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의 기산점 - 법률상 장애와 사실상 장애의 예
1. 법률상 장애로 본 경우
① 정지조건의 미성취 또는 이행기의 미도래
甲과 乙은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시 각 토지 중 용도지역이 생산녹지지역인 토지가 생산녹지지역에서 해제되는 때를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이행기로 정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甲의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 이행기가 도래한 때, 즉 위 각 토지에 대한 용도지역이 생산녹지지역에서 해제된 때부터 진행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5다21029 판결).
② 헌법재판소의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면직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 규정이 위헌으로 결정되어 위헌결정의 소급효로 인하여 면직처분이 당연무효가 되고 그 면직처분이 불법행위에 해당되는 경우라도, 그 손해배상청구권은 위헌결정이 있기 전까지는 법률 규정의 존재라는 법률상 장애로 인하여 행사할 수 없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위헌결정일로부터 진행되는 것이고, 이러한 법리는 그 법률이 위헌결정 당시에는 실효되었다 할지라도 그 법률 규정으로 인한 면직처분의 효력이 그대로 지속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1996. 7. 12. 선고 94다52195 판결).
③ 권리행사 절차의 불비
대상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매 목적물의 수용 또는 국유화로 인하여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 되었을 때 매수인이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그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이나, 국유화가 된 사유의 특수성과 법규의 미비 등으로 그 보상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나 절차가 없다가 상당한 기간이 지난 뒤에야 보상금청구의 방법과 절차가 마련된 경우라면, 대상청구권자로서는 그 보상금청구의 방법이 마련되기 전에는 대상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던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된 시점부터 대상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진행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할 것인바, 이는 대상청구권자가 보상금을 청구할 길이 없는 상태에서 추상적인 대상청구권이 발생하였다는 사유만으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대상청구권자에게 너무 가혹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반할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에 부합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대법원 2002. 2. 8. 선고 99다23901 판결).
④ 형성판결의 부존재
지료청구권 행사의 전제가 되는 지료확정에 관한 절차가 없었음이 명백한 경우 지료확정이 없이 그 청구권의 소멸을 논할 수 없다.
⑤ 청구권의 불발생
발행인에 대한 약속어음상의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만기의 날로부터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나, 그 약속어음이 수취인 겸 소지인의 발행인에 대한 장래 발생할 구상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발행된 것이라면, 소지인은 발행인에 대하여 구상채권이 발생하지 않은 기간 중에는 약속어음상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고, 구상채권이 현실로 발생한 때에 비로소 이를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므로, 그 약속어음의 소지인의 발행인에 대한 약속어음상의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위 구상채권이 현실적으로 발생하여 그 약속어음상의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법률적으로 가능하게 된 때부터 진행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러한 결과가 민법 제184조 제2항의 규정에 반하여 소멸시효를 가중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4. 12. 10. 선고 2003다33769 판결).
2. 사실상 장애로 본 경우
① 행정처분이 무효인 경우(권리 존재의 부지)
이 사건 관세에 대한 과오납금 환급청구권은 원고가 1995. 5. 9.자 관세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은 때인 1999. 7. 15. 이후에 비로소 행사할 수 있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대법원은 이 사건 관세에 대한 과오납금 환급청구권은 처음부터 법률상 원인 없이 납부한 관세 과오납금의 반환을 구하는 것으로 그 납부시에 발생하여 이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그 소멸시효는 이를 행사할 수 있는 납부일로부터 진행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3두10763 판결).
② 판례의 변경
대법원전원합의체판결에서 무면허운전에 관한 종전의 견해를 변경한 바 있다 하여 이로써 피해자가 보험회사에 대하여 보험금액 직접청구권을 행사함에 있어 법률상 장애가 있었다 할 수 없으므로 그 소멸시효가 위 대법원판결이 있은 때로부터 기산된다 할 수 없다(대법원 1993. 4. 13. 선고 93다3622 판결).
③ 계약이 무효인 경우(권리 존재의 부지)
피고에 대한 탁송료 채권의 소멸시효는 원고들이 피고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실질적으로 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상계계약의 종료일인 2002. 7. 31.부터 진행된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들의 탁송료 채권은 상법 제147조, 제122조 소정의 1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모두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도 옳다(대법원 2005. 4. 28. 선고 2005다3113 판결, 상계계약에 의하여 원고와 피고의 채무를 서로 면제시켰으나 상계계약이 무효인 경우 채무면제 역시 무효가 되어 양자의 채권은 존재하고 있으므로).
④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있는 경우
부동산에 대한 매매대금 채권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과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할지라도 매도인은 매매대금의 지급기일 이후 언제라도 그 대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며, 다만 매수인은 매도인으로부터 그 이전등기에 관한 이행의 제공을 받기까지 그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데 지나지 아니하므로 매매대금 청구권은 그 지급기일 이후 시효의 진행에 걸린다(대법원 1991. 3. 22. 선고 90다9797 판결). 즉, 동시이행의 항변권의 존재도 권리자가 임의로 제거할 수 있으므로, 시효진행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