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제214조 제1항의 유가증권위조ㆍ변조죄에서의 '위조'란?
형법 제214조 제1항의 유가증권 '위조'는 기본적 증권행위에 대한 위조를 의미하며, 배서ㆍ인수 등의 부수적 증권행위의 기재사항을 위조하는 제214조 제2항의 기재의 위조와 구별된다.
여기서의 '위조'의 구체적인 의미는 아래와 같다.
1. 위조 = 명의모용
① 위조란 작성권한 없는 자가 타인 명의를 모용(사칭)하여 유가증권을 작성하는 것이다. 이는 문서위조죄의 유형위조에 해당한다. 이 때 행위자에게 유가증권의 작성권한이 없어야 하므로 작성권한을 위임받은 자가 위임자 명의로 어음을 발행하는 것은 위조가 아니다.
이와는 반대로 대리인이 대리권의 범위를 벗어나서(월권대리) 본인명의의 유가증권을 작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를 자격모용에 의한 유가증권작성으로 보는 견해와 유가증권위조로 보는 견해가 대립한다.
결론적으로 자격모용에 의한 유가증권작성죄는 유가증권위조죄에 대한 보충적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이 때에는 유가증권위조죄가 성립한다. 따라서 주식회사의 일상적인 경비지출을 위한 수표발행권을 가지고 있는 경리직원이 회사의 일상적인 경비지출이 아닌 자신이 필요한 용품을 구입하기 위하여 회사 대표이사의 명의로 당좌수표를 작성ㆍ발행한 경우에는 유가증권위조죄가 성립한다.
② 위조는 본인의 명의를 사칭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리인ㆍ대표자의 자격을 사칭한 경우에는 자격모용에 의한 유가증권작성죄(제215조)가 성립한다. 그러나 대리권ㆍ대표권의 범위 안에서 위임의 취지에 위배되는 유가증권을 작성하는 경우 본죄의 위조가 되지 않는다. 다만 권리남용으로 배임죄 또는 허위유가증권작성죄(제216조)의 성립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타인의 대리 또는 대표자격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경우 그 대표자 또는 대리인은 자기를 위하여 작성하는 것이 아니고 본인을 위하여 작성하는 것으로서 그 문서는 본인의 문서이고 본인에 대하여서만 효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회사를 대표하여 문서를 작성할 권한이 있는 대표이사가 은행과의 당좌거래 약정이 전 대표이사 명의로 되어 있어 당좌거래 명의를 변경함이 없이 그대로 전 대표이사 명의를 사용하여 회사발행 명의의 수표를 발행하였다 하여도 그 대표이사는 회사 명의의 수표를 발행할 권한이 있으니 유가증권위조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대판 1975.9.23. 74도1684). *사실관계: 대명광업개발주식회사 대표이사 직에 있는 甲은 위 회사를 대표하여 문서를 작성할 권한이 있는 자로서 乙과 공모하여 거래은행과의 당좌거래약정이 전 대표이사 丙 명의로 되어 있어 당좌거래명의를 변경함이 없이 그대로 전 대표이사 丙 명의를 사용하여 위 회사의 수표를 발행하였다. |
2. 위조의 방법
위조방법은 무제한하다. 간접정범이나 기망에 의한 위조도 가능하다. 권한 없이 백지어음의 금액을 보충한 경우 또는 백지어음의 보충권을 남용하여 백지어음에 보충권을 엄청나게 넘는 금액을 기재하는 경우 유가증권위조죄가 성립한다(오영근, 804쪽).
즉 백지어음, 백지수표의 보충권남용의 정도가 사소할 때에는 유가증권위조죄가 성립하지 않으나 보충권의 남용의 정도가 심하여 새로운 어음, 수표의 발행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일 때에는 유가증권위조죄가 성립한다(대판 1999.6.11, 99도1201; 대판 1989.12.12, 89도1264).
그러나 발행권자를 기망하여 이미 기재한 수표용지에 날인하게 하는 것은 사기죄에 해당한다(이재상, 523쪽; 배종대, 616쪽).
1 찢어서 폐지로 된 타인발행 명의의 약속어음 파지면을 이용 조합하여 어음의 외형을 갖춘 경우에는 새로운 약속어음을 작성한 것으로서 그 행사의 목적이 있는 이상 유가증권위조죄가 성립한다(대판 1976.1.27. 74도3442). 2 폐전화카드에 부착된 자기테이프의 자성을 회복시켜 다 쓴 전화카드를 재생시키는 행위는 유가증권위조죄로 의율하여야 한다(대판 1998.2.27. 97도2483). *사실관계: 甲은 폐공중전화카드의 자기띠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사용가능한 공중전화카드를 만들어 이를 판매하기로 마음먹고, 행사할 목적으로 A로부터 미리 구입하여 둔 폐공중전화카드를 넣고 자기띠에 전류를 흘리는 방법으로 전자기록을 입력하여 사용가능한 금 10,000원짜리 공중전화카드 100매, 금 5,000원짜리 공중전화카드 1,600매, 금 3,000원짜리 공중전화카드 180매 총 금 9,540,000원 상당을 만들어 유가증권인 한국전기통신공사 발행의 공중전화카드 1,880매를 위조하고, 위와 같이 위조한 금 5,000원짜리 공중전화카드 300매를 마치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가장하고 A에게 제시하여 이를 각 행사하였다. 3 ① 금액란이 백지인 수표의 소지인이 보충권을 남용하여 그 금액을 부당 보충하는 행위가 백지 보충권의 범위를 초월하여 발행인의 서명날인이 있는 기존의 수표용지를 이용한 새로운 수표를 발행하는 것에 해당하여 유가증권위조죄를 구성하는 경우에도 ② 백지수표의 발행인은 보충권의 범위 내에서는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의 죄책을 진다고 할 것이다(대판 1999.6.11. 99도1201). → 원심은 일반적으로 ① 수표의 금액란이 보충권 남용에 의하여 부당 보충된 경우 수표발행인은 그 보충권의 범위 내에서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의 죄책을 지지만 ② 그 부당보충의 정도가 심하여 당초의 백지수표와 부당 보충된 후의 수표 사이에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백지수표 발행인이 그 보충권의 범위 내에서도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의 죄책을 지지 아니한다는 입장이다. *사실관계: 피고인 甲은 乙에게 같은 액면 금 35,290,000원으로 된 수표를 발행하면서 그 이자 상당액을 담보하기 위하여 금액란을 백지로 한 수표를 교부하였는데, 그 후 甲이 부도가 나자 백지수표소지인 乙은 甲의 재산에 대하여 진행되는 경매절차에서 수표금 채권액인 금 35,290,000원을 확보할 의도에서 그 금원의 10배 상당인 금 352,900,000원으로 백지수표의 금액란을 보충하였다. 이때 백지수표 소지인인 乙은 보충권을 남용하여 금액을 부당 보충하였으므로 乙의 행위는 유가증권위조죄를 구성한다. |
3. 위조의 정도
위조의 정도는 일반인에게 진정한 유가증권으로 오인될 정도면 족하다. 사법상의 유효성이나 명의인의 실재를 요구하지 않고, 본명을 쓰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행사할 목적으로 허무인 명의의 약속어음을 작성하여도 일반인을 오신케 할 수 있을 정도이면 유가증권위조죄가 성립한다.
1 허무인명의의 유가증권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그것이 행사할 목적으로 작성되었고 외형상 일반인으로 하여금 진정하게 작성된 유가증권이라고 오신케 할 수 있을 정도라면 그 위조죄가 성립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판 1971.7.27, 71도905). 2 유가증권위조죄에 있어서의 유가증권이라 함은 형식상 일반인으로 하여금 유효한 유가증권이라고 오신할 수 있을 정도의 외관을 갖추고 있으면 되므로 그것이 비록 허무인명의로 작성되었거나 유가증권으로서의 요건의 흠결 등 사유로 무효한 것이라 하여도 유가증권위조죄의 성립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대판 1979.9.25, 78도1980). 3 어음에 기재되어야 할 어음행위자의 명칭은 반드시 어음행위자의 본명에 한하는 것은 아니고 상호, 별명 그 밖의 거래 상 본인을 가리키는 것으로 인식되는 칭호라면 어느 것이나 다 가능하다고 볼 것이므로 피고인이 그 亡父의 사망 후 그의 명의를 거래 상 자기를 표시하는 명칭으로 사용하여 온 경우에는 피고인에 의한 亡父 명의의 어음발행은 피고인 자신의 어음행위라고 볼 것이고 이를 가리켜 타인의 명의를 모용하여 어음을 위조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판 1982.9.28. 82도296). *사실관계: 甲은 이미 사망한 자신의 아버지 乙의 명칭을 사용하여 약속어음을 각 발행하였는데, 甲은 乙의 생존시 그가 경영하는 제과업을 함께 운영하면서 乙의 지시에 따라 국민은행 용산지점에 乙의 명의로 개설된 당좌계정을 이용하여 거래상 乙명의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왔고, 그가 사망한 후에는 甲이 위 제과업을 이어받아 경영하면서 이 사건 발생시까지 약 3 년간 위 당좌계정을 그대로 둔 채 乙 명의로 약속어음 등을 발행하여 그것이 이 사건 약속어음을 제외하고는 모두 각 그 지급기일내에 결제되어 왔으며, 이 사건 피해자 丙도 乙이 발행하는 어음상의 명칭이 甲의 별명으로 여겨왔다. 4 피고인은 인쇄된 약속어음용지를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유가증권인 약속어음을 발행할 의도로 약속어음을 작성한 것이라기보다는 소비대차의 증표로서 발행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위조한 것이라는 위 약속어음은 발행인의 날인이 없고, 발행인 아닌 피고인이 임의로 날인한 무인만이 있으며, 그 작성방식에 비추어 보아도 일반인이 진정하고 유효한 약속어음으로 오신할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춘 약속어음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는 형법 제214조 소정의 유가증권으로 볼 수 없다(대판 1992.6.23. 92도976). 5 피고인이 위조한 것이라는 가계수표가 발행인의 날인이 없는 것이라면 이는 일반인이 진정한 것으로 오신할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춘 수표라 할 수 없어 부정수표단속법 제5조 소정의 수표위조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대판 1985.9.10. 85도1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