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분석] 선행디자인과 후행디자인의 권리자가 동일할때 디자인의 권리범위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 콘크리트 타설용 차단폼 분쟁사례 (특허법원 2022허3342 판결)
디자인권의 효력은 창작적 가치가 있는 새로운 부분에 한정되며, 이미 대중에게 알려진 공지(公知) 부분에는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견해이다. 따라서 등록디자인이 공지된 형태를 포함하고 있을 경우, 권리 범위를 판단할 때 공지 부분의 기여도는 낮게 평가해야 된다. 결국, 등록디자인과 그에 대비되는 디자인이 서로 공지부분에서 동일∙유사하다고 하더라도 등록디자인에서 공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특징적인 부분과 이에 대비되는 디자인의 해당 부분이 서로 유사하지 않다면 대비되는 디자인은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후3568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후3568 판결 디자인권은 물품의 신규성이 있는 형상, 모양, 색채의 결합에 부여되는 것으로서 공지의 형상과 모양을 포함한 출원에 의하여 디자인등록이 되었다하더라도 공지부분에까지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할 수는 없으므로 디자인권의 권리범위를 정함에 있어 공지부분의 중요도를 낮게 평가하여야 하고, 따라서 등록디자인과 그에 대비되는 디자인이 서로 공지부분에서 동일∙유사하다고 하더라도 등록디자인에서 공지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특징적인 부분과 이에 대비되는 디자인의 해당 부분이 서로 유사하지 않다면 대비되는 디자인은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4. 8. 30. 선고 2003후762 판결 등 참조). |
그러나 실무에서는 한 명의 출원인이 특정 기술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바탕으로, 미세한 차이를 가진 여러 선행 및 후행 디자인권을 순차적으로 확보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처럼 선행디자인과 후행디자인의 권리자가 동일할 때, 위에서 언급한 공지 부분의 법적 취급과 권리 범위 해석에 변화가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선행디자인과 후행디자인의 권리자가 동일한 경우, 디자인의 권리 범위가 어떻게 설정되는지를 ‘콘크리트 타설용 차단폼’ 분쟁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사건의 개요
A는 2018년 2월 2일 ‘콘크리트 타설용 차단폼’ 디자인(이하 ‘이 사건 등록디자인’)을 출원하여 같은 해 7월 17일 등록을 마쳤다. A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서, 이 외에도 ‘콘크리트 타설 이동칸막이 폼’ 특허, ‘콘크리트 타설용 고정볼’ 디자인 등 다수의 관련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B가 ‘확인대상디자인’이라는 명칭의 유사한 제품을 사용하자, A는 2020년 12월 17일 특허심판원에 B의 디자인이 자신의 등록디자인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 등록디자인 | 확인대상디자인 | |
사시도 | ![]() | ![]() |
정면도 | ![]() | ![]() |
그러나 특허심판원은 두 디자인이 유사하지 않다는 이유로 A의 청구를 기각했다(특허심판원 2022. 4. 29. 2020당3789 심결). 이에 불복한 A는 특허법원에 심결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A의 주장 논거
A는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확인대상디자인이 전체적으로 유사하다고 주장하며 다음 두 가지 논거를 제시했다.
- 주장 ① :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지배적인 특징은 “상부에 체결공이, 하부에 개구부가 각 형성된 ’ㄷ’자형 차단프레임과 차단프레임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차단봉, 차단프레임의 개구부에 결합되고 차단봉의 대부분을 덮는 차단부재 등으로 구성된 전체적인 형상”인데, 확인대상디자인은 이러한 특징을 모두 채택하고 있으므로, 양 디자인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동일 또는 유사한 심미감을 느끼게 한다. 반면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확인대상디자인의 차이점들은 기능적, 상업적 변형 또는 세부적인 차이에 불과하여 심미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확인대상디자인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한다.
- 주장 ② :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지배적인 특징은 선행디자인들 이전에 공지된 기타 특허권 등에 나타나 있고,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권리자와 기타 특허권 등의 권리자는 모두 원고로서 동일하므로, 위 지배적인 특징이 선행디자인들에 공지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를 정함에 있어 그 중요도를 낮게 평가하여서는 아니 된다.
#특허법원의 판결(특허법원 2022. 12. 15. 선고 2022허3342 판결)
특허법원은 특허심판원과 마찬가지로 두 디자인이 유사하지 아니하다고 판단하여 A의 청구를 기각했다. 특허법원의 판단 논리는 다음과 같다.
1. 확인대상디자인과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유사 여부 : X
법원은 먼저 두 디자인 간에 6가지의 공통점이 존재함을 인정했다.
- 공통점 ① : 전체적으로 상부에 ‘ㄷ’자 형태의 차단프레임이 형성되어 있는 점
- 공통점 ② : 차단프레임의 상부판에는 체결공이, 하부판에는 차단부재를 끼워서 고정시킬 수 있도록 입구가 열린 원형 형태의 개구부가 각 6개씩 일정한 간격을 두고 형성되어 있는 점
- 공통점 ③ : 차단봉이 차단프레임의 체결공과 개구부를 수직으로 관통하는 점
- 공통점 ④ : 차단봉의 상단이 차단프레임의 상부판 상단에 형성된 단추 모양의 고정핀과 결합하여 상단프레임에 고정되는 점
- 공통점 ⑤ : 차단부재는 스펀지로 형성된 관 형태로, 차단프레임의 하부판으로부터 차단프레임 전체 높이의 1/3에 해당하는 위치에서 차단봉의 하부까지를 감싸는 점
- 공통점 ⑥ : 차단부재의 상단이 개구부에 끼워져 있는 점
그러나 위와 같은 6가지의 공통점들은 선행디자인들에 모두 나타나 있거나(공통점 ① 내지 ④) 선행디자인 2(공통점 ⑤, ⑥)에 나타나 있으므로, 양 디자인의 유사 여부 판단에서 그 중요도를 낮게 보아야 한다.
반면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확인대상디자인은, 고정핀의 길이가 길고 고정핀에 십자 형태의 홈이 형성되어 있는 점, 개구부의 입구가 좁은 점, 차단프레임의 측면이 편평한 형태인 점은 수요자의 주의를 끌기 쉬운 부분으로 심미감을 형성하는 특징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확인대상디자인은 고정핀의 길이가 짧고 고정핀에 원형의 홈이 형성되어 있으며, 개구부의 입구가 넓고, 차단프레임의 측면에 홈, 리브살, ‘V’자형 홈 등이 형성되어 있어, 이 사건 등록디자인이 가지는 위와 같은 특징들을 채용하고 있지 않다.
확인대상디자인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달리 고정핀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고, 고정핀에는 원형의 홈이 형성되어 있으며, 개구부의 입구가 상대적으로 넓고, 차단프레임 측면 외부에 수직 방향으로 5개의 ‘1’자형의 홈이 형성되어 있으며, 내부에 위 홈에 대응하여 ‘1’자형의 리브살이 돌출되어 있고, 차단프레임 상부판에는 홈(및 리브살)과 대응하는 위치에 ‘V’자 형태의 홈이 형성되어 있다. 이는 수요자의 주의를 끌기 쉬운 부분으로 지배적인 특징에 해당하여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심미감에서 뚜렷한 차이를 가져온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와 같이 양 디자인은 사람의 주의를 가장 끌기 쉬운 부분에 위와 같은 차이가 있어 전체적으로 심미감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2. 선행디자인과 후행디자인의 권리자가 동일한 경우에도 공지된 부분의 중요도를 낮게 보아야 하는지 여부 : O (그러하다)
이 사건에서 A는 동일한 디자인권자가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의 여러 디자인들을 공지하는 경우 위 디자인들 모두에 대한 디자인권자의 권리가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확인대상디자인의 공통점들이 선행디자인들에 나타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공통점들은 선행디자인들보다 먼저 공지된 기타 특허권 등에 나타나 있고, 기타 특허권 등의 권리자는 원고로서 이 사건 등록디자인권자와 동일하므로, 이 사건 등록디자인에 대한 원고의 권리는 선행디자인들보다 우선하여야 하고, 따라서 위와 같은 공통점들이 선행디자인들에 공지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중요도를 낮게 보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특허법원은, ‘디자인권은 물품의 신규성이 있는 형상, 모양, 색채의 결합에 부여되는 것이므로, 공지의 형상과 모양을 포함한 출원에 의하여 디자인등록이 되었다 하더라도 공지부분에까지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할 수는 없다. 나아가 디자인권의 권리범위는 각 디자인마다 독립적으로 설정되는 것이지 그 권리자를 기준으로 설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후행디자인 중 공지된 부분이 동일한 디자인권자의 선행디자인에 나타나 있다고 하더라도, 후행디자인의 공지된 부분에 대해서까지 독점적, 배타적 권리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특허법원은 확인대상디자인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결론
‘콘크리트 타설용 차단폼’ 분쟁 사례는 중요한 원칙을 재확인시켜준다. 즉, 선행디자인과 후행디자인의 권리자가 같더라도, 공지 부분에 대한 법적 평가는 달라지지 않는다. 디자인권의 보호 대상은 어디까지나 ‘새로운’ 미적 창작물이며, 이미 공개된 형상이나 모양까지 권리 범위에 포함시켜 독점적 지위를 부여할 수는 없다는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특허법원 2022. 12. 15. 선고 2022허3342 판결 판시요지 1. 디자인의 유사여부 ① 차단봉의 상단에 형성된 고정핀의 형태에 있어서, 등록디자인의 고정핀 길이가 확인대상디자의 고정핀 길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길고( ![]() ![]() ![]() ![]() ![]() ![]() ![]() ![]() ![]() ![]() 2. 결론 확인대상디자인과 등록디자인은 앞서 본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심미감에서 뚜렷한 차이를 느끼게 하므로, 확인대상디자인은 등록디자인과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심결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