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질배서
(1) 의의
1) 개념
입질배서란 배서인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어음상의 권리에 질권을 설정할 목적으로 하는 배서를 말한다(어음법 제19조). 입질배서는 어음에만 인정되고, 수표에는 인정되지 않는다.
2) 종류
입질배서도 추심위임배서와 마찬가지로 “담보하기 위하여”, “입질하기 위하여” 등의 질권설정 문구를 어음상에 기재한 「공연한 입질배서」와 질권설정 문구를 기재하지 않고 양도배서의 형식으로 하는 「숨은 입질배서」가 있다. 어음법은 공연한 입질배서만 규정하고 있고, 단순히 입질배서라고 하면 공연한 입질배서를 가리킨다.
(2) 공연한 입질배서
1) 방식
입질배서는 질권자와 「담보하기 위하여」, 「입질하기 위하여」 기타 질권설정을 표시하는 문구를 기재하고 배서인이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는 방식으로 한다(어음법 제19조 제1항). 피배서인(질권자)의 이름을 기재하지 않고 단순히 질권설정 문구만 기재하여 할 수도 있다(백지식 입질배서). 그러나 질권설정 문구까지 생략한 간략백지식 입질배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양도배서와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배서금지어음에도 입질배서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견해의 대립이 있다. 입질배서에는 권리이전적 효력이 없으므로 배서금지어음에도 가능하다는 긍정설도 있으나, 배서금지어음에는 할 수 없다는 부정설이 타당하다. 배서금지어음은 어음법적 방법에 의한 유통이 금지되는 어음인데 일질배서는 어음법적 방법에 의한 어음의 유통에 해당하고, 추심위임배서와 달리 입질배서에는 인정항변의 절단 등 어음의 유통보호를 위한 효력이 거의 다 인정되기 때문이다. 부정설에 의할 때 배서금지어음에 대한 질권 설정은 지명채권의 입질방법에 의해야 한다(민법 제349조).
2) 효력
① 질권설정의 효력
입질배서에는 어음상의 권리 위에 질권을 설정하는 효력만 있고, 권리이전적 효력은 없다. 입질배서의 피배서인은 어음상의 권리를 갖지 못하므로 양도배서나 입질배서는 할 수 없고, 추심위임배서만 할 수 있다(어음법 제19조 제1항 단서). 입질배서의 피배서인이 양도배서를 하였어도 그 배서는 추심위임배서의 효력밖에 없다(통설).
② 인적항변의 절단
입질배서에는 인적항변 절단의 효력이 있다(어음법 제19조 제2항). 입질배서의 피배서인은 어음상의 권리 위에 질권을 취득하므로 어음상 권리의 행사와 관련하여 독립적인 경제적 이익을 갖기 때문이다.
③ 자격수여적 효력 및 선의취득
A. 권리추정력․면책력 자격수여적 효력이 인정되므로 피배서인은 배서의 연속에 의해 적법한 질권자로 추정되고(권리추정력 인정), 피배서인에게 지급한 선의의 채무자는 면책된다(면책력 인정). 다만 어음상의 권리자가 아니라 어음상 권리에 대한 질권자로 추정되는 점이 양도배서의 경우와 다르다.
B. 선의취득 입질배서의 피배서인은 어음상의 권리를 선의취득할 수는 없으나 어음상 권리에 대한 질권은 선의취득할 수 있다(선의취득 인정). 일질배서의 피배서인은 추심위임배서의 피배서인과 달리 독립된 경제적 이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④ 담보적 효력
입질배서에 담보적 효력이 있는가에 대하여는 부정설도 있으나 통설은 긍정설을 취한다. 피배서인은 어음금의 추심과 관련하여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는 독립적인 경제적 이익을 갖고 있으므로 어음금을 추심하지 못한 경우에는 배서인에 대하여 어음채권을 갖는다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3) 질권의 행사
입질배서의 피배서인은 어음상 권리 위에 취득한 질권을 어떻게 행사하는가? 민법 제353조는 채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한 경우 질권의 목적이 된 채권의 실행방법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비교하여 검토해 보기로 한다.
① 행사 가능한 권리의 범위
입질배서의 피배서인은 어음으로부터 생기는 모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어음법 제19조 제1항 본문). 민법에 의해도 채권질권자는 질권의 목적이 된 채권을 직접 청구할 수 있으므로(민법 제353조 제1항), 이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즉 입질배서의 피배서인은 어음금 지급청구, 상환청구 등 어음상 권리의 행사를 위한 재판상․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 어음상의 권리를 취득한 자가 권리를 행사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② 어음금액이 피담보채권액보다 큰 경우
민법 제353조 제2항에 의하면 금전채권에 대한 질권자는 자기 채권의 한도에서만 제3채무자에게 직접 청구를 할 수 있다. 예컨대, X가 Y에 대한 700만 원의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Y로부터 Y의 Z에 대한 1,000만 원의 금전채권에 질권을 설정 받은 경우, X는 그 질권을 실행함에 있어 Z에게 700만 원만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규정은 어음에 입질배서를 받은 피배서인이 질권을 행사하는 데는 적용되지 않는다. 즉 피배서인은 질권의 목적인 어음금액이 피담보채권액보다 더 큰 경우에도 어음채무자에게 어음금액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 어음의 상환증권성으로 인해 질권자는 어음금을 추심하면서 어음을 채무자에게 반환해야 하는데, 질권자가 어음금액의 일부만 지급받고 어음을 반환하면 나머지 어음금액에 대해서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 피배서인은 자기의 채권금액만큼만 변제에 충당하고 나머지 금액은 입질배서인에게 반환해야 한다. 예컨대, X가 Y에 대한 700만 원의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Y로부터 Z가 발행한 1,000만 원의 약속어음에 입질배서를 받은 경우, X는 Z에게 1,000만 원 전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X는 이 중 700만 원을 Y에 대한 채권의 변제에 충당하고 나머지 300만 원은 Y에게 반환하면 된다.
③ 어음의 만기가 피담보채권의 변제기보다 먼저 도래한 경우
민법 제353조 제3항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지 않는다. 민법 제353조 제3항에 의하면 질권의 목적인 채권의 변제기가 피담보채권의 변제기보다 먼저 도래한 경우 질권자는 제3채무자에게 그 변제금액의 공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 그 금액을 자신에게 직접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음에 입질배서를 받은 피배서인은 피담보채권의 변제기와 상관없이 어음의 만기에 채무자에게 어음금을 자신에게 직접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질권자는 피담보채권의 변제기까지 지급받은 어음금을 공탁하여야 한다.
(3) 숨은 입질배서
숨은 입질배서는 입질을 목적으로 하면서 양도배서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배서를 말한다. 일종의 양도담보이다. 법적 성질에 대해서는 숨은 추심위임배서에서와 같은 복잡한 논의는 없고 신탁적 양도로 이해된다. 따라서 숨은 입질배서에는 권리이전적 효력, 인적항변의 절단, 자격수여적 효력, 선의취득, 담보적 효력이 모두 인정된다. 따라서 숨은 입질배서에 의해 어음상의 권리는 피배서인에게 이전하고, 피배서인이 다시 제3자에게 양도배서를 하면 그 제3자는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어음상의 권리를 승계취득한다. 입질의 합의는 어음 외의 관계로서 배서인과 피배서인 간의 인적항변사유가 됨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