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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례분석] 선행디자인 결합과 창작용이성 판단 기준: 신발 디자인 분쟁 (특허법원 2022허510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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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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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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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두 발로 서서 걷기 시작한 이래 발을 보호하기 위해 탄생한 신발은 그 역사의 시작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인류와 오랫동안 함께해 온 필수적인 도구이다. 한 연구는 인류가 14만 년 전부터 신발을 착용했을 것이라 추정하며,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신발은 기원전 1만 500년경의 것으로 보이는 미국 오리건주 포트록 동굴의 샌들이다. 이 고대 샌들은 밑창과 발등 덮개, 그리고 발뒤꿈치를 고정하는 끈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기본 구조가 오늘날의 샌들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이처럼 유구한 역사를 거치며 신발의 디자인 또한 끊임없이 진화하고 다양해졌다.

여름철 흔히 볼 수 있는 샌들 디자인과 관련된 한 법적 분쟁을 통해, 신발 디자인이 배타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넘어야 할 창작성의 문턱은 과연 어디인지 고찰해 본다.

#사건의 전개
분쟁의 시작은 A가 2012년 9월 10일 '신발'이라는 명칭으로 디자인을 출원하여 2013년 3월 9일 등록을 마친 것에서 비롯된다. 이후 A는 B가 자신의 등록디자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2021년 9월 14일, B를 상대로 제품 사용 금지 및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는 소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합567469).

이에 B는 A의 등록디자인이 무효라고 맞섰다. 2021년 12월 13일, B는 특허심판원에 A의 디자인이 ① 기존에 공개된 선행디자인들과 동일하거나 유사하며, ② 설령 다르더라도 해당 분야의 통상적 지식을 가진 자가 선행디자인 4에 다른 선행디자인들(1 내지 3)의 장식밴드 부분을 결합하여 쉽게 창작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다(특허심판원 2021당3663). 그러나 특허심판원은 2022년 8월 8일, B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B는 이 결정에 불복하여 특허법원에 심결 취소 소송(특허법원 2022허5102)을 제기했다.

한편, 최초의 민사소송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위 2021가합567469 사건에서 2022년 8월 12일, A의 등록디자인이 통상의 디자이너가 선행디자인들을 결합하여 쉽게 창작할 수 있으므로 A의 청구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A가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을 맡은 특허법원 역시 2023년 8월 24일, 1심과 같은 이유로 A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특허법원 2022나1814)을 선고하며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로써 A의 디자인권 침해 주장은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이 글에서는 이 민사소송의 경과와는 별개로,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대한 취소 소송인 특허법원 2022허5102 사건을 중심으로 다룬다.

#특허법원에서의 양측 주장

1. B의 주장
B는 A의 등록디자인이 i) 선행디자인 1부터 4까지와 실질적으로 같거나, ii) 통상의 디자이너라면 선행디자인 4의 본체에 선행디자인 1, 2, 3, 5의 장식밴드 디자인을 결합하여 매우 용이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구 디자인보호법 제5조 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라 등록이 무효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 A의 주장
A는 i) 신발의 기능상 필연적이거나 해당 유형에서 흔히 발견되는 형태적 특징들, 즉 ① 신발 뒤쪽이 개방된 구조, ② 회전 가능한 발뒤꿈치 고리, ③ 발등의 수많은 원형 구멍 등은 유사성을 판단할 때 그 중요도를 낮게 평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ii) 나아가 신발처럼 이미 수많은 디자인이 존재하는 분야에서는 유사성의 폭을 좁게 해석해야 하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자신의 디자인은 선행디자인들과 구별되는 명백한 신규성과 창작성이 있다고 항변했다.

#특허법원의 판결 (특허법원 2023. 5. 11. 선고 2022허5102 판결)
결론적으로 특허법원은 A의 등록디자인이 선행디자인 4에 다른 선행디자인 1, 2, 3, 5와 해당 분야에 널리 알려진 형태를 결합하여 손쉽게 창작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등록디자인에 무효 사유가 존재한다는 취지로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했다.

특허법원이 이러한 결론에 도달한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관련 법리
디자인보호법은 “통상의 디자이너가 이미 공개된 디자인의 결합이나 널리 알려진 형상·모양·색채 등을 이용해 쉽게 창작할 수 있는 디자인은 등록받을 수 없다”고 규정한다(디자인보호법 제33조 제2항).. 창작의 수준이 낮은 디자인에까지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이다.

디자인보호법
[시행 2025. 7. 22.] [법률 제20692호, 2025. 1. 21., 일부개정]

제33조(디자인등록의 요건) ② 디자인등록출원 전에 그 디자인이 속하는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따라 쉽게 창작할 수 있는 디자인(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디자인은 제외한다)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없다.
  1. 제1항제1호ㆍ제2호에 해당하는 디자인 또는 이들의 결합
  2. 국내 또는 국외에서 널리 알려진 형상ㆍ모양ㆍ색채 또는 이들의 결합

특허법원은 대법원 판례(2016. 3. 10. 선고 2013후2613 판결 등)를 인용하며, 창작 수준을 판단할 때는 단순히 공지된 형태를 결합하는 것을 넘어, 대상 물품의 분야, 각 디자인 특징의 관련성, 해당 분야의 디자인 경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통상의 디자이너가 그 결합에 쉽게 이를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특허법원 2023. 5. 11. 선고 2022허5102 판결
공지형태나 주지형태를 서로 결합하거나 그 결합된 형태를 위와 같이 변형 ·변경 또는 전용한 경우에도 창작수준이 낮은 디자인에 해당할 수 있는데, 그 창작수준을 판단할 때는 공지디자인의 대상 물품이나 주지형태의 알려진 분야, 공지디자인이나 주지형태의 외관적 특징들의 관련성, 해당 디자인 분야의 일반적 경향 등에 비추어 통상의 디자이너가 쉽게 그러한 결합에 이를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후2613 판결 참조).

 
2.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4의 비교 판단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4의 대조]
이 사건 등록디자인선행디자인 4


특허법원은 두 디자인을 비교했을 때 다수의 공통점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 공통점 ① : 전체적인 형상에 있어 신발 뒷부분을 개방하고 신발 앞쪽에 발등과 발가락을 일체로 감싸는 덮개를 두었으며, 발 뒤꿈치에 걸 수 있는 밴드형 고리를 발등 덮개부의 좌우 측면에 결합해 앞뒤로 회전할 수 있게 한 점,
- 공통점 ② : 발등 덮개부에 13개의 원형 통기 구멍을 동일한 배치로 형성한 점,
- 공통점 ③ : 신발의 중창(midsole)에 그 중창 높이의 1/5 정도 두께로 줄무늬를 두른 점,
- 공통점 ④ : 밴드형 고리의 폭 정가운데에 볼록하게 튀어나온 줄무늬가 있는 점.

반면 다음과 같은 차이점도 인정했다.

 이 사건 등록디자인선행디자인 4
 
차이점 ① 신발 중창의 앞부분에서 측면 1/3 정도 지점까지 장식 밴드가 있음장식밴드가 없음
차이점 ② 신발 중창을 가로지르는 줄무늬가 중창 높이의 위에서부터 1/5~2/5 정도 지점에 배치중창 가운데에 배치
차이점 ③ 밴드형 고리 폭이 발뒤꿈치에 걸리는 중앙부에서 나머지 부분보다 다소 넓게 형성폭이 일정


그러나 특허법원은 위 차이점 ①~③들은 통상의 디자이너가 선행디자인 4에 다음과 같은 선행디자인들의 장식밴드 부분과 해당 디자인 분야의 공지형태를 결합하여 쉽게 창작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1, 2, 3의 각 장식밴드 부분 대조]
이 사건 등록디자인선행디자인 1선행디자인 2선행디자인 3


결과적으로 A의 등록디자인은 선행디자인 4를 기본 형태로 하여, 다른 여러 선행디자인 1, 2, 3, 5와 업계에 이미 알려진 형태들을 단순 결합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는 통상의 디자이너가 용이하게 창작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므로 그 등록은 무효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을 대신하며
이 신발 디자인 분쟁 판례는 디자인의 창작 용이성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다. 우리 디자인보호법의 궁극적 목표는 디자인의 보호와 이용을 조화시켜 창작을 활성화하고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데 있다. 바로 그 때문에, 누구나 쉽게 고안할 수 있는 수준의 디자인에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여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저해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특허법원 2023. 5. 11. 선고 2022허5102 판결

판시 요지
(1)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1, 2, 3의 장식밴드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장식밴드 끝부분을 모서리만 완만하게 둥근 사선으로 절단한 반면(1), 선행디자인 1, 2는 장식밴드 끝부분이 전체적으로 곡선 또는 호(弧)를 이루게 절단하였고(  23), 선행디자인 5는 장식밴드 끝부분을 사선으로 절단하였다(4 ). ㉯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장식밴드가 중창 일부를 덮지만 높이가 중창보다 미세하게 낮아서 중창 윗부분이 약간 드러나고 겉창은 덮지 않아 전부 드러난다((5). 반면, 선행디자인 1, 2는 장식밴드와 중창의 높이가 같아서 중창이 완전히 덮이지만 겉창은 전부 드러나고(6   , 7 ), 선행디자인 5는 중창의 일부가 드러나지만 중창과 구별되는 겉창이 따로 드러나지는 않는다(8). ㉮와 관련해, 이 사건 등록디자인처럼 장식밴드 끝부분을 모서리가 완만하게 둥근 곡선으로 처리하는 것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우선권주장일 전에 공지된 선행디자인에 비추어 볼 때, 신발 디자인 분야에서 공지된 형태 또는 흔한 창작수법이라고 인정된다. ㉯와 관련해서도, 장식밴드 위쪽에 중창 일부가 드러난 형상은 선행디자인에 공지되어 있고, 겉창이 전부 드러나는 형상도 선행디자인에 공지되어 있다. 나아가, 통상의 디자이너가 이들 요소를 결합하는데 특별한 어려움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2)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신발 중창을 가로지르는 줄무늬가 중창 높이의 위에서부터 1/5~2/5 정도 지점에 배치된 반면, 선행디자인 4에서는 중창 가운데에 배치된 점(9)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데, 신발 중창을 가로지르는 줄무늬가 중창의 윗부분에 배치되어 있는 형태’는 다수의 선행디자인에도 들러나 있는 바, 중창의 줄무늬를 위아래로 옮겨 배치하는 것은 신발 디자인 분야에서 공지된 형태 또는 흔한 창작수법이라고 인정된다. 그렇다면 해당 차이점은 통상의 디자이너가 선행디자인 4에 그 디자인 분야의 공지형태를 결합하여 쉽게 창작할 수 있다

(3)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밴드형 고리 폭이 발뒤꿈치에 걸리는 중앙부에서 나머지 부분보다 다소 넓게 형성된 반면, 선행디자인 4에서는 폭이 일정한 점(30 ) ) 등에서 차이가 있는데 선행디자인 1, 2, 3에는 밴드형 고리가 발뒤꿈치에 걸리는 부분의 폭이 더 넓게 형성된 형태가 나타나 있다.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경우, 선행디자인들과 달리 밴드형 고리가 윗변 쪽으로 조금 더 넓게 개방되도록 구부러져 있다. 밴드형 고리가 회전할 때 그 경로가 이루는 원을 놓고 생각해 보면, 선행디자인들에서는 밴드형 고리의 발뒤꿈치 쪽 말단 전체가 그 원의 반지름과 수직으로 접선을 이루지만,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밴드형 고리의 폭 정가운데에 돌출된 줄무늬 부분을 접점이라고 볼 때 윗변 쪽이 접점을 지나는 반지름과 둔각을 이루게 된다. 그러한 부분적 차이는 전체적으로 볼 때 종전 디자인과 다른 미감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거나 특별히 수요자 주의를 끌기 어려운 기능적 변형에 불과하다. 이 사건에서도 쌍방은 그 차이로 인한 미감상 차이에 관하여 주장한 바 없고,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관련하여 우선권 주장의 기초가 된 미국 디자인특허는 밴드형 고리 부분 전체를 청구범위에서 아예 제외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선행디자인 4(신발에 관한 디자인)에 선행디자인 1(슬리퍼), 2(슬리퍼), 3(장식적 윗가죽을 갖는 클로그) 및 5(미국 디자인 특허로 보호되는 신발)와 해당 디자인 분야의 공지형태를 결합함으로서 쉽게 창작될 수 있으므로 진보성이 부정되어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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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작성일시: 2025년 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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