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가 채무자 몰래 물건을 가져간 경우 절도죄일까? - 영득행위의 위법성
행위자가 타인의 재물에 대하여 아무런 법적 청구권도 없었음에도 영득하였을 경우에는 당연히 영득행위의 위법성이 인정된다.
문제는, 행위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물권적ㆍ채권적 청구권을 가지고 있을 때에도 그 영득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예컨대 甲이 자신의 채무자 乙의 지갑 속에 들어 있는 현금을 채무변제조로 몰래 꺼내어 가져간 경우에도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것인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견해가 나뉜다.
① 영득의 불법설: 영득의 불법은 실질적으로 소유권질서와 모순ㆍ충돌되는 상태를 야기했느냐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절취자가 반환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물건의 절취는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않아서 무죄가 된다고 한다(통설).
② 수단의 불법설: 영득을 결과가 아니라 수단으로서의 의미로 파악하여 수단이 불법하면 소유권 질서에 부합하더라도 영득은 불법하다. 이에 의하면 행위자에게 반환청구권이 있는 경우에도 위법성조각사유가 없는 한 절도죄가 성립한다(판례).
판례는 수단의 불법설 입장으로서, 채권자에게 절도죄가 성립한다고 한다.
1 굴삭기 매수인이 약정된 기일에 대금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굴삭기를 회수하여 가도 좋다는 약정을 하고 각서와 매매계약서 및 양도증명서 등을 작성하여 판매회사 담당자에게 교부한 후 그 채무를 불이행하자 그 담당자가 굴삭기를 취거하여 매도한 경우, 매수인의 위와 같은 약정 및 각서 등의 작성, 교부만으로 자신의 동의나 승낙 없이 현실적으로 자신의 점유를 배제하고 굴삭기를 가져가도 좋다는 의사까지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불법영득의 의사가 인정된다(대판 2001.10.26. 2001도4546). 2 채무자의 책상서랍을 승낙 없이 뜯어 돈을 꺼내 자기의 채권의 변제에 충당한 경우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볼 것이다(대판 1983.4.12. 83도297). 3 회사의 총무과장이 회사의 물품대금채권을 확보할 목적으로 채무자의 승낙을 받지 아니한 채 그의 의사에 반하여 부산에 있는 그의 점포 앞에 세워놓은 그의 소유인 자동차를 운전하여 광주에 있는 위 회사로 옮겨놓은 다음, 광주지방법원의 가압류결정과 감수보존명령에 따라 집달관이 보존하게 될 때까지 위 회사의 지배하에 두었다면,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대판 1990.5.25. 90도573). 4 외상 매매계약을 해제하여 동 외상 매매 물품의 반환청구권이 피고인에게 있다 하여도 매수인의 승낙을 받지 아니하고 동 물품을 가져갔다면 절도행위에 해당된다(대판 1973.2.28. 72도2538). 5 회사가 피해자에게 철재를 외상판매하고 그 대금으로 지급받은 약속어음이 부도나 동 물품의 반환청구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회사의 사원이 피해자가 매수하여 점유하고 있는 철재를 회사로 운반하여 간 경우 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대판 1983.11.22, 83도2539). 6 점유개정의 방법에 의한 양도담보부 금전소비대차계약의 채권자가 변제기일 후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담보 목적물을 가져간 경우, 즉 피해자와 사이에 피해자 소유인 쇄석장비들에 관하여 점유개정의 방법에 의한 양도담보부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피해자가 변제기일이 지나도 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하자 채권자 회사의 직원들인 피고인들이 합동하여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쇄석장비들을 임의로 분해하여 가지고 간 경우 영득의사는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대판 2005.6.24, 2005도2861). 7 비록 약정에 기한 인도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취거 당시에 점유 이전에 관한 점유자의 명시적ㆍ묵시적인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절도죄는 성립하는 것이다(대판 2010.2.25. 2009도5064). 8 채권자들이 채무자인 피해자에 대한 채권을 우선적으로 확보할 목적으로 피해자의 물건을 무단으로 취거한 경우, 절도죄에서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고, 자구행위의 성립과 추정적 승낙의 존재가 있다고 볼 수 없다(대판 2006.3.24. 2005도8081). 9 외상 매매계약의 해제가 있고 동 외상 매매물품의 반환 청구권이 피고인에게 있다고 하여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승낙을 받지 않고 위 물품들을 가져 갔다면 절도행위에 해당된다(대판 1973.2.28. 72도2538). 10 피고인이 甲의 영업점 내에 있는 甲 소유의 휴대전화를 허락 없이 가지고 나와 이를 이용하여 통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다음 약 1~2시간 후 甲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위 영업점 정문 옆 화분에 놓아두고 간 경우, 피고인이 甲의 휴대전화를 자신의 소유물과 같이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하다가 본래의 장소와 다른 곳에 유기한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대판 2012.7.12. 2012도1132). 11 甲 주식회사 감사인 피고인이 회사 경영진과의 불화로 한 달 가까이 결근하다가 회사 감사실에 침입하여 자신이 사용하던 컴퓨터에서 하드디스크를 떼어간 후 4개월 가까이 지난 시점에 반환한 경우, 피고인이 하드디스크를 일시 보관 후 반환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려워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대판 2011.8.18. 2010도9570). ⇨ 방실침입죄와 실체적 경합 12 피고인이 길가에 세워져 있는 오토바이를 소유자의 승낙 없이 타고 가서 용무를 마친 약 1시간 30분 후 본래 있던 곳에서 약 7, 8미터 되는 장소에 방치하였다면,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대판 1981.10.13. 81도23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