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에 대한 법률적 취급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마련되어 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상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 및 그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말한다(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2조 제1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가상자산은 가장 범주가 넓은 가상자산이므로, 이 중 증권성 판단 가이드라인에 따라 증권에 해당하는 가상자산인 경우 자본시장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증권이 아닌 가상자산인 경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상자산은 법률적 취급에서 다른 유사한 성격을 지녔지만 가상자산에 해당하지 않는 것과 구별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역시 가상자산의 범위에서 화폐, 게임물의 이용을 통하여 획득한 유·무형 결과물, 전자화폐, 전자등록주식, 전자어음, 전자선하증권,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전자화폐를 제외하고 있다(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2조 제1호 각 목).
이 중 가상자산이 속하는 경우 또는 가상자산과 성격이 유사하여 구별이 필요한 몇 가지 경우에 대해서 살펴본다.
가. 화폐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상 한국은행법에 따른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전자적 형태의 화폐 및 그와 관련된 서비스는 가상자산에서 제외된다(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2조 제1호 사 목). 그 이유는 가상자산에 대한 개념적 정의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상자산은 법률적 규제 밖에서 ‘탈중앙화’를 하나의 특징으로 하여 생겨난 것이고, 그 이후에 생겨난 가상자산을 법률적 규제의 틀 안으로 포섭시키고 있는 형태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한국은행과 같이 국가의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화폐는 ‘법정화폐’로서 전자화폐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 및 그에 관한 일체의 권리의 형태로 운용된다고 하더라도 가상자산의 범위에는 포함될 수 없다. 법정화폐는 흔히 가상자산의 형태인 암호화폐와 구별하여 ‘피아트(fiat)’라고 불린다.
나. 암호화폐
암호화폐는 가상자산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 중 하나이다. IMF 간행물에서는 디지털 자산을 ‘암호화 및 분산 원장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가치의 디지털 표현으로 정의하는데, 이때 ’암호화 및 분산 원장 기술‘에 강점을 둔 가상자산이 마치 법정화폐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가치를 지닌 통화로 사용되고 있음에 주목하여 거래계에서 ’암호화폐(Cryptocurrency)’란 용어가 널리 사용되었다. 현재 거래계에서 가상자산의 대부분은 암호화폐와 동의어로 사용되며, 암호화폐의 운용 체계에서 강조되는 세부적 특성에 따라 암호화폐 중에서도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자산 연동 코인(Asset backed coin)’ 등 다양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1)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스테이블 코인은 가치가 ‘안정(stable)’되어 있음을 강조한 암호화폐로, 대체로 법정화폐, 상품(금, 은) 또는 기타 암호화폐에 연동되어 가치를 안정시키고자 한다. 이러한 상품은 암호화폐가 가지는 문제점으로 지적된 높은 변동성을 일부 희석화시키면서도, 법정화폐, 상품, 또는 기타 암호화폐가 가지는 유통성을 누리고자 하는 것이다.
법정화폐 담보형(Fiat-Collateralized) 암호화폐의 종류로는 Tether(USDT), USD Coin(USDC)가 있고, 암호화폐 담보형(Crypto-Collateralized)으로서는 DAI가 있다. 사기로 끝나버린 Terra 역시 피담보되는 대상 없이 알고리즘과 스마트 계약을 통해 공급을 조절하여 가격을 안정시키는 형태라는 점에서 그 출발은 스테이블 코인이다.
Tether의 경우 2021년 암호화폐 거래소 Bitfinex가 법정화폐로의 완전한 담보 없이 발행된 Tether(USDT)를 사용하였다고 하여 사기로 기소당했으나, 뉴욕 검찰청과 합의하여 1,850만달러의 벌금을 지급하고 뉴욕에서의 서비스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현재로서는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 증권형 토큰으로 취급되어 자본시장 규제를 받게 될 확률이 매우 높을 뿐 아니라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완전한 형태의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 결국 상품과 코인의 완전한 연동이 가능하여야 할 텐데, 이는 결국 은행과 같은 수준의 자산을 마련하고 가상자산 사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성공적 사업 수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 자산 연동 코인(Asset Backed Coin)
자산 연동 코인은 특정 자산에 의하여 그 가치가 뒷받침되는 암호화폐이다. 만약 그 뒷받침되는 자산이 법정화폐인 경우 가치의 안정화를 꾀하는 스테이블 코인과 자산 연동 코인은 동의어가 된다. 이러한 코인의 경우 연동되는 자산의 보유 및 관리에 대한 코인 발행자에 대한 신뢰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금과 같은 귀금속을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폐 Paxos Gold (PAGX), 금 기반 토큰인 Digix Gold Tokens (DGX)가 자산 연동 코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다. 기초자산
기초자산은 파생상품의 토대가 되는 것이다.
예컨대,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은, 금융투자상품, 통화, 일반상품, 신용위험, 그 밖에 자연적·환경적·경제적 현상 등에 속하는 위험으로서 합리적이고 적정한 방법에 의하여 가격·이자율·지표·단위의 산출이나 평가가 가능한 것만 가능하고(자본시장법 제4조 제10항), 파생상품은 ‘기초자산이나 기초자산의 가격ㆍ이자율ㆍ지표ㆍ단위 또는 이를 기초로 하는 지수 등에 의하여 산출된 금전등을 장래의 특정 시점에 인도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제1호, 선물), ‘당사자 어느 한쪽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기초자산이나 기초자산의 가격ㆍ이자율ㆍ지표ㆍ단위 또는 이를 기초로 하는 지수 등에 의하여 산출된 금전등을 수수하는 거래를 성립시킬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약정하는 계약’(제2호, 옵션), ‘장래의 일정기간 동안 미리 정한 가격으로 기초자산이나 기초자산의 가격ㆍ이자율ㆍ지표ㆍ단위 또는 이를 기초로 하는 지수 등에 의하여 산출된 금전등을 교환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제3호, 스왑)으로 구별되는데, 선물, 옵션, 스왑 모두 기초자산이 기본이 된다.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이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지만, 전통적 의미에서 가상자산이 금융투자상품, 통화, 일반상품, 신용위험에 해당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
다만 해석상 ‘그 밖에 자연적·환경적·경제적 현상 등에 속하는 위험으로서 합리적이고 적정한 방법에 의하여 가격·이자율·지표·단위의 산출이나 평가가 가능한 것’에 가상자산이 해당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금융상품은 거래되고 있지 않다.
참고로, 세계 최초로 미국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현물 상장지수 펀드(ETF)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승인하였고, SEC는 현물 ‘ETF’라는 용어 현물 ‘ETP(Exchange-traded product)를 공식적으로 사용하였다.[1]
아시아 국가에서는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가 최초로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상장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펀드(EFT)를 조건부 승인을 하였다.
한국에서도 가상자산 현물 EFT 상장이 추진 중에 있으나, 위와 같이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이 기초자산에 포함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본시장법에 대한 개정이 없는 상황에서는 난항이 예상된다.[2]
1. 2024. 1. 11.자 조선일보, “美), 비트코인 현물 ETF 11ro 승인... 주식처럼 쉽게 산다
2. 아시아경제 2024. 7. 7.자 기사, ”[단독]국내 첫 ’가상자산 현물 ETF’ 상장 추진, https://view.asiae.co.kr/article/2024070707301257110