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분석] 디자인권 침해 판단기준: 옹벽블록 디자인 분쟁으로 본 권리범위와 유사성 기준 (특허법원 2022허5515 판결)

산지가 많은 국내 지형 특성상 토사 붕괴를 막는 옹벽은 필수적인 구조물이다. 옹벽을 이루는 개별 블록은 구조적 안정성과 정교한 시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는 미학적 가치 또한 중요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다채로운 형태의 옹벽블록 디자인이 권리로 등록되어 보호받고 있다.
그렇다면 두 옹벽블록 디자인이 법적으로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기준은 무엇인가? 한 옹벽블록용 덮개 디자인에 관한 분쟁 사례를 통해 그 구체적인 기준과 권리범위의 한계를 분석한다.
#사건의 전개: 디자인권 침해 분쟁
2017년 12월, A는 ‘옹벽블록용 덮개’ 디자인을 출원하여 이듬해 4월 디자인권을 확보했다. 이후 2021년 9월, A는 B사의 제품이 자신의 등록디자인과 유사하여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침해 중지를 요구하는 경고장을 발송했다. 그러나 B사는 자사 제품(이하 확인대상디자인)이 A의 등록디자인과 달라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 A의 이 사건 등록디자인 | B의 확인대상디자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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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A는 B의 확인대상디자인이 자신의 등록디자인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확인을 구하며 특허심판원에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2022년 9월, 특허심판원은 두 디자인이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 A의 청구를 기각했다(특허심판원 2022. 9. 27. 2021당2828 심결). A는 이 결정에 불복하여 특허법원에 심결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특허법원의 판단: 공지된 부분은 권리가 아니다(특허법원 2023. 7. 13. 선고 2022허5515 판결)
특허법원 역시 A의 청구를 기각하며 특허심판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의 판단 논리는 다음과 같다.
1. 디자인 유사 판단의 대원칙
특허법원은 디자인의 유사성을 판단할 때, 각 요소를 분리하지 않고 전체적인 외관에서 느껴지는 심미감을 종합적으로 비교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삼았다. 특히 보는 사람의 시선을 가장 끄는 핵심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관찰하며, 이미 널리 알려진 ‘공지(公知)된 형상’이 포함된 경우 그 부분의 중요도를 낮게 평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즉, 등록디자인이 공지된 부분과 창작된 부분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면, 권리범위의 핵심은 창작된 부분에 있다는 것이다.
| 특허법원 2023. 7. 13. 선고 2022허5515 판결 디자인의 유사 여부는, 디자인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각 부분으로 분리하여 대비할 것이 아니라 전체와 전체를 대비·관찰하여, 보는 사람의 마음에 환기될 미적 느낌과 인상이 유사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되, 그 물품의 성질, 용도, 사용형태 등에 비추어 보는 사람의 시선과 주의를 가장 끌기 쉬운 부분을 중심으로 대비·관찰하여 일반 수요자의 심미감에 차이가 생기게 하는지 여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이 경우 디자인이 표현된 물품의 사용 시 뿐만 아니라 거래 시의 외관에 의한 심미감도 함께 고려해야한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후26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등록디자인이 신규성이 있는 부분과 함께 공지의 형상과 모양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 그 공지 부분에까지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할 수는 없으므로 디자인권의 권리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공지 부분의 중요도를 낮게 평가하여야 한다. 따라서 등록디자인과 그에 대비되는 디자인이 공지 부분에서는 동일·유사하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특징적인 부분에서 서로 유사하지 않다면 대비되는 디자인은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3다202939 판결 등 참조) |
2. 두 디자인의 비교 분석
특허법원은 A의 등록디자인과 B의 확인대상디자인 사이에 여러 공통점이 존재함을 인정했다.
| 순번 | 공통점 | 중요도를 낮게 보아야 하는 이유 |
| ① | 전체적으로 가로가 길고 세로는 짧은 납작한 직육면체의 형상인 점 | 옹벽블록용 덮개의 기능과 용도에 비추어 볼 때 공지된 형상의 특징에 해당함 |
| ② | 정면부에 돌을 쌓아올린 것과 같은 무늬가 형성됨 |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출원 전 선행디자인들( , )에 게시된 공지의 모양에 해당함 |
| ③ | 옹벽블록의 좌측과 우측 상호간 좌우로 결합하기 쉬운 요철( |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출원 전 선행디자인들( , , )에 다수 개시됨 |
| ④ | 하부에는 안으로 파여 있는 ’배수로 홈‘이 형성됨 |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출원 전 선행디자인들( , )에 다수 개시됨 |
| ⑤ | 상부는 편평한데 그 정중앙에 ’앵커( | ‘앵커’는 눈에 잘 띄지 않아 디자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출원 전 선행디자인( )에 개시됨 |
법원은 위 공통점들이 모두 출원 이전에 이미 알려져 있던 공지된 기술이거나 기능상 당연히 채택될 수 있는 형태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러한 공통점만으로는 두 디자인의 심미감이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법원은 두 디자인의 결정적인 차이점에 주목했다.
| 구분 | 이 사건 등록디자인 | 확인대상디자인 |
| ① | 몸체부의 평면과 저면이 그대로연장되어 형성되어 정면에서 볼 때 직사각 형상으로 돌출됨 ![]() | 몸체부의 평면과 지면과는 독립적으로 몸체부의 좌측면에 사각 뿔대 형상으로 형성 ![]() |
| ② | 오목부 하부에서 시작하여 돌기부 하부까지 연장되어 형성 ![]() ![]() | 오목부 하부에서 시작하나 돌기부 하부까지 연장X ![]() ![]() |
법원은 이 두 가지 차이점이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했다. 특히 돌기부의 입체적인 형태 차이는 옹벽 전체가 결합했을 때의 모습에 큰 영향을 주어 수요자의 시선을 끌게 되고, 배수로 홈의 길이 차이 역시 저면부 형태를 완전히 다르게 보이게 하여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심미감에 명백한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두 디자인은 일부 공통점이 있으나 핵심적인 창작 부분에서 뚜렷한 차이가 존재하므로 서로 유사하지 않다. 따라서 B의 디자인은 A의 디자인권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심판원의 결정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특허법원 2023. 7. 13. 선고 2022허5515 판결 반면, 차이점 1(돌기부의 형상), 2(배수로 홈의 구체적인 형상)는 그 중요도를 낮게 볼 수 없고, 이와 같은 차이로 인하여 등록디자인과 확인대상디자인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전체적으로 상이한 심미감을 느끼게 한다. |
#시사점: 창작의 경계를 명확히 하라
외형이 비슷해 보인다고 해서 모두 디자인권 침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디자인권의 보호 범위를 설정할 때, 누가 봐도 새롭게 창작한 독창적인 부분에 핵심적인 가치를 둔다. 만약 이미 알려진 기술이나 형태까지 독점적 권리를 인정한다면, 이는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위축시켜 관련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번 판결은 디자인 권리자에게 자신의 권리가 ‘공지된 부분’을 제외한 ‘순수한 창작 부분’에 있음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디자인의 권리범위는 무한정 확장될 수 없으며, 창작의 경계 내에서만 유효하게 보호받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