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해제
I. 서설
1. 의의
합의해제(또는 해제계약)는 당사자가 이미 체결한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켜 당초부터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던 상대로 만들 것을 내용으로 하는 또 다른 계약을 말한다. 사적자치의 원칙상 이러한 계약은 당연히 인정된다.
2. 구별개념
해제권은 단독행위로서 계약의 성질을 갖는 합의해제와는 성질을 달리한다. 따라서 민법상의 해제에 관한 규정은 합의해제에 적용되지 않는다.
3. 대상
법정해제나 약정해제의 경우에는 물권계약이나 준물권계약의 해제의 인정에 대하여 견해 대립이 있지만, 합의해제의 경우에는 본계약과 별도의 계약이라는 점에서 모든 계약의 합의해제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 다툼이 없다.
II. 합의의 성립
1. 명시적 합의해제 : 청약과 승낙
계약의 합의해지는 계속적 채권채무관계에 있어서 당사자가 이미 체결한 계약의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계약으로서 이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존 계약의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을 그 요건으로 하는 것이고, 이러한 합의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이 서로 객관적으로 일치하여야 한다(1998.8.21. 98다17602).
계약의 합의해제의 요건(2011.2.10. 2010다77385) 계약의 합의해제 또는 해제계약은 해제권의 유무를 불문하고 계약당사자 쌍방이 합의에 의하여 기존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켜 당초부터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상태로 복귀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계약으로서, 계약이 합의해제되기 위하여는 계약의 성립과 마찬가지로 계약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합의)을 요건으로 하는바, 이와 같은 합의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쌍방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일치하여야 한다. 그리고 계약의 합의해제는 명시적으로뿐만 아니라 당사자 쌍방의 묵시적인 합의에 의하여도 할 수 있으나, 묵시적인 합의해제를 한 것으로 인정되려면 계약이 체결되어 그 일부가 이행된 상태에서 당사자 쌍방이 장기간에 걸쳐 나머지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이를 방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사자 쌍방에게 계약을 실현할 의사가 없거나 계약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이 경우에 당사자 쌍방이 계약을 실현할 의사가 없거나 포기할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계약이 체결된 후의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2. 묵시적 합의해제 : 사정의 존재
계약의 합의해제는 명시적으로 이루어진 경우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으로, 계약의 성립 후에 당사자 쌍방의 계약실현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로 인하여 쌍방 모두 이행의 제공이나 최고에 이름이 없이 장기간 이를 방치하였다면, 그 계약은 당사자 쌍방이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의사가 일치됨으로써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1994.8.26. 93다28836). 다만 계약이 묵시적으로 해제되었다고 보기 위하여는 계약의 실현을 장기간 방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사자 쌍방에게 계약을 실현할 의사가 없거나 계약을 포기하는 동기에서 비롯되어 장기간 방치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1992.2.28. 91다28221). 당사자 쌍방이 계약을 실현할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계약이 체결된 이후의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3. 이행의 제공을 요하는지 여부
계약의 합의해제에 있어서는 채무불이행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어 쌍방의 자기 채무의 이행제공이 없이도 합의에 의하여 해제를 할 수 있음은 계약자유의 원칙상 당연하고, 묵시적 합의해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1991.7.12. 90다8343).
4. 합의해제 여부의 판단
합의해제가 있었는지 여부 특히 묵시적 합의해제의 여부는 사실인정의 문제에 해당한다. 합의해제의 요건은 법정해제의 요건에 비하여 매우 간이하지만, 판례는 대체로 합의해제 인정에 엄격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 합의해제를 긍정한 경우
(1) 계약실현의사의 결여ㆍ포기로 인한 장기간의 방치
계약 후 당사자 쌍방의 계약실현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로 인하여 쌍방 모두 이행의 제공이나 최고에 이름이 없이 장기간 이를 방치하였다면 그 계약은 당사자 쌍방이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의사의 일치로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1987.1.20. 85다카2197, 단순한 장기간의 방치는 합의해제로 보기 어렵다).
(2) 약정을 부정하는 행위를 한 경우
甲이 화해계약이 성립하기 이전의 종전 주장을 그대로 내세워 화해계약과 양립할 수 없는 소를 제기하였고, 乙은 이를 이유로 甲과의 종전 합의를 모두 철회한다는 통고를 하였으며, 그 후 항소심 재판부가 종전의 화해 약정대로 사건을 해결할 것을 권유하였으나 쌍방 모두 이에 불응하였다면, 그 화해계약은 당사자 쌍방의 묵시적인 합의에 의하여 해제되었다고 보아야 한다(1998.1.20. 97다43499).
(3) 가압류ㆍ압류와 합의해제
채권에 대한 가압류는 제3채무자에 대하여 채무자에게의 지급 금지를 명하는 것이므로 채권을 소멸 또는 감소시키는 등의 행위는 할 수 없고 그와 같은 행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이지만,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의 처분까지도 구속하는 효력은 없다 할 것이므로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채권의 소멸만을 목적으로 계약관계를 합의해제한다는 등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3채무자는 채권에 대한 가압류가 있은 후라고 하더라도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를 합의해제하고 이로 인하여 가압류채권이 소멸되었다는 사유를 들어 가압류채권자에 대항할 수 있다(2001.6.1. 98다17930).
나. 합의해제를 부정한 경우
(1) 원상회복의 약정이 없는 경우
계약을 합의해제할 때에 원상회복에 관하여 반드시 약정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매계약을 합의해제하는 경우에 이미 지급된 계약금, 중도금의 반환에 관하여는 아무런 약정도 하지 아니한 채 매매계약을 해제하기만 하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이례에 속하는 일이므로 합의해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1994.9.13. 94다17093, 합의해제 이전에 이미 이행이 있는 경우이다. 합의해제 이전에 이행이 없는 경우에는 원상회복 존부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지 않을 것이다).
(2) 손해배상에 대하여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
계약을 합의해제 함에 있어 손해배상의 합의는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손해배상 문제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으로 의견이 엇갈린다면 계약의 합의해제는 인정하기 어렵다.
III. 효력
1. 당사자 사이의 효력
가. 계약의 소급적 소멸
합의해제 결과 기존의 계약의 효력이 소멸되어 당초부터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상태로 복귀된다. 물권변동도 소급적으로 실효되므로 매도인은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는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1982.7.27. 80다2968).
채권양도가 해제 또는 합의해제된 경우에도 민법 제452조 제1항을 유추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2012.11.29. 2011다17953)
민법 제452조는 ‘양도통지와 금반언’이라는 제목 아래 제1항에서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채권양도를 통지한 때에는 아직 양도하지 아니하였거나 그 양도가 무효인 경우에도 선의인 채무자는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하고, 제2항에서 ‘전항의 통지는 양수인의 동의가 없으면 철회하지 못한다’고 하여 채권양도가 불성립 또는 무효인 경우에 선의인 채무자를 보호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채권양도가 해제 또는 합의해제되어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는 경우에도 유추적용할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지명채권의 양도통지를 한 후 양도계약이 해제 또는 합의해제된 경우에 채권양도인이 해제 등을 이유로 다시 원래의 채무자에 대하여 양도채권으로 대항하려면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의 동의를 받거나 채권양수인이 채무자에게 위와 같은 해제 등 사실을 통지하여야 한다. 이 경우 위와 같은 대항요건이 갖추어질 때까지 양도계약의 해제 등을 알지 못한 선의인 채무자는 해제 등의 통지가 있은 다음에도 채권양수인에 대한 반대채권에 의한 상계로써 채권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선택형> 지명채권의 양도통지를 한 후 양도계약이 합의해제된 경우, 채권양도인이 해제를 이유로 다시 원래의 채무자에 대하여 양도채권으로 대항하려면,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의 동의를 받아 양도통지를 철회하거나 채권양수인이 채무자에게 위와 같은 해제 사실을 통지하여야 한다. [15변시] ( O )
나. 원상회복
원상회복의 내용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결정되지 해제에 관한 제543조 또는 제548조 제2항의 규정은 적용되지 않으므로,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없는 이상 합의해제로 인하여 반환할 금전에 그 받는 날로부터 이자를 가산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1996.7.30. 95다16011).
다. 손해배상의무의 인정 여부
계약이 합의해제된 경우에는 그 해제시에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하기로 특약하거나 손해배상청구를 유보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등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1989.4.25. 86다카1147).
라. 합의해제의 해제
토지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가 매수인의 사정으로 매도인이 위 토지를 다시 매수하고 원계약을 해제하기로 약정한 경우에 있어 위 재계약상의 해제합의는 위 원계약을 소멸(해제)시키는 것으로서 위 원계약의 소멸(해제)로써 그 효과는 완결되고 합의해제 자체의 이행의 문제는 발생할 여지가 없으므로, 원계약의 매도인이 위 재계약상의 매매대금 지급의무를 불이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위 원계약에 대한 해제합의를 해제할 수는 없다(1992.8.18. 92다6266). 그러나 매매계약을 합의해제한 후 그 합의해제를 무효화시키고, 해제된 매매계약을 부활시키는 약정은 계약자유의 원칙상 적어도 당사자 사이에서는 가능하다(2006.4.13. 2003다45700).
마. 합의해제의 취소
합의해제도 계약이므로 취소원인이 있는 경우 일방은 이를 해제할 수 있다(1994.7.29. 93다58431).
2. 제3자에 대한 효력
합의해제는 소급효가 있지만, 합의해제로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제548조 제1항 단서의 유추적용). 여기서 말하는 제3자의 범위는 법정해제의 제3자와 동일하게 보는 게 판례의 태도이다. 즉 완전한 권리를 취득한 자만이 보호가 되며, 이 경우 제3자의 선의ㆍ악의는 불문하나, 합의해제로 인한 원상회복 이전에 목적물을 전득한 제3자는 선의인 경우에 한하여 보호받는다(제3자가 악의라는 사실의 주장ㆍ입증책임은 계약해제를 주장하는 자에 있다(2005.6.9. 2005다6341)). 다만 법정해제의 경우와 달리 합의해제의 경우에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제3자의 법적 지위를 침해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계약으로 생긴 채권의 양수인은 보호받는 제3자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