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의 확대적용
통설(계약책임설)은 원시적 불능에 해당하여 계약이 무효인 경우 외에도 계약의 성립과정에서 당사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1. 계약이 성립하지 않은 경우
가. 계약교섭단계의 손해 발생
계약교섭단계에서 상대방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생명ㆍ신체ㆍ재산에 침해를 준 경우이다. 예컨대 상점에서 융단을 사려다가 옆에 세워졌던 다른 융단이 넘어짐에 따라 상해를 입은 경우, 미성년자가 어머니를 따라 슈퍼마켓을 따라 갔다가 채소껍질을 밟고 넘어진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통설은 이 경우 피해자에게 유리한 계약책임의 법리를 준용하고자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을 인정한다(독일의 판례도 동지). 하지만 우리 민법의 책임법 체계에 의하면 불법행위책임으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
나. 계약교섭의 부당파기
후술
2. 계약이 성립한 경우
가. 계약이 무효인 경우
강행법규 위반으로 인하여 계약이 무효가 된 경우, 제103조에 위반하여 계약이 무효가 된 경우, 의사무능력으로 인하여 계약이 무효가 된 경우, 요식행위 위반으로 인하여 계약이 무효가 된 경우에 상대방의 과실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통설이다. 하지만 우리 민법의 책임법 체계에 의하면 불법행위책임으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 판례는 증권회사의 임ㆍ직원이 강행규정에 위반한 투자수익보장으로 투자를 권유하였으나 투자 결과 손실을 본 경우에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다(1996.8.23. 94다38199).
나. 계약이 취소된 경우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가 있기까지 상대방은 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믿고 투자를 하였는바, 표의자의 착오에 대하여 상대방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표의자는 상대방에게 신뢰이익 배상을 하여야 하는지에 대하여 표의자의 착오에 경과실이 있고 그로 인하여 계약을 취소한 경우 이는 계약체결상에 과실이 있는 것이므로 제535조를 유추적용하여 상대방에게 신뢰이익의 배상을 하여야 한다고 견해가 있다. 생각건대 표의자의 착오 즉 과실로 말미암아 상대방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손해전보의 책임을 표의자가 지는 것이 형평의 원칙에 부합하며, 표의자가 착오를 원인으로 하여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점이 상대방에게 발생한 손해를 정당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그 법적 근거는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을 유추하기보다는 불법행위에 의하여 해결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판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 이외에 행위의 위법성이 요구되므로, 전문건설공제조합이 계약보증서를 발급하면서 조합원이 수급할 공사의 실제 도급금액을 확인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민법 제109조에서 중과실이 없는 착오자의 착오를 이유로 한 의사표시의 취소를 허용하고 있는 이상, 전문건설공제조합이 과실로 인하여 착오에 빠져 계약보증서를 발급한 것이나 그 착오를 이유로 보증계약을 취소한 것이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1997.8.22. 97다13023)."고 판시하였다. 즉 경과실 있는 착오자가 계약을 취소한 경우에 관하여 불법행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다. 계약이 유효인 경우
계약은 유효하게 성립하였으나, 계약체결 이전에 있었던 상대방의 고지의무 또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 통설은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 경우 부수적 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완전이행책임으로 해결하면 되므로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은 인정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3. 계약종료후의 과실책임
계약관계가 종료하더라도 당사자는 곧바로 무연의 사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신의칙에 의한 의무를 상호 부담하며, 그것을 태만한 경우에는 계약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이론이나, 우리 법제에 의하면 역시 불법행위책임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재산적 거래관계에서 신의칙상 거래 상대방에게 고지의무를 부담하는 경우(2014.7.24. 2013다97076) 재산적 거래관계에 있어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상대방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 사정을 고지하였다면 상대방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거나 적어도 그와 같은 내용 또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 계약 당사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미리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때에도 상대방이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거나 스스로 이를 확인할 의무가 있는 경우 또는 거래 관행상 상대방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등에는 상대방에게 위와 같은 사정을 알리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매수인이 목적물의 시가를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시가보다 낮은 가액을 시가라고 고지한 경우,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 등(2014.4.10. 2012다54997) 일반적으로 매매거래에서 매수인은 목적물을 염가로 구입할 것을 희망하고 매도인은 목적물을 고가로 처분하기를 희망하는 이해상반의 지위에 있으며, 각자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이용하여 최대한으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당사자 일방이 알고 있는 정보를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고지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인정된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이 목적물의 시가를 묵비하여 매도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혹은 시가보다 낮은 가액을 시가라고 고지하였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의사결정에 불법적인 간섭을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매수인이 목적물의 시가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목적물의 시가를 알기 위하여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여 감정평가법인이 산정한 평가액을 매도인에게 가격자료로 제출하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에게 평가액이 시가 내지 적정가격에 상당하는 것인지를 살펴볼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법리는 법적 성격이 사법상 매매인 공유재산의 매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