 합법적 대체행위가 있었을 경우(주의의무를 다하였을 경우) 결과발생이 방지되었을 확률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객관적 귀속의 여부가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가령 甲이 고속도로를 과속을 하여 주행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켰지만 피해자가 너무나 갑작스럽게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무단횡단하는 바람에 법정속도를 유지했더라도 동일한 결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의 문제이다.
합법적 대체행위이론은 주의의무위반을 전제로 하는 이론임으로 과실범의 객관적 귀속과 관련하여 주로 적용되며, 이론적으로는 부진정부작위범에서도 작위의무위반과 관련하여 적용이 가능하다.
2) 객관적 귀속의 인정여부에 관한 학설
(a) 위험증대이론
위험증대이론은 일정한 주의의무위반행위가 비록 새로운 결과발생의 위험을 창출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발생된 위험을 증대시킨 경우에는 결과귀속이 가능하다는 이론이다(Roxin). 이에 대한 논거는 합법적 대체행위가 있었더라면 결과발생이 방지되었으리라는 것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만일 행위자가 법규를 준수했더라면 피해자의 죽음은 회피될 수도 있었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위험증대이론에 대해서는 주의의무를 다하였으면 결과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에 결과귀속을 인정하는 것은 in dubio pro reo(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침해범을 위험범으로 변질시키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 위험증대이론에 의하면 합법적 대체행위가 있었을 경우 결과발생이 방지되었을 확률이 10% 이상만 되어도 객관적 귀속이 인정된다.
(b) 절충설(상당위험증대설)
상당위험증대설은 인정된 주의의무위반이 행위객체에 대하여 상당한 정도로 위험을 증대시켰을 때 그때부터 그 주의의무위반과 결과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견해이다. 즉 행위자에게는 일단 주의의무의 준수가 요구되며, 주의의무위반행위가 과연 상당한 정도로 위험을 증대시켰는가 하는 것이 의문시 될 때 비로소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여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상당성의 판단기준이 확실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c) 무죄추정설
무죄추정설은 위험증대이론과는 반대되는 이론이다. 즉 발생된 결과가 행위자의 주의의무위반행위에 기인할 때에만 객관적으로 귀속시킬 수 있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의무에 합당한 행위를 하였더라도 같은 결과가 발생했을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결과발생은 주의의무위반행위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고 평가될 수 있으므로 객관적 귀속이 부정된다. 다만 위 사례의 경우 객관적 귀속이 인정된다(통설).
이 때 주의의무를 다하였으면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죽지 않고 살았을) 확실성에 가까운 개연성(80-90%의 가능성)이 있어야 객관적 귀속이 인정되며, 단순한 개연성 내지 가능성만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in dubio pro reo(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객관적 귀속이 부정된다고 한다.
3) 판례 - 무죄추정설과 유사한 입장
판례는 인과관계에 대하여는 상당인과관계설을 취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무죄추정설과 유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판례와 무죄추정설이 같은 입장인가에 대해서는 이를 긍정하는 견해와 무죄추정설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무죄추정설 보다도 객관적 귀속의 범위를 상당히 제한하고 있다는 견해로 나뉘어진다. 즉 판례는 사례에서 수술 이전에 이미 간기능손상이 있었다는 사실이 혈청검사를 통하여 입증되어야만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설시하면서도 상당인과관계의 존부자체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따라서 판례에 의하면 합법적 대체행위가 있었을 경우 결과발생이 확실하게(90% 이상) 방지될 수 있었을 때에만 결과귀속을 인정한다고 보는 것이 무죄추정설의 입장이다. 그러나 할로테인 마취제 사건을 제외하고는 판례와 무죄추정설을 동일한 견해로 판단해도 무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