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금과 손금의 귀속시기 관련 미국의 실현주의
1. 실현주의의 역사적 배경
미국에서 실현주의는 1913년 수정헌법 제16조의 비준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 헌법은 연방의회가 소득세를 부과할 권한을 명시하면서도 ‘실현’이라는 요건을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1920년 ‘맥콤보 판결(Eisner v. Macomber)’을 통해 실현주의가 확립되었다. 이 판결은 주주에게 배당된 주식이 소득으로 간주되지 않으므로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소득이 실현(realized)되어야만 과세할 수 있다는 원칙을 확립한 것이다.[1] 맥콤보 판결은 회사의 미배당 이득이 주주에게 배당되는 경우 그 주식이 과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를 제시했으며, 이는 자본과 이익의 분리가 없으면 소득이 실현되지 않는다는 관점을 반영했다.
2. 주요 판결과 입법 변화
맥콤보 판결 이후, 미국 법원은 실현주의의 적용 범위를 여러 차례 축소하거나 재해석했다. 1943년 ‘헬버링 대 그리피스 판결(Helvering v. Griffiths)’에서는 맥콤보 판결의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법인의 미배당 소득을 주주의 소득으로 귀속시키는 입법을 허용했다. 이 판결은 맥콤보 판결의 실현주의를 유지하면서도, 특정 상황에서는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를 허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이후 조세법원은 맥콤보 판결의 법리가 법인의 미배당 소득을 지배 주주에게 귀속시킬지 여부를 결정하는 의회의 권한을 부인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맥콤보 판결의 법리의 의미를 제한하였다.[2]
3. 현대적 적용과 논의
최근 ‘무어 사건(Moore v. United States)’은 실현주의의 현대적 적용을 둘러싼 중요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에서는 미국 외국법인으로부터 발생한 소득이 실현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과세된 것을 두고 수정헌법 제16조의 위헌성을 다투고 있다. 제1심과 항소심은 이를 합헌으로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이 사건을 심리하기로 결정하면서 실현주의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3]무어 부부는 인도 소재 피지배 외국법인으로부터 발생한 소득을 실제로 분배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법률에 따라 소득으로 간주되어 과세되자 이에 대해 헌법적 이의를 제기했다.
4. 실현주의의 위헌성 논쟁
무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수정헌법 제16조가 소득에 실현요건을 요구하는지 여부이다. 대법원에서 만약 실현요건을 인정한다면, 이는 100년간 유지된 실현주의를 재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반대로 실현요건을 부인하거나 제한적으로 인정할 경우, 많은 세법 조항이 위헌으로 판단될 수 있다.[4]
무어 사건에서 제기된 주요 논점은 수정헌법 제16조가 실현되지 않은 소득에 대해서도 과세를 허용하는지 여부와 관련되어 있다. 제1심과 항소심은 MRT(Mandatory Repatriation Tax)가 합헌이라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이 이를 심리하게 되면서 실현주의의 적용 범위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활발해졌다.
5. 결론 및 전망
미국에서 실현주의는 맥콤보 판결 이후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왔으며, 무어 사건은 이러한 실현주의 원칙을 재확립할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대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필라 2와 같은 국제적인 조세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필라 2는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를 포함하고 있어 무어 사건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미국의 세법 체계와 국제 조세 환경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무어 사건에서 문제된 MRT 조항과 필라 2 모두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라는 측면에서 유사하고, 무어 사건에서 수정헌법 제16조의 소득의 개념과 관련한 위헌성 시비가 있다는 점 때문에 무어 사건의 결론에 따라 미국의 필라 2 이행, 특히 IIR 규칙으로 기능하는 GILTI세에 대한 직접적 영향이 있을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무어 사건의 위헌 또는 합헌의 이분법적 결과대로 필라 2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상술한 무어 사건의 논의 흐름 때문에 무어 사건의 결론이 ‘어떻게’ 나는지에 따라 필라 2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법원이 무어 사건에서 수정헌법 제16조의 실현요건을 부인하면서 MRT가 수정헌법 제16조에 반하지 않는다고 결론이 나거나 무어 사건이 수정헌법 제16조와 관계되지 않고 단순히 세법상 해석의 문제로 보아 결론을 낸다면, Subpart F, GILTI세, 필라 2를 포함한 미실현 이득의 과세는 위헌성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반면, 대법원이 무어 사건에서 수정헌법 제16조의 실현요건을 제한적으로 해석한 경우, 여러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는 위헌성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만약 대법원이 수정헌법 제16조의 실현요건을 인정한 맥콤보 판결의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MRT가 수정헌법 제16조에 위반한다고 결론을 낸다면, MRT는 물론 Subpart F, GILTI세, 필라 2를 포함한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의 위헌성을 다투는 대대적 법적 분쟁이 시작될 것이다.[5]
한편 최근(2024. 6. 20.) 미국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하여 무어 사건은 수정헌법 제16조의 해석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고 단순히 세법상 해석의 문제로 보아, 이미 소득이 실현된 무어 사건에서 맥콤보 판결에 대한 법리와 관계없이, 이전에 실현된 소득에 대하여 분배되지 않은 경우 과세를 허용한 여러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무어 사건에서 문제된 MRT가 위헌이 아니라고 결론내렸다(Moore v. United States, No. 22–800 (U.S. June 20, 2024).
6. 한국의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와 관련한 시사점
한국에서도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가 논의되고 있다. 한국의 「소득세법」 제17조 제1항 제7호 및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27조는 특정외국법인의 유보소득을 주주에 대한 배당으로 간주하여 과세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Subpart F 규정과 유사한 방식으로, 외국 법인에서 발생한 소득이 실제로 배당되지 않았더라도 이를 배당으로 간주하여 과세하는 것이다.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가 위헌인지 여부를 여러 차례 다루었으며, 미실현 이득을 과세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헌법상의 조세개념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과세대상 이득의 공정하고 정확한 계측 문제와 응능부담 원칙을 고려하는 문제로, 입법부의 재량에 맡겨진 사항이라고 판단한 것이다.[6]
1. 배효정, Pillar 2의 관점에서 미실현 이득 과세의 위헌성 – Moore v. United States 사건을 중심으로 -, 비교법연구, 제24권 제1호, 동국대학교, 2024, 150-152면
2. 배효정, Pillar 2의 관점에서 미실현 이득 과세의 위헌성 – Moore v. United States 사건을 중심으로 -, 비교법연구, 제24권 제1호, 동국대학교, 2024, 153면
3. 배효정, Pillar 2의 관점에서 미실현 이득 과세의 위헌성 – Moore v. United States 사건을 중심으로 -, 비교법연구, 제24권 제1호, 동국대학교, 2024, 160-164면
4. 배효정, Pillar 2의 관점에서 미실현 이득 과세의 위헌성 – Moore v. United States 사건을 중심으로 -, 비교법연구, 제24권 제1호, 동국대학교, 2024, 160-164면
5. 배효정, Pillar 2의 관점에서 미실현 이득 과세의 위헌성 – Moore v. United States 사건을 중심으로 -, 비교법연구, 제24권 제1호, 동국대학교, 2024, 175-180면
6. 배효정, Pillar 2의 관점에서 미실현 이득 과세의 위헌성 – Moore v. United States 사건을 중심으로 -, 비교법연구, 제24권 제1호, 동국대학교, 2024, 175-18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