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후불식 공중전화카드(일명 KT카드)로 공중전화를 이용한 사건 (2001도3625 판결)
1. 사건의 진행 및 문제점
대상판결은 타인의 후불식 통신카드를 절취하여 사용한 동일한 사건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원심법원인 제주지방법원이 처음에는 편의시설부정이용죄로 판단(제주지법 2001.6.21. 2001노160)한 사안에 대하여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하였으며, 다시 원심법원(제주지법 2002.1.9. 2001노568)이 사문서부정행사죄를 인정하지 않은 데에 대하여 대법원이 사문서부정행사죄를 인정한 사건이다.
사안에서는 여러 유형의 범죄의 성부가 문제되고, 그 성부에 대해서는 견해가 대립한다.
*사실관계: 절도 전과 3회의 전력이 있는 甲은 절도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가석방된 뒤 4일 만에 제주시내 커피숍에서 종업원 乙(女)의 핸드백을 절취하였다. 甲은 그 핸드백 안에 들어 있던 乙 소유의 KT 전화카드를 이용하여 약 2개월 동안 공중전화에서 1,706회에 걸쳐 647,737원 상당의 통화를 하였고, 경찰은 그 통화내역을 분석하여 甲을 체포하였다. 甲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죄와 편의시설부정이용죄로 기소되어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2. 절도죄의 성립여부
甲이 乙의 후불식 공중전화카드를 절취한 것에 대하여 절도죄가 성립함은 의문이 없다.
3. 편의시설부정이용죄의 성립여부
사안에서 甲은 절취한 乙의 후불식 전화카드로 전화통화를 한 행위에 대해서는 편의시설부정이용죄의 성부가 문제되는바, 이는 편의시설부정이용죄에서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의미가 무엇인가가 관건으로 이에 대해서는 견해가 대립한다.
소극설은 이 경우에는 통신카드서비스 이용계약을 한 피해자가 그 통신요금을 납부할 책임을 부담하게 되므로, 이때에는 피고인이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공중전화를 이용한 경우가 아니어서 편의시설부정이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적극설은 본죄에서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의미는 행위자 본인이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공중전화기 등 유료자동설비의 설치주체가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사례에서 피고인은 통신요금을 지불한 바 없으며, 또한 통신카드서비스 이용계약자인 피해자는 자신이 지불하는 요금만큼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 할 것이므로 편의시설부정이용죄가 성립한다는 견해이다.
판례는 소극설의 입장이다.
형법 제348조의2에서 규정하는 편의시설부정이용의 죄는 부정한 방법으로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자동판매기, 공중전화 기타 유료자동설비를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를 범죄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타인의 전화카드(한국통신의 후불식 통신카드)를 절취하여 전화통화에 이용한 경우에는 통신카드서비스 이용계약을 한 피해자가 그 통신요금을 납부할 책임을 부담하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피고인이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공중전화를 이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편의시설부정이용의 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대판 2001.9.25. 2001도3625). |
4. 컴퓨터 사용사기죄의 성립 여부
사안에서는 후불식 공중전화기가 정보처리장치인지 하는 것과 甲이 후불식 전화카드를 사용하였다 함은 이를 전화기에 투입하여 통화를 하였다는 것을 의미하는바, 이것이 본죄의 행위태양 중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ㆍ변경하는 것에 해당하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
사안에서 ① 甲이 이용한 후불식 공중전화기는 후불식 전화카드의 정보를 읽어 주정보처리장치에 정보를 송달하여 그 전화사용을 허락하고 또 사용요금을 계산하는 전자기기로 이러한 지불방식에 의해서 단순한 자동기계적 장치에서 벗어나 그 자체 컴퓨터와 같은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정보처리장치라고 봄이 합당하다.
또한 ② 후불식 공중전화기의 사용방법은 통상 후불카드를 직접 전화기에 투입하지 않을 때에는 접속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식과 甲의 경우처럼 후불카드를 전화기에 투입할 때에는 접속번호와 비밀번호가 자동으로 입력되어 정보처리 되는 방식이 있는바, 이들 중 어느 방식이든 사용권한 없는 甲이 乙의 진정한 카드정보를 乙의 승낙 없이 사용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사례에서 甲은 컴퓨터사용사기죄의 죄책을 진다.
5. 사문서부정행사죄의 성립 여부
사문서부정행사죄란 타인의 사문서 등을 부정행사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여기서 부정행사라 함은 진정하게 성립된 타인의 사문서를 사용권한 없는 자가 문서명의자로 가장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사안에서 피고인이 사문서인 전화카드를 사용할 권한 없는 자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피고인이 이를 부정사용 했는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대립한다.
긍정설은 전화카드를 공중전화기에 넣어 사용하는 경우 비록 전화기가 전화카드로부터 판독할 수 있는 부분은 자기띠 부분에 수록된 전자기록에 한정된다고 할지라도, 전화카드 전체가 하나의 문서로서 사용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본죄의 부정행사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견해이다.
이에 대하여 부정설은 본죄에서 행사란 기계적 작용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람의 오관의 작용에 의해 인식할 수 있도록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사례에서 피고인의 전화사용은 기계적 작용에 의하여만 인식될 수 있을 뿐이므로 피고인에게는 사문서부정행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부정설의 입장에서도 피고인은 사전자기록인 자기띠 부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고, 본죄에서 예정하고 있는 의미에 행사를 한 것이 아니어서 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판례는 긍정설의 입장이다.
대법원은 2차 환송판결에서 후불식 전화카드의 자기띠 부분은 카드의 나머지 부분과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전체가 하나의 문서라고 하여 후불식 전화카드의 문서성을 인정한다(대판 2002.6.25. 2002도461).
검토해 보자면, 사용자에 관한 각종 정보가 전자기록 되어 있는 자기띠가 카드번호와 카드발행자 등이 문자로 인쇄된 플라스틱 카드에 부착되어 있는 (후불식)전화카드의 경우 그 자기띠 부분은 카드의 나머지 부분과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전체가 하나의 문서를 구성한다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문서인 후불식 전화카드를 공중전화기에 넣어 사용하는 경우에는 진정문서를 그 용도에 따라 사용한 것이 되므로 긍정설이 타당하다.
6. 죄수 문제
편의시설부정이용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을 전제하면, 편의시설부정이용죄와 컴퓨터사용사기죄의 죄수관계가 문제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① 컴퓨터사용사기죄설과
② 양자의 상상적 경합설,
③ 실체적 경합설이 대립한다.
카드식 공중전화는 그 자체 카드의 입력으로 인한 금전식별능력과 자기식 가치증권계량능력을 가지고 있고 한국통신의 후불식 통신요금시스템과 연결되어 일정한 정보를 입력하면 전기통신역무를 제공할 수 있는 장치이므로 이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에 있어서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에도 해당하므로, 이러한 장치에 타인의 카드번호 및 비밀번호를 입력한 행위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에 있어서 ‘권한 없이 진정한 정보를 입력’한 행위라고 할 수 있어 행위의 동일성이 인정되므로 양자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문서부정행사죄 역시 ‘부정행사’를 다른 범죄의 ‘부정사용’이나 ‘진정한 정보의 무권한 사용’으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 행위의 동일성이 인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