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계주가 곗돈을 안주면 배임죄일까? -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해당 여부
계주는 계원들로부터 계불입금을 받은 뒤 지정된 계원에게 곗돈을 지급할 계금지급의무를 진다.
그런데 계주가 계원에게 곗돈을 안 주면 배임죄일까? 이는 계주가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련된다.
만일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계불입금을 징수하게 되면 계주의 계금지급의무는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계주는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있고, 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
1 피고인인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월불입금을 모두 징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이를 낙찰계원에게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낙찰계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배임죄를 구성한다(대판 1987.2.24. 86도1744). 2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월불입금을 모두 징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지정된 계원에게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지정된 계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배임죄를 구성한다(대판 1994.3.8. 93도2221). 3 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주가 그 동안 성실하게 계불입금을 지급하여 온 계원에게 계가 깨졌다는 등의 거짓말을 하여 그 계원이 계에 참석하여 낙찰받아 계금을 탈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여 손해를 가하였다면 배임죄를 구성한다(대판 1995.9.29. 95도1176). |
그러나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계불입금을 징수하지 않았다면, 그러한 상태에서 부담하는 계금지급의무는 위와 같은 신임관계에 이르지 아니한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에 불과하여 타인의 사무에 속하지 아니하고, 이는 계주가 계원들과의 약정을 위반하여 계불입금을 징수하지 아니한 경우라 하여 달리 볼 수 없다(대판 2009.8.20. 2009도3143). 계가 깨진 후의 상황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이 경우는, 계주가 어떤 법적 의무도 없다는 게 아니라, 계주와 계원 사이에 이미 신임관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계주가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아서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고 단순히 민사상 채권채무관계만 있다는 것이다.
피고인들이 계주로서 낙찰계를 조직ㆍ운영하다가 9회차 곗날에 계원들로부터 계불입금을 징수하지 아니하고 잠적함으로써 그 계가 파계된 경우, 타인의 사무로서 계금을 지급할 임무는 없으므로 배임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다(대판 2009.8.20. 2009도3143). |
물론 이처럼 계가 깨졌는데도 깨지지 않은 것처럼 속이고 계금을 받았다면 이는 별도로 사기죄가 될 것이다.
계주가 파계 후에 계원들로부터 계가 존속하는 것처럼 계금을 징수하는 것이 계원들과 사이에 사기죄가 성립함은 별론으로 하고 위와 같이 징수한 금원을 계불입금의 청산금이 아니라 계 존속을 전제로 한 계금으로서 계원에게 지급할 업무상 임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대판 1982.11.9. 82도20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