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수표의 요건 (어음수표의 필수적 기재사항)
1. 어음․수표요건의 의의
(1) 개념
어음․수표는 엄격한 요식증권이다. 따라서 발행 시에 반드시 기재하여야 어음 또는 수표로서 성립하는 사항이 있는데, 이를 「어음․수표요건」이라 한다. 「필수적 기재사항」이라고도 한다.
(2) 환어음․약속어음․수표의 비교
1) 환어음과 약속어음
가장 중요한 차이 하나만 보면, 약속어음에는 지급인이 없으므로 「지급인의 명칭(어음법 제1조 3호)」을 기재할 필요가 없어 환어음보다 어음요건이 하나 적다는 점이다. 그 외의 점은 모두 같다. 지급인은 없으나 약속어음도 지급은 이루어지므로 「지급지」는 필수적 기재사항이다.
2) 환어음과 수표
역시 중요한 차이만 보면, 수표는 환어음과 다르게 만기와 수취인이 필수적 기재사항이 아니다(어음법 제1조 4호, 6호, 수표법 제1조). 수표는 지급증권으로 언제나 일람출급이고 만기는 무익적 기재사항이다(수표법 제28조 제1항). 그리고 수표는 수취인을 기재하지 않고 소지인출급식으로 발행할 수 있다(수표법 제5조 제1항 3호). 다만 기명식 또는 지시식으로도 발행할 수 있으므로(수표법 제5조 제1항 1호) 수취인은 유익적 기재사항이다.
2. 기재사항
(1) 어음․수표문구
증권의 본문 중에 그 증권을 작성할 때 사용하는 국어로 환어음․약속어음․수표임을 표시하는 글자를 적어야 한다(어음법 제1조 1호, 수표법 제1조 1호). 이 글자를 어음․수표문구라 한다. 아래 예시에서 ☆ 부분의 「환어음」, 「약속어음」과 같다. 이를 적도록 한 이유는 어떤 유가증권인지에 따라 법률관계나 발행의 효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본문이란 「지급위탁문구」 또는 「지급약속문구」를 말한다. 아래 예에서 밑줄 친 부분에 해당한다. 어음․수표문구는 「증권의 본문 중에」 적어야 하고, 표제에만 「환어음」, 「약속어음」이라고 적고 본문에는 단순히 “…이 「어음」과 상환하여…”라고 적으면 무효이다. 표제로 충분하다고 하면 일반 채무증서의 여백에 어음․수표문구를 삽입하여 변조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2) 일정 금액의 지급위탁 또는 지급약속
「조건 없이 일정한 금액을 지급할 것을 위탁(환어음․수표), 약속(약속어음)하는 뜻」을 적어야 한다(어음법 제1조 2호, 수표법 제1조 2호).
1) 일정한 금액
① 의의
ⅰ) 지급의 대상은 「금액」이어야 한다. 따라서 금전 이외의 물건을 지급의 대상으로 하면 무효이다. 예컨대, “쌀 20말을 인도한다”는 어음은 무효이다(대판 1964.8.31. 63다969). ⅱ) 금액은 「일정」해야 한다. 즉 모든 당사자들에게 “확정”되고 “단일”한 의미를 갖게끔 기재되어야 한다. 따라서 “100만 원 이하”, “100만 원 이상”과 같이 「상한 또는 하한을 정하는 기재」, “100만 원 또는 200만 원”과 같은 「선택적 기재」는 모두 무효이다. 또 유통과정에서 계속 일정해야 하므로 “만기 당시 기준으로 석유 100 배럴의 가격 상당액”과 같은 기재도 무효이다.
② 어음․수표금의 복수 기재
변조 방지를 위해 어음․수표금을 두 곳 이상에 기재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런데 그 금액이 서로 다르면 어떻게 되는가? ⅰ) 글자와 숫자로 기재한 금액이 서로 다른 때에는( ‘1,000,000원’과 ‘일천만 원’으로 기재한 경우) 글자로 기재한 금액을 어음․수표금액으로 본다(어음법 제6조 제1항, 수표법 제9조 제1항). 문자가 쓸 때 더 신중하게 쓰고 변조의 위험도 적기 때문이다. ⅱ) 글자와 글자, 숫자와 숫자로 기재한 금액이 서로 다른 경우에는( ‘백만 원’과 ‘천만 원’으로 기재한 경우, 또는 ‘1,000,000원’과 ‘10,000,000원’으로 기재한 경우) 작은 금액을 어음․수표금액으로 본다(어음법 제6조 제2항, 수표법 제9조 제2항).
2) 무조건의 지급위탁 또는 지급약속
① 무조건성
지급의 위탁 또는 지급의 약속은 「무조건」이어야 한다. 조건을 붙이면 어음상의 권리가 확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조건이란 민법 제147조 이하의 조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급의 단순성을 해하는 모든 제약을 포함하는 뜻이다. 예컨대, “김00이 발행한 어음의 어음금이 지급될 경우 이 어음금을 지급한다”(대판 1994.6.14. 94다6598)와 같이 대가를 연결시키거나, 발행인이 지급인에 대해 가진 “특정한 채권 중에서 지급하라”와 같이 지급자금의 제약을 두는 것도 무조건성에 반한다. 어음․수표를 조건부로 발행하면 어음․수표 자체가 무효가 된다. 즉 조건은 유해적 기재사항이다. 판례도 “약속어음의 지급약속문언은 단순하여야 하므로 그 어음면에 지급에 관한 어떤 조건을 붙였다면 그 어음자체가 무효라고 볼 것이다(대판 1971.4.20. 71다418).”라고 판시하였다.
② 위탁어음․수표
환어음과 수표는 제3자의 계산으로 발행할 수 있다(어음법 제3조 제3항, 수표법 제6조 제2항). 예를 들어 甲이 丙을 지급인으로 하여 환어음 또는 수표를 발행하면서, “X의 계산에서 지급하여 주시오”라는 문구를 삽입하는 것이다. 甲이 X의 위탁을 받아 환어음․수표를 발행하면서 지급인(丙)과의 자금관계상 자금부담의 주체를 X로 하고자 할 때 이 같은 기재를 한다. 이를 위탁어음․수표라 한다. 그러나 위탁자(X)에게 계산을 귀속시키는 것은 발행인(甲)․지급인(丙)․위탁자(X) 사이의 내부관계에 그치고 어음․수표법상의 효력은 없다. 내부적으로는 위탁자(X)가 자금을 부담하더라도 이 어음․수표의 발행인은 명의상의 발행인(甲)이고 그가 소지인에 대하여 발행인으로서의 담보책임을 진다.
(3) 지급인의 명칭
1) 지급인의 요건성
환어음과 수표는 제3자에게 지급을 위탁하는 증권이므로 증권면에 반드시 지급인이 기재되어야 하고, 이를 결하면 무효이다. 약속어음은 지급약속증권이므로 지급인이 없다.
2) 지급인의 실재성
지급인은 누구든 기재되기만 하면 충분하고, 사자(死者) 또는 허무인(虛無人)이라도 상관없다. 물론 이런 어음․수표는 제시․지급이 불가능할 것이나, 발행인이 담보책임을 지므로 거래의 안전은 보호된다.
3) 지급인의 자격
환어음의 지급인의 자격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수표의 지급인은 은행으로 한정된다(수표법 제3조 본문). 다만 지급인으로 은행 이외의 자를 기재하여도 수표로서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동조 단서).
4) 기재방법
기재방법은 주로 환어음의 지급인에서 문제된다. 수표의 지급인은 은행에 제한되기 때문이다. 지급인의 명칭은 지급인의 동일성을 인식할 수 있는 정도만 기재하면 된다. 자연인의 경우에는 성명 외에도 통칭․아호․예명․별명을 기재해도 되고, 상인이라면 그의 상호를 기재해도 된다. 법인의 경우에는 법인명만 기재하면 충분하며 대표관계 및 대표자의 성명까지 기재할 필요는 없다.
5) 환어음 지급인의 복수기재
ⅰ) 환어음의 지급인을 복수로 기재할 수 있는가? 복수기재는 선택적 기재( 丙 또는 丁), 중첩적 기재( 丙과 丁), 순차적 기재( 제1지급인 丙, 丙이 지급하지 않을 경우 제2지급인 丁)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중 선택적 기재는 지급인이 丙인지 丁인지 특정할 수 없어 어음의 단순성을 해치므로 무효라고 보나, 중첩적 기재와 순차적 기재는 지급인의 특정이 가능하므로 유효라고 본다(통설). ⅱ) 중첩적 기재의 경우 수 인의 지급인이 인수를 하면 인수인은 각자가 전부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합동책임을 진다. 이 경우 상환청구권은 언제 발생하는가? 지급거절로 인한 상환청구권은 수인의 지급인 전원에게 지급제시하고 전원이 지급거절을 해야만 발생하나, 인수거절로 인한 상환청구권은 수인의 지급인 중 1인에게 인수제시를 하여 그 1인이 인수를 거절하면 바로 발생한다. 순차적 기재의 경우에는 제1지급인만이 지급인이 되고, 제2지급인은 예비지급인이 된다.
6) 자기앞환어음․자기앞수표
환어음․수표는 발행인 자신을 지급인으로 하여 발행할 수 있다(어음법 제3조 제2항, 수표법 제6조 제3항). 이를 자기앞환어음, 자기앞수표라 한다. 자기앞환어음은 서로 다른 지역에 두 개 이상의 영업소를 가지고 있는 발행인이 발행지와 다른 곳에 있는 영업소에서 어음금을 지급하고자 할 때 사용된다. 발행인이 지급인이기 때문에 그 실질은 약속어음과 같다. 자기앞수표는 특별한 법리가 많으므로 어음법․수표법 마지막 부분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4) 만기
1) 의의
만기란 어음금액이 지급될 날로 어음면에 기재된 날을 말한다(어음법 제1조 4호). 만기는 어음에만 있고 수표에는 없다. 만기는 「지급을 할 날」(어음법 제38조 제1항, 제44조 제3항)이나 「지급하는 날」(어음법 제41조 제1항)과 다르다. 「지급을 할 날」이란 법상 지급제시가 가능한 최초의 날을 뜻한다. 만기와 지급을 할 날은 통상은 일치하나, 만기가 법정휴일일 때에는 그에 이은 제1의 거래일이 지급을 할 날이 되므로(어음법 제72조 제1항) 서로 달라진다. 「지급하는 날」은 어음금을 실제 지급하는 날을 뜻한다.
2) 요건
만기는 「단일」하고 「확정」할 수 있고, 「가능」해야 한다. ① 단일해야 하므로 분할출급의 어음( 1,000만 원 중 400만 원은 2015.5.1.에, 600만 원은 2015.10.1.에 지급)은 무효이다(어음법 제33조 제2항). 어음의 상환증권성을 지킬 수 없고, 상환절차가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이다. ② 만기는 어음 문언만으로 확정할 수 있는 날이어야 한다. “2015년 겨울”, “2015년 5월 1일 또는 6월 1일”과 같은 만기는 확정할 수 없어 무효이다. 또 확정할 수 있더라도 “용마산현장 준공 후”와 같이 어음 문언만으로는 확정할 수 없고 원인관계나 기타 어음 외적인 사정을 고려하여야만 확정할 수 있다면 이 역시 무효이다(대판 1997.5.7. 97다4517). ③ 만기는 가능한 날이어야 한다. 그러나 통설․판례는 일력에 없어 불가능한 날인 “2015년 2월 30일”을 “2015년 2월 말일”로 해석하여 유효한 어음으로 본다(대판 1981.7.28. 80다1295). 그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합치하고 유효로 보아도 유통성을 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통설․판례는 발행일 이전의 날짜를 만기로 한 어음( 발행일은 2015.3.1.인데, 만기는 2015.2.1.인 경우)은 무효로 본다(대판 2000.4.25. 98다59682). 어음의 문면 자체에서 모순이 생기기 때문이다.
3) 만기의 종류
만기는 「일람출급」, 「일람 후 정기출급」, 「발행일자 후 정기출급」, 「확정일출급」 4가지만 인정된다. 그 밖의 만기는 무효이다(어음법 제33조 제1항, 제2항). 후2자는 만기가 발행 당시부터 확정되나, 전2자는 소지인이 언제 제시하느냐에 따라 만기가 달라진다.
① 확정일출급
예컨대, “2015년 3월 31일”과 같이 특정의 날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어음거래의 대부분이 이 방식에 의한다.
② 발행일자 후 정기출급
예컨대, “발행일자로부터 10일 후”와 같이 발행일자로부터 기산해서 일정 기간이 경과한 날을 만기로 삼는 방식이다.
③ 일람출급
이는 어음소지인이 지급을 위한 제시(일람)를 한 날을 만기로 삼는 방식이다. 어음면에 표기할 때에는 “일람출급” 또는 “제시 즉시 지급” 등으로 기재한다. 여기서 일람이란 「지급을 위한 제시」만을 의미하고 환어음의 인수를 위한 제시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④ 일람 후 정기출급
어음을 일람, 즉 제시한 후 일정기간이 경과한 날을 만기로 삼는 방식이다. 예컨대, “제시 후 2월이 경과한 후에 지급함”이라는 것과 같다. 여기서 일람의 의미는 환어음의 경우와 약속어음의 경우가 다르다. ⅰ) 환어음의 경우에는 「인수제시」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경우는 소지인이 지급인에게 인수제시를 하고, 지급인이 인수를 하면 인수한 날짜로부터, 인수를 거절하면 거절증서의 날짜로부터 일정 기간이 경과한 날이 만기가 된다(어음법 제35조 제1항). ⅱ) 반면 약속어음의 경우 일람은 단순히 만기를 정하기 위해 발행인에게 어음을 제시하는 것을 뜻한다. 이 경우는 소지인의 제시에 따라 발행인이 어음을 일람한 후, 어음에 일람하였다는 내용을 적고 날짜를 부기하여 기명날인 또는 서명한 날로부터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날이 만기가 된다(어음법 제78조 제2항).
4) 지급제시기간과 인수제시기간
만기가 소지인의 제시에 따라서 정해지는 일람출급어음과 일람후정기출급어음의 경우에는 소지인이 제시를 하지 않고 있으면 어음관계가 장기간 미결상태에 놓인다. 어음관계는 신속히 종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어음법은 지급제시기간과 인수제시기간을 제한하고 있다.
① 일람출급어음의 지급제시기간
A. 발행일로부터 1년 내 일람출급어음은 발행일로부터 1년 내에 지급을 받기 위한 제시를 하여야 한다(어음법 제34조 제1항 2문). 이 기간을 경과하여 지급제시를 하면 거절되더라도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어음법 제53조 제1항 1호). 다만 지급제시기간이 경과하여도 주채무자에 대한 권리에는 영향이 없다.
B. 기간의 단축과 연장 ⅰ) 발행인은 이 1년이라는 제시기간을 단축하거나 연장할 수 있다(어음법 제34조 제1항 3문). 발행인이 한 단축․연장은 어음채무자 전원에게 효력이 있다(어음법 제53조 제2항). 따라서 발행인이 단축․연장한 제시기간 내에 지급제시를 하지 않으면 소지인은 모든 채무자에 대하여 상환청구권을 상실한다. ⅱ) 배서인도 1년의 제시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어음법 제34조 제1항 3문). 그러나 연장은 할 수 없다. 배서인이 단축한 기간은 그 배서인만이 원용할 수 있다(어음법 제53조 제3항). 따라서 배서인이 단축한 기간 경과 후에 지급제시를 하면 배서인에 대한 상환청구권은 상실하나, 그 지급제시가 원래의 제시기간 내에 행하여졌다면 그 배서인 외의 다른 채무자에 대한 상환청구권을 잃지 않는다.
② 일람 후 정기출급 어음의 인수제시기간
ⅰ) 일람 후 정기출급의 환어음은 그 발행한 날로부터 1년 내에 인수제시를 하여야 한다(어음법 제23조 제1항). 발행인은 이 기간을 단축하거나 연장할 수 있고, 배서인은 단축만 할 수 있다(동조 2항, 제3항). 그 뜻과 효과는 일람출급어음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ⅱ) 인수제시기간은 아니나, 일람 후 정기출급의 약속어음도 역시 1년 내에 만기를 정하기 위한 제시를 하여야 한다. 이 기간의 준수는 상환청구권의 보전을 위한 것이고 발행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이 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시하더라도 지급청구권을 잃지 않는다.
5) 수표의 지급제시기간
① 발행일로부터 10일 내
수표는 일람출급의 지급증권이어서(수표법 제28조 제1항), 발행인이 항상 제시에 대비해야 하는 부담을 지는 까닭에 그 법률관계를 단기간에 종결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수표법은 단기의 지급제시기간을 두고 있다(수표법 제29조 제1항). 즉 국내에서 발행하고 지급할 수표는 발행일로부터 10일 내에 지급제시를 하여야 한다(수표법 제29조 제1항).
② 제시기간 경과의 효과
ⅰ) 지급제시기간 내에 지급제시를 하지 않으면 소지인은 상환청구권을 잃게 된다(수표법 제39조 제1항). 다만 이득상환청구권을 취득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제시기간 경과 후에도 수표의 지급인은 발행인으로부터 지급위탁의 취소가 없는 한 발행인의 계산으로 지급을 할 수 있다(수표법 제32조 제2항). 지급인이 제시기간 경과를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여도 어차피 발행인이 추후 이득상환청구에 응해야 하기 때문에 지급을 허용한 것이다.
ⅱ) 자기앞수표를 예로 들어 보자. 자기앞수표도 10일의 제시기간 내에 지급제시를 하지 않으면 은행에 대한 수표금청구권은 소멸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별 걱정을 하지 않고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 자기앞수표를 현금처럼 유통시킨다. 그 이유는 수표금청구권은 소멸하였어도, 은행이 지급인의 지위에서 임의로 지급하거나, 혹시 지급이 거절되더라도 이득상환청구권을 행사하여 수표금 상당액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5) 지급지
1) 지급지의 요건성
지급지는 어음금․수표금이 지급될 지역을 말한다. 지급지는 소지인이 인수제시 또는 지급제시를 하고, 인수인 또는 약속어음 발행인이 채무이행을 하는 지역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어음․수표요건이다. 따라서 이를 기재하지 않으면 어음․수표는 무효가 된다.
2) 지급지의 실재성
앞서 지급인은 허무인을 기재하여서 무방하다고 하였으나, 지급지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실재하는 지역이어야 한다. 실재하지 않는 지역을 지급지로 적으면 어음․수표가 무효가 된다.
3) 지급지와 지급장소
지급지는 지급장소와 다르다. 지급장소는 지급지 내에서 지급이 이루어질 특별한 장소를 말한다. 예를 들어 “서울특별시”는 지급지이고, “서울특별시 중구 소공동 1번지 1호” 또는 “우리은행 명동지점”은 지급장소이다. 실제 유통되는 어음에는 거의 예외 없이 지급장소가 기재되지만, 지급장소는 어음요건은 아니고 유익적 기재사항일 뿐이다. 따라서 기재된 지급지와 지급장소가 모순되는 경우( 지급지는 “포항시”인데 지급장소는 “국민은행 서울 명동지점”인 경우) 어음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고 지급장소의 기재만 무효가 된다.
4) 지급지의 단일성
지급지는 단일하여야 하며, 중첩적이든 선택적이든 복수로 기재할 수 없다. 지급지를 복수로 기재하면 소지인이 권리행사를 함에 있어 장소적으로 이동을 해야 하고, 지급제시와 변제의 제공 여부에 관해 다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소지인은 A지에서 지급제시를 시도하였으나 지급인은 B지에서 대기하였던 경우).
5) 동지지급어음․타지지급어음
지급지와 지급인(또는 약속어음의 발행인)의 주소지가 같은 어음을 동지지급어음, 다른 어음을 타지지급어음이라 하여 구분하는데, 환어음의 경우 양자간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 즉 환어음의 발행인은 인수제시를 금할 수 있으나(어음법 제22조 제1항), 타지지급의 환어음인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동조 제2항). 이 경우에는 지급인이 지급지를 알지 못하므로, 소지인이 지급인에게 인수제시를 하여 지급지를 알려주어야 지급인이 지급제시에 대비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6) 수취인
1) 수취인의 요건성
① 어음에는 어음금을 지급받을 자 또는 지급을 받을 자를 지시할 자의 명칭을 기재하여야 한다(어음법 제1조 6호). 어음은 소지인출급식으로는 발행하지 못하므로 수취인은 어음의 필수적 기재사항이고, 이를 결한 어음은 무효이다. ② 반면 수표는 소지인출급식으로도 발행할 수 있으므로 수표에서는 수취인이 수표요건이 아니다. 단지 유익적 기재사항일 뿐이다(수표법 제5조 제1항 3호).
2) 수취인의 기재방법
대체로 지급인의 기재에 관한 사항에 준한다. 따라서 사람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만 기재하면 되고 사자나 허무인이라도 무방하다. 법인의 경우에는 법인의 명칭만 표시하면 된다.
3) 수취인의 복수기재
지급인과 달리 수취인은 중첩적․순차적 기재뿐만 아니라 선택적 기재도 허용된다. 선택적으로 기재하더라도 실제로 어음을 소지한 수취인만이 어음상의 권리를 취득할 수 있으므로 어음관계를 불명확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첩적 기재의 경우에는 수취인은 전원이 공동으로만 권리를 행사와 배서를 할 수 있다. 반면 선택적․순차적 기재의 경우에는 어느 수취인이나 어음을 소지한 자가 단독으로 권리행사 및 배서를 할 수 있다.
4) 자기지시어음
환어음․약속어음 모두 발행인을 수취인으로 하여 발행할 수 있다. 이를 자기지시어음이라 한다. 환어음에 대하여는 명문의 규정이 있다(어음법 제3조 제1항). 수표도 자기지시수표로 발행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7) 발행일
1) 의의 및 기능
발행일이란 어음․수표가 발행된 날이라고 문면에 기재된 날짜를 말한다. 발행일은 발행일자 후 정기출급어음에서는 만기를 정하는 기준이 되고, 일람출급어음과 일람후정기출급어음에서는 각각 지급제시기간과 인수제시기간의 기산점이 된다. 이에 반해 확정일출급어음에서는 발행일이 큰 의미가 없다. 수표에서는 발행일이 지급제시기간의 기산점이 된다.
2) 기재와 실제의 불일치
발행일은 실제로 어음․수표를 발행한 날과 일치할 필요가 없다. 이때 만기나 제시기간과 같이 어음․수표법상 효력이 생기는 문제는 실제의 발행일자가 아니라 문면에 발행일로 기재된 일자를 기준으로 정한다. 그러나 어음․수표행위능력과 같은 실질적인 문제는 실제의 상태가 중요하므로 실제의 발행일자를 기준으로 정한다.
(8) 발행지
1) 의의 및 기능
발행지는 어음․수표가 발행된 장소라고 어음․수표에 기재되어 있는 장소를 말한다. 실제 어음․수표가 발행된 장소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어음법․수표법은 발행지를 어음․수표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발행지는 국제어음․수표에 적용할 준거법을 정하는데 있어 실제 발행지의 추정근거가 될 뿐, 국내어음․수표상의 권리의무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2) 발행지를 결한 국내어음․수표의 효력
위와 같은 이유에서 국내어음․수표의 경우에는 발행지를 기재하지 않더라도 유효한 것이 아닌지가 문제되었다. 판례는 과거 발행지가 어음․수표요건으로 법정되어 있음에 주목하여 무효라고 하였으나, 이후 입장을 변경하여 유효라고 하였다.
즉 판례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어음에 있어서 발행지의 기재는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이른바 국내어음에 있어서는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하므로 국내어음의 경우에는 어음면상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이를 무효의 어음으로 볼 수는 없다(대판 1998.4.23. 95다36466 전원합의체).”라고 입장을 변경하였고, 수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입장을 취하였다(대판 1999.8.19. 99다23383 전원합의체). 이 판례에 대해서는 이러한 결론은 입법론으로는 몰라도 해석론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비판이 있다.
(9) 발행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
1) 기명날인 또는 서명의 요건성
어음․수표를 발행하고자 하는 자는 이상의 요건을 기재하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하여야 한다. 기명날인 또는 서명은 발행뿐만 아니라 모든 어음․수표행위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요소이다. 자세한 사항은 기술하였다.
2) 어음․수표의 공동발행
① 의의
통설은 수인이 발행인으로서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는 것과 관련하여, 중첩적 기재만 유효하다고 보고 선택적․순차적 기재는 어음․수표관계를 불명확하게 만들기 때문에 무효라고 본다. 이렇게 발행인을 중첩적으로 기재하는 것을 공동발행이라고 한다.
② 공동발행인의 책임형태
공동발행인은 어떤 형태로 상환책임(환어음․수표) 또는 지급책임(약속어음)을 부담하는가? 합동책임설과 연대책임설이 대립하는데, 통설은 합동책임설의 취하고 있다. 판례도 방론이기는 하나 “전조합원은 어음의 공동발행인으로서 합동책임을 져야 한다(대판 1970.8.31. 70다1360).”라고 한바 있다.
③ 기재방법
공동발행은 공동발행하는 수인 모두가 발행인란에 발행인임을 명시하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는 방식으로 함이 원칙이다. 그런데 수인이 발행인란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하였으나 발행인임을 명시하지는 않은 경우 이를 공동발행으로 볼 수 있는가?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발행인란에 하였다는 점에서는 공동발행으로 볼 여지가 있고, 한편 어음법․수표법이 “증권의 앞면에 단순히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경우에는 보증을 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어음법 제31조 제3항, 수표법 제26조 제3항), 수인이 증권의 앞면에 단순히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하였다는 점에서는, 첫머리의 명의자만 발행인으로 보고 나머지는 어음․수표보증인으로 볼 여지도 있다. 이에 대하여 통설은 발행인란은 발행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예정된 곳이라는 이유에서 각 기명날인 또는 서명에 외관상 큰 차이가 없는 이상 공동발행으로 본다.
④ 공동발행과 보증의 차이
甲과 X가 공동발행인인 경우와 甲은 발행인, X는 보증인인 경우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ⅰ) 甲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에 형식적 하자가 있는 경우, 공동발행인 경우에는 X가 책임을 부담하나, 보증인 경우에는 어음․수표가 무효가 되므로 X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ⅱ) X가 어음금․수표금을 지급한 경우 甲에게 어음․수표관계에서 구상을 할 수 있는지도 다르다. 공동발행인 때에는 할 수 없으나, 보증인 때에는 할 수 있다. ⅲ) X가 甲의 항변사유를 원용할 수 있는지도 다르다. 공동발행이 경우에는 할 수 없지만, 보증인 경우에는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