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적 보증인의 해지권
1. 문제점
계속적 보증의 경우에는, 보증거래의 유지, 개별채무의 발생이 거의 보증인의 의사에 무관하게 결정되는 것이므로, 이는 다른 어떤 계약관계보다 당사자간의 신뢰관계에 의지하는 정도가 크다. 따라서 그와 같은 신뢰관계가 깨뜨려졌다는 등 일정한 사유가 생긴 경우에는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면 보증인에게 그 계약의 해지권을 인정하고 그로써 보증인으로 하여금 책임의 굴레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터 주어야 할 것이고, 이에 학설ㆍ판례는 계속적 보증인에 대하여 일정한 경우에 계약해지권을 인정해 주는 데에 이론이 없다. 다만 해지권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법적 근거는 어디에서 구하여야 할 것인가에 관하여만 견해의 대립이 있다.
2. 해지권 인정의 법적 근거
대법원은 "계속적 보증계약에 있어서 보증인의 주채무자에 대한 신뢰가 깨어지는 등 보증인으로서 보증계약을 해지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보증인으로 하여금 그 보증계약을 그대로 유지 존속케 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바람직하지 못하므로 그 계약해지로 인하여 상대방인 채권자에게 신의칙상 묵과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하는 등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보증인은 일방적으로 이를 해지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계속적 보증계약을 해지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보증을 하게 된 경위, 주채무자와 보증인간의 관계, 보증계약의 내용, 채무증가의 구체적 경과와 채무의 규모, 주채무자의 신뢰상실 여부와 그 정도, 보증인의 지위변화, 주채무자의 자력에 관한 채권자나 보증인의 인식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2003.1.24. 2000다37937)."고 판시하였다. 또한 "기간을 정하지 않은 계속적 보증계약이라고 하여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그 해지권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2001.11.27. 99다8353)."고 하여 임의해지권을 부정하는 듯한 판시를 하였다.
3. 해제의 요건
가.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계속적 보증계약을 해지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보증을 하게 된 경위, 주채무자와 보증인간의 관계, 보증계약의 내용, 채무증가의 구체적 경과와 채무의 규모, 주채무자의 신뢰상실 여부와 그 정도, 보증인의 지위변화, 주채무자의 자력에 관한 채권자나 보증인의 인식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1) 보증에 이르게 된 경우
보증당초부터 보증을 할 만한 사정이 없음에도 그러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중대한 착각을 하여 전혀 무관계한 제3자의 채무를 보증하였다거나, 주채무자의 적극적인 기망이나 위협이 그러한 착각에 개재된 경우에는 해지권이 인정된다. 판례는 보증인의 형이 주채무자에게 가해한 것으로 잘못 알고 그 치료비에 대한 보증을 하였으나, 나중에 알아 본 결과 보증인의 형은 그 상대방의 부상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순전히 상대방 자신의 부주의로 상처를 입은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사안에서 보증인의 계약해지를 인정하고 있다(1978.3.28. 77다2298).
(2) 주채무자와 보증인간의 관계
예컨대 회사의 고용직 이사가 아니라 대주주인 보증인이 이사로 취임한 이래 회사의 경영에 관여해 오다가 다른 회사 경영에 전념하기 위하여 이사직을 사임함과 동시에 다시 감사로 취임하여 재직하면서 주주의 지위는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면, 이사의 지위에서 사임하였다는 사유를 내세워 그 보증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다(1995.4.25. 94다37073).
(3) 보증계약의 내용
예컨대 임차인의 채무에 대한 계속적 보증은 신용보증의 경우와 다르게 보증인이 예기하지 않았던 막대한 보증책임이 발생하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할 것이므로 보증인에게 해지권에 대하여 신용보증에 비하여 훨씬 엄격한 요건을 요할 것이다.
(4) 채무증가의 구체적 경과와 채무의 규모
주채무자가 방만한 경영을 하여 보증당시 예상한 규모 이상으로 거래가 확대되고 채무가 증대해 가는 경우, 주채무의 규모가 보증인의 변제능력을 훨씬 초과하여 보증인의 자력으로는 더 이상 변제가 불가능에 이른 경우에는 보증인은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
(5) 주채무자의 신뢰상실 여부와 그 정도
보증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장차 주채무자가 상당 기간 안에 별도의 물적 담보 또는 추가담보를 제공하기로 하였으나 거래규모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주채무자가 약속한 물적 담보를 제공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보증인과 주채무자 사이의 당초의 신뢰관계는 파탄된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보증인의 해지권은 인정된다. 판례는 무면허의료행위를 하던 자가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치료비 채권을 보증하였으나 주채무자가 약속을 어겨 무면허의료업자를 고발한 경우에 무면허의료업자의 해지권을 인정하였다(1986.9.9. 86다카792).
(6) 보증인의 지위변화
예컨대 회사의 이사라는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부득이 회사와 은행 사이의 계속적 거래로 인한 회사의 채무에 연대보증인이 된 자가 그 후 회사로부터 퇴직하여 이사의 지위를 상실하게 된 때에는 사회통념상 계속 보증인의 지위를 유지케 하는 것이 부당하므로, 연대보증계약 성립 당시의 사정에 현저한 변경이 생긴 것을 이유로 그 보증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2000.3.10. 99다61750).
나. 특단의 사정(해지로 인한 신의칙상 묵과할 수 없는 채권자의 손해)이 없을 것
예컨대 갑의 아들이고 을의 이질인 병에게 치료비 배상책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갑과 을이 입원치료비 지급을 연대보증한 뒤에 사고조사 과정에서 병에게는 배상책임이 없음을 알게 되어 병원에 치료비 지급책임이 없다는 통고서를 보낸 경우, 갑과 을은 일방적으로 입원치료비의 보증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갑과 을의 위 보증계약의 해지가 원고에게 신의칙상 묵과할 수 없는 부당한 손해를 입게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1995.6.30. 95다9716).
4. 해지의 방법 및 효과
가. 방법
해지는 의사표시에 의하여 효력이 발생한다. 해지의 의사표시는 반드시 서면에 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나, 채권자가 보증인의 퇴사 사실 등을 인식하고 있다 하여 보증인의 채권자에 대한 해지의 의사표시 없이 보증계약이 당연히 해지되는 것은 아니다(1996.10.29. 95다17533). 또한 근보증계약서상 보증인이 채무자인 회사의 임원에서 퇴임한 때에는 그 사실을 서면으로 은행에 통보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되어 있다고 하여 보증인이 은행과의 사이에서 연대보증계약을 해지하는 의사표시도 반드시 서면에 의하여야만 한다고는 해석되지 않는다(1992.5.26. 92다2332).
나. 효과
해지는 소급효가 없으므로 이미 발생한 보증채무에 대하여는 보증인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1998.6.26. 94다35237). 따라서 해지의 의사표시 이후에 발생한 채무에 대하여는 보증인은 책임을 지지 않지만 이사직을 그만 두기 전에 발생한 채무나 이사직을 그만 둔 후 해지의 의사표시가 있기 전에 발생한 채무에 대하여는 보증책임을 면할 수 없다(1998.6.26. 94다35237). 해지의 효력발생시기에 대하여 1986.9.9. 86다카792는 원심이 신뢰관계파괴 등을 이유로 한 해지를 인정하면서 채권자의 이익보호조치를 위한 기간으로 15일을 설정한 것을 그대로 시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