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분석] 신체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의 유사성 판단 기준 - 눈 모양 홍채인식 스마트폰 디자인 분쟁(특허법원 2021허4010 판결)
첨단 기술이 집약된 제품의 디자인은 종종 자연이나 인체에서 그 영감을 얻는다. 이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자에게 익숙한 형태로 제시하여 직관적인 이해를 돕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자연이나 신체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은 무수히 많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우리 디자인보호법은 오래전부터 널리 사용되어 단순하거나, 다양한 변형이 존재했던 디자인, 혹은 구조적 한계로 큰 변화를 주기 어려운 디자인 등은 그 유사범위를 비교적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법리를 확립해왔다(대법원 1997. 10. 14. 선고 96후2418 판결 등 참조). 또한, 등록디자인이 새로운 부분과 함께 이미 널리 알려진 형상을 포함하고 있다면, 권리범위를 판단할 때 널리 알려진 부분의 중요도는 낮게 평가해야 한다는 법리도 존재한다(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3다20293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눈 모양 디자인을 포함한 홍채 인식 스마트폰 간의 유사성이 쟁점이 된 한 사례를 심도 있게 분석해 본다.
#사건의 개요
원고는 2014년 12월 1일, 스마트폰 전면 상단 좌측에 눈 모양( )의 홍채 촬영용 렌즈부를 특징으로 하는 디자인(이하 '이 사건 등록디자인')을 출원하여 2016년 1월 11일 디자인권 등록을 마쳤다. 이후 피고는 전면 상단 좌측에 원형의 홍채 인식 센서를 장착한 스마트폰(이하 '확인대상디자인')을 출시했다. 이 스마트폰은 잠금 해제 시 화면 상단 중앙에 눈 모양(
)의 그래픽 이미지가 표시되는 특징을 가졌다.
이 사건 등록디자인 | 확인대상디자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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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원고는 2021년 1월 6일, 확인대상디자인이 자신의 등록디자인과 유사하여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하며 특허심판원에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였다.
#양측의 주장
원고는 두 디자인의 핵심 창작 동기가 동일하고, 전면 테두리, 내부 스크린의 형태, 좌측 상단의 홍채 인식 장치 형상이 서로 같거나 유사하여 전체적으로 비슷한 미감을 준다고 역설했다. 따라서 확인대상디자인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포함된다는 것이 원고 측 주장의 핵심이다.
반면 피고는 두 디자인의 공통점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이 출원되기 이전에 이미 공개된 다른 디자인들을 통해 널리 알려진 형태이므로 유사성 판단에서 그 중요도를 낮게 보아야 한다고 맞섰다. 또한, 정면 렌즈부의 구체적인 형상, 화면의 상하 비율, 후면의 듀얼 카메라 및 지문 인식 센서 배치, 측면의 곡면 처리(엣지 디자인) 등 여러 측면에서 전체적인 심미감이 달라 두 디자인은 비유사하므로 확인대상디자인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반박하였다.
#특허심판원의 판단
2021년 5월 18일, 특허심판원은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심결을 내렸다. 두 디자인의 공통점은 스마트폰이라는 제품군에서 흔히 발견되는 형태에 불과하며, 홍채 촬영 렌즈가 전면 상단 좌측에 위치한다는 사실만으로 유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기각의 이유이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확인대상디자인의 화면에 나타나는 눈 모양 그래픽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핵심인 렌즈부와 위치만 다를 뿐 형상과 모양이 거의 동일하고, 다른 구성요소들 역시 유사하므로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특허법원의 최종 판단 (특허법원 2022. 2. 3. 선고 2021허4010 판결)
특허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확인대상디자인은 기기 구성의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디자인이 유사하지 아니하여, 확인대상디자인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하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 전체적으로 직사각형 모양의 본체에 각 모서리는 둥글게 형성되어 있고 앞면 중앙에 직사각형 모양의 터치스크린부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확인대상디자인의 유사점에 해당하나, 이는 선행디자인들에 그대로 나타나 있는 것이어서 그 중요도를 낮게 평가하여야 한다.
- 눈 모양의 홍채 촬영용 렌즈는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특징적 형태에 해당하나, 확인대상디자인의 홍채인식 센서는 작은 원형의 형상이어서 다르다.
-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달리 확인대상디자인은 기기의 가로보다 세로가 2배 이상 길고 기기의 앞면 면적 대부분을 디스플레이가 차지하고 있는 형상, 옆뒷면과 옆면을 곡선으로 형성함으로써 외곽선이 부드럽게 연결되도록 하는 형상, 뒷면에 듀얼 렌즈의 기본 카메라, 지문인식 센서, 심장 박동 인식 센서를 배치한 형상을 갖추고 있어 전체적으로 두 디자인은 차이가 있다.
- 확인대상디자인의 디스플레이에 화상디자인으로 나타나는 눈 모양은 사용자가 스마트폰의 잠금을 해제하고자 할 경우 일시적으로 나타나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홍채 촬영용 렌즈에 대응한다고 보기 어렵고, 양 디자인의 각 눈 모양 부분은 그 위치 및 모양(선의 두께, 쌍꺼풀인지 외꺼풀인지 여부, 눈동자의 크기, 눈동자 내부의 모양, 음영의 유무)에 있어서 차이가 커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이번 사례는 자연물이나 인체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의 권리 해석에 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다. 이처럼 익숙한 대상을 차용한 디자인으로 권리를 주장할 때에는, 해당 디자인의 창작적 핵심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미 널리 알려진 형태와는 어떤 차별점을 가지는지를 명확히 하여 그 권리 범위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