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이익의 손해배상
1. 신뢰이익의 범위
가. 적극적 손해와 소극적 손해
신뢰이익은 「무효한 계약을 유효한 것으로 믿었으므로 말미암아 받은 손해」이므로 ⅰ) 유효라고 믿고 지출한 비용(적극적 손해, 지출비용, 계약비용)과 ⅱ) 유효라고 믿었기 때문에 포기한 이익(소극적 손해, 기대비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예컨대 甲이 乙로부터 중고자동차 1대를 100만원에 구입하였는데 계약이 무효가 되었을 때, 甲이 자동차 구입시에 들인 계약체결비용ㆍ등록비용 등은 적극적 손해에 해당하고, 乙때문에 丙의 제안을 거절하였는데 현재 丙의 중고자동차 가격이 120만원이 되었을 때 그 차액인 20만원이 소극적 손해에 해당한다.
신뢰이익의 산정시 주의할 점은 ⅰ) 채권자의 급부는 부당이득 또는 원상회복에 의하여 반환받아야 할 대상이어서 신뢰이익으로 보아서는 아니되므로, 위 예에서 甲이 지급한 100만원은 신뢰이익이 될 수 없고, ⅱ) 계약이 유효라고 신뢰하기 전에 지출한 비용은 신뢰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통상손해와 특별손해
지출비용은 통상의 지출비용과 초과 지출비용으로 구분할 수 있는바, 신뢰이익 중 계약의 체결과 이행을 위하여 통상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통상의 손해로서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 배상을 구할 수 있고, 이를 초과하여 지출되는 비용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상대방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 한하여 그 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2002.6.11. 2002다2539). 따라서 채권자가 채무자의 급부를 활용할 목적으로 이른바 신뢰투자는 급부의 활용이 계약내용으로 약정되었거나 당연히 전제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지출비용도 통상손해로 볼 것이다. 위 예에서 甲이 인도한 자동차를 레이싱카로 개조하기 위하여 비용을 들였다면 그 비용이 여기에 해당한다.
판례는 ⅰ) 소유권이전등기비용으로서 법무사 비용ㆍ인지대ㆍ채권구입비 등(1999.7.27. 99다13621), 물건의 운송비용, 대금조달을 위하여 지출한 이자, 물건홍보를 위하여 고용한 직원의 보수(1992.4.28. 91다29972), 저당권설정을 위하여 들인 등기비용(1999.2.9. 98다49014), 아파트 수분양자의 국민채권매입비용(2002.6.11. 2002다2539)은 통상의 지출비용으로 보았고, ⅱ) 채무자가 알 수 없었던 채권자가 대지매입 이후 들인 건물의 건축설계비ㆍ공사비ㆍ도급계약금(1996.2.13. 95다47619), 제3자에게 계약 이행을 하지 못하여 몰취된 계약금(1991.10.11. 91다25369), 판매사원의 고용비용은 특별의 지출비용으로 보았다.
다. 과잉배상금지의 원칙과 이중배상금지의 원칙
배상되어야 할 신뢰이익은 이행이익의 범위를 초과하지 못한다(제535조 1항 단서의 유추). 이는 채권자가 계약이 정상적으로 수행됨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이익 이상을 취득하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신뢰이익 손해를 이행이익 손해와 같이 청구하는 경우에는 중복배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행이익 손해는 신뢰이익 손해를 공제한 순이익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한다(1992.4.28. 91다29972).
2. 신뢰이익의 산정기준시
신뢰이익은 계약의 무효ㆍ취소ㆍ해제 사유 등이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를 기준으로 결정한다. 따라서 무효 사유를 안 이후에 지출한 비용은 신뢰이익으로 볼 수 없다.
3. 구체적 예
가. 신뢰이익과 이행이익을 모두 청구할 수 있는 경우
(1) 계약해제로 인한 손해배상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해제(또는 계약해지)와 아울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그 계약이행으로 인하여 채권자가 얻을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에 갈음하여 그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채권자가 지출한 비용 즉 신뢰이익의 배상을 구할 수도 있다고 할 것이고, 그 신뢰이익 중 계약의 체결과 이행을 위하여 통상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통상의 손해로서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 배상을 구할 수 있고, 이를 초과하여 지출되는 비용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상대방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 한하여 그 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다만 그 신뢰이익은 과잉배상금지의 원칙에 비추어 이행이익의 범위를 초과할 수 없다(2002.6.11. 2002다2539(해제), 2006.2.10. 2003다15501(해지)). 즉 ⅰ) 신뢰이익의 배상은 이행이익의 배상과 선택적이며, ⅱ) 신뢰이익은 통상지출비용과 초과지출비용으로 나눌 수 있는바, 통상지출비용은 통상손해에 해당하지만 초과지출비용은 특별손해에 해당하고, ⅲ) 신뢰이익의 배상은 이행이익의 배상을 초과할 수 없다.
신뢰이익의 배상범위(2007.1.25. 2004다51825)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해제와 아울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그 계약이행으로 인하여 채권자가 얻을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일정한 경우에는 그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채권자가 지출한 비용 즉 신뢰이익의 배상도 구할 수 있는 것이지만, 중복배상 및 과잉배상 금지원칙에 비추어 그 신뢰이익은 이행이익에 갈음하여서만 구할 수 있고, 그 범위도 이행이익을 초과할 수 없다(1992.4.28. 91다29972, 2002.6.11. 2002다2539 참조). 그런데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총판매원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원고가 얻었을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에 관하여 판단함에 있어 위 총판매원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었을 경우의 예상 판매량 및 판매이익률에 따른 원고의 일실이익을 520,800,000원으로 산정한 다음 피고에게 그 전액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함과 동시에, 이 사건 총판매원계약이 제대로 이행될 것으로 믿고 원고가 지출한 판매 및 관리비용 즉 신뢰이익의 배상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에 관한 판단에 있어서도 원고가 지출한 판매 및 관리비용 총액에서 원고가 실제로 얻은 매출이익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인 1,234,835,069원에 대하여 피고에게 배상책임을 인정함으로써, 이행이익의 범위를 초과하는 신뢰이익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하였을 뿐 아니라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에 대한 중첩적인 배상책임을 인정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2) 무권대리인의 상대방
민법 제135조 1항은 무권대리인의 상대방은 선택에 좇아 이행 또는 손해배상을 무권대리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의 손해배상에 대하여 학설은 이행에 갈음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그 손해배상의 범위는 대체로 신뢰이익뿐만 아니라 이행이익도 포함한다고 본다.
나. 신뢰이익만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
(1) 원시적 불능에 의한 손해배상
목적이 불능한 계약을 체결할 때에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자는 상대방이 그 계약의 유효를 믿었음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 배상액은 계약이 유효함으로 인하여 생길 이익액을 넘지 못하고 상대방이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제535조).
원시적 불능과 신뢰이익의 배상(2011.7.28. 2010다1203) 박물관을 건립한 甲주식회사가 乙주식회사와, 乙회사가 박물관을 위탁관리하면서 통일전망대와 박물관 입장이 모두 가능한 단일입장권을 발행하여 입장료를 통합 징수한 다음 박물관 입장료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박물관 관리운영비를 공제한 나머지를 甲회사에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한 경우, 통일전망대 입장료는 폐기물관리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청소비 명목의 입장료를 징수하는 것이지만 박물관의 입장료는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박물관의 입장료로서 법적 성질을 달리하는 점 등에 비추어 통일전망대 입장료를 징수하면서 박물관에 대한 입장료를 통합 징수할 목적으로 단일입장권을 발행하는 것은 계약 당시부터 사실상ㆍ법률상 불가능한 상태였으므로 위 계약은 원시적으로 불능이어서 무효이고, 乙회사는 계약 체결 당시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甲회사에 민법 제535조 제1항에 따라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
(2) 착오 취소에 의한 손해배상
착오취소의 경우 표의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제535조)을 유추적용하여 인정하는 견해가 있다. 즉 표의자의 착오에 경과실이 있고 그로 인하여 계약을 취소한 경우 이는 계약체결상에 과실이 있는 것이므로 제535조를 유추적용하여 상대방에게 신뢰이익의 배상을 하여야 한다고 한다. 다만 표의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손해배상책임이 없고, 상대방이 계약이 유효라고 믿는 데에 과실이 없는 경우에만 표의자의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불법행위책임을 근거로 드는 견해가 있으며, 판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 이외에 행위의 위법성이 요구되므로, 전문건설공제조합이 계약보증서를 발급하면서 조합원이 수급할 공사의 실제 도급금액을 확인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민법 제109조에서 중과실이 없는 착오자의 착오를 이유로 한 의사표시의 취소를 허용하고 있는 이상, 전문건설공제조합이 과실로 인하여 착오에 빠져 계약보증서를 발급한 것이나 그 착오를 이유로 보증계약을 취소한 것이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1997.8.22. 97다13023)."고 판시하여 부정적이다. ('착오 취소' 부분 참조)
(3) 하자담보책임
하자담보책임의 법적성질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법정책임설로 이론구성하거나 무과실책임을 강조하는 견해에 의하면 신뢰이익의 배상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의 '신뢰이익'이란 '하자가 없다고 믿고 매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생긴 손해'를 의미한다) 반면 채무불이행책임설을 취하는 견해는 대체로 이행이익의 배상으로 보고 있다.
(4) 계약교섭의 부당파기
계약교섭의 부당한 중도파기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경우 그러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일방이 신의에 반하여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교섭을 파기함으로써 계약체결을 신뢰한 상대방이 입게 된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로서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된다고 믿었던 것에 의하여 입었던 손해 즉 신뢰손해에 한정된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신뢰손해란 예컨대, 그 계약의 성립을 기대하고 지출한 계약준비비용과 같이 그러한 신뢰가 없었더라면 통상 지출하지 아니하였을 비용 상당의 손해라고 할 것이며, 아직 계약체결에 관한 확고한 신뢰가 부여되기 이전 상태에서 계약교섭의 당사자가 계약체결이 좌절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지출한 비용, 예컨대 경쟁입찰에 참가하기 위하여 지출한 제안서, 견적서 작성비용 등은 여기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한편 만일 이행의 착수가 상대방의 적극적인 요구에 따른 것이고, 바로 위와 같은 이행에 들인 비용의 지급에 관하여 이미 계약교섭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중 일방이 계약의 성립을 기대하고 이행을 위하여 지출한 비용 상당의 손해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에 해당한다. 침해행위와 피해법익의 유형에 따라서는 계약교섭의 파기로 인한 불법행위가 인격적 법익을 침해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초래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러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에 대하여는 별도로 배상을 구할 수 있다(2003.4.11. 2001다53059, 2004.5.28. 2002다32301). 즉 계약체결비용 또는 계약준비비용은 통상손해에 해당하지만, 계약이행준비비용 또는 계약이행비용은 이행의 착수가 상대방의 적극적인 요구에 의한 경우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 상대방의 배상의무가 있다(특별손해보다 요건이 까다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