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수표 배서의 연속
1. 의의
배서의 연속이란 어음․수표의 수취인이 제1배서인이 되고, 제1배서인의 피배서인이 다시 제2배서인이 되는 식으로 이어져서 현재의 소지인에 이르기까지 배서가 중단됨이 없이 연속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배서의 자격수여적 효력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이다. 배서의 연속에는 수취인이 제1배서의 배서인이 되는 것이므로, 발행인이 수취인을 겸한 어음․수표가 아닌 한, 발행인이 제1배서의 배서인으로서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하여도 이는 어음법․수표법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므로 배서의 연속에 있어서는 그 기재가 없는 것으로 볼 것이다.
2. 연속성의 판단
(1) 일반적 판단기준
① 배서가 연속되었는지는 문면상 형식적으로 드러나 있는 자료만 가지고 판단한다. 배서의 자격수여적 효력은 그 형식적 유효성에 근거하여 실질적 권리를 추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식적으로 연속된 배서의 중간에 위조된 배서 등 실질적으로 무효인 배서가 들어 있더라도 배서가 문면상으로 연속되어 있다면 배서의 연속은 인정된다. ② 다만 배서는 형식적으로는 유효해야 하므로, 형식적 흠결로 무효인 배서가 들어 있는 경우에는 그 배서는 제외하고 배서의 연속을 판단한다.
(2) 명칭의 동일성 판단
배서의 연속이 인정되려면 앞의 배서의 피배서인과 뒤의 배서의 배서인간에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 동일성의 판단은 어떻게 하는가? ① 문면상의 기재만으로 판단하고 실제로 동일인인지 여부는 묻지 않는다. 예를 들어 문면상 배서가 A → X, B → C와 같이 되어 있다면, 설사 X가 B의 상호여서 X와 B사이에 실질적 동일성이 인정되더라도 앞의 배서의 피배서인과 뒤의 배서의 배서인의 동일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② 양자의 명칭이 완전히 일치할 필요는 없고, 주요한 점에서 일치하여 사회통념상 동일인을 표시한다고 인정될 수 있으면 족하다.
구체적으로 보자. ① 앞의 배서의 피배서인 「X」와, 뒤의 배서의 배서인 「주식회사 X 대표이사 乙」 사이에는 동일성이 인정된다(대판 1995.6.9. 94다33156). 이 경우 「X」와 「주식회사 X」는 사회통념상 동일한 법인을 지칭한다고 보여지고, 「대표이사 乙」은 법인의 어음․수표행위 방식일 뿐이기 때문이다. ② 반면 앞의 배서의 피배서인 「B」와 뒤의 배서의 배서인 「주식회사 X 대표이사 B」 사이에는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대판 1995.9.15. 95다7024). 앞의 배서의 피배서인은 「자연인 B」이나 뒤의 배서의 배서인은 「주식회사 X」이기 때문이다.
(3) 백지식배서의 연속성
백지식배서가 있는 경우에는 백지를 보충하지 않더라도 배서의 연속이 인정된다.
1) 최후의 배서가 백지식인 경우
최후의 배서가 백지식인 경우에는 현재의 어음․수표의 점유자가 그 피배서인으로 추정된다(어음법 제16조 제1항 2문, 수표법 제19조 2문). 예컨대, C가 아래 예시 1과 같이 배서가 되어 있는 어음․수표를 점유하고 있다면, C가 B의 백지식배서의 피배서인으로 추정되어, 수취인 乙로부터 현재 점유자 C까지 배서의 연속이 인정된다.
2) 중간의 배서가 백지식인 경우
백지식배서의 다음에 다른 배서가 있는 경우 그 다음 배서의 배서인은 백지식배서에 의하여 어음․수표를 취득한 것으로 본다(어음법 제16조 제1항 4문, 수표법 제19조 4문). 예컨대, C가 아래 예시 2와 같이 A의 백지식배서가 포함된 어음․수표를 점유하고 있다고 하자. 이때 어음․수표의 문면상으로는 B가 이 어음․수표를 취득한 경위가 나타나지 않아 A와 B 사이에서 배서의 연속이 단절된 것처럼 보이나, B가 A의 백지식배서에 의해 이 어음․수표를 취득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배서의 연속은 단절되지 않는다.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이 경우는 위의 경우와 다르게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간주」한다는 점이다. 둘째, 간주하는 것은 배서의 연속을 판단하는 데에만 그렇다는 것일 뿐, 실제로 그렇게 권리를 취득하였음을 간주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채무자는 어음․수표 점유자의 무권리를 증명하여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위 예에서 B가 A로부터 어음․수표를 절취한 경우 위 간주규정에 의해 배서의 연속이 인정되어 C는 적법한 소지인으로 추정되나, 채무자는 B의 절취 사실과 C가 선의취득을 하지 못하였음을 입증하여 C에 대하여 어음․수표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4) 배서의 말소
1) 의의 및 효과
배서의 말소란 거래통념상 배서의 존재를 부정하는 뜻으로 판단될 수 있는 기재를 말한다. 말소한 배서는 배서의 연속에 관하여는 배서의 기재가 없는 것으로 본다(어음법 제16조 제1항 3문, 수표법 제19조 3문). 그 결과 배서의 말소에 의해 불연속의 배서가 연속되기도 하고 연속된 배서가 불연속 되기도 한다. 배서의 연속은 형식적 기재에 의해서만 판단하므로, 말소할 권한이 있는 자에 의해 말소된 것인지 여부, 실수로 말소된 것인지 여부, 그 방법․시기에 관계 없이 배서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대판 1995.2.24. 94다41973). 심지어 어음․수표를 절취한 자가 말소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배서의 말소는 배서의 연속 또는 자격수여적 효력에만 영향을 줄 뿐이며, 그 말소로 인하여 권리이전적 효력이나 담보적 효력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권한 없는 자가 배서를 말소한 경우 소지인은 자신이 실질적 권리자임을 증명하여 어음․수표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말소된 배서의 배서인은 원래의 배서에 따른 담보책임을 부담한다.
2) 일부의 말소
배서 전부를 말소하지 않고 피배서인의 명칭만 말소한 경우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백지식배서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백지식배서설)와 배서 전체를 말소한 것과 같다는 견해(전부말소설)가 대립하는데, 백지식배서설은 정책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으므로 전부말소설이 타당하다. 즉 백지식배서설에 의하면 소지인이 피배서인의 명칭을 말소하는 것만으로 너무나 쉽게 자신이 정당한 소지인이라는 형식적 자격을 갖출 수 있게 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A → B, B → C의 순으로 배서된 어음을 D가 절취한 경우, 백지식배서설에 의하면 D가 마지막 배서에서 C의 이름을 지우는 것만으로 손쉽게 형식적 자격을 취득하여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3. 배서연속의 효과
배서의 연속이 있으면 자격수여적 효력이 인정되므로 ① 그 점유자는 적법한 권리자로 추정되고(권리추정력), ② 그러한 어음․수표소지인에게 어음․수표금을 지급한 자는 원칙적으로 면책되며(면책적 효력), ③ 양수인은 선의취득을 할 수 있다(선의취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