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관계'란 무엇인가?
인과관계란 발생된 결과를 행위자의 행위에 의한 것으로 귀속시키는데 필요로 하는 행위와 결과 사이의 연관관계를 말한다. 인과관계는 일정한 결과의 발생을 구성요건의 내용으로 하는 결과범과 침해범 또는 구체적 위험범에서만 발생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결과발생을 요하지 않고 일정한 행위만 있으면 구성요건이 충족되는 범죄인 형식범(거동범) 또는 추상적 위험범 등에서는 문제되지 않는다. 결과범에서 인과관계는 기수와 미수의 구별기준이 된다. 즉 만일 결과가 발생하였더라도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면 미수범이 성립할 뿐이다.
형법상의 인과관계는 행위자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결과에 대한 원인이 되는가 하는 것만을 문제로 삼고, 이것의 확정에 경험적 합법칙성을 기초로 한다는 점에서 자연법칙적 인과관계와 어느 정도 구별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자연법칙적 인과관계를 발견할 수 없는 부작위범에서도 형법적 인과관계는 인정된다.
인과관계의 본질은 사실의 문제이므로 인과관계의 확정은 사실판단의 문제이나, 인과관계의 존재만으로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인정할 수 없고, 이에 더하여 평가적ㆍ규범적 관점에서 발생한 결과를 행위자에게 객관적으로 귀속시킬 수 있어야만 비로소 기수책임이 인정된다. 즉 인과관계의 확정으로 사실판단이 이루어져도 이는 다시 객관적 결과귀속이라는 규범적 척도에 의하여 제한된다고 하겠다.
가령 甲이 운전을 하는데 乙이 자살하기 위하여 甲의 승용차에 뛰어들어 乙이 사망한 경우 먼저 ① 乙이 甲이 운전하는 승용차에 치어 사망한 것은 사실이므로(사실판단) 일단 甲의 운전행위와 乙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그러나 ② 乙의 사망이 甲의 운전행위에 객관적으로 귀속될 것인가와 관련하여 乙은 자살하기 위해 뛰어든 것인바, 이는 전혀 예견불가능 한 피해자의 행위가 개입된 것이므로 객관적 귀속이 부정된다(평가적 관점). 결국 甲의 운전행위와 乙의 사망 간에는 인과관계는 인정되지만 객관적 귀속이 부정되어 업무상 과실치사미수(과실미수)가 되어 甲은 무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