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소유물 임대차의 법률관계
I. 서설
타인 소유물에 대하여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예로는 ① 계약 당시부터 타인의 소유물이었던 경우와 ② 계약 당시에는 임대인의 소유였으나 임대차 목적물의 양도, 임대차 계약의 취소ㆍ해제, 권리추탈 소송의 확정 등으로 인하여 타인의 소유물이 된 경우가 있다. 어느 경우이든 임대차 목적물의 소유자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경우 복잡한 법률관계가 발생하는바, 타인 소유물의 임대차 계약이 유효한지 여부, 임대차 존속중의 임대인과 임차인 및 진실한 소유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살펴보고, 나아가 타인의 물건을 임대한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종료 후에 임차인에게 차임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II. 임대차계약의 유효 여부
1. 유효 여부
타인 소유물이라도 임대차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설사 임차인이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판례 역시 "임대차는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에게 목적물을 사용, 수익케 할 것을 약정하면 되는 것으로서 나아가 임대인이 그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이나 기타 그것을 처분할 권한을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며, 임대차계약이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다(1991.3.27. 88다카30702)."고 판시하여 같은 입장이다. 임대인이 목적물을 인도하여 임차인이 이를 사용 수익하고 있었다면 임대차 존속 중에 임대인의 소유권 또는 목적물에 대한 사용수익권의 상실 등으로 그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정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곧바로 그 임대차계약이 무효가 되거나 종료하는 것은 아니다.
2. 착오취소 여부
임차인은 타인의 소유물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였다가 나중에 목적물이 타인의 소유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판례는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임대한 것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사유는 될 수 없고, 목적물이 반드시 임대인의 소유일 것을 특히 계약의 내용으로 삼은 경우라야 착오를 이유로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1975.1.28. 74다2069)."고 판시하여, 임대차계약은 당사자의 한 쪽이 상대방에게 목적물을 사용 수익하게 할 것을 약정하면 되는 것이요, 나아가 그 목적물에 대하여 소유권 기타 그것을 처분할 권한이 임대인에게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임대인의 담보책임은 인정되지 않고, 임차인이 목적물이 타인의 소유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하여 착오에 의한 취소권이 인정될 것이므로 임차인은 이를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III. 임차인의 사용수익이 가능한 경우의 법률관계
1. 임대인과 임차인의 법률관계
가. 임대차 존속 중의 법률관계
임대차 존속 중에 임대인이 소유권 또는 사용수익권을 상실하더라도 곧바로 임대차 계약이 무효가 되거나 임대차 계약이 이행불능으로 종료되는 것은 아니므로,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하여 목적물을 완전하게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차임을 지급할 의무는 진다. 따라서 임대인이 받은 차임은 임차인에 대하여 부당이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임차인은 진실한 소유자에게 차임지급의무가 없다.
나. 임대차 종료 후의 법률관계 (★)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임대차 계약이 기간의 만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해지 등의 사유로 종료한 경우, ⅰ) 임차인은 임대차 기간이 종료한 이후 소유자가 아닌 임대인에게 임대차목적물을 반환하여야 하며, ⅱ)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그 부동산을 명도하고 해지로 인한 임대차 종료시까지의 연체차임 및 그 이후부터 명도 완료일까지 그 부동산을 점유ㆍ사용함에 따른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고(1996.9.6. 94다54641, 목적물의 소유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지 않음에 유의할 것), ⅲ) 이와 같은 법리는 임차인이 임차물을 전대하였다가 임대차 및 전대차가 모두 종료된 경우의 전차인에 대하여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대로 적용된다(2001.6.29. 2000다68290). 결론적으로 임차인은 진실한 소유자에 대하여 부당이득의 반환의무가 없다.
2. 진실한 소유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
가. 상대방
진실한 소유자에 대하여 임대인은 간접점유자로서, 임차인은 직접점유자로서 모두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진다. 나아가 임대인 또는 임차인의 고의ㆍ과실이 있는 경우 불법행위도 성립할 수 있다.
나. 적용법조
통설ㆍ판례는 원물을 점유하고 있던 자가 원물을 반환하는 경우에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성질을 가진 제201조 내지 제203조가 특칙으로서 적용되는 반면, 목적물이 소비되는 등의 사유로 원물반환이 아닌 가액반환을 하는 경우에는 부당이득반환의 일반원칙인 제748조가 적용된다고 한다. 따라서 원물반환에 해당하는 이 경우 제201조 내지 제203조가 적용된다.
다. 임대인에게 차임을 지급한 임차인이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지는지 여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이미 차임을 지급하였을 때에는 임차인에게 이득이 없으므로 진실한 소유자는 임차인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견해(다수설)와 설사 임대인에게 차임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진실한 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여전히 아무런 권원 없이 점유한 셈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사정이 있더라도 진실한 소유자는 임차인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라. 반환범위
임차인은 선의ㆍ악의를 불문하고 임대인에 대하여 차임지급의무가 있지만, 진실한 소유자에 대하여는 악의인 경우에만 부당이득반환의무도 있다(선의의 점유자는 과실수취권이 있으므로). 다만, 임대인이 선의인 경우 그 임대인은 목적물에 대한 과실수취권이 있고, 임차인에 대한 차임이나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은 목적물의 과실로서 이를 수취할 권리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 한도 안에서는 임차인이 악의라 하더라도 진실한 소유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IV. 임대인의 이행불능시의 법률관계
1. 임대인과 임차인의 법률관계
가. 임대차 계약의 종료
임대차 존속 중에 임대인이 소유권 또는 사용수익권을 상실하더라도 곧바로 임대차 계약이 무효가 되거나 임대차 계약이 이행불능으로 종료되는 것은 아니지만, 임차인이 진실한 소유자로부터 목적물의 반환청구나 임료 내지 그 해당액의 지급요구(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받는 등의 이유로 임대인이 임차인으로 하여금 사용ㆍ수익케 할 수가 없게 되었다면 임대인의 채무는 이행불능이 되고, 그 결과 임차인의 해지의사를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임대차 계약은 종료한다고 볼 것이지, 임대인의 채무가 손해배상 채무로 변환된 상태로 채권ㆍ채무관계가 존속한다고 볼 수 없다(1996.3.8. 95다15087). 이는 진실한 소유자의 목적물반환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있으면 임차인은 임대인의 채무가 이행불능으로 되어 임대인에 대하여 차임지급청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사정 등을 이유로 임대인이 임차인으로 하여금 사용ㆍ수익케 할 수가 없게 되었다면 임대인의 채무는 이행불능으로 된다는 의미이다.
나. 임차인의 차임지급거절권
임차인이 진실한 소유자로부터 목적물의 반환청구나 임료 내지 그 해당액의 지급요구를 받는 등의 이유로 임대인이 임차인으로 하여금 사용ㆍ수익케 할 수가 없게 되었다면 임대인의 채무는 이행불능으로 되고, 임차인은 이행불능으로 인한 임대차의 종료를 이유로 그 때 이후의 임대인의 차임지급청구를 거절할 수 있다(1996.9.6. 94다54641). 그러나 목적물 점유시로부터 이행불능으로 인한 임대차종료시까지의 미지급된 차임에 대하여는 지급거절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미지급된 차임이 있는 경우 임차인으로서는 임대인에 대한 차임지급의무와 진실한 소유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가 병존한다.
2. 진실한 소유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
위의 설명이 그대로 적용된다.
V. 임차인이 전대를 한 경우에의 적용
1. 위 법리의 적용
임차인이 전대를 한 이후 임대차 계약의 해지 등으로 임차권이 소멸한 경우에도 위 법리가 적용된다. 즉 임대인이 소유권을 상실함으로써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의 법리는 임차인이 임차권(사용수익권)을 상실함으로써 전차인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에 그대로 적용된다.
2. 구체적 내용
임대차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목적물을 사용ㆍ수익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차임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면 되는 것으로서 나아가 임대인이 그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 기타 이를 임대할 권한이 있을 것을 성립요건으로 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 임대목적물이 타인 소유라고 하더라도 그 타인이 목적물의 반환청구나 임료 내지 그 해당액의 지급을 요구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그 부동산을 명도하고 임대차 종료일까지의 연체차임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은 물론, 임대차 종료일 이후부터 부동산 명도 완료일까지 그 부동산을 점유ㆍ사용함에 따른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금을 반환할 의무도 있다고 할 것인바, 이와 같은 법리는 임차인이 임차물을 전대하였다가 임대차 및 전대차가 모두 종료된 경우의 전차인에 대하여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대로 적용된다(2001.6.29. 2000다68290). 즉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임대차관계가 소멸하였다고 하여 임차인과 전차인 사이의 전대차관계가 임차인이 전차인으로 하여금 목적물을 사용ㆍ수익케 할 수 없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이 당연히 소멸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한편 이행불능에 의한 전대차 계약의 종료시에 대하여 판례는 "소유자의 임대차계약 해지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소유자와 임차인 사이의 임대차계약이 종료되고 소유자가 전차인에 대하여 목적물의 반환과 차임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우, 위와 같은 청구를 한 날 이후에도 전차인에게 임차인에 대한 관계에서 차임 상당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2005.5.26. 2005다4048, 전차인의 차임지급거절권)."고 판시하여 '소유자가 전차인에 대하여 목적물의 반환과 차임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때'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