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 전단) 배상책임의 요건 -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행위
(가) 고의·과실의 의의
① 의의 : 공무원의 고의·과실이 있어야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과실책임주의).
② 판단기준
㉠ 고의·과실의 유무는 당해 공무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여기서 고의·과실은 공무원 개인의 고의·과실이지 공무원에 대한 선임감독자 또는 배상책임자의 고의·과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선임감독자 또는 배상책임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하여도 공무원의 고의·과실로 피해가 발생하면 국가배상의 책임을 진다. 만약 공무원에게 고의·과실이 없으면 국가는 배상책임이 없다.
㉡ 국가는 공무원의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공무원의 선임·감독을 게을리함이 없어도 배상책임을 지는 점에서, 그러한 경우에 면책되는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의 배상책임과 다르다.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①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참고: 국가배상법의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책임과 민법상 불법행위책임 국가배상법 제2조의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책임에 대응하는 것이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인데, 민법 제756조 제1항 단서는 사용자에게 피용자의 선임감독에 과실이 없었다는 것을 사용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나 국가배상책임에는 그러한 규정이 없다. |
(나) 과실개념 객관화 경향
① 의의 : 국가배상법이 과실책임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피해자가 공무원의 고의·과실을 입증하기가 어려워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점을 시정하기 위하여 과실개념을 객관화하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행해지고 있다.
② 추상적 과실(주의의무의 객관화) : 과실을 가해공무원의 주관적 심리상태로 보지 않고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으로 파악하려는 것도 과실의 객관화의 한 경향이다. 이 경우 과실판단의 기준은 행위를 한 당해 공무원 개인이 아닌 평균적 공무원이다. 즉, 동일직종에 종사하는 평균적 공무원의 주의력을 기준으로 주의의무 해태 여부를 판단한다.
판례: 공무원의 직무집행상의 과실이라 함은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당해직무를 담당하는 평균인이 보통(통상)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것을 말한다(대법원 1987. 9. 22. 선고 87다카1164 판결). 판례: 행정처분의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 비로소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다(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1다33789 판결). |
③ 조직과실이론(가해공무원의 특정 불요) : 가해공무원의 특정이 어려운 경우, 가해공무원이 특정되지 않더라도 공무원의 행위라면 국가배상책임이 성립된다는 것이 통설과 판례의 태도이다(예: 야간시위 중 경찰의 집단불법구타).
판례: 국가 소속 전투경찰들이 시위진압을 함에 있어서 합리적이고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가능한 한 최루탄의 사용을 억제하고 또한 최대한 안전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시위진압을 하여 그 시위진압 과정에서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하는데도, 이를 게을리한 채 합리적이고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를 넘어 지나치게 과도한 방법으로 시위진압을 한 잘못으로 시위 참가자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이유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다(대법원 1995. 11. 10. 선고 95다23897 판결). |
④ 위법성과 과실의 일원적 관념 : 손해배상책임의 입증요건을 완화하기 위하여 위법성과 과실을 통합하여 위법성과 과실 중의 어느 하나가 입증되면 다른 요건은 당연히 인정된다는 견해가 있다. 판례는 ‘어떠한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 할지라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의 유무에 대하여는 별도의 판단을 요한다’라고 하고 있으나[판례1], 최근에는 ‘직무상 위법행위 있는 경우 과실도 인정된다’고 하여 일원적 관념의 의미로 판시한 경우도 있다[판례2].
판례1: 어떠한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 할지라도 그 자체만으로 곧바로 그 행정처분이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의 유무에 대하여는 별도의 판단을 요한다(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2다31018 판결). 판례2: 구 식품위생법 제7조, 제9조, 제10조, 제16조 등 관련 규정이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및 관련 공무원에게 합리적인 재량에 따른 직무수행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하더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등에게 그러한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상황 아래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등이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경우에는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하게 된다. 그리고 위와 같이 식약청장등이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한 것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여 위법한 것으로 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실도 인정된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다77795 판결 - 미니컵 젤리로 인한 질식사 사건). |
(다) 고의·과실의 입증책임
고의·과실의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피해자인 원고에게 있다. 그러나 이를 원칙적으로 관철시키면 피해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이유로 그 입증책임을 경감시키기 위해 일응추정의 법리➋를 원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주장되고 있으나, 아직 판례는 이를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
(라) 구체적 검토
① 공무원의 법령해석과 과실
㉠ 원칙상 인정 : 공무원의 법령의 해석적용상 잘못이 있으면 원칙상 과실이 인정된다. 왜냐하면 공무원은 직무상 필요한 법적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무원의 법적 지식의 부족이 무과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판례: 법규해석을 그르쳐 위법한 행정처분을 한 행정청의 귀책사유 유무 법령에 대한 해석이 복잡, 미묘하여 워낙 어렵고, 이에 대한 학설, 판례조차 귀일되어 있지 않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관계법규를 알지 못하거나 필요한 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법규의 해석을 그르쳐 행정처분을 하였다면 그가 법률전문가 아닌 행정직 공무원이라고 하여 과실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바, 서울특별시 중구청장이 미성년자인 남녀의 혼숙행위를 이유로 숙박업 영업허가를 취소하였다면 서울특별시는 국가배상법상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대법원 1981. 8. 25. 선고 80다1598 판결). 비교판례: 행정청이 확립된 법령의 해석에 어긋나는 견해를 고집하여 계속하여 위법한 행정처분을 하거나 이에 준하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불이익을 처분상대방에게 계속 주는 경우, 손해배상책임이 있는지 여부(적극) 대법원의 판단으로 관계 법령의 해석이 확립되고 이어 상급 행정기관 내지 유관 행정부서로부터 시달된 업무지침이나 업무연락 등을 통하여 이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게 된 상태에서, 확립된 법령의 해석에 어긋나는 견해를 고집하여 계속하여 위법한 행정처분을 하거나 이에 준하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불이익을 처분상대방에게 주게 된다면, 이는 그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이 되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5다31828 판결). |
㉡ 예외적 부정 : 평균적인 공무원이 가질 수 있는 통상의 법률적 소양으로 바탕으로 직무행위를 한 경우에는 후에 그 처분의 위법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
판례: 법령해석에 다툼이 있어 그 중 어느 한 견해를 따라 내린 해석 및 처리 결과가 후에 부당 집행으로 판명된 경우, 당해 공무원에 대한 직무상 과실의 인정 여부 법령에 대한 해석이 그 문언 자체만으로는 명백하지 아니하여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는데다가 이에 대한 선례나 학설, 판례 등도 귀일된 바 없어 의의가 없을 수 없는 경우에 관계 공무원이 그 나름대로 신중을 다하여 합리적인 근거를 찾아 그 중 어느 한 견해를 따라 내린 해석이 후에 대법원이 내린 입장과 같지 않아 결과적으로 잘못된 해석에 돌아가고, 이에 따른 처리가 역시 결과적으로 위법하게 되어 그 법령의 부당집행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처리 방법 이상의 것을 성실한 평균적 공무원에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까지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과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5. 10. 13. 선고 95다32747 판결). |
② 행정규칙에 따른 처분 : 행정규칙에 따른 처분의 경우에는 후에 그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한 위법한 처분임이 판명된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판례: 행정규칙의 기준에 따른 처분에 대한 과실의 인정여부 영업허가취소처분이 나중에 행정심판에 의하여 재량권을 일탈한 위법한 처분임이 판명되어 취소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당시 시행되던 공중위생법시행규칙에 정하여진 행정처분의 기준에 따른 것인 이상 그 영업허가취소처분을 한 행정청 공무원에게 그와 같은 위법한 처분을 한 데 있어 어떤 직무집행상의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4. 11. 8. 선고 94다26141 판결). |
③ 항고소송에서 행정청의 처분이 취소된 경우 : 어떠한 행정처분이 뒤에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다고 할지라도 그 자체만으로 그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판례: 행정처분 후 항고소송에서 취소된 경우 과실의 인정여부 어떠한 행정처분이 후에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다고 할지라도 그 기판력에 의하여 당해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 행정처분의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 비로소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다. … 국가시험출제의 잘못에 기인한 불합격처분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불합격처분이 취소된 경우에도 국가배상법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1다33789 판결) 판례: 어떠한 행정처분이 뒤에 항고소송에서 취소된 경우, 그 자체만으로 그 행정처분이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어떠한 행정처분이 뒤에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다고 할지라도 그 자체만으로 그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바, 그 이유는 행정청이 관계 법령의 해석이 확립되기 전에 어느 한 설을 취하여 업무를 처리한 것이 결과적으로 위법하게 되어 그 법령의 부당집행이라는 결과를 빚었다고 하더라도 처분 당시 그와 같은 처리방법 이상의 것을 성실한 평균적 공무원에게 기대하기 어려웠던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두고 공무원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대법원 2001. 3. 13. 선고 2000다20731 판결). |
④ 행정처분 후 처분의 근거법령이 위헌결정 된 경우 :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기 전까지는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라 할 수 없어, 이를 심사할 권한이 없는 공무원으로서는 그 법률을 적용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이 사후에 그 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되어 결과적으로 위법하게 집행된 처분이 된다 할지라도, 이에 이르는 과정에 있어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므로,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공무원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지 여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헌법재판소 2011. 3. 31.자 2009헌바286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