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죄에서의 '보호의무'에 '관습ㆍ조리ㆍ사무관리에 근거한 보호의무'도 포함될 수 있을까?
형법 제271조 제1항은 유기죄의 보호의무의 발생근거를 법률상 또는 계약상의 의무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보호의무를 작위의무의 일종으로 파악하게 된다면, 보호의무의 발생근거는 관습ㆍ조리ㆍ사무관리에까지 확대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형법 해석상 '관습ㆍ조리ㆍ사무관리에 근거한 보호의무'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견해의 대립이 있다.
(예컨대 실화행위자가 실화 후에 불이 난 건물 안에 우연히 술 취한 사람이 자고 있는 것을 발견했으나 살해의 고의 없이 방치하여 자고 있던 사람이 소사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① 긍정설(예시설)은, 법률상ㆍ계약상의 의무는 예시규정에 불과하고, 유기죄의 보호의무는 부진정부작위범의 작위의무와 동일하므로, 관습ㆍ조리ㆍ사무관리에 의해서도 보호의무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② 부정설(열거설)은, 법률의 명시적 근거 없이 관습ㆍ조리ㆍ사무관리 등과 같은 불확정개념을 가벌성의 근거로 도입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원칙에 반하므로, 법률 또는 계약에만 보호의무의 근거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다수설, 판례).
관련하여 판례는 아래와 같이 부정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형법은 유기죄에 있어서 구법과는 달리 보호법익의 범위를 넓힌 반면에 보호책임 없는 자의 유기죄는 없애고 법률상 또는 계약상의 의무 있는 자만을 그 유기죄의 주체로 규정하고 있어 명문상 사회상규상의 보호책임을 관념할 수 없다고 하겠으니 설혹 동행자가 구조를 요하게 되었다 하여도 일정거리를 동행한 사실만으로서는 피고인에게 법률상 계약상의 보호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니 유기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대판 1977.1.11. 76도3419). *사실관계: A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신 甲과 乙은 동행하던 중 술에 취하였던 탓으로 도로 위에서 서로 붙잡고 실족하여 2미터 아래 개울로 미끄러져서 떨어져 약 5시간가량 잠을 자다가 술과 잠에서 깨어난 甲과 乙은 도로 위로 올라가려 하였으나 야간이므로 도로로 올라가는 길을 발견치 못하여 개울 아래위로 헤매던 중 乙은 후두부 타박상을 입어서 정상적으로 움직이기가 어렵게 되었고 甲은 도로로 나오는 길을 발견 혼자 도로위로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乙을 그대로 방치 유치함으로써 乙은 약 4, 5시간후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