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상환증의 채권적 효력
① 의의
화물상환증은 운송물 인도청구권이라는 채권을 표창하므로 그 소지인은 이 채권을 행사하여 운송인에게 운송물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 이를 화물상환증의 채권적 효력이라 한다.
② 문언증권성과 요인증권성
화물상환증소지인은 화물상환증에 기재된 내용대로 권리를 가지고 의무를 부담한다. 이를 문언증권성이라 한다. 한편 화물상환증은 운송계약에 따라 발행된 것이므로 그 권리관계는 운송계약의 내용에 구속된다. 이를 요인증권성이라 한다.
③ 문제점
운송인이 운송계약에 따라 실제로 수령한 운송물의 내역과 화물상환증에 기재된 내역이 다를 때 운송인은 어느 쪽에 따라 물건을 인도해야 하는가? 예를 들어 화물상환증에는 컴퓨터 300대를 운송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실제로 운송인이 수령한 것은 컴퓨터 100대에 불과하였거나 아니면 수령한 물건이 전혀 없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때 요인증권성을 중시하면 운송인은 실제로 수령한 컴퓨터 100대를 인도하거나 수령한 물건이 없으면 아무것도 인도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문언증권성을 중시하면 컴퓨터 300대를 인도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때 컴퓨터 300대를 전부 인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운송물 일부멸실 또는 전부멸실의 경우 손해배상의 기준에 따라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것이다. 상법은 이 문제를 화물상환증 소지인이 누구인가에 따라 달리 해결하고 있다.
④ 송하인이 화물상환증 소지인인 경우
이 경우에는 화물상환증의 기재 내용이 어떠하건 간에 운송인과의 운송계약에 따라 해결한다. 앞의 예에서 운송인은 송하인에게 실제 수령한 바에 따라 컴퓨터 100대를 인도하거나 아무것도 인도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화물상환증의 문언성에 의해 입증책임이 배분된다. 즉 운송인과 송하인 사이에는 화물상환증에 적힌 대로 운송계약이 체결되고 운송물을 수령한 것으로 추정한다(상법 제131조 제1항). 따라서 운송계약에 따라 실제로 운송인에게 인도된 물건의 내역이 화물상환증에 기재된 내역과 다름을 주장하는 자가 그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위 예에서 운송인은 송하인으로부터 화물상환증에 적힌 대로 300대의 컴퓨터를 수령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300대의 컴퓨터 전부를 인도하지 못한 데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려면 운송인이 운송계약에 따라 실제 수령한 물건은 100대뿐이었거나 아니면 전혀 없었던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⑤ 제3자가 화물상환증 소지인인 경우
제3자가 실제와 다른 기재를 신뢰하고 화물상환증을 취득하였으면 그의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 그래서 상법은 문언성에 따라 “화물상환증을 선의로 취득한 소지인에 대하여는 운송인은 화물상환증에 적힌 대로 운송물을 수령한 것으로 보고 화물상환증에 적힌 바에 따라 운송인으로서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131조 제2항).
A. 수량차이의 경우 운송인이 실제로 수령한 물건과 화물상환증의 기재가 수량 차이만 있는 경우에 상법 제131조 제2항이 적용된다는 데는 의문이 없다. 따라서 위 예에서 운송인은 화물상환증의 기재대로 화물상환증 소지인에게 컴퓨터300대를 인도해야 한다. 실제로 수령한 물건이 컴퓨터 100대뿐이었음을 입증해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이때 운송인은 수령하지 않은 컴퓨터 200대는 인도할 수 없을 것이므로, 결국 채무불이행이 되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B. 공권의 경우 운송인이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고 발행한 화물상환증을 공권(空拳)이라 한다. 그런데 상법 제131조 제2항이 공권이 발행된 경우에도 적용되는지는 의문이다. 상법 제854조 제2항은 선하증권에 관한 규정인데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소지인에 대하여 운송인은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혹은 선적한 것으로 보고 선하증권에 기재된 바에 따라 운송인으로서 책임을 진다.”라고 하여 화물상환증에 관한 규정인 상법 제131조 제2항과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데, 판례가 선화증권에 관해 위와 같은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였는데도 발행된 선하증권은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목적물의 흠결이 있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3다5535 판결).”라고 판시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위 예에서 수령한 물건이 전혀 없는 운송인은 화물상환증 소지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해줄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된다. 다만 위 판례는 “이러한 경우 선하증권의 소지인은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고 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하고 있으므로 위 예에서 운송인은 공권 발행에 관하여 화물상환증 소지인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이처럼 판례는 운송인이 아예 처음부터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은 경우는 단순히 수량 차이만 있는 경우와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