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유출로 갑자기 압수수색? 당황하지 않고 대응하는 법
전 직원이 경쟁업체로 자리를 옮기거나 유사한 사업체를 설립하여 기존 회사의 제품과 동일하거나 비슷한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다면, 기업은 핵심 기술이나 영업비밀이 새어 나갔을 가능성을 의심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퇴사한 직원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디지털 포렌식 기법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퇴사 직전 회사 내부 자료에 접근하거나 파일을 복제한 흔적, 혹은 외부 저장 장치를 연결했던 기록 등 정보 유출의 단서를 확보한다. 포렌식 분석을 통해 유의미한 정황이 포착되면, 기업은 수사기관에 신속히 형사 고소를 제기한다. 퇴사자와 현 직장이 영업비밀을 빼돌린 것으로 보이니, 이들의 컴퓨터, 노트북, 스마트폰, 서버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를 확보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범죄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수사기관은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에 나선다.
압수수색은 보통 비밀리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 직원이나 이직한 회사는 예고 없이 수사기관의 급습을 받게 된다. 이때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여 미숙하게 대응하거나 수사기관의 요구에 따라 모든 자료를 순순히 임의제출한다면, 사건과 무관한 개인의 사생활 정보나 해당 기업의 고유한 영업비밀까지 무방비하게 노출될 수 있다. 이는 별개의 수사로 이어지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법적으로 전자정보 압수수색은 영장에 명시된 범죄 혐의와 관련된 내용만 선별하여 출력하거나 해당 파일만 복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방식의 집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심각한 어려움이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하드디스크와 같은 저장매체 자체를 수사기관으로 가져가거나 전체를 복사(하드 카피)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106조, 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참고). 또한, 저장매체나 그 복제본을 수사기관 사무실에서 복제•탐색•출력할 때는 피압수자나 그 변호인에게 참여 기회를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형사소송법 제121조, 제129조, 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참고).
형사소송법 [시행 2025. 1. 17.] [법률 제20460호, 2024. 10. 16., 일부개정] 제106조(압수) ① 법원은 필요한 때에는 피고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증거물 또는 몰수할 것으로 사료하는 물건을 압수할 수 있다. 단, 법률에 다른 규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 <개정 2011. 7. 18.> ② 법원은 압수할 물건을 지정하여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에게 제출을 명할 수 있다. ③ 법원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이 항에서 “정보저장매체등”이라 한다)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한다. 다만,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보저장매체등을 압수할 수 있다. <신설 2011. 7. 18.> ④ 법원은 제3항에 따라 정보를 제공받은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제3호에 따른 정보주체에게 해당 사실을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 <신설 2011. 7. 18.> 제121조(영장집행과 당사자의 참여)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압수ㆍ수색영장의 집행에 참여할 수 있다. 제129조(압수목록의 교부) 압수한 경우에는 목록을 작성하여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 기타 이에 준할 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판결요지 [1] 수사기관의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문서 출력물로 수집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해당 파일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저장매체 자체를 직접 반출하거나 저장매체에 들어 있는 전자파일 전부를 하드카피나 이미징 등 형태(이하 ‘복제본’이라 한다)로 수사기관 사무실 등 외부로 반출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하는 것은 현장의 사정이나 전자정보의 대량성으로 관련 정보 획득에 긴 시간이 소요되거나 전문 인력에 의한 기술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 등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 뿐이다. 이처럼 저장매체 자체 또는 적법하게 획득한 복제본을 탐색하여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하는 일련의 과정 역시 전체적으로 하나의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의 일환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경우의 문서출력 또는 파일복제의 대상 역시 저장매체 소재지에서의 압수·수색과 마찬가지로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되어야 함은 헌법 제12조 제1항, 제3항과 형사소송법 제114조, 제215조의 적법절차 및 영장주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에 비추어 당연하다. 따라서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반출된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혐의사실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임의로 저장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영장주의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압수가 된다. [2] 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어 전자정보가 담긴 저장매체 또는 하드카피나 이미징 등 형태(이하 ‘복제본’이라 한다)를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복제·탐색·출력하는 경우에도, 그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에서 규정하는 피압수·수색 당사자(이하 ‘피압수자’라 한다)나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만약 그러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피압수자 측이 참여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거나 절차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의 성질과 내용 등에 비추어 피압수자 측에 절차 참여를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압수·수색이 적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고, 비록 수사기관이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복제·출력하였다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
더불어 압수•수색 과정에서 영장에 기재된 혐의와는 전혀 다른 범죄 단서를 우연히 발견했다면, 수사관은 그 즉시 추가적인 정보 탐색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범죄 혐의에 대해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만 수사를 이어갈 수 있으며, 원래 혐의와 무관한 증거를 확보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참고)
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판결요지 [5]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에 있어 저장매체 자체를 외부로 반출하거나 하드카피·이미징 등의 형태로 복제본을 만들어 외부에서 저장매체나 복제본에 대하여 압수·수색이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도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 이외에 이와 무관한 전자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한 압수·수색에 해당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 그러나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종료되기 전에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적법하게 탐색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라면, 수사기관은 더 이상의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에서 별도의 범죄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 한하여 그러한 정보에 대하여도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경우에도 별도의 압수·수색 절차는 최초의 압수·수색 절차와 구별되는 별개의 절차이고, 별도 범죄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는 최초의 압수·수색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의 대상이 아니어서 저장매체의 원래 소재지에서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에 기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피압수·수색 당사자(이하 ‘피압수자’라 한다)는 최초의 압수·수색 이전부터 해당 전자정보를 관리하고 있던 자라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압수자에게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 제129조에 따라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는 등 피압수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
수사기관은 영업비밀 유출 사건의 특성상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최대한 광범위한 자료를 확보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법적 절차를 위반한 압수수색은 위법하므로, 이를 통해 수집된 증거는 법정에서 효력을 잃는다. 따라서 혐의를 받는 입장이라면 압수수색 단계에서부터 변호인의 전문적인 조력을 받아 절차의 적법성을 적극적으로 다투는 것이 방어의 시작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