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상표권을 폭넓게 지키기 위한 방법 - 지정상품 설정은 신중하게
질문: 상표 등록 시 '지정상품'을 잘못 정하면 어떤 상표권 침해 문제가 생길까?
답: 지정상품을 사업 범위에 맞춰 정확히 설정하지 않으면, 권리자는 브랜드가 무단 사용되어도 막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거나 반대로 일반 사용자는 의도치 않게 상표권을 침해하는 법적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의 정체성을 담은 얼굴이자 소비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핵심 상징이 바로 상표이다. 수많은 기업이 브랜드의 가치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 막대한 자원과 시간을 쏟아붓는 이유다. 특히 상표법 제89조는 등록된 상표권자에게 지정상품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 권리를 보장한다. 그렇다면 상표권을 등록하고 분쟁에 대비하는 과정에서, 그 권리의 범위를 결정짓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상표법 [시행 2025. 5. 27.] [법률 제20965호, 2025. 5. 27., 일부개정] 제89조(상표권의 효력) 상표권자는 지정상품에 관하여 그 등록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독점한다. 다만, 그 상표권에 관하여 전용사용권을 설정한 때에는 제95조제3항에 따라 전용사용권자가 등록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독점하는 범위에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상표권의 보호 범위를 결정짓는 분수령은 단연 '지정상품'의 설정이다. 다음의 사례를 통해 이 쟁점을 명확히 해보자.
X사는 사용자의 평가와 정보를 통합하는 플랫폼(정보 통합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X사는 이 플랫폼을 'Y'라는 브랜드로 시장에 선보였고, Y는 곧 X사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 대중에게 Y는 회사의 사명보다 더 유명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Y 서비스의 열렬한 팬인 A는 오랜 기간 이 서비스를 애용해왔다. 그는 자신의 SNS 계정에 ① Y 로고와 함께 서비스의 장점과 활용법을 소개하는 게시물을 여러 차례 올렸다. 나아가 그는 ② Y 로고를 활용해 스티커를 직접 만들어 개인 소지품에 붙이거나 지인과 공유하기도 했다. 과연 A의 이러한 행동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가?
상표법의 대원칙은 등록된 상표의 독점적 사용권이 '지정상품'의 범주 안에서만 유효하다는 점이다. 즉, 상표권자가 등록한 상품 또는 서비스 분야 밖에서 상표가 사용된다면 원칙적으로 상표권 침해라 보기 어렵다.
이 원칙을 사례에 적용해 보자. A의 ①번 행동, 즉 Y 서비스를 소개하고 추천한 행위는 Y의 지정상품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 해당 게시물은 누가 보아도 X사의 서비스를 설명하기 위해 상표를 인용한 것이지, A가 직접 정보 통합 플랫폼 사업을 하면서 Y 상표를 사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상표의 '지정상품' 내 사용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도5034 판결 등 참고).
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도5034 판결 타인의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면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고 할 것이나, 타인의 등록상표를 이용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상표의 본질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출처표시를 위한 것이 아니어서 상표의 사용으로 인식될 수 없는 경우에는 등록상표의 상표권을 침해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상표로서 사용되고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상품과의 관계, 상품 등에 표시된 위치, 크기 등 당해 표장의 사용 태양, 등록상표의 주지저명성 그리고 사용자의 의도와 사용경위 등을 종합하여 실제 거래계에서 그 표시된 표장이 상품의 식별표지로서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타인의 등록상표와 유사한 표장을 이용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상표의 본질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출처표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의장적으로만 사용되는 등으로 상표의 사용으로 인식될 수 없는 경우에는 등록상표의 상표권을 침해한 행위로 볼 수 없다(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도1424 판결,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 등). |
하지만 ②번 행동은 성격이 다르다. A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Y 로고 스티커를 제작하고 배포했다. 이 행위가 상표권 침해가 되는지 아닌지는 전적으로 X사가 Y 상표를 어떤 '지정상품'에 등록했는지에 달려있다.
만약 X사가 Y 상표의 지정상품을 '소프트웨어 개발업', '정보통신서비스업' 등 서비스 자체에 국한했다면 어떻게 될까? 스티커와 같은 '인쇄물, 문방구'는 지정상품 범위 밖의 물품이다. 따라서 A가 스티커를 제작했더라도 X사의 지정상품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기에 상표권 침해로 단정하기 어렵다.
반대로, X사가 사업 초기부터 브랜드의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정상품을 폭넓게 설정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가령 '제16류 인쇄물, 문방구' 등이나 '제35류 인터넷 종합쇼핑몰업' 등을 지정상품에 포함했다면, A의 스티커 제작 및 배포 행위는 명백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 등록된 지정상품 영역 안에서 허락 없이 상표를 사용한 불법행위가 되는 것이다(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도310 판결 등 참고).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도310 판결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08. 4. 8. 주식회사 새울흥업이 상표로 등록한 원심판결 별지2 기재 등록상표가 인쇄된 종이 태그를 피고인의 작업복 의류 1,500벌에 부착하여 판매함으로써 상표권을 침해하였다고 함에 있다. 이에 대해 원심은, 피고의 제품인 작업복은 위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인 직물, 직물제품, 침대커버, 테이블커버 등(제24류)과 유사한 상품이 아니므로 피고인이 그 등록상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행위는 타인의 등록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이다(상표법 제66조 제1항 제1호). 제1심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원심판결 별지2 기재 등록상표 “ice coolup”과 동일한 표장이 인쇄된 종이 태그를 피고인이 판매하는 “MENTIS” 상표의 작업복에 부착하여 판매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그렇다면 피고인은 위 표장을 작업복의 출처표시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작업복의 재료가 되는 직물의 출처표시로서 사용하였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하고, 작업복의 재료인 직물은 위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해당함이 분명하므로, 피고인이 등록상표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
이처럼 기업의 얼굴인 상표는 '지정상품'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그 권리를 지키는 방패의 크기가 결정된다. 상표권의 행사와 보호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변수가 바로 '지정상품'의 전략적 선택인 이유다.
물론 무작정 많은 상품류를 지정할 수는 없으며, 이에는 제한이 따른다. 특정 행위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복잡한 법리 검토를 요구하므로, 변호사와 같은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