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권의 소멸과 실효
1. 해제권의 소멸
(1) 상대방의 최고에 의한 해제권의 소멸
해제권의 행사에 대하여 기간이 정하여져 있지 않는 경우에,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해제의 통지를 하지 못하면 해제권은 소멸한다(제552조). 해제 여부를 알 수 없어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다만 그 후 새로운 사유에 의하여 발생한 해제권까지 행사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2005.12.8. 2003다41463).
(2) 목적물 훼손 등에 의한 해제권의 소멸
해제권자가 고의ㆍ과실에 의하여 계약의 목적물을 현저히 훼손하거나 또는 반환하게 할 수 없게 한 때에 또는 가공ㆍ개조로 인하여 다른 종류의 물건으로 변경된 때에는 해제권은 소멸한다(제553조). 해제권자가 목적물을 훼손ㆍ반환불능ㆍ가공ㆍ개조하여 놓고 해제권을 행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기 때문이다.
2. 해제권의 실효
(1) 인정 여부 : 긍정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해제권을 갖는 자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그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할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를 갖기에 이르러 그 후 새삼스럽게 이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해제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1994.11.25. 94다12234).
(2) 구체적 예
① 해제의 의사표시가 있은 무렵을 기준으로 볼 때 무려 1년 4개월 가량 전에 발생한 해제권을 장기간 행사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매매계약이 여전히 유효함을 전제로 잔존채무의 이행을 최고함에 따라 상대방으로서는 그 해제권이 더 이상 행사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하였고 또 매매계약상의 매매대금 자체는 거의 전부가 지급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와 같이 신뢰한 데에는 정당한 사유도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면, 그 후 새삼스럽게 그 해제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이제 와서 매매계약을 해제하기 위하여는 다시 이행제공을 하면서 최고를 할 필요가 있다(1994.11.25. 94다12234).
② 토지매매계약에 있어서 매수인이 매도인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을 제기하자 매도인이 계약체결 후 3년 가까이 매수인의 중도금 및 잔금지급의무의 지체를 문제 삼지 않은 채 사업계획허가서의 제출을 요구하면서 오로지 매매계약상 "허위진술, 부실한 증빙서류의 제시, 담합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하여 토지를 매수하였을 때"의 해제사유만을 문제 삼고 있다가 항소심의 제5차 변론기일에 이르러 갑자기 계약상의 "중도금이나 잔금의 납부를 30일 이상 지연하였을 때" 사전통고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들어 중도금 및 잔금지급의 지체를 이유로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면, 매수인으로서는 대금을 지급하더라도 매도인이 대금을 수령하지 않으리라는 정당한 신뢰를 가지게 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매도인이 매수인의 그러한 신뢰를 저버리고, 예고 한 번도 하지 아니한 채, 대뜸 중도금 및 잔금지급의무의 지체를 들어 해제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1995.5.26. 93다50130).
단, 위 각 사안은 당사자의 해제권 행사를 제한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었던 사안이므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법리가 아님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